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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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괴담은,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있을 법한, 진실을 알 수 없는조금은 이상한 일들에 대한 것들이기에 잠깐 읽고 즐기기 좋다. 그런데 이런 괴담들에서, 생각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굉장히 진지해질 수 있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작은 점 하나를 넣어 흔들어 놓으면 묘하게 이상한 이야기가 되는데, 요즘 괴담 스타일이 이런 것 같다.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상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건우 작가 스타일의 괴담을 참 좋아한다. 특히 『밤의 이야기꾼들』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의 집합체였다. 이번에 읽은 『금요일의 괴담회』에도 전건우 스타일의 괴담들이 가득 담겨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 해적판으로 출간되어 친구들 사이에 돌던 ‘환상특급’같은 괴담 이야기를 읽는 기분도 나서 꽤나 행복했다. 괴담을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괴담은 나에게 그 정도로 매력적인 장르이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건 두 번째 이야기인 ‘여우고개’였다. ‘여우고개’야말로특별할 것 없는 사건에 점 하나를 찍어 괴담의 정점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라 생각한다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뉴스에서 나온 그대로만 인식하고 넘어갔었는데이것이 괴담으로 변해버린 것은 정말 작은 생각 하나의 차이이다.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남들과 이 기분을 공유하고 싶었던 이야기)


 흔한 괴담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한밤의 엘리베이터’페이크 다큐가 떠오르면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지만 괴담답게 내 궁금증을 자극만 하고 끝나버린, ‘저주받은 숲’이야기 자체는 무섭지 않지만 실제 누군가는 겪고 있을 법한 ‘가위’요즘 유행하는 어플들이 공포가 되어버릴 수 있는 1킬로미터’ 등등 알찬 괴담들로 채워진 책이다이야기가 재미없어도 괴담은 원래 그런 것이다꼭 무섭지 않아도기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들끝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른 채 그렇게 끝나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괴담이다.



  괴담은 너무 진지하지 않지만, 또 너무 가볍지 않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에도 괴담 같은 일들이 많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이야기.. 역시 괴담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괴담에 대해 누군가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꽤 재밌다. 괴담집을 찾고 있다면, 오늘 밤은 『금요일의 괴담회』를 읽으며, 서늘한 감정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읽다 보면 언젠가 내가 겪었던 이상했던 일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괴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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