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다가올 미래 - 한눈에 이해하는 기후 변화 이야기
남성현 지음 / 포르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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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다가올 미래 : 한눈에 이해하는 기후 변화 이야기 – 남성현



 기후변화, 기후 위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미 TV SNS 등은 기후 관련 콘텐츠들로 넘쳐났을 테니까.


 나는 나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잊고, 이미 굳혀진 습관에 의해 자연스럽게 환경을 망가뜨리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관련 서적이나 영상을 접하면 죄책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며 다짐한다. 아직 한참 하수다. 변명을 한다 치고 한 가지 이유를 억지로 꺼내자면, 자극이 덜해서라고 생각한다. 영상 등의 콘텐츠는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내가 관심을 갖는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책은 일부러 찾아야 한다. 그나마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해서 찾아보거나 서평 의뢰를 받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자극은, 달라지는 계절과 폭우, 폭설뿐일 것이다.



 2022년의 여름과 겨울은 이상했다. 여름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짧은 기간 동안 비가 퍼부었다. 그 때문에 예상치 못한 피해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겨울은 너무 추웠다.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하지만, 평년보다 훨씬 추워 예년처럼 겨울을 준비한 이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들을 100%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가 날씨와 계절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버린 러시아, 그 덕에 유렵의 겨울은 큰일이 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유럽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가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유럽에겐 다행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전 지구적으로 본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고,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겨우 30년 전과 비교해도 지구는 많이 달라져있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는 소제목에서처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세분화되어 있는 책이다. 기후 변화가 한 가지 분야를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책은 읽다 보면 이해가 좀 어려운 곳까지 깊게 들어가면서 읽기를 포기하거나 그 부분을 넘겨버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럴 걱정이 없다. 넓은 분야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까지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해 호기심과 의문점을 갖고 배우기를 시도할 때 접근하기 딱 좋은 책이다.


 기후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땐, 시간이 많이 걸려도 끝까지 모든 페이지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교집합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작가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더 강조했기 때문에 책마다 다른 부분도 꽤 된다. 그리고 한 책에서 가졌던 의문점이 다른 책에서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여러 작가의 책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시작은 이 책이 좋겠다.




 기후 위기와 변화는 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겨우, 여름엔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웠다는 것만 피부로 직접 와닿았다. 하지만 같은 한반도에서 어떤 지역은 물이 부족해 단수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는 우기 자체가 없어지기도 하고, 파키스탄은 이래 적인 물 폭탄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있었다.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들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 환경을 망치면서 산업을 일으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그때의 나비효과로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내 눈앞에 보이지 않고, 내게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를 뿐이고, 알고 싶지 않다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기후 위기 관련 책을 읽고 나면 마음속의 죄책감이 커진다.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고 또 일상을 보내면 금방 잊고 만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찾아 읽고 찾아서 본다. 좀 더 죄책감을 갖고,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움직이기 위해서.




 요즘은 많은 인문학 책이 있다. 사람들이 나와 남의 관계를 좀 더 알고 싶어 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를 알아야 남을 보게 되고,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다. 기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면 기후는 반대로 간다.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후를 생각하며 좀 더 노력할 수 있다면, 지구의 미래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구환경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주고자 하는 일상 생활 속 작은 실천 하나하나는 그 자체 효과보다도 사회 전반의 이로운 방향으로 강제한다는 면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합니다. 순간순간의 선택 과정에서 과연 지구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이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과학상식을 가지는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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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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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누구에게나 꿈의 섬이다. 제주도에 다녀온 지 2년이 흘렀지만 그곳에서 느낀 바다, , 들판, 냄새 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제주도에 있을 때보다 떠나기 전의 설렘이 좀 더 강했던 것 같다. 현재의 힘듦을 제주도에 다녀오면 다 털어버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휴식을 상상하며 떠올린 제주도에 대한 호기심과 떨림은 꽤 오래갔다.


