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돌에 대한 인상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려 한다. 내가 예전에 데이트했던 여성 중에서 스타일이 엄청 좋으신 분하고 하천강변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연히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한 부분이 나왔다. 나에게 물었다. TV에서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이나 아이돌가수 같은 사람하고 만나고 싶은지 말이다. 나는 2가지 이유로 거절했다. 1가지는 옆에 여성이 있기에 거짓이라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아닌 점(스타일만큼은 진짜 연예인에게 뒤쳐지지 않았다)과 다른 1가지는 내가 연예인 자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답변은 내가 여자연예인들을 만날 일도 없고, 만날 것에 대해 기대조차 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나에게 그런 일이란 있을 수 없으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래도 만약에 혹시나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말에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재미하고 그런 세계에 있는 사람하고 어울리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를 리뷰 할 때, 아이돌에 대한 나의 관점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관점에서 무엇을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예술이란 것도 문화라는 것도 각각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기에 새로운 발전과 가치가 탄생한다.

 

그런 것은 학문이나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인 점은 분명하다. 아이돌에 대한 인상이 왜 중요한가? 우선 <아이돌 마스터>를 리뷰하기 전에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문화가 너무 차이나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큰 전시회장에서 세계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곳에 가니 한국을 시작하여 인도,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세계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전시되어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행사는 아니지만, 갑자기 일본 후쿠오카 쪽에서 음식 소개와 더불어 지역아이돌의 즉석공연이 있었다. MR 반주를 튼 음향 속에서 3명의 소녀(고등학생 정도 되려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다. 라이브로 하는 즉석공연에서 제대로 된 라이브콘서트가 아니므로 사운드나 무대의 크기는 한계성이 있었다. 그들의 키와 옷차림, 율동을 보면서 생각한 건, 한국의 아이돌과 뭔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

 

2. 아이돌 문화의 변화성

한국에서 아이돌을 살펴보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하여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가요시장에서 아이돌문화가 제패했다. 아이돌문화의 특징은 초반에 백댄서 내지 대형기획사에서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아이돌 스타 기획은 전 방위적으로 음반기획사에서 추진하게 되었다. 아이돌시장에서 비중이 큰 부분은 남성보단 여성이며, 과거 음반시장의 중심이 남성이었던 점에서 큰 변화가 발생했다. 남성중심은 이미지 메이킹보단 곡 그 자체에 대하여 비중을 차지했지만, 아이돌문화에서 여성에 대해서는 곡보다는 이미지 메이킹과 안무에 대한 효과를 중시했다.

 

생각하자면, 1990년대에도 컬러 TV가 보급되었으나, 대부분 음악방송은 정규방송에 의해 내보내졌으며, 인터넷에 의한 미디어콘텐츠는 걸음마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IT이 열광적으로 보급된 것은 스타 크레프트 블러드 워가 피시방을 석권한 점이 크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 피시방에 많은 사람들을 몰리게 하면서 인터넷문화를 기하학적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처음 인터넷을 즐기던 사람들이 피시방에 갔으나 대단지 아파트와 일반가정까지 인터넷이 보급되자, 인터넷은 어느 특정장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활양식이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이 2010년대에 대부분 한국사회에 보급되면서 미디어콘텐츠는 TV 중심에서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전환되었다.

 

아이돌문화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는 계기와 더불어 음반시장의 저하는 인터넷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매체적인 전환은 아이돌문화에서 색다른 전환이 이루어졌다. 아이돌의 발탁은 대형기획사에서 지망생 유치나 오디션으로 통해 선발했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통한 유 튜브나 각종 자발적 콘텐츠로 계속 그 시장을 확대했다. 아이돌문화의 발전은 콘텐츠의 발달로 인터넷으로 아이돌을 접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한 것과 아이돌에 대한 시장의 공급이 증가할수록, 아이돌을 지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3. 한일 아이돌의 차이성

그러나 한일간의 아이돌을 비교하면 조금 다른 점이 보인다. 한국에서 아이돌 캐릭터 이미지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의 아이돌이나 연예인 컨셉을 이용하여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의상이나 가사, 댄스안무와 이미지 메이킹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한국의 아이돌과 일본의 아이돌은 각자에게 보이는 아우라가 틀리다는 점이다. 그 대상에 뿜어지는 분위기나 느낌에서 한국은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대부분 한국의 여성아이돌을 보면 상당히 미모를 가진 미인에 스타일의 조건도 매우 좋다는 점이다.

