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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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몰랐던k
#박노자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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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언젠가부터 k는 한국의 정체성으로 여러분야를 지칭할 때 k를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k는 자랑스러운 이름들을 연상시켰다. kpop를 비롯해 k뷰티 k푸드 k방역....등등. 우리가 k이고 k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k라는 책 제목은 우리가 정말로 몰랐던 혹은 모르고 싶었던 k의 실체에 접근하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진짜 k를 알기 위해 k가 아닌 박노자 교수가 k를 말한다. 너무 가까이에 있기에 혹은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어쩌면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들. 스스로를 정확히 아는 힘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몰랐던"에 대해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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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의 경계에 있다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저자는 두 문화의 공통점으로 서문을 시작한다. 그가 말하는 닮은 점에서 반가움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와 권위주의, 억압적 징병체계 뿐만아니라 자살률에서 양국이 공유한 사회적 문제를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서는 차이가 있다. 체제의 몰락이나 빈곤율의 상승과 관련된 러시아와 달리, 한국은 꾸준한 경제성장에도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진 것이다. 서문에서 이러한 지적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절대적 성장에도 상당한 자살률의 증가를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피하고 싶은 문제제기들을 저자는 가장 정확한 지점에서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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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아무리 부강해져도 ‘개인’은 계속 마음이 병들어간다. 자본과 국가의 ‘성장’ 대가를, 부단한 생존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종종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 하는, 그러나 그러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잘 어루만지지도 못하는 이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개인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폐쇄 회로를 달리는 듯한 이 ‘설국열차’를 과연 멈추게 할 수 있는가?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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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거나 알았음에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주제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이는 비판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제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나온 과거에 대해서 '망령'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제기하는 1부는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온 관습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2장으로 이어지는 위계에 대한 지적은 "라떼는"으로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것 또한 얼마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한국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보며 농장주와 농노를 연상하는 외국 사람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3장의 혐오는 많은 이들이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이슈가 아닐까. "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부제가 불편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서 4장에서는 노동을 그리고 5장에서는 세계화에 대해서 말하고 6장에서는 미래의 k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제언한다. 한국사람인 나보다 더욱더 자세히 정확하게 아는 저자의 지식에 놀랍다. 한국인이기에 한국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는 것, 그것은 위험하다. 저자가 말하는 "당신이 몰랐던 k"라는 제목에 이어서 말한다면, 이제는 알아야할 k다. 저자의 불편하지만 필요한 제안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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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소호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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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사랑하지않는사람에게
이소호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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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미워도 그리운 사람일까. 하지만 정확한 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을 나는 사랑하거나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사랑의 관계를 상상했거나 혹은 실패했던 기록이기에 '나는' 사랑을 했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독자인 나는 같이 울어줄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 이 책의 필자인 이소호 시인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연애와 인생의 흑역사 같은 장면들로 이뤄진 이 책은 사랑의 실패에 좌절하고 낙담하는 것을 넘어선다. 어쩌면 동화의 결말처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문구가 가식처럼 느껴질 만큼 이 책에서 전하는 실패의 이야기들은 매우 솔직한 망한 연애담이다. 실패의 사연으로 위안을 얻는가? 그렇지 않다. 누적된 실패로 용감하고 거침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실패에 성공한, 망한 연애를 집대성한 이 순도 높은 이야기가 결국 감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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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다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나는, 짝사랑의 귀재가 되어 늘 사랑에 실패했다.(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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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하고 싶었다. 사랑에 실패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습지만 나는 늘 나를 멋지게 망칠 남자를 기다렸다. 망칠 만한 남자는 사실 널려 있었고, 나는 골라도 역시 제일 좋은 것만 골랐다. 가장 최악의 남자를. 먼 미래까지 내 인생을 괴롭힐 최악의 남자를 골랐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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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안전하게 적당히 피해가는 것으로 사랑을 대하지 않는다. 