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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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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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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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남는 것들과 역사로 기록되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역사적 중점에 따라서 혹은 관점에 따라서 판단이 내려질 것인데 우리가 역사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정착을 통해 축적된 기록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착하지 않은 이들은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그들은 정착민들에게 침략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정착에 실패한 유랑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노마드는 나의 막연한 생각에 역사적 근거가 명확한 대답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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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의 역사만을 알았기 때문에 유목민에게 어떤 역사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났다. 정착은 인류 문명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유목의 삶에 어떤 양식이 있을수는 있어도 이것에 주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착과 유목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의 역사가 이동의 역사임을, 정착을 위한 방황이 있었고 혹은 자유로운 이동의 삶을 추구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또한 이 책은 시대나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가 이어지는 역사책이 아니다. 저자인 앤서니 새틴이 문제의식으로 종횡무진하는 서사가 매력적이다. 역사와 신화 민담 등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전개된다. 400장이 훨씬 넘는 분량에 유목의 역사라는 낯선 주제임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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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는 벽 없이 생활하며 경계 너머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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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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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문명이란 사회의 여러 가지 기술적, 물질적인 측면의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을 말하며 그 결과물에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역사적인 영향이 깊이 자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방대한 범위와 이를 이해하는 탁월한 식견 그리고 전달력을 고려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1969년에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에서 예술을 통해 문명을 설명하는 시도를 해냈다. 그는 조각, 회화, 건축, 예술,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로 오가며 서양 문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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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예술작품을 볼때 감탄하지만 그 자체의 예술성만으로는 이 작품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작품이 소개되는데 저자의 설명이 단순히 작품을 향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말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이 실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문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역시 문명을 말하는데는 신중함을 보인다. 그는 존 러스킨의 표현을 빌어, 위대한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행동의 책, 언어의 책, 예술의 책에 담아 보인다고 했다. 따라서 저자의 시도는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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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에서 종교적 차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교회의 승리'라고 말하며 교회가 유럽의 정치, 사회, 그리고 예술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보여준다. 기독교 신앙은 확고부동하지만 낭만주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상상력과 환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어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는 인간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시기다. 과거 종교적 영향력이 장악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전면으로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인간은 세계와 자신을 탐구하면서 변모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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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기 때문에 500쪽 가까이되는 상당한 분량에도 가독성이 좋다. 특히 다큐의 대본임을 감안해 저자의 해설이 친절하고 또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해설에 등장한 작품은 대체로 책에 실려있기 때문에 이해를 높힌다. 마치 도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려있는 미술작품의 사진이 풍부한 것 또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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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 조각 혹은 건축을 설명하지만 그 작품의 배경을 비롯해 방대하게 이어지는 시선의 스펙트럼은 독자에게 예술에서 역사, 인문학, 과학 등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시대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생생하게 시각적 자료로 제시되는 예술작품들이 생생하게 실려있는 점도 장점이다. 기독교 기반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다가 전쟁이나 혁명과 관련된 작품들이 등장해서 그림만 보아도 대강의 서양역사를 조망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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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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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역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그중 동화는 어떨까? 여주인공은 아름답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며 혹은 신비롭게 이야기를 열어준다. 동화의 여주인공들, 즉 이 책은 동화 여주의 잔혹사를 부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이다. 깊고 아름다운 숲을 연상하는 제목은 숲에 들어설수록 낯선 비밀을 전하는 것처럼 깊이 끌리게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마치 숲처럼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듯 해석은 매혹적이다. 미처 생각 하지 못한 지점에서 저자의 해박한 역사적 혹은 인문학적 접근은 동화 이상의 큰 재미와 의미를 준다. 동화는 어릴 때 읽은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해석을 통해서 사람들의 욕망과 결핍에 접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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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빚어가고, 동시에 다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낸다. 이야기밖에 못 한다며 무력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가장 오래가고 근본적인 변화의 힘이 아닐까.(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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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들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1장 쌍년이 되는 건 해법이 아니다
2장 소년이 걸어야 하는 자기 몫의 황무지
3장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는 여자
4장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5장 탑에서 나와 광야를 걷는 여자
6장 자식은 죽여도 아버지는 못 죽인다
7장 백설공주 계모 왕비의 거울 뒤, 그놈 목소리
8장 이제는 인간으로 변신할 시간
9장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10장 뜨개질하는 여자를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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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이라거 어떤 동화가 등장할자 예상되면서도 막상 읽어보면 저자의 시선은 새롭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기에 내가 알고 있던 동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심코 읽어온 동화들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은 익숙한 숲의 시작에서 낯선 곳으로 따라가게 되는 매혹과 흥미를 그리고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전달했다. 특별한 독서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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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생물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생물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헬렌 필처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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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김에생물공부
헬렌필처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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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의 '그림으로 과학하기' 중에서 생물공부를 소개한다. 나도 공부를 할 때 혹은 전달할 때 한장의 그림으로 전체 내용을 구성해 1page를 활용했었다. 그때 도식을 위한 비주얼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또한 직관과 전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그림으로 학습하는 것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태어난김에생물공부 는 효과적인 학습법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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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해서는 학창시절부터 자신이 없었고 또한 다른 공부를 하거나 시사적인 정보를 받아들일 때에도 과학은 넘어갈 수 없는 난관이었다. 철학을 공부할 때 물리가 소환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면 생명이나 지구과학의 개념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과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공부할 것이 많아 여러모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림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과학을 그림으로 공부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림으로 공부하려면 사실 어느정도 개념화가 되어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과학에 있어서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공부하는 효과를 알면서도 시도할 수 없었다. 제발 누가 해주기를 바라면서.....그러니까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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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물학의 핵심 개념을 그림으로 설명한 책이다. 그림은 실제 손필기처럼 굉장히 눈에 잘 들어온다.
선명한 색을 활용하여 마치 내가 갖고 있는 형광펜과 싸인펜을 이용한 것처럼 친숙하다. 동시에 상당히 전문적이다. 도표, 마인드맵, 그래프등을 활용하면서 인포그래픽, 중요도에 따라 시선의 흐름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설명도 짧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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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절반 이상은 텍스트나 음성 신호보다는 도표나 그림, 영상 등 시각 자료가 제공될 때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시각적 학습자(visual learner)라고 한다. 과학이야말로 가장 시각적인 정보를 효율적으로 구조화하여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생물공부로 시작했지만 함께 출간된 화학이나 물리도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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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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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극단적소수가다수를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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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민주주의만이 현대 정치사회의 최선일까. 역사적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에 도달했지만 과연 지금 우리가 원했던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라고 비판했으며 지혜로운 철인 통치자에 의한 정치를 이상으로 꼽았다. 또한 슘페터 역시 엘리트 민주주의를 제시하며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해서 말했다. 과거의 사상들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 정치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대의제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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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절차에 충실하다고 해서 입법과 행정이 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까.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과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의 형태가 어떤 허점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 민주주의에 안도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과연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예리한 시선을 담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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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비롯한 정치적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미국정치에 대한 제언이기에 그 무게중심은 미국사회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적 시선에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독재가 아니라도 말하지만 사실상 다수의 지배는 제도적으로 용인되어왔고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인정한다. 아마도 미국을 넘어 많은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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