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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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만의 한 예인선, 한 남자가 굳어진 시멘트 통에 두 발을 담근 채 서 있다. 12인의 총잡이들이 뱃전에 서 있는데 아무래도 이 남자를 물고기 밥으로 던져버릴 작정인가 보다. 이 남자 조 커글린은 인생에서 순간의 선택이 운명의 주사위를 어떻게 굴릴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잔인함을 뼈저리게 통감했을 것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무모한 도박은 하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은 소설에서 미래를 먼저 보여줌으로서 필연인지 우연인지 판단하기 힘든 그날이 궁금하게 만든다.

 

 

시대적 배경은 미국 범죄를 소재로 한 대중문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시기로 손꼽히는 금주법 시대로 설정되어 있다. 미국의 금주법은 1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전시의 식량절약, 맥주를 만드는 독일인에 대한 반감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1917년 미국에서 알코올 음료를 양조·판매·운반·수출입을 금지하는 미국헌법 수정 제18조가 19201월 발효되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밀조·밀매 등에 따르는 갱들의 범죄가 대폭 증가하여 통제에는 태생적 한계를 보임으로서 마침내 1933년 수정 제21조에 의해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작품들은 인간의 탐욕이 비정한 경쟁을 낳았던 암투에 대한 동경이나 향수가 부분 존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전작 <운명의 날> 이후 금주법 발효 6년이 경과한 시점을 그리고 있는 <리브 바이 나이트>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스턴 경찰 간부로 재직 중인 아버지를 두고 있지만 자신은 친구들과 강도질을 일삼는 범법자이다. 아버지는 범법자를 단속해야 하는 입장과 아들을 보호할 수 밖에 없는 후견인의 양 갈래길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진퇴양난의 입장이라 조 커글린에 대해서는 다른 아들들보다 애증이 깊다. 하지만 조 커글린이 불법 도박장을 털다 보스턴 마피아 조직의 보스 앨버트 화이트의 정부인 에마 굴드를 만나 위험한 사랑에 빠진 것이 문제다. 그녀와 사랑의 도피를 하고자 은행 강도짓을 하다 감옥에 잡혀 들어간다.

 

 

 

감옥 밖에서는 범죄조직의 말단이었지만 감옥 안에서는 보다 이 세계에서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되는데 마피아 조직의 보스 마소 페스카토레를 만나게 된 일이다. 마소는 조의 아버지를 이용하여 경쟁조직을 소탕하도록 압박을 가하지만 이를 거절한 아버지가 아들의 신변을 염려하여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에서는 그도 한낱 보통남자였을 뿐이었다. 세상 누구에게서도 발견하게 되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그 모습에 진정 안쓰럽고 눈물이 난다. 결국 조는 마소의 목숨을 구하면서 그의 신임을 얻어 출소 후 조직을 물려받아 남부 플로리다에서 밀주와 카지노사업으로 성공하게 된다. 이후 조가 이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경쟁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숨 가쁘게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이다.

 

 

낮보다 밤이 더 익숙한 남자들의 세계는 언제나 부와 권력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제시하지만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곳이 아니던가? 이 남자들도 낮에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야 키우기 수월하다며 덕담하는 훈훈함을 보이지만 어둠이 짙어지면 악수를 내미는 대신에 총부리를 들이대면 언제든지 난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낮에 서투른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만족이란 바로미터가 없다. 자신을 마피아가가 아닌 치외법인이라고 주장하는 조의 의중과는 달리 끝없는 탐욕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거리낌 없이 까발리는 피비린내는 전쟁을 치르다보면 의리는 땅에 떨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통의 연속이 되어버린다. 내내 뒤를 돌아보며 살아야하며 세상의 규칙에 따르기보다 남자 스스로 만드는 밤의 규칙을 더 신봉하는 조에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된다.

 

 

 

 

조의 삶은 소중한 사람들을 비극에 내모는 애도의 현장에 항상 내몰려왔다. 감옥에서 상대조직으로부터 마소의 살해를 지시받았던 일, 도전장을 내민 RD 프루잇과의 담판, 예인선의 시멘트 통에 발을 담근 일,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등, 불법이고 더러운 일에 파리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 유색인종에 이민자들이 한데 뒤섞인 조직을 불순하게 바라보는 인종차별적 위협, 뇌물과 거래한 권력과의 결탁 등 부정부패와 추악한 권모술수가 난무했던 미국의 암흑기를 편협하고 잔인할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낸다. 단 한순간도 주저함 없이 일사천리로 질주하는 서사의 힘은 온전히 데니스 루헤인의 필력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2등이 없는 비열한 거리에서 운을 낭비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대로 조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본을 망각한 무리들에게 책임을 묻고 나약함 대신 무자비한 보복으로 응징했으니 현실에선 금기지만 상상 속에서는 언제나 매혹될 만큼 매끈한 이야기 구조여서 만족스러웠다. 영화화하기에 더 없이 적합한 구성답게 벤 에플렉 연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2015년에 영화화되어 개봉된다니 기대가 실로 크다. 책 표지에서는 조니 뎁이 언뜻 연상되는 점도 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조니 뎁 주연도 좋을 것 같다. 네 사람을 어떤 식으로 연출, 주연으로 패를 섞어도 모두 합격점이리라. 그런데 디카프리오는 스콜세지 감독과 스노우맨을 한다더니 소식이 없네. 물 건너간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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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띠리 2015-02-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거 좋아요^^

유마 2015-02-23 18:36   좋아요 0 | URL
넵. 이 책 참 잼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