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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국립중앙박물관 - 2022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선정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6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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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여러 시대와 나라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 당연한 사실을 책 한 권을 통해 서술한다.
유물을 왜 박물관에 놓고 전시와 관리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 시대를 이보다 더 잘 집약할 방법이 있을까.

계기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박물관에 갔었다. 뭐가 뭔지도 몰랐고 당연하게도 지금 기억나는 건 거의 없지만 반가사유상은 봤던 기억이 난다. 어두컴컴한 독방에 놓여 있던 조각. 왜 그 유물만 따로 독방에 전시되어있는지 그때도 몰랐고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그 가치들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박물관에 갔을 때 즐겁게 박물관을 돌아보고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금도 초등학교 때 지점토로 그릇이나 화분을 만들어 보고, 그중 일부는 전문 공방에 맡겨 구운 것을 가져와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 준다. 인류가 수만 년에 걸쳐 깨달은 것을 집약적으로 교육시키는 모습이라 하겠다. ('청동기의 시작' 중 일부)
지점토로 그릇을 만들고 굽는 걸 수업 시간에 왜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역사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교훈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까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무덤에 주인공은 북방, 그러니까 부여에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세력이자 낙랑과도 깊은 관계를 지닌 인물일 수도 있겠다. ('금의 시작' 중 일부)
이렇게 여러 유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추적해 보는 게 박물관의 매력인 것 같다. 여러 유물을 보면서 연결 지을 수 있는 능력은 참 신기하다.




그런데 1959년 발견된 부식이 심한 유물은 경주에 두고, 1996년 발견된 금빛이 여전히 잘 남아 있는 유물은 서울로 옮겼다. 덕분에 서울에서는 통일신라 시기에 제작된 황금빛이 영롱한 사리장엄구를 만날 수 있는 반면, 경주에서는 부식이 되어 청동빛이 강한 사리장엄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신라와 고구려' 중 일부)
서울공화국을 이런 현실로도 체감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수도가 중요하긴 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진 나 역시도 이해가 안 된다.



보살이 물론 중요하긴 하나 아무리 그래도 불교 조각의 꽃은 부처인데, 완전한 형태의 A급 부처 조각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없다는 것은, 글쎄다. 솔직히 소더비스, 크리스티 등 메이저 경매에서 매년 출품되는 것이 간다라 미술 부처 조각이거든. 가격 역시 생각보다 비싸지 않음. 솔직히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만큼 최소한 간다라 미술 중 다양한 디자인의 부처 조각을 3~5점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최소한으로 말이지. ('불교의 도입' 중 일부)
솔직한 작가님의 생각을 책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전문가가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사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감상
작가님의 머릿속의 생각을 그대로 글로 적은 문제였다. 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 보는 듯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또한 곳곳에 유물 사진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두 유물을 비교할 때, 두 개의 사진이 나란히 오게 배치되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끊어서 배웠던 것들이 사실은 서로 인과관계로 얽힌 사이라는 걸 알았다. 청동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이 나온 것과 같이.
유물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올지 상상도 못 했다. 반가사유상의 형태가 나오기 위한 시대적 배경, 재료가 나오기까지의 배경 등 이런 다양한 뒷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시대는 어떤 유물을 놓고 유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책상이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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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에로틱한 이야기가 필요해
궁금한 민지 지음 / 도파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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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특정 주제에 대한 누군가의 생각을 가끔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만났는데, 주제가 특이해서 관심이 갔다. 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걱정이 돼서 말을 안 하는 게 사실이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닌데, 작가님이 그 소재로 책 한 권을 내셨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작가님이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다.



서평

성을 떠올렸을 때 다룰 수 있는 주제인 연인, 장소, 판타지 등 여러 소재로 매 챕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순한 야한 농담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기 성에서 인생으로 확장된다. 작가님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 섹스란 그럴까요? 섹스는 가볍게 떠들 수 있는 웃음거리도, 정답이 정해진 지식도 아닙니다. 성은 몸의 설계도를 담은 해부학 서적에도, 섹스 테크닉 영상에도 담기지 못합니다. 성은 결국 개인의 이야기니까요. 성에는 한 사람의 욕망과 상상력, 취약함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곧 성은 한 사람의 입을 빌릴 때만 본 모습을 드러내죠. ('prologue' 중 일부)

 공감한다. 이런 부분이 성 관련해서 이야기 꺼내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호했는데 작가님이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성은 오롯이 내 입을 통해 나오는 나의 가치관이 덕지덕지 발린 내 사상의 집약체니까.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이 같은 표현은 서로 껄끄럽게 느껴지는 거주와 섹스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줍니다. 한 집에 부대끼는 사람 사이에는 성적 긴장감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역으로 있던 성적 긴장감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집이라는 공간이고요.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중 일부)

