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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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누구에게나 꿈의 섬이다. 제주도에 다녀온 지 2년이 흘렀지만 그곳에서 느낀 바다, , 들판, 냄새 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제주도에 있을 때보다 떠나기 전의 설렘이 좀 더 강했던 것 같다. 현재의 힘듦을 제주도에 다녀오면 다 털어버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휴식을 상상하며 떠올린 제주도에 대한 호기심과 떨림은 꽤 오래갔다.


 『하쿠다 사진관』의 제비(주인공 이름)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제주도 여행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힐링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떠난 제주도였다. 하지만 다른 관광객과의 트러블로 폰이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터덜터덜 걷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된 문어 석상이 세워진 마을을 발견하고, 마을 내의 ‘하쿠다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진관 주인 석영을 만나고, 얼떨결에 취업을 하며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쿠다’는 얼핏 들으면 일본 말 같지만 ‘하겠습니다’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하쿠다 사진관에서 석영과 제비가 손님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왜 이름이 ‘하쿠다 사진관’인지 알 수 있다. 손님도 거의 없던 사진관은 제비의 노력과 석영의 열정으로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도 치유한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제비와 석영의 사연도 밝혀지게 된다. 사실, 제비의 숨겨진 이야기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 종종 들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타인의 인생은 내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잔잔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도 있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모든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듯,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역시 쉽지 않다.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쉽게 “나는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하쿠다 사진관이었기에, 소설 속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며 읽다가도, 언젠가 나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낼 거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였기에, 하쿠다 사진관이었기에, 주인공이 제비였고 사진관 주인이 석영이었기에 더 재미있었다. 하쿠다 사진관에서 벌어진 일들이 서울 도심이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상상하던 배경의 그림이 같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책을 덮었다. 한증막 같은 더운 여름날, 함께 하면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 기분이 들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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