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 수 있는 생각 - 소프트커버 보급판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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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수있는생각
이수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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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책에서 글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그림책의 정체성은 그림에 있겠지만 일단 책의 범주에서 서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수지의 그림책을 처음봤던 10년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똑같은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 비해서 두번째에 그리고 세번째에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그림 사이의 여백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천천히 알게되었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내 마음에 저울을 떠올리게 하는데 처음에는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같은 '그림'에 기울었다가 곧 서사를 발견하면'책'에 기울고 결국 '그림책'에서 평형을 찾는다. 그림책 작가로서 이수지는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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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자 그림책에서 기발한 상상과 지극한 행복감에 빠져들다가도 의아한 지점들도 있다. 내 이해가 가 닿지 않은 것인지 너무 빨리 끝나는 느낌, 아이다운 순수에 교감하지 못해서인지 어딘가 단순한 생각만 머물 때가 간혹있다. 여러차례 보고 느끼며 결국 애정하게 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전에 여백이 허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에세이를 간절히 기다렸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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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없으면 독자의 이야기가 된다. 독자가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속에 있고, 그림책은 그저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열어주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글이 없는 자리에 글을 채우지 않고 독자에게 내어준 여백에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교감의 공간이 그의 책에 있다. 이수지 그림책의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다. 파도와 놀기도하고, 그림자와 놀기도 한다. 독자는 그 공간에 초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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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씩씩합니다. 생의 초반, 온몸으로 부딪히며 세상과 만나는 이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어린이에게 그다지 다정하지 않은 이 현실에서, 그래도 그들에게 다가서서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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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아이가 놀고 여백에 초대받은 독자가 노는 상상을 하는 사이 작가의 위치는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고민하며 그리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라는 이름의 아이들은 이수지의 그림책에서 신나개 보는 아이들처럼 밝고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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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을 먹다 스르르 잠든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얼굴에서 배어 나오는 고요와 평화가 전류 흐르듯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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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의 첫대목에서 아이로부터 느끼는 행복이 느껴졌는데 뒤를 읽어볼수록 아이와 함께하며 작업하면서 힘든점과 보람된 부분도 솔직히 다뤄져 있어서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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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몸이 생각에서 깨어나 손가락 끝으로 그림이 내려와서 이제는 그릴 수 있겠다 하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와서 응 엄마 조금만 있다가 떠날게....." 라는 대목에서 아이도 소중하고 반갑지만 자신의 작업을 미뤄야하는 아쉬운 마음도 볼 수 있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들이나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중한 마음들도 글에 담겨있어서 반갑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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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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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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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하다. 철학 만능론에 대한 책은 아니다. 여기서 철학과 날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의미는 저자의 이름, 서동욱에서 발견한다. 나는 그를 시인으로 먼저 알게되었다. 그의 시에는 선명한 이미지와 그만의 사유가 녹아있었다. 아름답도 고요하지만 이면의 균열 또한 느껴졌었다. 이후 그가 철학연구자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굉장히 학문적 깊이가 상당한 책을 다소 무모하게 도전했었다. (어려워서 완독하지 못했다) 이 책은 시인으로 활동해온 서강대학교 철학과 서동욱 교수가 7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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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철학을 말하는 지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또한 '날씨를 바꾼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날씨는 사람들이 통용하는 기상이 아니라 건조한 삶에 내리는 단비, 먹구름이 가득한 흐린 마음에 비추는 햇살같은 것이었다. 단비와 햇살은 일상에서 만나는 행운 같은 존재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행운에 의존하는 기다림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날씨를 바꾸는 철학이 여기에 존재한다. 삶을 관조하고 깊이 느끼며 전환적 사유로 해방감을 느끼는 것, 철학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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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라는 답을 알지만 그것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철학책을 무작정 읽는다고 쉽게 달라질 수는 없다. 철학적 사유를 내면화하기 위한 연습이 시인이자 철학자인 서동욱의 에세이에서 빛나는 방식으로 재현된다. 그는 우리가 성숙할 수 있을지 묻고 삶과 예술 그리고 문학과 철학을 통한 내적 평화와 성장을 말한다. 또한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견지하면서 비판적 안목에서 지혜를 찾기도 한다. 문장이 아름다워 때때로 생각에 잠겨 독서의 시간이 길어졌지만 다 읽고 나서 느끼는 충만함이 상당한 책이었다.



"해답이란 문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이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해답의 범위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앓는 저만의 질병처럼 각자의 삶으로부터만 피어오른다."(22)

"산책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이 있다. 산책에는 단조로움과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달리 말하면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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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그림꿈 Dear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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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그림꿈
#서현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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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그림, 한자로 하면, 초충도. 신사임당의 그림이 떠오른다. 은은한 자연의 초록들로 재미있는 상상을 한다. 풀벌레는 뭐하고 있을까. 조그만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작가는 귀여운 풀벌레 캐릭터로 차를 마시고 잠드는 풀벌레의 일상을 보여준다. 단순한 선과 자연스러운 초록빛의 풀벌레는 무슨 꿈을 꿀까.
사람이 되는 꿈을 꾸고 다시 일어나 꿈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사람이 풀벌레가 되는 꿈을 꾼걸까?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풀벌레와 사람은 꿈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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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풀벌레야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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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화분이 깨지면서
이야기는 '대체 누가 꿈을 꾼 것인가'에 대해 논리가 아닌 상상의 세계로 뛰어든다.
문닫기 직전의 박물관에서 초충도를 보며 졸던 한 사람이 벌레가 되는 꿈을 꿨다고도 한다. 벌레인지,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제 사라진다. 궁금증이 풀린 것이 아니라 궁금한 채로 머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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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선의 풀벌레와 사람은 닮아있다. 서로가 혼동스럽다. 그리고 한국화의 은은한 번짐과 경계없는 그림들은 모호하지만 순수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서현작가를 좋아하지만 이 책의 상상은 어느때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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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생 - 제1회 이영만 연극상 작품상 수상작
송김경화 지음 / 아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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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연극상의 첫 번째 작품상은 <2014년생>이었다. 연극연출가인 송김경화는 2014년에 태어난 딸을 주인공으로 2014년의 생존자를 만나며 참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014년생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안전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연극으로 관객과 하나가 되어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세월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마음에 품은 채 세월호 10주기를 맞았고 그 사이 조금씩 질문의 답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특히 이 책 2014년생을 보면 내가 내 안의 슬픔에 갇혀 애도하는 것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에 태어나 세월호의 시간만큼 나이가 든 어린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참사의 원인 규명 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참혹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질문에 어떻게든 응답해야하는 순간을 맞게 된 것이다. 이또한 역사가 되어 세월호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막막한 심정에서 나는 구원처럼 시원을 본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안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일 줄 알고 세월호 생존자인 언니들과 함께 하며 진심이 담긴 질문을 던지는 열 살 시원. 그리고 기억하겠다는 당위를 넘어 기억교실과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아는 사람’처럼 느끼는 모습은 오랫동안 질문만 남은 나에게 다정한 정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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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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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헤세의 시를 가장 깊게 느낄 수 있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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