 집이란 게 참 신기한 게 있던 성적 긴장감도 사라져 버린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의 가족인 부부도 한때는 누구보다 뜨거웠을 연인 이었을텐데... 이쯤되니까 집이란 게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감히 짐작하건대, 누구도 성에서 고통과 쾌락을 명징하게 나눌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섹스 이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갈비뼈와 등 근육이 뻐근하고, 하반신 깊숙한 곳에 근육이 아린 느낌에서 은밀한 희열을 느낍니다. 고통과 즐거움은 오랫동안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고통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 있죠. 이런 관념은 고통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그들 각자의 흥분, 우리 각자의 사정' 중 일부)

 섹스에서만 쾌락과 고통이 분리되기 어려운 거로 생각했는데, 저 속담을 보니 우리 일상에서도 두 감정은 두 감각은 분리되기 어려운 것 같다. 섹스가 일상의 감정들을 압축시켜 놓은 행위라는 게 와닿았다. 그 순간도 일상의 한순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지도.



당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해 주는 사람과 만나세요. 기왕이면 그냥 꽃 말고 어떤 꽃인지 봐주는 사람이 좋겠습니다. 적어도 그와의 연애가 뻔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들 각자의 흥분, 우리 각자의 사정' 중 일부)

표현이 참 예쁘다. 단순히 꽃에 사람을 비교하는 표현도 너무 애정 어린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의 종류까지 생각해내는 건... 이런 애정을 받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지는 문장이었다.



구글에 데이터 과학자로 활약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미국 18세 이상 성인 남자는 1년에 63회 섹스를 하며 이 중 23%는 콘돔을 착용합니다. 단순 셈법으로 16억 개의 콘돔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성의 답변을 맞춰도 콘돔 11억 개가 팔려야 하지만, 매년 팔리는 콘돔은 단 6억 개. 보수적으로 셈해도 사라진 5억 개의 콘돔은 해명이 안 됩니다. ('우리 사이엔 낮은 벽이 있어' 중 일부)

 설문 조사를 익명으로 했을 텐데 거기서도 이렇게 수치가 오류가 크게 날지 몰랐다. 섹스는 진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은밀한 영역인 거 같다. 데이터 수치가 재밌어서 작가님이 자료조사에 참고하신 '모두 거짓말을 한다.' 책을 한번 읽어 보고 싶다



감상

성 관련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작가님의 인생 가치관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인상 깊고 흥미로웠다. "성은 개인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문장이 왜 이 책을 표현하는 한마디인지 책 곳곳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의 입을 통해 나온 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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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이는 밤 - 달빛 사이로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
강가희 지음 / 책밥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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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안부, 사랑, 쓸쓸함, 위로 4퍼트 각각 적절한 곳에 배치되어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과 접목해 책을 소개하는데, 읽다 재미없어 덮었던 책들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필력이었다. 앞으로 읽을 책을 두둑이 건넨 책이었다.


끝까지 '나'를 위해 살았던 뫼르소를 보며 '과연 나는 얼마나 내 감정에 귀 기울였을까?' 자문했다. (중략) 나는 뫼르소와 같은 이방인을 갈망하면서도 이방인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무의식이라 부르는 마음의 사각지대를 애써 외면했다. ('당신의 생각은 옳았다' 중 일부)

이방인이 되길 원하면서도 막상 되기는 무서운 그런 심정을 느껴본 적 있었어서 공감이 많이 가는 구절이었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회의 틀은 늘 내 예상보다 견고했고 그 틀 밖으로 나가면 기다렸다는 듯 시끄러운 참견들이 함께했다. 자신이 옳았고, 옳고, 옳을 것이라 믿었던 뫼르소처럼 나도 내가 그랬으면 한다.


다만 찰스가 그러했듯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원하는 길을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중 일부)

달과 6펜스. 동그란데 성질은 정 반대다. 어떤 길을 선택하던 내가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게 정말 옳은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말로가 참 비참한데 그래도 이걸 끝까지 후회를 안 할까? 오기와 객기는 아닐까, 란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뭐 내 인생도 아닌데 내가 왈가부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생각하길 그만뒀다.


