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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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시에서 최근 3년간 연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범인은 그때마다 현장에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남겨 경찰을 무척 곤혹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지문까지 남겨서 누가 봐도 경찰을 도발해서 대결을 자청하는 듯한 뉘앙스였기에 경찰 고위층의 격노는 불을 보듯 뻔했다.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신과 들 끊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연쇄살인범을 검거해야 했고 특별조사팀이 각 사건마다 꾸려졌지만 전혀 범인 검거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특별조사팀은 결성과 해산만 반복했을 뿐.

 

 

여기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절름발이 오빠와 국숫집을 하고 있는 아가씨 주후이루가 자신에게 추근거리며 위협하던 건달에 맞서다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마는데 그 순간, 평소 그녀를 짝사랑하던 총각 궈이가 주후이루를 지켜주려는 과정에서 살인에 합세하는 바람에 두 남녀는 졸지에 살인 공범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 전직 법의학자 뤄원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마땅하나 두 사람을 측은히 여긴 뤄원은 이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범행은닉과 조작을 시도하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경찰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훤히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이 남자의 작업은 가공할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했다. 알리바이, 범행시각, 범행도구 조작, 현장훼손, 심리전 등등 혀를 내두르게 하는 천재성에 몰입도는 최강이었던. 그래서 자신을 잘 아는 옛 동료 옌랑 교수가 냄새를 맡고 사건에 개입했을 때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두뇌게임은 불꽃 터질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두 청춘이 가여워 이대로 묻혔으면 했는데 어떻게 결말이 날지 예측 가능해서 좀 안쓰럽기도 했다.

 

 

 

솔직히 물증감식학 VS 논리학의 대결은 스스로 자백하지 않는 이상 전자의 일방적인 승리여야 하는데 집요함으로 그 방어벽을 깨뜨리는 옌랑의 시도가 작위적이다라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어 그 점이 마뜩찮다. 그런 다소의 불만을 감안하더라도 별개의 연쇄살인의 그 동기란 게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한 개인의 빅픽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놀랍다. 어떤 범죄도 목적을 정당화 할 수 없기에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동트기 힘든 긴 밤>과 마찬가지로 거대하고 깊었다. 그래서 그냥 순응하고 체념할 수 없어 체제에 저항했던 행동 자체에 지지를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한편으론 위대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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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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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넘김이 참 순수하고 깨끗한 소주를 마신 것 같다.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기억과 시력을 잃고 병원에 입원중인 이 남자를 경찰은 이수인 경감이라고 부른다. 어서 기억을 되살려야 모방살인을 저지르는 카피캣을 검거하기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본인은 오죽 답답할까, 그나마 희망적인 건 기억과 시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자신을 진료하고 간호하는 의료진이나 경계근무를 서는 경찰, 여기에 살인용의자를 몰아세워서 자살로 내몰았다는 이유로 감찰대상이 된 한지수 경사까지 목소리와 발소리 등 예민해진 청각으로 사람과 상황을 분별하는 중이다. 그러한 상황들이 충분히 흥미를 끌고 집중을 유도한다.

 

 

이종관 작가가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 전문 잡지의 편집장으로 15년 넘게 근무했다는 독특한 이력에 눈이 가 대체 어떤 몰골인지, 어떤 잡지인지 궁금해서 열심히 검색해보았지만 정보가 전무하다. 일반인들이 아무렇게나 구독할 수 없는 내용과 사진이 실려 있음을 간과한 나의 어리석음도 우습지만 끝내 정체를 노출하지 않은 작가의 신비함마저 매력적이다.

 

 

그리고 카피캣의 진짜 살인동기와 숨은 의도를 밝혀내기 위해서 자처했던 언론 인터뷰 시도와 더불어 제목 자체인 현장검증의 중요성 등 디테일이 살아있었고 다른 국내작가들과 비교하면 용어 구사나 사용하는 기법이 해박해서 남다른 강점이 있는 듯하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들의 대화가 자연스러워서 일단 썰은 풀어놓고 뒷수습을 못해 허둥대는 꼴 없이 깔끔하고 청량감 있게 잘 마무리했다고 본다.

