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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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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에 의한 교육은 아이들을 정신적 억압의 상태로 몰고 가 ‘분노 조절 장애’라는 내적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가짜 모범생' 중)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쌍둥이 형과 괴물이 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쌍둥이 동생이 나온다. 대학이 학벌이 한 학생을 끝냈지만 그런데도 주인공은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려고 한다. 학벌 지상주의에 찌든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엄마의 교육 방식은 피멍이 들도록 맞으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는 정설을 믿는 것이었다. ('가짜 모범생' 중)

나도 되게 많이 맞았다. 웃긴 게 맞기 싫어서 숙제를 해 갔고 결론적으론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도 체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왜냐고 물으면 거기에 대답을 못 하겠다. 그 답을 이 책을 통해 찾고 싶다.


사막에는 거짓이 없고 폭력이 없고 억압이 없다. 무엇이 옳은 건지 여기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 ('가짜 모범생' 중)

이거구나 애들이 원하는 게.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는 곳. 내가 원하는 게 정답인 곳을 원하는 거였구나. '내가 원하는 게 정답인 곳' 되게 멋있다.


아저씨만의 개를 위하는 방법이었다. 아저씨는 과일을 바구니에 담느라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개들을 저 짧은 목줄에 묶어 종일 보내도록 하는 것은 단지 숨만 쉬라는 것 같았다. 개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다. ('가짜 모범생' 중)

생명체인데... 살아있는데 때 되면 밥 주고 산책시켜준다고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다. 개한테서 자신의 모습을 느꼈을 주인공의 심정이 느껴져 마음 아팠다. 때 되면 밥 주고 공부도 시켜주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는 환청도 들리는 듯했다.


겨울에 먹이를 저장한 곰은 그해를 잘 보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먹이를 사냥하지 않는 한 버티기 어려울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짜 모범생' 중)

고2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2학년 1학기 기말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2학기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내가 자초한 건 맞는데 그래도 슬펐다.



감상

소설 곳곳에서 내 모습,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울증은 (진단만 받지 않았을 뿐) 흔했을 것 같고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불면증도 보았다. 나도 저 중 상당수를 가지고 있고. 불행 중 다행인 건 직업이 다양해지며 학벌 지상주의가 사회 전반에서 옅어지는 분위기이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sky를 향한 성적우수자들의 열의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긴 하다. 대학이 출세의 발판, 명예가 아닌 수학을 하는 기능이 우리나라에 올까, 란 생각을 다시금 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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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형과 오로라 -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병승 지음, 조태겸 그림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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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형과오로라

"가야지. 언젠간 꼭... 그런 소원 하나도 없으면 못 버텨.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거든." (28쪽)


"너. 그렇게까지... 돈이 벌고 싶냐?"/"처음엔 그랬죠. 근데 하다 보니까 그냥 재밌더라고요. 재밌는데 왜 안 해요?" (30쪽)


 우리는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피하고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애써 못 본 척 외면하기도 한다. 그중 틀린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다양할 뿐, 다른 것일 뿐이다. 원하는 것 하나 없으면 살기 힘들 정도로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 꿈 때문에 세상이 유독 더 각박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일 또 일어나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인생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나쁜기억삽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 버리려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까지 지워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언제 철이 들 거냐고 했던 거다. 

그렇다면, 난 얼마나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걸까?

아, 이제 어떡하지?/어떡하지? (57쪽)


 나쁜 기억이 시간과 함께 종종 미화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상황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 배웠던 것들을 잊지 않으려 애쓰느라 그 나쁜 기억이 내 머릿속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내가 얻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분명 객관적으로 나쁜 기억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나쁜 기억들을 시간이 조금만 지나 감정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았을 때 돌이켜본다면 마냥 나쁜 기억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일이 발생하면 그 일에서 내가 배울 점만 얻어내고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잊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상한친구

 운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고 기괴한 음악을 듣는지 나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이상한 친구는 바로 내가 아니었을까? (89쪽)


 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별 생각 없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행동을 곱씹어 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이 모습을 보며 그동안 내가 관계를 대했던 태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타인을 더 나아가 이상하게 보이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노력조차 어려운데 그걸 해낸 주인공이 대단하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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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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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만드는 법을 얼굴이 어떻게 아냐는 질문이 너무 아이다워서 보면서 웃음이 났다.





할아버지 얼굴에 있는 주름을 찬찬히 살펴보며 바다에 비유한 부분이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마에 있는 주름을 보면서 왜 한 번도 파도를 못 떠올렸을까, 싶을 정도로 주름은 파도와 닮았다.




