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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클락댄스 – 앤 타일러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에 비해,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적다. 시간이 가면 가는 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몇몇 사람들은 깨닫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행복하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살지만 행복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걸까.
『클락댄스』의 주인공 윌라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엔 보도 블록이 깔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혈질이었고,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아갈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이 지긋지긋하다며 그녀의 어머니가 가출하고, 며칠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고, 윌라와 그녀의 여동생은 고스란히 불안을 안고 지냈다. 며칠 뒤 돌아온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다시 지냈다.
대학생이 된 윌라는 언어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남자친구 데릭의 갑작스러운 약혼 강요로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녀의 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의 전남편 데릭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지금의 남편 피터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에게 연락도 거의 없는 그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부족할 것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윌라는 언제나 중심이 없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항상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인물처럼 답답하다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다 한순간, 윌라의 모습에 나와 세상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나를 위한
삶은 없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며 그것이 진정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살아가는 그 모습들이. 그래서 윌라를 답답한 할머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나와 동일시하게 되고, 그녀의
생각과 선택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니 내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내 인생의 중심을 아이로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일까. 그런
삶은 내 삶의 주체를 빼앗긴 삶이 아닐까.
항상 삶의 주체를 가족들에게 맞춰 살던 윌라는 노년이 되어서는 삶의 주체를 찾지 못했다.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고, 정원의 선인장에게 마음을 주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있었다. 자신과는
인연이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좋은 아이를 당분간 돌봐주었으면 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전화가 그녀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불평하는
남편과 함께 그곳으로 뛰어든다.
그곳의 생활에서 윌라는 점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 결정은 멋진 인생의 목표라 생각한다. 윌라는 항상 남들을 위해 살았다. 그 삶이 즐거움을 주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며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았다. 윌라의 모습은 우리 엄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항상 옆에 있어도
감사한지 모르고, 당연한 존재라 생각하는 그런 존재.
항상 수동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그들에게 맞췄던 윌라는 점점 변해간다. 떠돌아다니던 중심을 자신에게 맞추니 한결 더 편안해진다. 읽는 나조차
윌라에 대한 답답함은 가시고, 그녀의 새로운 목표를 응원하게 되었다.
작고 소박한 꿈을 갖고 있던 그녀의 어린 시절처럼, 어찌 보면 지금 그녀의 꿈 역시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진정 나를 위한 목표를 정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 반짝이고 멋진 일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그녀에게 응원을 던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세상에 많은 윌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그런 따뜻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