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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도 있었다
조한선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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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서 무뎌지고 둔해지는 서슬 퍼렇던 가윗날처럼 그렇게 마음도 감정도 둔해진다 

-'세미나장에서' 중 일부-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이 메말라간다. 모든 것에 무뎌진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난 앞으로도 이렇게 따지지 않고 계산 안 하고 살 예정이다

알아서 해 주세요 하고 손바닥을 온전히 내보이고 

-'계산' 중 일부-

 이렇게 살다간 손모가지 잘릴 것 같다.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게

내 숨통을 틔우는 길이라고

-'파란 하늘이' 중 일부-

 이쯤에서 숨 한 번 고르고 가야 하는 걸 아는데,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는 쉼 없이 어디론가 움직인다. 덩그러니 서 있는 게 뒤처지는 것 같아 선뜻 멈추고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그러니 지금 투정할 것이 아니라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라고 

-'국화차 한 잔에' 중 일부-

 이런 얘기는 그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가고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치열의 중심 서 있었던 과거의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 쉼표가 나를 다시 살려

지금의 나로 살게 하였다 

-'쉼표' 중 일부-

쉼표를 찍는 위치가 참 중요한데 어디에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잘못 찍으면 마침표가 될까 봐. 지금의 내가 영영 살아질까 봐.



이 힘들고 고단한

앞으로도 험준한 가시밭일지도 모르는 그 길을

피하지도 않고 스스로 선택한 젊고 어린 그녀들

 -'꽃무늬 마스크' 중 일부-

스스로 선택했다기엔 사회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임신 중단에 대한 개정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였다.



무효야 무효

지금껏 살아온 내 삶에도 외쳐본다


지금까지는 다 무효야

이제부터 진짜야 

-'첫눈, 이거 무효야' 중 일부-

이게 되면 좋겠지만 인간은 또렷한 과거를 질질 끌고 어딘지도 모를 현재를 지나 어렴풋이 보이는 미래를 향해 가는 존재다.



 시인의 시에는 흐린 날도 있었고 맑은 날도 있었다. 인생도 흐린 날과 맑은 날의 연속인 걸 아는데, 참 간사한 게 흐린 날은 오감으로 느껴지고 맑은 날은 잠깐 아주 잠깐 느끼고 만다. 어떤 날이든 날에 구애받지 않는 초연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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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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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성매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모든 부정.부패를 다 모아둔 이 산업이 왜 도대체 없어지지않고 아직까지 버젓이 한국땅에 자리하는지 여러 자료를 접할 수록 화가 났다. 상식의 블랙홀이란 이 책의 제목이 참 와닿았다. 성매매에 한해서만 사람들이 상식을 잃고 보호하기 바쁘다. 미친 인간들 같다.



부패와 부정은 목격한 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단죄하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만들지만, 가해자에 대한 주변의 동조와 지지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성매매는 구조 자체가 글러 먹었다. 그런데 왜 저리들 편을 못 들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공범이라는 답 밖에 나오지 않는다.



처녀와 창녀, 남성의 판타지 속에서 수천 년간 끊임없이 재생산된 동정녀 마리아와 창녀 마리아의 변주다.

 개역겹다. 자기들 마음에 들면 처녀, 안 들면 창녀. 더 짜증 나는 건 저 프레임을 피하고자 행동을 검열하는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다.



만약 법으로 금지했는데도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다면 그건 법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네. 법이 생겼는데도 범죄가 계속되면 법을 고칠 생각을 해야지 왜 법을 없애자고 말하지? 세상에 양지에서 행해지는 범죄는 없다.



현재 한국의 성매매 규모와 형태를 결정지은 그 원본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시기부터 유곽과 요정 등 일본식 성매매 업소가 들어왔고,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성 산업은 그대로 한국에 정착되었다.

 ...아... 이 섬나라는 진짜 알수록 짜증 나고 꼴 보기 싫다. 우리나라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근데 이 나라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지매, 성매매 같은 비상식적인 현상들이 생겨난 걸까? 참 별로다.



수많은 개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포주와 공모하고 조직 폭력 단체부터 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성매매로 기꺼이 이득을 취한다.

 별의별 사람이 다 포주가 될 수 있구나... 돈 벌자고 인간이길 포기한 것들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환멸 난다. 성매매에서 얻어지는 불법 수익 단속이 급하다는 저자 말에 동의한다. 돈이 되니까 너도나도 하는 거면, 돈이 안 되게 만들면 된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시설로 '유흥주점'을 규정하고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제22조)

 네...? 이게 도대체 왜 대한민국 법에 직업으로 적혀있는 거죠...? 이 법을 보고 그럼 아이돌도 직업으로 인정 안 할 거냐고 반박할 치들이 떠오르는데, 아이돌은 노래랑 춤에서 일이 끝난다. 하지만 유흥종사자는 거기서 끝이 안 나는 게 문제다. 법이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는데, 고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나는 있는 줄도 몰랐다.