주름을 생각하면 인상이 떠오르고 부정적인 감정들만 떠올랐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웃어서 생기는 주름들도 있었다. 얼굴에 웃어서 생기는 주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주름을 떠올리면 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보톡스가 떠올랐는데, 주름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준 책이다. 주름에 스토리가 있다는 말이 따뜻하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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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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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아쉬웠던 분들도 2권을 읽는다면 그 아쉬움이 다 채워질 만큼 다채롭고 따뜻한 이야기로 책이 빼곡하다. 한층 성장한 페니와 그 주변의 여러 인물이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각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웃기도 울기도 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특이하게도 다락방 한가운데에는 총 네 개의 침대가 머리 부분을 맞댄 채 놓여 있었는데, 네 개의 침대는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의 높이, 그리고 침구의 소재까지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12쪽)

헐 나도 잠자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거실 전체를 터서 침대 8개를 머리맡이 둥글게 오도록 배치한 다음 매일 기분에 따라 잠들고 싶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해내신 작가님은 꿈과 잠에 진심인 분이신가보다ㅋㅋㅋㅋ


"대놓고 '죄책감을 불러일으켜서 반성하게 만드는 포춘쿠키'라고 하면, 오히려 반성이 필요 없는 착한 사람들만 더 반성한다고. 정작 진짜로 반성이 필요한 사람들은 근처에도 오지 않을걸."(205~206쪽)

정신과에 와야 할 가해자들은 오지 않고 피해자들만 온다는 말이 생각나는 문장이었다. 반성도 하는 사람만 계속하고 안 하는 사람은 시작조차 안 한다.


"(전략)피난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피난처가 가장 편해져 버려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면 그 또한 곤란하지 않겠니?"(255쪽)

피난처가 너무 편해서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피난처는 피난처일 뿐 거주지가 될 수 없다.


페니가 소리쳤다. 하지만 니콜라스가 이미 드림캐처 전원을 발로 차서 거칠게 꺼버린 뒤였다. (283쪽)

나보다 더 내 일에 화내줬던 친구를 본 모습이었다. 고맙고 미안했던 그때 감정이 떠올랐다.


감상

공감 가는 구절이 많고 느끼는 감정도 다채로웠던 책이었다. 1권을 읽었을 때 별 감흥이 없어서 2권을 읽을까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을 지금 만나서 너무 좋았다. 인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함이 자주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알 수 없는 몽글몽글한 감정들로 마음이 채워져 풍족함을 느꼈다. 읽는 동안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한 감정이었고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어서 놀랐다. 가슴 따뜻해지는 책. 표지랑 딱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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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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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소신이 그 무엇보다,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다. 두렵고 뒤돌아가고 싶은 순간에도 꿋꿋이 독립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에서 울컥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책을 통해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잊혀서는 안 될 인물이었으며 이 인물을 세상에 새롭게 내비쳐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다.


"약은 놈들은 일본 놈 앞잡이 하면서 잘 산다던데?"

"그래도 나라 팔아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차라리 굶는 게 낫지." (140쪽)

매국노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이 화가 난다. 나라를 팔아먹었으면 망해야 하는데, 떵떵거리며 잘산다. 오히려 나라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현실이 말이 되는지 어이없다.


"여자라고 해서 차별받아야 할 일은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일은 란사 자신에게도 자존감을 키우고 용기를 갖게 한 사건이었다. (175쪽)

일제강점기라는 큰 시대적 상황에 가려져 놓칠 수도 있었던 여성 인권을 생각한 하란사가 대단하다. 생각만 한 게 아니라 인권 신장을 위해 직접 수업을 하거나 부당한 일에 따지는 것 등 행동으로 옮겨서 더 대단해 보인다.


"그렇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지. 그런데 이토를 죽인 사람이...... 안중근이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안중근, 그 이름을 듣자 란사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잡혔습니까?"

"어찌 안 잡힐 수 있겠소." (188쪽)

익숙한 이름이 가끔 보였는데 그럴 때마다 소설이 담은 시대의 무게가 느껴져서 슬펐다.


화영은 란사와 순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 서린 삶을 연명해갔다. 화영의 가슴에 큰 구멍이 하나 생기고 무시로 서늘한 바람이 들락거렸다. 화영은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싶었다. (333쪽)

책을 읽을수록 란사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화영과 같아졌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을 척척 해내고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기에 너무 멋있는 그런 친구. 애틋하고 잘되었으면 좋겠고 어디서든 무사했으면 하는 그런 존재.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마음먹은 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헤쳐나갈 것이다. 스스로의 결정이 기특해서 절로 터지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는 그랬다. (8쪽)

책을 다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첫 장을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아무렇지 않았던 문장의 무게가 이제는 무겁게 느껴진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인생을 산 하란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감상
 '하란사'라는 독립운동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게 되어 독립운동가님께 죄송스럽고 작가님께 감사했다. 기록에 남지 않은(혹은 지워진) 독립운동가들이 참 많다고 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한 분씩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중간중간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와 같이 익숙한 이름들이 보일 때면 이 책이 마냥 소설이 아닌 아픈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게 와닿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당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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