 

모든 아이돌이 그런 것은 아니나, 많은 인기 여성아이돌 그룹을 보면 섹시컨셉이 매우 강조한 점과 화면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 명확하게 전달된다. 위에서 언급한 후쿠오카에서 온 3명의 아이돌은 한국의 아이돌과 달리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한국의 아이돌처럼 외적인 요소가 강렬하거나 안무에서 상당한 일원성을 보이는 것보다 다소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소 엉성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일본의 메이저 탑 아이돌이라면 아주 철저한 안무와 이미지 메이킹을 했을 것이다.

 

그런다고 반드시 그렇게 다가온 것만은 아니었다. 일본 대표적 아이돌 AKB48의 뮤직비디오를 본 순간, 화면에서 보인 그녀들의 모습은 정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상당히 유동적인 모습이었으며, 억지로 통일성을 부여하기보단 각자의 모습을 부여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정형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외적인 모습을 보더라도 스타일적인 요소도 한국의 아이돌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은 AKB48만이 아니더라도 많은 아이돌이 길거리에서 혹은 소극장에서 톱아이돌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도 댄스 팀들이 방송이나 프로가 아니더라도 따로 활동하지만, 일본은 그런 아이돌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점이다.

 

4.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이돌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는 게임으로 제작되었으며, TVA로 먼저 상영된 작품이다. <아이돌 마스터>가 비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인물이 가상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리얼리티라는 현실적 요소가 기반되어 있다. 그 사회상이나 공간적 배경은 현대의 일본이고, 작품의 배경이나 주변 생활양식은 현실적 조건을 충분히 반영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역시 제작된 국가에 따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들어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이돌 마스터>가 일본에서 제작된 이상, 일본의 건축양식, 교통체계, 음식문화, 거리상가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그대로 작품에 녹아든 것이다. 아이돌이란 모두에게 빛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나 빛이란 언제나 움직이는 에너지로서 존재한다. 빛이 어느 일정 구간에 놓인 한 줄기라면, 그 빛은 언제나 그 에너지가 닿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우주를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빛이란 한 번 움직이면, 방금 그 빛인 A는 없어지고, A-1, A-2... 등이 이어서 다가온다. 빛의 저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빛이 와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이돌은 하이퍼 리얼리티(Hyper reality)라는 파생실재로서 우리에게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아이돌은 실제 그 아이돌의 현실세계와 다른 존재이고,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단지 화면에 보이는 존재는 그렇게 아이돌로서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아이돌 역시 인간이고, 그들은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가 화면에서만 바라보는 화려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빛이 우리에게 강한 시선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혹은 우리 주변의 모습이 밝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이돌의 빛남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에게 없는 그 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에게 없는 빛을 타자로 하여금 찾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으로 아이돌문화 역시 사회적인 존재로 등장한 것이다. 아이돌 자신은 그 자체로 아이돌이 되는 것을 욕망했고, 그 욕망은 관객과 시청자로부터 갈채와 응원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고, 반대로 갈채와 응원을 보내는 관객과 시청자들은 자신의 일상에 존재하지 않은 빛나는 모습을 아이돌로부터 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욕망의 운동에서 우리는 그 욕망에 대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이상 우리 인간에게 삶의 원동력이나 활력소가 필요하다. 그 대상이 아이돌에 대한 동경이나 아이돌문화에 대한 취향으로 될 뿐이다. 단지 모든 것의 중심이 아이돌로 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뿐이다.

 

<아이돌 마스터>는 본래 게임으로 제작된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문화적 현상이 있는 반면, 그 아이돌을 자기가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 육성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게임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한다. 과거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나, 코에이에서 제작된 <삼국지>들은 육성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매우 중요한 역사를 남겼다. 단지 전략이 되는 대상을 국가나 가족에서 아이돌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5. <아이돌 마스터>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미학, 그 시작점 아마미 하루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돌일 것이고, 그 아이돌이 활동하는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아이돌 그 자체이다. 아이돌로 등장하는 히로인이 누구인지, 그 히로인들이 어떤 모습과 재능을 보여주고, 어떤 개성을 살려 자신의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돌 마스터>라는 작품이 아이돌을 내세우는 장르라고 해도, 그 역시 전대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전대물처럼 모든 등장인물이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대물처럼 다수의 등장인물이 나오고, 그 안에서 누군가 중심이 되는 리더가 있다는 점이다. 리더의 자리를 보면 항상 가장 정의롭게 보이거나 또는 강하게 보이거나 또는 아름답게 보이는 인물로 설정된다.

