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 다림 청소년 문학
남유하 외 지음 / 다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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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모든책들의도서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수만권의 책들 사이에서 황홀한 방황을 한다. 미로를 헤매고 있지만 도착지로 가장 멀리 가는 길을 찾는다. 정적속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이 마음은 한껏 즐거워진다. 여유를 찾을 수 없을 때, 도서관으로 숨었다. 그곳에서 합당한 휴식을 누렸다. 학창시절에는 읽지도 못할 책을 잔뜩 빌렸다가 그대로 반납하기도 했다.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공부하기 싫을 때는 자료실에서 신간을 찾아 읽으며 쉬고 갔다. 책의 표지, 책의 제목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기도 했다. 특히 시집들의 제목을 이어가는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책날개의 자기소개를 보며 부러움과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에게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가 쌓여있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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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 <도서관을 훔치다>
세상모든책들의도서관은 책과 도서관에 대한 청소년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내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의 첫 작품인 "도서관을 훔치다"에 받은 인상 때문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 그는 도서관의 요정이라는 장난을 하며 책제목으로 이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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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거야?”
나는 목소리를 죽이고 물었다.
“마법이야.”
“뭐?”
쉿. 이세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웃었다. 마법이라고? 세상에 마법이란 게 정말 있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마술 같은 거겠지. 하지만 마법이든 마술이든, 파랑새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세의 말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친구라면 마냥 귀찮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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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틈이 벌어지고 신비로운 도서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소중한 친구가 된다. 도서관에서 책들의 힘으로 마법이 일어나고 호기심 이상의 마음이 세이와 이세, 서로에게 싹튼다. 이세를 상상하며 도서관 로맨스에 빠져들었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도서관 창에 기대 커튼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보였던 후지이이스키를 떠올렸다. 도서관의 요정이라는 이세의 모습은 어떨까. 이세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소설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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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갖게되는 책 때문에 여장을 하고 여학교에 가는 성혁이의 허당 스릴러,
정해연, <뺏어준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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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전쟁이라는 특별한 소재로 시선을 끄는 SF,
문지혁,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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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은 책을 찾기위한 소녀 사랑의 흥미진진한 모험,
정명섭, <모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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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귀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며 몰입감을 주는 공포소설,
전건우, <귀서(鬼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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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도서관이라는 소재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된 단편소설로 무한한 상상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장르를 만난다. 책에 대한 상상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이야기를 파생시킨다. 한권의 책에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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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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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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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지향점이 될 것이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탐색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야기마다, 장르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토록 놀라운 상상의 서사와 강렬한 몰입감으로 시선을 끌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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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덜트를 위한 소설. 특별한 장르의 선호없이 읽는 나로서는 영어덜트라는 세대를 타겟한다는 것이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영상과 모바일 친화적 환경에 적응해나갔던 우리와 달리, 이미 태생부터 그들의 환경은 인터넷부터 영상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이 소설을 보고 든 생각은 소설의 서사보다는 반전을 거듭하는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영하 41도의 혹한기에서 액터와 디렉터, 특권층만 살아가는 스노볼이 있다. 발전소 노동자인 초밤은 스노볼이 디렉터가 되는 것을 꿈꾼다. 발전소의 쳇바퀴를 돌려 스노볼의 에너지를 만든다. 초밤은 타인과 구별되는, 특별한 자신만의 서사를 꿈꾼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열망은 스노볼이 입성하고 싶은 욕망으로 자리잡는다. 디렉터 차설의 제안으로 자살한 인기액터 전해리의 대역을 맡는다. 그러나 단순한 지역이 아닌 완벽한 리얼리티쇼에서 해리가 된 것이기에 그녀의 삶에 이입된다. 불행을 찾아다녔다는 해리. 인형처럼 이용당한 것은 아닐까. 불길한 예감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스노볼에서 날씨를 담당하는 기상캐스터라는 화려한 삶, 유명인사와 어울리며 최상류층의 삶을 살면서도 공허감과 의문은 이어진다. 초밤이 혹은 해리, 경계에서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음모의 세계를 밝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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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하나의 서사로 이 많은 이야기를 심도 깊게, 또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는 것에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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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한국소설의 젊은 감각은 어디까지 뻗어 나가고 있는 걸까. 반전된 「트루먼 쇼」에 『적과 흑』의 쥘리앵 소렐이 출연해 「설국열차」의 욕망에 휘말리는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민규동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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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에서 제일 공감되는 문장을 가져왔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특권층만 인물들의 리얼리티쇼이다. 그렇기에 트루먼쇼를 연상하면 동시에 계급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또한 극한의 기후위기상황에서 설국열차가 연상된다. 이 소설은 청년의 자아찾기임 동시에, 빈부격차,계급문제, 기후문제 등 현재 사회의 화두를 던진다. 아주 흥미진진한 서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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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스노볼 #창비사전서평단 #영어덜트소설 
#장르소설 #카카오페이지 #창비소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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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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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든 소설이든 기대하게 하는 작가 임경선의 신작이다. 
사전서평단의 기회로 먼저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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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사랑
서로에 대한 마음을 설계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것, 마치 감정의 내진설계를 하듯 안전하게 마음의 평온을 점검한다. 굳건히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확인하며 마치 다리를 놓듯이 서로를 받아들인다. 