 

 

그렇게 적시타를 터뜨린 반전과 스릴에다 입체감 있는 캐릭터는 앞으로 이종관 작가 한 사람에 주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시리즈에 대한 희망마저 엿볼 수 있었다. 마치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같았던 이수인 경감과 한지수 경사를 파트너로 한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괜찮겠지. 처음으로 만난 케이스릴러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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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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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음부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동네책방 이벤트에 참여하여 예약판매 신청하고자 했던 것이다. 순전히 초판한정양장본의 표지가 색다른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너무 오랫동안 감상만 하다 뒤늦게 정신 차려 보니 아뿔사, 이미 마감되었네. 그래서 대출해서 책을 받았더니 분량은 문제없는데 사이즈가 의외로 아담해서 잠깐 놀랐다. 그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펼쳐든 이 책엔 총 아홉 개의 글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글 <추방과 멀미>는 작가가 집필 장소 구할 겸 머리 식힐 겸 해서 중국 상하이에 교포가 운영하는 아파트를 숙박예약하고 야심차게 출국했다가 입국 심사를 통과 못해 바로 추방당했던 아찔한 일화였다. 그렇게 준비성이 없던 사람이었던가, 허당 김영하 작가님. 알고 보면 해외여행 하다 보면 간혹 있을 수 있는 착각에서 비롯된 거지만 결과적으로 집에서 집필이 술술 잘 되었다니 훌륭한(?) 인생경험을 한 거였다. 신토불이 신토불이~ 무조건 외국으로 튀지 말자는 교훈이었음. , 그리고 멀미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하듯 키미테의 유용성에 관한 짧은 일화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멀미 안뇨옹~~~~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제목이 기억 안 나는데 작가가 대학재학 중이자 천안문 사태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이 해체되던 무렵, 국가와 대기업 등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국가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오라고 돈 모아 중국 투어를 보내준 이야기다. 불타는 사회주의자 김영하 학생은 그렇게 다른 학생들과 젊은 안기부 요원,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나이든 형사(두 사람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월북 또는 북한의 납치 등을 대비하기 위한 감시조)를 대동하고 베이징 관광에 나섰다 한다.

 

 

다른 학생들은 안기부 요원과 형사를 따돌리며 멀리했고 김영하 학생은 마치 교장쌤 같이 푸근하고 아버지 연배 같던 노형사가 자신을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게 안쓰러웠다고. 그래서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밥도 먹어주고 그랬는데, 여행 중에 만난 불편하고 껄끄러울 뻔 했던 당시의 인연이 나중에는 은혜 갚은 까치 같은 우화가 되어 김영하 학생이 결정적 위기에 처했을 순간, 뜻밖의 동아줄이 되었다는 훈훈하고 감동적인 사연이었다. 어쩌면 오늘날 유명작가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그때 그 순간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알쓸신잡> 방송에 출연했던 당시의 감상이 언급된다. 오리배를 혼자 타고 꽃에 심취하던 남자가 뭐라고 썼을까 궁금한가? 직접 읽어보시라. 시즌4가 꼭 방송되었음 좋겠고 정재승 교수님도 다시 출연하셨음 한다. 시즌1 멤버... 이멤버 리멤버!!! 아니다. 황교익 쌤 대신에 김웅 검사님 어떠하오? 그렇게 하나하나 다 읽어 나갔는데 아쉬웠다면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같이 등반 도중 장이 안 좋아 떵이 수시로 마려웠다 같은 향기롭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더 많이 첨가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분명히 작가 자신은 그런 스타일의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밝혔어도 어쩔 수 없는 욕구불만. 여행을 통해 느낀 지적사유를 헤아리기엔 내 감성은 너무 메말라서 당장 필요한 건 달짝지근한 한 잔의 카페인이니 어쩌겠는가! 내게 여행의 이유라면 낯선 곳에서의 고립 또는 향수병을 체험해보고 싶어서인데 각자가 떠나려는 여행의 목적지가 다르듯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바도 다르겠다. 그렇지만 평소 해외여행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이 책의 첫 에피소드와 같이 당해버렷. 이런 심뽀 때문인지 5월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계획이 잡혀있다며 웃음띄던 사무실 여직원이 서방님의 갑작스런 출근으로 인하여 허망하게 날리게 되자 상사로서 위로는 해주었다만(속으론 악마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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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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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런 소설에서는 만약이란 부질없는 후회일 것이다. 동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형 츠요시가 동생이 걱정 없이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그러하다. 누구 말대로 범행 장소에 먼저 사람이 없는지 알아보거나 그냥 돈만 쥐고 바로 튀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참 못났고 한심하다 생각했으니까. 범행에 대한 비난이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아쉬워하다니 나도 무엇인가 내면 깊숙이 결핍되어 있는 게 틀림없으려나. 핑거스냅을 튕겨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타노스라도 소환할 수 있을 터.

 

 

살인죄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형 츠요시가 동생 나오키에게 매달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또 어떠했을까? 동생에게는 피할 수 없는 억겁의 저주와도 같다. 제발 편지를 멈춰달라고. 눈치도 없이 동생 나오키에게 수감생활을 전하고 나오키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형 츠요시는 그 와중에도 동생이 대학 진학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다. 살인자에게서 날아온 편지는 나오키가 새로운 출발을 하려할 때 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아 버려서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었다. 주변에 노출될 때 마다 안 풀리는 인생이구나란 탄식을 했다.