 

리더로 선발된 이들은 주인공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리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대물 형식을 바라보면 위에서 언급한 요건들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아이돌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분명 아이돌 중에서 가장 눈에 잘 보이거나,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돌 마스터>는 그런 전대물적인 왕도에서 벗어난다. 같은 아이돌 장르에서 <러브 라이브>에서 가장 인상이 강한 인물로 마키가 선호되나, 주인공은 호노카 중심이다. 호노카의 경우 외모나 스타일로 보자면 마키나 에리보다 덜하다. 그런데도 리더가 된 이유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제일 먼저 행동하기 때문이다.

 

전대물 등장인물에서 리더의 조건에 강한 의지와 행동력이 호노카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Wake up Girls>에서도 리더를 맡은 나나세 요시노의 경우, 본래 모델과 CF에 등장할 정도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으며, 강한 인상을 가졌기에 리더의 자리에 적합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아이돌 마스터>에서 리더를 맡은 아마미 하루카의 경우, 다른 아이돌 작품이나 전대물적인 요소에서 리더로 등장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녀의 외모는 애니메이션 여성캐릭터가 대부분 미소녀라고 할지라도, 미소녀적인 캐릭터에서 다소 멀어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돌 마스터>에서 가장 재능이 넘치고, 외모나 스타일이 우월한 인물로 호이시 미키다. 작품을 보면 인기가 다른 그룹멤버에 비하여 좋을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배우 입성까지 할 정도이다. 춤도 잘 추고, 센스도 좋으며(피규어로도 잘 팔린다), 아이돌이 가져야 할 화려한 요소를 가장 잘 반영한 인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시장공략대상이 남성이고, 그 나이계층을 중고등학생이라면, 여동생캐릭터, 동급생캐릭터, 누님캐릭터로 나눈다면, <아이돌 마스터>에서 동급생 이미지로 호이시 미키가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다.

 

다른 캐릭터에서 키와 머리색, 그리고 의상을 본다면 눈에 잘 띄는 인물로 타카츠키 야요이, 미나세 이오리, 시죠 타카네(내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인다. 나머지 캐릭터는 각자가 가진 개성과 특성에 따라 에피소드로 등장하면, 캐릭터의 이미지로서는 호이시 미키 외 강하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이돌 마스터>의 서사를 초반부터 보면 이야기의 진행은 아마미 하루카와 프로듀서로 전개된다. 프로듀서는 모든 아이돌을 책임지고 일을 진행하는 디렉터라면, 아마미 하루카는 그 아이돌 중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TVA에서도 멤버들의 불화 속에서 그 중심이 되어 해결을 하던 인물은 하루카였다.

 

그런 하루카가 프로듀서를 대신하여 멤버를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선택이다. 아마미 하루카는 강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고, 그녀의 이미지 메이킹에서 머리에 달려있는 장식리본이 보이지 않는다면 캐릭터의 존재감이 매우 얇다는 점이다. 하루카의 성격이 밝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다고 하나, 친절한 모습은 일상 내지 다른 아이돌과의 생활하는 과정에서 보여주고, 밝은 성격도 다른 아이돌 역시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하루카를 다른 아이돌 멤버와 비교하여 어떤 장점이나 특성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은 캐릭터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돌이 되어 모두의 환호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다.

 

6. 리더로서 보여주는 아마미 하루카

<아이돌 마스터>는 게임으로 제작된 것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 플레이어로서 육성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게임플레이어가 아니라 애니메이터들의 선택이나 관점에 의해 전개된다. <아이돌 마스터>에서 아마미 하루카가 주인공 중에서 리더로 선택되어 이야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행동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아이돌장르나 전대물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영상서사인 애니메이션이라도 기본적으로 문학,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서사물과 비교하여 처음이 있다면 결론이 있고, 그 이야기과정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이념이나 이상이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영상과 소리는 시청자에게 내러티브(Narrative)를 전달해주는 내레이터(Narrator)의 기능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아마미 하루카의 활약에서 우리는 <아이돌 마스터> 극장판 작품에서 의미하는 미적인 요소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서사의 시작과 마무리에서 어차피 765프로덕션은 관객과 팬들의 호응 속에서 좋은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다. 처음부터 초심자로 시작하여 큰 대스타가 되는 것은 어차피 서사적인 요건에서 크게 고민할 이유는 없다.