생성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권위를 내세우며 셈에 집착했고, 술에 취하느라 자신이 한때 아름다운 꿈을 품은 아이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조종사 역시 사막에 불시착하기 전에는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로운 외계인' 중 일부)

인생을 왜 사는 걸까. 나를 다 잡아먹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이 속에서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구절이었다. 어린 왕자를 책장에만 꽂아두고 안 읽었는데 읽어보고 싶은 때가 드디어 왔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실은 괜찮지 않은 사람, 자신만의 외로운 지하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사는 이가 있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에 혼자 살며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외치는 남자, 스스로 아픈 인간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치료를 거부하는 남자,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주인공이다. ('비에 젖은 외톨이에게' 중 일부)

너무 내 얘기 같아서 꼭 읽어보고 싶다. 축축한 지하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막상 알아채면 더 깊이 숨어버린다. 주인공의 인생이 궁금하다. 자살이 그 답일 것 같은 이유는 뭘까. (근데 아니었음)


19세기에 출판된 소설이 오늘날에도 영화,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사랑받는 이유는 책 속에 묘사된 프랑스의 현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칠흑 같은 밤에 별은 더 반짝인다' 중 일부)

사회가 어쩌면 저 때보다 더 살기 팍팍해졌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님도 같은 생각이셨나보다. 보이지 않는 견고한 사회 계급의 틀을 무엇으로 부숴야 할 지조차 모르는데, 이건 상황의 악화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레미제라블이 왜 아직도, 심지어 지구반대펀 한국에서 각종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어서 씁쓸했다.


주인공은 행동했기 때문에 구원받을 수 있었다. 파우스트는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난봉 짓을 일삼으며 살인마저 서슴지 않았던 그가 천상으로 간 것은 한 번도 인생을 방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할지라도 일어서기만 한다면' 중 일부)

살인보다 방관을 더 큰 죄로 여긴 괴테의 생각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욕망에 충실해 매 순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 함께 앉아주는 사람, 펑펑 우는 내가 창피할까 봐 같이 울어주는 사람, 기꺼이 우산 밖으로 나와 나란히 비를 맞아주는 사람, 그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중 일부)

가끔 주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면 내가 이 행동들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란 의문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빚을 진 것 같다. 받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란 말이 떠올랐다.


죽을 각오까지 했으면서 왜 고도를 찾아 나서지 않는 것일까? 발걸음이라도 한 번 옮길법한데 일체의 움직임도 없다.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기다리는 두 사람은 읽는 이에게마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며, 누구의 기다림인가' 중 일부)

고도 고도 고도 고도... 고도는 나에게 무엇일까. 찾으러 가야 하는 걸 알지만 선뜻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걸까 움직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는 걸까. 이도 아니면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내 능력 밖의 일일까. 고도는 뭐고 나는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감상

 작가님은 책 추천의 귀재셨다. 인간의 존재는 뭔지,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읽으며 고민해보고 싶은 '이방인', 인생을 왜 사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은 '어린 왕자',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읽어보고 싶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살기 팍팍한 당시 사회상을 그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보여지는 '레 미제라블', 욕망에 충실한 삶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나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 궁금한 '파우스트', 내 인생의 고도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자세로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싶은 '고도를 기다리며'. 이 중 다수는 예전에 읽다 재미없어서 덮었던 책인데 작가님 덕분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추천하는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랑, 위로같이 요즘 시대에 먹고 살기 바쁘다고 등한시되는 감정들에 집중해 쓰인 책이다. 저런 감정들을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여러모로 생각할 것을 많이 남긴 책이었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이제 나는 소개받은 책들을 읽고 온전히 나만의 것을 느낄 시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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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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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한 감자빵이 아닌, '우리 땅에서 다양한 종자의 농산물을 길러내기 위한 농부의 이야기'를 파는 작가님의 사업 진행기다. 물건 하나에 이렇게 큰 가치가 담길 수 있다는걸 알게 해 준 책이었다. 감자빵에 자신의 신념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내가 20대에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회사를 성장시키고,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좀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대에 사장이 된 단 하나의 비결' 중 일부)

고민의 답을 아는데 실행하기 무서워서 망설였던 경험이 생각났다. 최선을 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반의 시간 동안, 종자 생산부터 1차 농업, 2차 가공 유통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여전히 우리 감자를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팔아야 돈이 된다' 중 일부)

작가님이 2년 반 동안 정성 들이고 고생했던 걸 읽어서 이 문장을 보자마자 헉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최선을 다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우리 배에 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에 관해 탐구하는 자세다. 지금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찾을 사람, 나만이 디자인할 수 있는 삶을 탐구할 계획이 있고, 자신이 타려고 하는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그 배에 타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현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조직을 흥하게 하는 인재의 조건' 중 일부)