질문할 것은 그들이 왜 성매매를 하는가가 아니다.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유입되고 이 시장은 너무나 손쉽게 그들의 취약점을 이용한다.

 왜 성매매를 하는지가 아니라 왜 성매매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상하다. 돈이 급한 상황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유혹하는 이 상황을 정말 한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국가들은 여성들이 업소에 고용되거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건물을 가진 업소나 에이전시 등과 대등한 계약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본다.

 이게 잘도 되겠다. 가진 자본이 달라서 출발점이 다른데 여기서 어떻게 대등이란 단어를 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를 '자유'라는 말로 포장한 나라에서 그 시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의 현재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을 제외한 관련된 주변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현실은 법 제정 전과 후가 똑같다. 달라지는 건 사람들의 인식인데,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여성의 성은 사고팔아도 되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 감금, 납치, 살인을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성매매 합법화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여성의 처우를 위해 내놓은 유일한 개선책이 성매매 여성에게 모든 걸 책임지우는 이 법인 것이다.

 합법화 목적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합법화를 해도 피해자는 여성인 게 똑같다. 이 법은 실패한 법이고 개정해야 하는 법인데, 이 망한 법을 왜 굳이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 여성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의 논리에 그들을 던져 넣는 손쉬운 타협으로 인권은 지켜지지 않는다. 적절한 규제 없이 약자가 보호받는 시장이 역사상 존재했었는지 묻고 싶다.

 성매매 합법화는 여성 인권을 지킨다는 탈을 쓴 포주 배불리기, 성 착취행위 정당화다. 이걸 무슨 생각으로 합법화하자고 하는지, 합법화를 주장하는 본인은 그 법 아래서 성 노동자가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그러니 성매매 시장이 성립하면 그다음은 원하는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강간도, 모든 착취적 판타지도, 소녀와의 연애 같은 정서적 착취부터 어느 구멍이든 삽입하는 신체적 착취까지, 어디까지가 성매매인지 경계를 정할 수 없다.

 유독 왜 성욕만 합법화해서 풀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볼까?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살인 욕구가 있다고 해서 살인을 합법화하자고 한다면 모두 그 사람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도 같은 논린데 왜 유독 여기서만 사고의 틀이 바뀔까? 성매매와 강간의 경계는 너무 흐릿해서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법 또한 이 경계를 그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성매매를 '된다'고 말한 순간 이 나라들에서 모든 서비스가 성매매와 결합되었다.

 성매매 합법화는 단지 음지에 있는 것을 양지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양지에 있는 모든 사업에 성착취가 붙을 수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하고,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증하도록 한다.

 나도 처음엔 자발, 비자발을 구분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들어갈 땐 자발과 비자발이 구분될 수 있지만 나올 땐 자발적으로 나올 수 없다. 그 안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불법 또한 비자발적으로 겪어야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성매매여성을 자발, 비자발로 구분할 수는 없다.



감상

착잡하다. 특히 유흥종사자를 법적으로 명명한 것을 보고 내가 21세기에 살고있는 게 맞나 싶었다.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 이 책을 읽고 더 확고해졌다. 여성 인권이 높다고 자부하는 나라들도 실패를 인정하고 제정하려는 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보통의 경우 사람이 억울하게 죽으면 거들떠보거나 억울함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던데... 수많은 여성이 죽어 나갔음에도 바뀌는 게 거의 없다. 여기서 여성들을 인간 취급도 안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건지…

노르딕 모델이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 다 같이 가담한 범죄에 왜 성구매자와 포주만 처벌 받냐는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정말 그게 같아보이냐고 묻고 싶다. 성매매를 근절하기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겪은 경험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여성은 이미 폭력, 협박, 금전적 위기의 상황에 놓여있는데 여기에 법적으로 처벌까지 가해진다면 우리는 평생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을것이고 그것은 이 땅에 뿌리내린 성매매가더 견고해짐을 의미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등을 외치는 자는 적극적인 가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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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창고
김수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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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과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고 싶다. 이 책의 목차를 봤는데 그런 류의 에세이인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이 동화는 내 어린 시절 이야기랍니다. 

-'1. 영이는 외톨이' 중 일부 -

 그냥 일기형식으로 줄줄 나열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다면 책을 출간할 수 없었겠지... 동화에 자기 인생을 투영시킨 게 신선하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이따위 노래는 누가 작사를 하였는지 영이는 정말 아침마다 속이 상합니다. 