 

단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플롯에서 보이는 갈등과 해결이 거대한 서사 안에서 서사로 등장한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TVA와 달리 2시간 이상의 런닝타임을 가진다. 2시간 넘게 상영되는 이야기에서 아마미 하루카의 존재성은 초반보단 오히려 후반에 가서 두드려진다. 아마미 하루카란 인물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카리스마 내지 확실한 기량이 보이지 않은 캐릭터다. 가창력으로 보자면 치야하가 뛰어나고, 댄스를 보자면 미키, 무술능력은 마코토, 스타일 그 자체로는 타카네가 뛰어나다.

 

캐릭터 가지고 있는 외적인 요소를 다른 캐릭터와 비교해도 아마미 하루카에겐 특이한 장점은 없다. 그런데 극장판에서 공연할 아레나 공연장에서 같이 백댄서로 활동할 아이돌지망생 중에 다른 6명은 모르나, 어느 한 소녀는 하루카에 대한 동경심이 매우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목표는 하루카짱, 아니 아마미 상이라고 말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아이돌 중에서 왜 하루카가 그런 대상이 되었을 까이다. 하루카를 동경한 소녀는 다른 지망생에 비하여 외모나 스타일이 특별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공연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의 능력에 벽을 느끼는 바람에 과식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람마다 해결하는 방안이 다르지만, 폭식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는 많은 여성에게 큰 치명적인 증세이다. 다른 백댄서 멤버들은 그 소녀에 대하여 다소 불필요한 존재로 여겼으며, 공연 날이 다가오자 모두들 그 소녀를 배제한 상태에서 라이브를 하자고 의견을 모으려 했다. 그러나 오직 하루카만은 그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이돌이 된 자신이지만, 그 과정이 아주 멀고도 힘들었으며,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소녀는 하루카에 대해 큰 우상으로 다가왔지만, 사실 하루카 역시 그 소녀가 느꼈던 초조함과 한계의 벽을 느꼈던 것이다.

 

멤버들의 불안 속에서 실력이 부족한 소녀를 배제하자고 한 다른 백댄서는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가 되니 그 노력을 무단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로 인해 모두가 고생한 시간을 날리고, 게다가 자신의 의도하고 상관없이 성과를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루카에게 그 소녀를 지켜주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효율성과 다변성의 저울에서 다변성으로 중심을 둔 것이다. 백댄서의 발언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말이다. 그 말은 들은 이오리는 물론 자신도 여기에 있는 765멤버 모두 라이벌이라고 한다. 하지만 라이벌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7. 라이벌이란 무엇인가?

결국 효율적인 공연운영과 다변적으로 인원을 구성할 것에 대한 갈등에서 하루카는 다변성을 선택한다. 라이벌의 관계성에서 하루카가 고민할 때, 미키가 화장실에서 하루카에게 말을 건넨다. 자신은 프로듀서가 리더의 선택을 자신이 아닌 하루카에게 한 것에 대해 매우 부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라이벌은 하루카라고 말한다. 미키는 765멤버에서 대표적인 아이돌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과 인기를 받는 미키가 왜 하루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위에서 언급하다시피 미키는 전대물의 리더로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하루카에게 리더로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키는 자신만이 월등한 아이돌이지, 아이돌 그룹 내를 모두들 받아들일 수 있는 도량에선 하루카에게 이길 수 없었다.

 

프로듀서가 리더를 하루카에게 지정한 이유가 바로 프로듀서는 단순히 일만 따오고 진행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돌 모두를 돌보고 챙겨줘야 하는 가장이란 점이다. 가장의 필수요건은 어느 누구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이끌고 가야 하는 점이다. 하루카의 아이돌로서 빛나는 모습을 가진 것은 그 균형적인 모습을 지킨 것이다. 하루카는 알고 있었다. 라이벌은 배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때로는 같이 있어야 할 때도, 때로는 경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이다. 아이돌 세계에서 자신만 혹은 자신들만 존재하는 것은 허무한 공간이다.

