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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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보고 천재가 있냐고 혹은 상당히 재능이 있는 인간이 있는 게 당연한 것인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할 것이다인간의 불평등에서 현재 사회구조는 사회적도덕적 혹은 더 넘어 경제적문화적교육적인 불평등이 심각하지만,그래도 인간의 선천적인 신체적자연적 불평등은 존재한다물론 천재들이 태어나 이제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세계 명문대학을 입학하는 것에서 우리하고 별천지 세상처럼 보인다하지만 나에게 천재는 반드시 그런 자만 있는 게 아니다그들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지만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재주는 없다.

 

인간이 어느 상황을 보고 판단하여 선택하는 기준은 이성과 지성이어야 한다그러나 실제 현실을 살아가면 인간이 선택하는 기준은 이지적인 요소가 아니다오히려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인 욕구와 욕망에 의해 살아간다자신이 아주 현명하다고 여기거나 혹은 자신의 이기적인 사고가 마치 아주 뛰어난 경제관념이라 생각하는 자들을 보면 누가 과연 멍청한지 혼돈되는 경우도 많다내가 왜 천재의 기준은 단순히 두뇌의 능력도 중요하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천재 수학자와 과학자가 있어서 그가 우주선을 설계하거나 과학적으로 미지의 영역을 풀어내더라도 일반인에게 미지의 세계일뿐이다왜냐하면 그것이 인간들의 실제생활에 막연한 관계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하지만 감정적으로 혹은 감동으로 오는 것들은 다르다영역의 깊이와 넓이에서 다소 부족해 보일지라도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오히려 사소한 것들로 채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에서 그런 감정적인 요소를 자극하거나 혹은 감동을 주는 작가 중에 나는 최규석 만화가를 추천해주고 싶다막상 최규석 작가를 어떤 강연회에서 보거나연회 내지 회식자리에서 본다면 무척 특이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실제 최규석 작가를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봤다상당히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뭔가 하나에 집착할 것 같은 성향이었다.

 

그가 느낀 세상이란 무엇일까최규석 작가를 보면 뭔가 일반인들과 달리 모호하게 존재하는 것 같이 보여도 그의 그림을 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잔혹하다최규석 작가의 작품이 왜 감정을 자극하고 감동적인가억지로 꾸겨 넣은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매우 우화적으로 혹은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생각하지 못했던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의 상상력이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읽은 <지금은 없는 이야기>, 마치 동화책을 보듯이 책과 안의 그림들은 무척이나 아기자기하다최규석 작품들은 나름 리얼리티가 살아있기에 한국의 리얼리즘(사실주의만화작가로도 평가되기도 한다그의 리얼리즘 요소는 단순히 사실주의적인 그림체와 배경만이 아니라 동화적인 그림체로 보여주기도 한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교훈을 알려주기에 너무 교훈적이지 못한 이야기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란 곧 하나의 서사 Narrative라고 볼 수 있다내러티브가 성립되는 이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즉 사회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은 규칙과 패턴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란 바로 그 규칙과 패턴에 살아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우화적인 요소로 인간보단 동물들이 등장한다마지막에 보여주는 동화의 잔혹한 이야기 말로들은 그 가해자들이 어떤 특정 인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눈은 언제나 뜨고 있고그 눈으로 현실을 볼 수 있다그러나 그 눈으로 현실의 문제나 모순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는다어찌 보면 전체주의적인 방식은 인간의 기만성에서 비록된 것이 아닌가 싶다기만성으로 얼룩진 인간들은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입장을 저울질할 때 전혀 공정한 태도로 임할 수 없다인간은 공정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입장에만 고수할 뿐이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보면 참으로 씁쓸하고 마음이 시리다.

 

동물들의 형태로 보여준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참으로 기가 막힌다물론 인간의 형상을 한 등장인물이 나온다늘 천사가 와서 참아야 해요라고 하나막상 마지막에 그에게 온 임종의 순간은 허무함으로 가득한 분노이다천사의 외침은 나에게만 강조하고외부에서 닥치는 폭력과 강요를 왜 참아야만 하는 것일까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참아야 할지 아니면 참지 말아야 할지를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물론 <지금은 없는 이야기>이니 앞으로 없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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