-'8. 새 나라의 어린이 - 잠꾸러기' 중 일부-

 ㅋㅋㅋㅋㅋㅋ어릴 때 내가 했던 생각이랑 똑같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 저 말을 들으면 나는 벌레라서 일찍 일어나면 잡힌다고 말했다^^


 선생님께 돌아온 답은 학교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권위적인 답이었습니다. 칼을 빼 버렸으니 무라도 썰어 봐야 하겠지요. 영이도 더 이상은 물러서기 싫어서 교장실로 향했습니다. 

-'24. 사춘기 - 편지' 중 일부-

 자신이 느끼는 부조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게 멋있다. 결과까지 좋았으니 이 경험이 영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다.


여기저기 진실은 살아 있는데 북한의 조작설과 폭도로 오해받으며 진심이 무시당하고 산다면 살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사연들이 덮인 채로 광주 시민들은 다락 속에 가방 속에 상처를 파묻고 살고 있었다.

 -'57. 오월 광주 2 - 제헌이' 중 일부-

 전두환 얘는 진짜... 아주 그냥 근현대사 상처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구나. 진절머리 나게 싫다. 이 상황에서 자기 소신껏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영이가 너무 멋있다.


5.18은 청춘들에게 대못을 박아 놓고서 빼 주지도 않으면서 역사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었다. 

-'63. 신장염 - 창석이' 중 일부-

 한 사람의 미친 집념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많은 사람을 떠올리면 울화가 치밀어오른다. 부디 창석이란 분이 지금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말은 마음을 표현하는 거야. 그래야 서로의 마음속을 알 수가 있어요."

 -'21. 짝사랑 2 - 밸런타인데이' 중 일부-

 나도 이게 잘 안 되는데,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건 참 어렵다.


이런다고 가만히 넘어갈 귀한 엄마가 아니겠지요. 내일이라도 입주자들 만나서 입주자 회의라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24. 보일러 고쳐 주세요 - 아 추워' 중 일부-

 어릴 때 모습이랑 똑같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로워서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결같은 모습이 신기하고 대단했다.


감상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할머니한테 옛날얘기를 잔뜩 들은 기분이었다. 작가님이 본인 소신껏 행동하시는 근황을 보고 대단함과 동시에 내 인생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 편해지자고 주변을 너무 못 본 척한 건 아닌가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생각대로 사는 인생은 참 멋진 인생인 것 같다. 나도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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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장애가 있나요?
권주리 지음 / 강한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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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가고 있는데, 장애인과 그 친구가 탔다. 장애인이 소리를 낼 때마다 모두가 다 그들을 쳐다봤다. 한 번도 빠짐 없이, 한 명도 빠짐없이.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내릴 때 안타깝다는 냥 혀를 차고 내리기도 했다. 그 광경을 보는데 당사자도 아닌 내가 불편하고 불쾌했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때의 경험이 떠오르며 장애물은 사람들의 시선일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와 같이 비행기를 타면 장애인 동반 할인! 항공료가 반값!'

 앜ㅋㅋㅋㅋㅋ작가님의솔직함에 감동받았다. 항승을 장애인인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느끼는 마음에 나에게까지 와닿았다.



당장 완벽해도 잘해 낼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행복한 삶이라 확신했다.

 처음 시작이 완벽하지 못한 건 당연한데, 그걸 핑계로 시작을 안 한다. 참 구차한 변명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니까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항승님은 어떻게 그걸 극복하셨는지 궁금하다.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아. 그렇지만 절실했기에 노력해서 해낸 거야. 사실 노력을 안 하고 그냥 살아도 괜찮아. 다른 사람들의 말에 수긍하며 적당히 스스로를 포기하고 사는 거지.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절실함. 나는 절실함이 없어서 이렇게 사는 걸까? 글쎄. 잘 모르겠다.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는데, 결국 결과는 안 좋았다. 내 절실함의 끝은 자포자기였다.



'원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진 않지만,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았다. 이 부부와 나의 다른 점을. 이 부부 가치관이 너무 멋있다. 나는 원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해버리는데, 그들의 그곳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순간의 선택은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참 중요하다.



하지만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장애 따위가 아니라는 걸 그와 함께한 지난 시간 동안 내가 깨달았듯이, 아이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 믿는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을 보면 사람이 참 단단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했고 얻어낸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그 사람을 빛나게 한다. 아이도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감상

 작가님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글을 써 내려가서 술술 읽혔다.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도 코드가 나랑 맞아서 피식 웃으면서 읽었다.