언제나 대담하게 직진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실패를 완성하는 것, 사랑의 이름으로 가장 강렬한 나를 발견하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시인 김수영이 온몸으로 쓴다면 시인 이소호는 온몸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망가지더라도 문장의 주어는 가장 생생한 자신이 되며 늘 능동태로 세상을 대한다. 당당한 실패의 이력들은 빛난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실패로 끝났기에 결국 인생으로 보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록을 남김으로써 완벽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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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올리다가 내가 정말 사랑했던 건 사랑에 빠진 내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호 시인의 이 에세이에서 그려지는 '소호'가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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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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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공부하는할머니
#심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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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좋아하는 카페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자가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은 분위기나 음료의 맛만이 아닌 ‘공부하기 딱 좋은 곳’이다. 혼자 책을 읽거나 아니면 함께 공부하기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혼자 있음에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33쪽)는 것이 저자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저자의 공부는 독서실이나 절(?)과 같이 고립된 공간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배움을 목적으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소소한 집단지성을 이뤄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즐거운 공부가 가능한 이유는 함께하는 공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의 가장 확실한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이 바로 공부다. ‘공부’는 잘하든 못하든 부담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말이다. 학창시절의 무거운 임무이며 결과로 잔인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따라서 공부는 놀이와 반의어라고 생각했으나 공부를 놀이로 가볍게 이어붙이는 저자의 마인드는 새롭다. 공부에 대한 책은 흥미롭게 공부를 유도하고 권유하기도 했으나 와닿지 않았다. 또한 공부 자체가 그저 재미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이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천재라고 불리거나 노벨상을 수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년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으나 그 사람도 재미있다고 말하진 않았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공부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저자는 경쟁과 목표와는 무관하게 느긋한 마음으로 공부를 즐긴다. 시작의 비장함도 없고 중단의 좌절감도 없다.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그리고 불어까지 5개의 어문학 학사 학위가 있는 저자는 미술, 음악, 영화, 철학 등을 전방위로 배우고 또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은 성과 없음이나 실패가 아니라 자유로움을 주고 동시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배움이든 진입장벽을 만든 것은 나의 두려움이나 부담이 아니었을까. 중단할까 봐 염려하거나 실패할까 봐 걱정하며 공부를 한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다. 공부에는 성적이나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공부의 재미를 놓쳐온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했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공부는 진짜 재미있는 것임을 확신한다. 마치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놀잇감을 찾아다니는 아이의 천진함을 저자의 공부이력에서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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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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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이 책의 제목을 낮은 목소리로 읽어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 부류, 어쩌면 ‘그’라는 대상화로 거리를 만들고 있고 또한 마지막 존재라는 것은 안타까움 혹은 쓸쓸함을 막연히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표지에서는 두 명이 여성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거리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흑백사진이 있다. 가장 강렬했던 시기라는 60년대 여성의 우정 혹은 연대를 예상할 만 했다. 하지만 ‘연대’라는 말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만큼 나는 너무 자주 그리고 편리하게 그 단어를 떠올렸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토록 쉬운 것이 아니다. 곁에 있거나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 마음을 뜨겁게 했던 ‘연대’라는 말이 이제는 어딘가 부끄럽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두 여성의 연대라기 보다는 계층과 인종을 넘어 치열하게 연대하고자 했던 가장 진실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두 여성의 서사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연대의 불꽃을 심도록 하는 강렬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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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 기분을 알아야해. 나한테는 겨우 한 시간이었지.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존재로.”(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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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집안의 외동딸로 뉴욕의 명문 버나드에 다니는 앤은 계층과 인종의 불평등에 대해 전투적으로 싸우는 학생이다. 그는 스스로 가난하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룸메이트로 자신과는 가장 다른 세계의 사람을 요구한다. 그렇게 화자인 조지와 만나게 된다. 가난한 집에서 폭력에 노출되며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낸 조지는 앤을 동경하면서도 불편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앤을 비롯한 친구들이 베트남전이나 계층 갈등 등 구체적인 현안에 목소리를 높일 때 정작 이를 경험한 가족과 함께 힘들게 살아온 조지만은 마음을 다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종, 계층 등 사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혜택과 특권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지나친 도덕적 순결과 이분법적 성향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참혹한 현실을 견디어야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태도가 위선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대부분 서술자가 조지이기 때문에 앤의 진심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지는 타인을 서술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조지가 오로지 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 특히 가출했던 여동생 솔랜지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다뤄져있다. 