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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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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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자 비롤리에 따르면 애국심은 공적인 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인위적인 감정이다. 애국심은 나라를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비롤리의 의견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동안 애국심에 대한 노력이 없었음을 반성하게 된다. 한일전을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고, 우리나라라고 할때 어딘지 뭉클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국심이 인위적인 감정이라면 노력이 필요한 것이며 배움이라면 롤모델이 필요할 것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애국심은 안중근을 통해 나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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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하얼빈>은 이토히로부미를 향한 거사를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한다. 마치 영화의 교차편집처럼 안중근과 이토 혹은 이은의 이야기가 오고가며 온도를 달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지만 안중근의 내면과 당시의 상황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훈 작가 특유의 문학적인 문장이 공들여쓰여있어 가독성이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마치 역사의 한 장면을 클로즈업 하듯 깊게 응시하는 이 작품에서 이은의 존재는 낯설었지만 한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꼭 필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하얼빈이라는 도시를 제목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중근은 1909년 10월 22일, 이토 히로부미는 10월 26일에 하얼빈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두 사람, 그리고 대면. 역사적인 장면으로만 생각했으나 김훈의 소설에서는 청년 안중근의 내적 긴장과 고뇌 역시 담겨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결말을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 임에도 소설로 재구성되어 다시 감동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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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글자 낚시 상상 동시집 16
김성진 지음, 민지은 그림 / 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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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글자낚시
김성진 글
민지은 그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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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이다. 고양이글자낚시. 전혀 연관성 없는 세 단어의 나열 같지만 이 책에 실린 시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고양이는 글자를 낚는데, 먹이가 될만한 것들을 낚는다. 시각적으로 시의 행을 자유롭게 배치해 낯설지만 유쾌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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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어린이들이 읽는 시라고하지만 어른들도 읽어보면 그 재미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나의 경우에는 독해력을 회복(?)할 때 동시집을 읽는 편이다. 부담없고 시간의 할애도 거의 없고 좋은 동시는 어린이에게 같이 읽으며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아마 발상의 참신함일 것이다. 이 동시집은 그 점에 있어서는 가장 만족스러웠다. 참신함을 느끼게 하는 건 일단 시인의 눈에서 그려지는 세상이 생각치 못한 지점에 닿아있고 그 발견의 섬세함에서 오는 즐거움이다. 한편으로는 시를 쓰는 자체가 아주 자유롭다. 글자들은 나란히 행을 이루지 않고 발상에 따라 행을 이탈한다. 특별한 리듬이 부여되고 읽는 재미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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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창조한 세계는 아주 인상적으로 동시러서 구성되고 읽는 독자는 깊게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재미로 시작해서 시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따듯하게 혼자가 된 이들에기 다정한 응원을 보내기에 감동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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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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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인생의질문에 답하다
챗GPT
이안토머스
재스민왕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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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을 확인한다. 요즘 가장 핫한 인공지능 챗GPT. 참신한 시도에 호기심이 생긴다. 하지만 인간도 아닌 인공지능이 인생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답하기를 주저하는 질문들에 던지는 답은 때론 명료하면서도 깊은 지혜를 담고 있고 때론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쓴 책이라고 설명서나 해설서 수준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인류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 대답에는 인류의 현명함이 응축되어 있어 감동적이기도 하다. 신속하고 매끈한 답변이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해본다. 그건 바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호기심에 인공지능의 대답에 감탄하지만 일단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책은 챗GPT가 답한 194가지 인생문답을 전한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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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인생을 조화롭게 가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생을 사랑과 친절로 수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속하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성공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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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해온 인공지능은 다소 기계적이고 또 검색에 의존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책에 실린 답들은 굉장히 현자의 대답처럼 지혜가 담겨있고 시인의 목소리처럼 상징과 비유도 구사하고 있다. 대답에서 어떤 인격성을 찾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역시 답변자가 인공지능이다보니 그런 부분이 어렵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는 만족스러워서 오랜 세월의 지혜를 빅데이터로 모아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한다는 것에는 확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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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랑은 꽃과 같아서, 한번 찾으면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모래시계와 같아서, 위쪽 절반에 가득 찬 모래가 아래쪽 절반으로 천천히 흘러내린 후, 그 모래가 다 떨어지면 다시 채울 수 없다.
사랑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비춘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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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로 인공지능은 인간과 가장 닮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감정 역시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지금 챗gpt는 현실이다. 언제든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세계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로 열린다. 질문을 많이 쌓아두었다면 이제 챗gpt에게 물고 답변에 귀기울이는 것이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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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베이비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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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베이비
김의경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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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국가의 난임병원. 아이없이 살고싶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아기를 낳으려는 절박함과 진심이 닿아있는 곳이 난임병원이다. 난임이라는 아픔을 함께하는 그들의 단톡방 이름은 "헬로베이비"다.
시험관 시술 전문인 ‘아기천사병원’을 배경으로, 변호사일로 출산이 늦어진 마흔의 혜경, 프리랜서로 일하며 경제적 문제로 뒤늦게 출산을 생각하는 기자 문정, 미혼으로 난자 냉동을 시작한 수의사 소라, 무정자증 남편의 문제와 경제적 여견에도 시험관을 시도하는 지은. 남부러울 것 없는 풍족한 삶에 난임으로 고통받는 46살의 정효. 이들의 단톡방은 시험관 출산과 임신에 대한 이야기로 쉴새없다. 너무나 생생한 현실수다지만 각자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픔을 공유한 이들의 정서적 연대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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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인물이 다양해지면 실제 살아가는 누군가는 목소리를 얻는 셈이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고민과 심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난임여성에 대해 심도있게 그려지도 동시에 그들이 구축하는 세계 역시 역동적이다. 이전에 콜센터에서 봤던 대로 인물 한명에 집중하여 진행되고 이를 번갈아가며 서사가 확장되는데 뒤로 갈수록 그 전개가 긴박하게 진행되어 몰입감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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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에세이 생활이라는 계절을 읽었는데 작가님도 난임시술을 받으시는 것을 솔직히 써준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말 마지막에서 미래에 만날 아기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마음을 떠올리면 작가님의 진심이 소설로 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 중 문정의 대목에서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말하는데 아마도 작가님의 글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진정성이라는 면에서 이를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이를 소설로 그려낼 수 있는 용기와 능력에 감탄하게 한다. 사실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의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동시대 작가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되는 듯하다. 이 책 또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장 깊은 시선으로 다루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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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라는 환상 - 사랑과 모험의 서사
이정옥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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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서사에는 ‘로맨스’가 있었다. 특히 여성이 주인공이라면 로맨스로 인해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독자역시 깊게 공감하며 동조하게 된다. 사랑을 하는 당사자나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나 모두 사랑 앞에서 무장해제되고 이를 통해 희열을 느낀다. 소설이나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무수하지만 사랑의 서사에 대한 특별한 이론서인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좀더 풍요로운 해석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로맨스는 인물과 배경에 의해서 시대를 반영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을 통해서 동시대의 욕망과 열망을 포착한다. 이 책은 궁정풍이라고 볼 수 있는 로맨스의 발생부터 오늘날 여성의 서사까지 폭넓게 접근한다. 예외없이 로맨스에 대한 추억이 있는 독자라면 해박하고 깊이 있는 지적 만족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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