 『하쿠다 사진관』의 제비(주인공 이름)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제주도 여행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힐링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떠난 제주도였다. 하지만 다른 관광객과의 트러블로 폰이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터덜터덜 걷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된 문어 석상이 세워진 마을을 발견하고, 마을 내의 ‘하쿠다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진관 주인 석영을 만나고, 얼떨결에 취업을 하며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쿠다’는 얼핏 들으면 일본 말 같지만 ‘하겠습니다’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하쿠다 사진관에서 석영과 제비가 손님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왜 이름이 ‘하쿠다 사진관’인지 알 수 있다. 손님도 거의 없던 사진관은 제비의 노력과 석영의 열정으로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도 치유한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제비와 석영의 사연도 밝혀지게 된다. 사실, 제비의 숨겨진 이야기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 종종 들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타인의 인생은 내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잔잔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도 있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모든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듯,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쉽지 않다.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쉽게 “나는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하쿠다 사진관이었기에, 소설 속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며 읽다가도, 언젠가 나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낼 거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였기에, 하쿠다 사진관이었기에, 주인공이 제비였고 사진관 주인이 석영이었기에 더 재미있었다. 하쿠다 사진관에서 벌어진 일들이 서울 도심이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상상하던 배경의 그림이 같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책을 덮었다. 한증막 같은 더운 여름날, 함께 하면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 기분이 들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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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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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댄스 – 앤 타일러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에 비해,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적다. 시간이 가면 가는 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몇몇 사람들은 깨닫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행복하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살지만 행복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걸까.



 『클락댄스』의 주인공 윌라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엔 보도 블록이 깔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혈질이었고,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아갈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이 지긋지긋하다며 그녀의 어머니가 가출하고, 며칠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고, 윌라와 그녀의 여동생은 고스란히 불안을 안고 지냈다. 며칠 뒤 돌아온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다시 지냈다.

 대학생이 된 윌라는 언어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남자친구 데릭의 갑작스러운 약혼 강요로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녀의 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의 전남편 데릭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지금의 남편 피터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에게 연락도 거의 없는 그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부족할 것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윌라는 언제나 중심이 없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항상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인물처럼 답답하다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다 한순간, 윌라의 모습에 나와 세상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나를 위한 삶은 없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며 그것이 진정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살아가는 그 모습들이. 그래서 윌라를 답답한 할머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나와 동일시하게 되고, 그녀의 생각과 선택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니 내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내 인생의 중심을 아이로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일까. 그런 삶은 내 삶의 주체를 빼앗긴 삶이 아닐까.




  항상 삶의 주체를 가족들에게 맞춰 살던 윌라는 노년이 되어서는 삶의 주체를 찾지 못했다.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고, 정원의 선인장에게 마음을 주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있었다. 자신과는 인연이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좋은 아이를 당분간 돌봐주었으면 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전화가 그녀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불평하는 남편과 함께 그곳으로 뛰어든다.


  그곳의 생활에서 윌라는 점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 결정은 멋진 인생의 목표라 생각한다. 윌라는 항상 남들을 위해 살았다. 그 삶이 즐거움을 주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며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았다. 윌라의 모습은 우리 엄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항상 옆에 있어도 감사한지 모르고, 당연한 존재라 생각하는 그런 존재.


  항상 수동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그들에게 맞췄던 윌라는 점점 변해간다. 떠돌아다니던 중심을 자신에게 맞추니 한결 더 편안해진다. 읽는 나조차 윌라에 대한 답답함은 가시고, 그녀의 새로운 목표를 응원하게 되었다.


  작고 소박한 꿈을 갖고 있던 그녀의 어린 시절처럼, 어찌 보면 지금 그녀의 꿈 역시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진정 나를 위한 목표를 정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 반짝이고 멋진 일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그녀에게 응원을 던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세상에 많은 윌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그런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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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미디어로 보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8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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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태지원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평소 접해보지 못한 것들을 접할 수 있다. 내가 갈 수 없는 곳, 만날 수 없는 사람, 알지 못했던 문화들을 대신 만나게 해주는 것이 미디어다. 요즘은 다양한 매체가 있어서 여러 기기의 매체들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여전히 TV는 우리들에게 영향력이 큰 미디어로 존재한다. 그만큼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많은 연예인들의 패션, 먹는 음식, 가는 장소들을 직접 접하면서 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유행이 되어 돌고, 매일매일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이 지금의 사회이다.