아마도 1960년대 미국의 히피를 다루는 것으로 보이는데 약물을 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인상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조지가 앤을 회상하고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며 사랑을 만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섬세한 서술로 조지가 앤을 말하더라도 그 안에서 조지를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앤은 독보적으로 강렬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태생적 행운과 부를 부끄러워하며 이를 착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흑인인 연인이 백인 경찰로부터 모욕을 당하자 견디지 않고 주저없이 행동한다. 그는 교도소에서도 인간의 조건에 대해 통찰하며 비참한 생활 속에서 선행을 베푼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가난뱅이 놀이’ ‘혁명놀이’로 비하되며 사람들에게 냉소와 배신감을 준다. 앤은 어떤 존재로 성장했는가, 그의 부모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앤에게 가문과 부 그리고 재능을 물려준 그의 부모는 앤으로부터 경멸의 대상이다. 자선의 의미를 그들로부터 배웠음에도 앤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희생자로 여기며 강박에 가까운 책임과 윤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의 부모 특히 아버지인 터너는 조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앤을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들을 전한다. 앤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앤의 그림자가 얼굴에 남은 것처럼 느껴진다.
앤은 일생을 다해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교도소에서도 그는 인도주의자가 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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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관리자들은 말했다. 그리고 성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우리는 말했다. (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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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를 순교자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 스스로 순교자가 될 수도 있었다.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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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소설의 제목으로 돌아온다. 부류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 부류의 마지막 존재’가 누구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막막했던 안타까움이 결국 마지막 존재를 지키지 못한 것이 우리였음을 느끼며 부끄러움이 된다. 누구의 찬사와 환영도 없었지만 신념을 위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의 결심 이전은 무너지고 일어서는 반복이었을까. 그를 어떻게 불러야할지 판단을 유보하겠지만 나는 명명 이전에 그를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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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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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싫어서다정하게
#김현
#창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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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란 무엇일까. 에세이의 '호시절'이라고 할만큼 많은 에세이가 출간되고 또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기에 좋은 에세이가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남기면 독자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그 지점에 있는 사람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좋은 에세이에는 막연히 "울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장면을 포착하여 자신의 일상에서 사유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작가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최대한 정확하고 선명하게 그려내는 문장.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의 감각들이 빛난다. 그리고 그 울림이 전달되어 읽고 있는 나 역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김현의 에세이가 그렇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물리적 시간은 그의 '다정'으로 인해 체험의 시간으로 변화한다. 그의 에세이들을 읽고 있는 시간이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농담이 끼어들며 경쾌한 분위기를 내다가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겁게 들을만한 메시지가 있고 또 고민의 무게 역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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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이 장난스러운 모순에서 '다정'의 목소리를 만난다. 그는 일상에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을 지지해주는 무게를 갖고 있다. 성소수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부동산으로 고민을 겪는 일상의 사람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연민이 아닌 연대가 느껴진다. 독보적 에세이스트라는 수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행간이 없는 시처럼 문장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마음 때문에 더욱 빛난다.
다정한 사연만 있는 책은 아니다. 다정하지 않는 사회에 작강 태도가 다정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혹은 직접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특히 그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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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으면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 마리를 세지 말고, 잔잔한 호수 위 작은 배 안에 누워 있는 너를 생각해봐,라고 말해주는 호에게 단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당신에게 찾아오는 애수는 어떤 날씨의 형상인가요."
―「애수의 소야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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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이르노니. 탁"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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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를 한 페이지가 늘어가는 책이다. 어떤 날은 또 다른 곳에 밑줄을 한다. 다정하기 싫지만 결국 다정을 택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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