주인공 수진은 서른여섯의 독신여성으로 유능한 건축가다. 그녀는 직장상사이자 건축가인 혁범과 연인 관계다. 그는 유명 여배우와 이혼했으며 한명의 딸이 있다. 그들은 고요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며 연인으로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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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사의 사랑.
건물을 지었다면 그 공간이 환경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조경이 필요하다. 일상의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력이 넘치는 순간의 행복을 구상하는 것이 조경사의 일이다.
건축가인 수진에게 여덟살 연하의 젊은 조경사의 한솔이 다가온다. 사랑을 숨길 수 없는 투명한 청년은 수진의 일상에 꽃처럼 피어난다. 사려깊지만   진심을 전하는 힘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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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소설 <가만히 부르는 이름>은 어른의 사랑이야기다.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독자로서 읽으며 행복했다. 사실 사랑이야기는 너무나 흔한 서사가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사랑의 강도와 순수성을 생각한다면모든 사랑이야기는 새롭다. 독자가 느끼는 설렘과  기쁨 그리고 슬픔의 감정들을 새롭게 만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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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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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의 얼굴이 한없이 밝거나 한없이 어둡기만 하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기 전에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웠을 텐데, 수진에겐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큼의 차분한 어둠과, 손쉬운 자기연민으로부터 자유로울 만큼의 힘찬 밝음이 함께 머물렀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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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나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야. 그럴 때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일들은 알아서 흘러가게 둘 수밖에 없어.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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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럽지 않아도 좋아요.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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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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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이 책의 서문에서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폭로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나는 '폭로'보다는 '자각'이라는 차원이서 받아들인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찾아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첫번째 시도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나를 안다는 것에 있어서 대단히 주관적이거나 확증편향에 의존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알기 위한 노력이 나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의미는 있지만) 객관적 성취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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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을 쓴 이우성 시인은 "이 책을 읽을 당신은 운이 좋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자신에 대한 확실한 변화를 예감하게 한다. 자신의 아비투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심리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마치 만족과 결핍에 있어서 자신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생을 긍정하는 실천적인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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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위대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특별한 재능을 실현하거나 성과를 더 많이 인정받고 싶든, 고급 아비투스는 당신의 목표 달성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시야를 넓히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당신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할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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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쪽.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 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사람은 빛나지 않음으로써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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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쪽.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를 “뇌뿐 아니라 주름, 몸짓, 말투, 억양, 발음, 버릇 등 우리를 나타내는 모든 것에 기록된 몸의 역사”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몸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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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쪽. 큰 야망은 아비투스의 명확한 변화를 요구한다. 정신, 문화, 지식, 돈, 신체, 언어, 관계,일곱가지 자본을 더 많이 가질수록 큰 야망을 실현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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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삶의 근본적인 변혁을 이끄는 메시지들이 많았다. 단순히 당위적 표현만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보편타당한 성공의 조언들이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각각의 자본들이 서로 연관되어 성장과 발전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부디, 지금부터라도 나의 아비투스를 통해 자신을 알고 자본을 활용하는 지혜로운 삶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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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테마소설 1990 플레이리스트
조우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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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랑은처음이라서
1990 플레이리스트
테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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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서 
언제든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나에게도 그렇다.
지금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음악은 과거의 추억을 담아 그때로 돌아간다.
음악은 마음속에서 시공간의 자유를 허락한다.
1990년대. 요즘들어 자주 소환되는 시기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노래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여성가수들의 음악들이다.
물론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던 노래도 있다.
음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가들의 서사에 귀기울이다보면 나의 이야기도 함께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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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의 ‘눈동자’,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 자우림의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박지윤의 ‘Steal Away(주인공)’, S.E.S.의 ‘I’m Your Girl’, 한스밴드의 ‘오락실’, 보아의 ‘먼 훗날 우리’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음악들이다. 이 소설은 90년대 가요를 작가가 하나씩 선정에 그와 어울리는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그러면 이 노래를 알고 있던 독자는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에게도 노래와 관련된 추억이 있고 또한 기대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소설과 독자의 이야기 중간에 노래가 있고 그 거리가 좁기도 했고 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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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의 거리가 가까웠던 작품은 조시현의 <에코체임버>였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일상이 무척 선명해 공감을 받았고 또한 한스밴드 오락실의 가사 중 "승부의 세계는 너무너무 냉정해"를 과거와 현재의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연상되며 여운을 남겼다. 한스밴드의 가사 속 서사가 짐작되는 지점이나 실패와 후회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했다. 아마 가요를 적절히 연상시키면서도 소설 안에서 가요를 주되게 형상화하여 읽는 내내 재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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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권민경 시인의 발문은 어쩌면 소설보다 더욱 공감을 자극해 여러번 다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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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들은 분명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고, 또 어느 정도 사소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공감의 이야기이다. 2020년 현재까지 이어질 만한 강력한 공감.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읽혀온 문학 작품, 불려온 노래들처럼, 이 책의 소설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되길 원하며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 권민경(시인),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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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감이 넘치는 표지 속에 노란 원피스의 소녀는 헤드폰을 끼고 돌아본다. 그녀는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듣던 그 시절의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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