 언제나 빠른 변화만 있을 것 같은 사회 속에서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이 있다. 미디어 속에서 행해지는 차별들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청하고 뒤돌아보면 약간 찜찜했던 것들을 풀어서 생각해 보면 차별인 경우가 많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학교에서 배운다. 하지만 그런 학교에서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예전의 것을 보고 접해본 사람들의 관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지금’을 직시하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은 예전과 비교하면 안 된다. 지금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 것이 당연한데, 예전보다 좋아졌는데 호들갑을 떤다거나, 인내심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차별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배우지만, 모든 기회는 아무나 잡을 수 없다는 것도 배운다. 아무나 잡을 수 없는 기회인데,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큰 모순인데 이런 모순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르친다.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인기 드라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재벌과의 사랑, 열심히 노력하면 일도 사랑도 잡을 수 있는 억지스러운 이야기들은 단순히 생각하면 재미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회장의 아들은 당연히 회장직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미디어로 보여줌으로써, 실제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은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된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불공평한 현실을 당연하게 여기면 공정하지 못한 구조가 사회에 공고히 뿌리내릴 수 있다. 사소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에서는 다양한 우리 사회의 차별들을 포장하여 내보내는 미디어를 꼬집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절대 무겁지 않으며 어디가 어떻게 차별이고, 그런 차별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잘 설명해 준다. 중학생부터는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나 많은 미디어를 접하면서, 옳고 그름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모르고 있었던 ‘자연스러운 차별’들을 접하게 되면서 단순히 재밌게 보는 미디어가 아니라 의심하고 생각하며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인권, 인종차별, 빈부격차, 성차별 등에 대한 차별 이슈가 만행한다. 서양에서의 동양인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동남아인들을 차별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과연 그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내부의 올바름과 강인함을 함께 길러야 단단한 내가 되고 사회가 될 수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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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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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괴담은,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있을 법한, 진실을 알 수 없는조금은 이상한 일들에 대한 것들이기에 잠깐 읽고 즐기기 좋다. 그런데 이런 괴담들에서, 생각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굉장히 진지해질 수 있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작은 점 하나를 넣어 흔들어 놓으면 묘하게 이상한 이야기가 되는데, 요즘 괴담 스타일이 이런 것 같다.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상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건우 작가 스타일의 괴담을 참 좋아한다. 특히 『밤의 이야기꾼들』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의 집합체였다. 이번에 읽은 『금요일의 괴담회』에도 전건우 스타일의 괴담들이 가득 담겨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 해적판으로 출간되어 친구들 사이에 돌던 ‘환상특급’같은 괴담 이야기를 읽는 기분도 나서 꽤나 행복했다. 괴담을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괴담은 나에게 그 정도로 매력적인 장르이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건 두 번째 이야기인 ‘여우고개’였다. ‘여우고개’야말로특별할 것 없는 사건에 점 하나를 찍어 괴담의 정점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라 생각한다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뉴스에서 나온 그대로만 인식하고 넘어갔었는데이것이 괴담으로 변해버린 것은 정말 작은 생각 하나의 차이이다.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남들과 이 기분을 공유하고 싶었던 이야기)


 흔한 괴담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한밤의 엘리베이터’페이크 다큐가 떠오르면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지만 괴담답게 내 궁금증을 자극만 하고 끝나버린, ‘저주받은 숲’이야기 자체는 무섭지 않지만 실제 누군가는 겪고 있을 법한 ‘가위’요즘 유행하는 어플들이 공포가 되어버릴 수 있는 1킬로미터’ 등등 알찬 괴담들로 채워진 책이다이야기가 재미없어도 괴담은 원래 그런 것이다꼭 무섭지 않아도기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들끝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른 채 그렇게 끝나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괴담이다.



  괴담은 너무 진지하지 않지만, 또 너무 가볍지 않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에도 괴담 같은 일들이 많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이야기.. 역시 괴담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괴담에 대해 누군가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꽤 재밌다. 괴담집을 찾고 있다면, 오늘 밤은 『금요일의 괴담회』를 읽으며, 서늘한 감정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읽다 보면 언젠가 내가 겪었던 이상했던 일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괴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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