 

 

오는 족족 읽지도 않고 찢어버리거나 이사해도 일부러 답장을 안 하거나 절연조차 시도해도 떨쳐낼 수 없는 편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침묵으로 나오키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만은 기피하는 이들을 보면서 이 정도만 해도 나오키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었다. 그것마저 푸념하면 투정이 되어 버린다. 이들과 다르게 은연중에 반감을 표시하는 또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어쩔 수가 없다면 또 그런 것일 테다.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오키가 살인자가 아닌데 왜 이런 시련과 냉대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싶기도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주변의 이런 사람이 동료라면 나 또한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고 경원시 했을 것이라 어떤 게 올바른 대처인지는 정답이 없겠다. 그래서 히라노 사장이 했던 말은 냉정해 보이지만 또 그래야만 하겠구나 라고도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작가는 정답은 없다, 각자 알아서 차별을 인정할 것인지 부당하다고 맞설 것인지 판단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을까. 속죄는 어디까지가 용인되는 것일까... 그쯤하면 충분하니 이제 용서하마라는 속 시원한 대답을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 기준과 경계를. 다만 끝까지 지 않고 이어가려는 혈연이라는 끈마저 우리는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징글징글해도 실낱같은 희망의 부스러기를 발견하게 되어 안도했던 결말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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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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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내게 주인공 준석이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파이어볼러라는 게 흡족하다. 그랬다. 준석은 입지전적의 신화를 거두고 있었으니 어려서는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쌈질이나 일삼던 문제아였는데 외할머니가 어린 준석을 데려다 옥이야, 금이야, 새끼 강아지처럼 애정으로 길러주셨고 야구를 좋아하게 된 손자를 선수로 물심양면 지원해주셨던 것이다. 그리하여 준석은 장차 서울 연고의 구산 파이터즈에 프로야구 선수로 입단하게 되었고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활약 중이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시합을 마치고 운전하다가 갑자기 덮치는 트럭에 의하여 교통사고를 당했고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병실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자신을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는 경이라는 여자가 옆에 있었고 사실은 사고를 일부러 낸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감시망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대체 이 여자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걸까?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준석에게 경은 자세히

보충 설명을 해주는데....

 

 

준석의 뇌를 촬영한 MRI 판독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의 머릿속엔 거머리 같은 칩이 들어 있다. 그 칩은 메피스토라는 기관에서 당신의 공감각을 네트워트화 하여 누군가가 준석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함께 느끼며 체험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돈이 많은 노인들로서 메피스토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거액을 지불하면 준석과 같은 역할을 자신도 모르게 맡아버리게 된 파우스터와 파우스터들을 조종하는 파우스트라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했다. 무섭도록 놀랍고 섬뜩하지 않은가?

 

 

이것은 완전히 악마와 거래하여 영혼을 저당 잡힌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그대로 본뜬 것이다. 아니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로부터 선택당해 인생을 도둑맞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준석은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갑작스레 죽은 연인 지수와 할머니는 파우스트의 사주이자 안배였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파우스트들은 넛지와 백업이란 경계가 모호한 기준에 의하여 마치 다마고치를 사육하듯 자신들의 입맛대로

후원, 조정, 조종이라는 형태로 개입해 왔던 것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왜 지 맘대로 나를 컨트롤 하는 것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준석의 파우스트가 어떤 시점에 준석의 공감각에 접속하는지 알게 되었고 준석이 메이저리거가 되려는 꿈에 함께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음도 간파하게 된다. 이제 어떻게 해야 놈의 마수에서 자유의지를 되찾을 수 있을까? 각자가 원하는 선택을 놓고 벌이는 퍼펙트게임을 향한 도전은 야구팬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대목도 있으니 스포츠와 스릴러가 결합한 짜릿한 명승부는 손에 땀에 쥐게 한다. 동시에 준석의 반격과 복수가 시작된다.

 

 

그렇게 머리로는 젊은 몸을 조종하며 욕망을 채우려는 기성세대의 오판을 좌시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그 나이가 되어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감히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자문한다면 솔직히 노라고 답하겠다. 교과서로 익히는 윤리적 판단과 현실엔 그만큼 간극이 크다. 비겁하다 욕해도 점점 그 세대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나도 검게 물든 지가 오래되었나 보다. 다른 이의 희생을 자양분삼아 내게 이득이 있다면 내로남불이라도 어쩌지 못하고 눈을 감을 수밖에.

 

 

그러한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후반의 반전은 새삼 놀랍다. 마치 먹이사슬 같아서 포식자 위에 상위포식자는 그렇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빈틈만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발겨 배를 채우고 마는 것이 세상은 정글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바타와 트루먼 쇼가 한데 뒤섞인 듯한 쇼가 강렬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겼음을 수긍하고 나니까 그동안 묵혀두었던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같은, 김호연 작가의 구간들도 찾아 읽고 싶단 욕망이 꿈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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