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가야 해요.

우리는 비범한 듯이 주목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중력>은 영어로 번역하면 “Gravity”가 된다. 이 소설의 책 표지의 우주인 헬멧에도 그렇게 쓰여 있어서 그런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났다. 영화관 앞자리에 앉아 목 아프게 올려다보면서 스크린에 펼쳐진 우주의 매혹적인 신비에 감격했던 기억과 뒤섞여 소설의 절망이 역류하듯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도 우주로 진출할 때가 되었다는 나의 사족을 달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를 보고서 생태연구원에 근무 중인 이진우 과장이 지원하게 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우주라는 공간을 동경하는 쟁쟁한 지원자들과의 피 튀기는 경쟁을 뚫으려는 사투에 점점 몰입도가 올라가더니 고비고비 마다 턱에 걸렸다 간신히 넘어지는 장면들에선 흥분이 절정에 다다른다.

 

 

이진우 과장을 집중 응원하고 싶었던 까닭은 단순히 주인공이서가 아니라 그가 회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으나 오히려 폄하하고 시기하는 불순한 시도로 인하여 대기반으로 발령 났다는 좌천통보에 그도, 나도 억울하고 원통해서이다. 더러운 세상, 이럴거라면 열심히 일한 자여, 지구를 떠나거라는 심정이 한몫했던 것이다.

 

 

그렇게 갖은 고생과 우여곡절 끝에 우주인 후보가 된, 이진우 과장 외 3. 이진우, 김태우, 김유진의 시점에서 회고하는 전개가 그려지기에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각자의 심경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정우성의 시점이 배제된 것은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경쟁 과정들에 있어서 공명정대하고 사려 깊은 배려들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흑막들 앞에서 과연 떳떳하게 될 것인가 라는 딜레마에 놓인다.

 

 

내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그냥 눈 딱 감고 모른 체하거나, 사실을 고하고 말게 될까. 고지가 눈앞인데 현실과 타협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이다. 초조와 불안감을 읽어가다 끝내 터진 스캔들. 그리고 누가 우주인으로 최종선발 되었던가. 그 기억을 애써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그 순간에는 충격을 먹어버렸다.

 

 

우리는 흔히 역사에서 1등이 아니면 처음만 기억할 뿐이다. 닐 암스트롱은 알아도 함께 달나라로 간 버즈 올드린과 마이클 콜린스를 아는 이가 없듯이. 아무리 이번 한 번만이 아닌 우주인이 계속 배출되는 게 중요하다지만 1호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런 옹졸한 마음을 질책하듯 마음을 내려놓은 다른 탈락자들은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도전했음에 위안을 삼으려 한다.

 

 

결국 이 소설은 기술이 아닌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뭣이 중하던가. 우주로 날아간 이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한 쪽도, 자신이 선발되었어도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와 결코 우쭐대지 않는 현명함에 나 또한 이들을 축복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무중력 속에서 살 수 없기에 중력의 힘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며 살아야 하는 아름다운 지구인이었던 거야.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나 2019-0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유마 2019-12-16 08: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