 나는 내가 나름 '다름을 다름 그 자체로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소개팅을 주선한 주선자랑 손절각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읽을수록 장애인 한승이 아니라 그냥 한승으로 보였다.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것처럼 이들 사랑의 큰 장애물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래도 극복했고, 극복해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극복할 것이니 이들 사랑에 장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책 전체에서 느껴졌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지쳤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너무 많은 걸 손 놓고 살진 않았나 싶었다. 많은 생각을 남긴 책이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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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착취 -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 줄 74개의 원칙
훙페이윈 지음, 홍민경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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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참 여러 관계에서 다방면으로 정신이 뜯긴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를 관계별로 분류해둔 목차가 흥미로웠다. 목차를 읽는데 대부분이 여성 혐오와 관련된 소주제였다. 여자라서 겪는 일이 대부분 같아 보였고 내 예상이 대체로 맞았다.


"난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해요."

 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딸이 없거나 아니면 본인의 딸이 본인 환상 속의 딸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일 거라 확신한다. 왜 본인 욕심을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우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기적이다.



당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으리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인간관계에서 공평함과 공정을 논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귀속감을 얻기 위해 외적인 칭찬, 인정, 동의를 계속해서 추구하다 보면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아... 내가 항상 중심이 되어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막상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으니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



당신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자신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온종일 사람들 시선과 평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다들 고민인가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끝없는 욕심 앞에서 벌어지는 '자아'에 대한 양보다.

 살다 보면 마냥 다 거절하고 살 수는 없기에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점점 부탁이 커진다. 물론 그에 대한 감사는 반비례고. 만들어낸 자아를 지키기 위해 진짜 내 자아가 상처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녀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자식이 아니라 여자라는 신분과 그것에게서 오는 각종 도덕적 족쇄와 무한한 책임감이다.

 동의한다. 모성애를 강요하는 것은 공짜 노동 착취를 위한 허울 좋은 껍데기다.



우리는 인생을 잘 살아내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와 마지노선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등불 삼아 인생길을 환히 밝힐 필요가 있다.

 한계와 마지노선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한계를 마지노선으로 착각하면 예민해지고, 마지노선을 한계로 착각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감정이 빵 터진다. 둘을 구분하는 건 어렵지만 꼭 알아야 할 문제다.



지금 당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당신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느끼는 것 역시 사실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원인을 아는데, 아는 걸 인정하면 부딪혀야 하고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외면한다. 나는 그렇다. 근데 알면서도 이게 참 잘 안 고쳐진다.



내가 인간관계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직면했을 때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바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을 수 있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말이다.

 너무 좋은 말이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살고 싶은 태도다. 목적보다 수단에 집착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된다.



사실 욕망과 두려움은 중성이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감정을 감정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여러 책에서 만났는데 '중성'이라는 단어가 와닿는다. 중성에 색을 입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근데 이게 참 생각대로 안 돼서 아쉽다.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피드백을 받아야 비로소 자신의 행위, 표현의 장단점이 보이고, 그것을 통해 잘못된 점을 조정하고 수정할 수 있다.

 글쎄.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들 혀 속에 말을 감추고 산다. 나도 그렇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피드백은 오지랖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딱히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말해서 고쳐질 사람이었으면 진작 고쳤겠지.



듣기 좋은 말을 할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귀에 거슬리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 정말 공감되고 항상 기억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좋은 말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주변에 잘 사는 부부나 가족들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사는지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좋은 성격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표현, 상호작용의 패턴을 늘 살피고, 감정을 적절히 수렴하여 통제하는 후천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도 가끔 주변 사람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내 행동을 자각하면 참 수치스럽다. 항상 내 행동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며 주변 사람에게 감정을 적절히 잘 표현하는 내가 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하지도 않는데 나서서 스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당신에게 길가는 행인에 지나지 않고, 그들의 건의와 충고는 참고할 가치조차 없다.

 정말 공감한다. 원치 않는 선의는 폭력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데, 왜 굳이 원하지도 않는 친절을 베풀고 뭐라도 된 양 으스대는지 모르겠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르치려고 하진 않는지 항상 경계 중이다.



감상

 '불완전한 자아가 모든 인간관계 착취의 근원이다.' 책 전체를 걸쳐 저자가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불완전한 자아는 타인에게 쉽게 상처받고 때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신이 단단해야 인간관계도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내가 나일 수 있게 중심을 잡을 방법을 제시한다. 하는 말이 다 달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다.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한다." 온전한 자아를 위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자존감을 한 번에 키우긴 어려우니까 수없이 반복하고 훈련해야 한다(뭘 반복하고 훈련하나요...?)와 같이 두루뭉술한 해결책이 있는가하면 소모임같이 구체적인 해결책도 있었다.

 다양한 임상 사례가 있어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끔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도 나왔는데, 그런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가 싶다.

 요 몇 년 새 모든 것에 무감각해졌다. 인간관계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리는 통에 주변에서 유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근데 책에서는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모든 것에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편하다. 주변에 화를 낼 기운조차 없는 요즘 조금만 더 이렇게 살고 싶다.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포스팅은 의무사항이 아닌 제 기록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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