내 인생의 대답은 모두 '나'로부터 나온다. 오롯이 내가 한 선택들로 채워진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또 대다수가 서울에 살면서 대도시의 인프라를 마치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살지만, 정작 개인에게 보장된 공간은 편협하기 이를 데 없다. ('서울이 아니라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일부)

작가님의 현실 직시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왜 내가 서울에 살면 그 모든 인프라가 내가 될 거란 걸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무거운 돌을 들었다 싶으면, 미련하게 참다가 발등 찍지 말고, 내려놓을 힘이 있을 때 살포시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버티는 건 사실 쉬운 일이라고, 내려놓을 때도 들 때만큼 힘이 든다고, 무식하게 버티다가는 내려놓을 힘이 없어 스스로 발등을 찍을 수 있다고 하셨다. ('포기의 순기능' 중 일부)

되게 따뜻한 말이다. 힘에 부쳐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가 잘 안될 때, 다시 보고 싶은 문장이다.


감상
성공한 사업가인 작가님의 가치관이 책 전반에 놓여있었고 그중 내가 배워갈 만한 자세도 몇 개 건졌다. 일단 무조건 실행해보기!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막상 하려면 잘 안되는 게 현실인데 책 한 권에 걸쳐 작가님이 설득하고 있으니 다음에 할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실행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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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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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에게 친구를 빼앗겼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산을 배경으로 팔을 높게 뻗으며 촌스러운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본 작가님은 산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두 차례의 등산을 떠난다. 그 과정을 기록한 에세인데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너무 나랑 잘 맞아서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계기

등산이 유행하는 시국이라 나온 산에 관한 에세인 줄 알았는데, 책 뒷면에 나와 있는 저자가 산으로 간 이유가 남달랐다. 친구를 산에게 뺏겨 슬프다는 이유로 산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등산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너무 웃겼고 그 여정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연을 앞에 두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어." 

아니, 평소 얼마나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했기에, 자연을 앞에 두었을 때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행 전' 중 일부)

아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빈정거림 쩐다ㅋㅋㅋㅋㅋㅋ 너무 내 스타일이다.


요약하면, 우리는 한 번의 휴식을 포함하여 정확히 여덟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시도' 중 일부)

아니ㅋㅋㅋㅋㅋㅋㅋ근처의 적당한 높이의 산일 줄 알았는데 8시간이라니... 심지어 비까지 오는데 배낭을 메고...? 다시 돌아가지 않은 게 대단했다. 요툰헤이멘 산맥을 선택한 대목에서 작가님의 성격이 보였는데,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보신다는 게 느껴졌다. 경이롭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가 그다지 고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기록 담당자가 말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이 스튜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수년 동안 강제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며 살아왔다면, 지금 이 스튜는 엄청 맛있었을지도 몰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안치고는 그럴듯하군. 하지만 가능하면 고문은 피했으면 해."

"음,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첫 번째 시도' 중 일부)

나도 이렇게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 생각하는 대부분이 비슷하고, 다른 경우에 하는 토론마저도 즐거운 그런 사람. 인생이 참 풍요로워질 것 같다.



감상

여행 전

산에 친구들을 빼앗겼단 표현도 신박했는데, 구구절절 글로 풀어낸 작가님의 화법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ㅋㅋㅋㅋㅋ오랜만에 계속 웃으면서 책을 봤다. 궁금한 건 직접 해봐야 하는 성격답게 산으로 갔는데 이 작가님이 산에서 뭘 느끼셨을지 너무너무너무 기대된다.


첫 번째 시도 : 구원을 얻기 위해 요툰헤이멘산맥을 오르다.

[허세 가득한 등산인에대한 신랄한 비판, 조언은 무경험자에게 듣기, 등산 후 결과를 보면 딱히 얻은것도 없음, 산은 아래서 올려다볼 때가 제일 경치가 좋음] 이라는 결과를 첫 번째 등산 후 얻었다. 작가님의 생생한 묘사 덕에 나도 같이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부부의 대화 티키타카가 쩐다ㅋㅋㅋㅋ사람을 느끼러 다음 산행을 떠나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두 번째 시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하르당에르고원을 오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른 게 무색하게 산에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등산과 달리 이번에는 두 명의 친구와 총 네 명이 등산을 떠났는데 친구들끼리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다. 쉽지 않았던 등산을 잘 마치셨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작가님에 유감을 표한다.


친구를 빼앗아간 존재인 '산'에 대해 알아보기위한  과정에서 작가님의 말빨이 단연 빛났다. 한국에 작가님의 책이 이 책 밖에 없는 게 아쉬울 지경이라 더 많은 책이 번역됐으면 했다. 오랜만에 잘 맞는 작가님을 만나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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