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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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란 무엇일까. 에세이의 '호시절'이라고 할만큼 많은 에세이가 출간되고 또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기에 좋은 에세이가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남기면 독자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그 지점에 있는 사람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좋은 에세이에는 막연히 "울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장면을 포착하여 자신의 일상에서 사유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작가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최대한 정확하고 선명하게 그려내는 문장.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의 감각들이 빛난다. 그리고 그 울림이 전달되어 읽고 있는 나 역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김현의 에세이가 그렇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물리적 시간은 그의 '다정'으로 인해 체험의 시간으로 변화한다. 그의 에세이들을 읽고 있는 시간이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농담이 끼어들며 경쾌한 분위기를 내다가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겁게 들을만한 메시지가 있고 또 고민의 무게 역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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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이 장난스러운 모순에서 '다정'의 목소리를 만난다. 그는 일상에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을 지지해주는 무게를 갖고 있다. 성소수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부동산으로 고민을 겪는 일상의 사람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연민이 아닌 연대가 느껴진다. 독보적 에세이스트라는 수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행간이 없는 시처럼 문장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마음 때문에 더욱 빛난다.
다정한 사연만 있는 책은 아니다. 다정하지 않는 사회에 작강 태도가 다정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혹은 직접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특히 그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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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으면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 마리를 세지 말고, 잔잔한 호수 위 작은 배 안에 누워 있는 너를 생각해봐,라고 말해주는 호에게 단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당신에게 찾아오는 애수는 어떤 날씨의 형상인가요."
―「애수의 소야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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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이르노니. 탁"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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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를 한 페이지가 늘어가는 책이다. 어떤 날은 또 다른 곳에 밑줄을 한다. 다정하기 싫지만 결국 다정을 택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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