 

내가 아닌 타자가 있어야 비로소 내가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하루카가 TVA에서 라이벌 회사에서 활동하던 3인조 남성 아이돌에 대하여 계속 친분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심을 가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이 이때까지 여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계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이 하나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카가 그 소녀를 백댄서 팀에서 배제한다면 이때까지 쌓아올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8. <러브라이브>와 <Wake up Girls>의 비교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적인 아이돌장르 애니메이션은 <러브 라이브>와 <아이돌 마스터>이고, 그 2가지와 비교하여 인지도 낮으나 <Wake up Girls>가 있다. 물론 그 외 아이돌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있으나, 2010년대를 기반으로 하여 아이돌 장르를 보면 3가지가 기억이 난다. 각각의 TVA와 극장판을 본다면 <러브 라이브>의 경우 현실적인 요소에서 매우 낮은 세계관이고, <Wake up Girls>는 아이돌세계에 대한 어둠과 부조리를 보여준 점에서 매우 현실성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작화 등의 문제로 <Wake up Girls>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어찌보면 TVA <아이돌 마스터>도 고비는 많으나 모든 멤버가 인기 아이돌이 된다는 설정으로 본다면 진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문제는 TVA를 지나 극장판에서 어떻게 보여준 점이다. TVA와 달리 극장판 <아이돌 마스터>는 상당히 현실적인 요소가 반영되었으며, 억지스러운 설정보단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를 넣었다. 개연적인 관계로서 본다면 매우 납득이 가는 일화인 점이다.

 

그러나 서사에서 비교해야 할 점은 현실세계에 대한 리얼리티 요소만이 아니라, 작품에서 보여주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러브 라이브>의 경우 모든 9인 멤버는 개성이 다르더라도 가지고 있는 목표는 같다. 인기 스쿨아이돌이 되어 학교 신입생을 늘리고, 3학년이 졸업하여 팀이 해산되더라도 영원히 Muse는 우리만이다. 모두가 같은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에서 겉으로 보자면 매우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학교 아이돌마저 스쿨아이돌의 최고를 보여주자는 설정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폐쇄적인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아이돌 장르에 국한되기보단 걸즈 밴드나 걸즈 그룹으로 전위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케이온>이 있다. <케이온>에서 1학년으로 입학한 4명의 소녀는 이미 자신들이 부실에 오자말자 2월에 졸업한 선배들이 모두 나갔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한다. 2학년이 되어 새롭게 멤버를 추가한 후 다시 그녀들이 졸업할 때, 2학년 멤버 1사람과 친구 2사람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상황적 조건은 분명 좋지 않지만, 그 자리를 버리고 가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연속성이 존재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로만 끝내지 않는다.

 

<러브 라이브>에서는 Muse팀은 해체된다. 대신 아이돌부가 남아 다른 사람들이 이어가지만, 그것은 Muse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Muse라는 그룹을 하나의 아이돌세계에서 우상화된 존재로 남게 된 것 같은 것이다. 즉 소통의 대상이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서 <러브 라이브>와 <아이돌 마스터>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이다. 같은 학교 안에서 찾은 멤버들에게 자아와 타자의 구분은 어렵다. 학교의 폐교를 구하자는 목표의식에서 이미 자아의식은 확고하다. 이에 반해 <아이돌 마스터>는 멤버의 목표는 아이돌로서의 성공이다. 학교를 지키자는 집단적 가치보단 그 집단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러브 라이브>와 <아이돌 마스터>는 같은 아이돌장르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Wake up Girls>는 실패한 아이돌 멤버와 처음부터 아이돌이 되려던 자, 그럴 생각조차 없는 자들이 모인 팀이다. 내부의 이야기에서 조율화음이 매우 시끄럽고, 계속 위기만이 다가올 뿐이다. 거기서 각자의 개성이 7가지의 무지개로 되었다는 점에서 다변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러브 라이브>는 <아이돌 마스터>와 <Wake up Girls>에 비해 아름답게 그릴 수는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식물에서 장미는 예쁜 꽃으로 아름답게 보이지만, 민들레나 국화 같은 식물은 차로 마시거나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보이는 것과 우리가 그 대상으로 어떻게 사용하거나 여기고 있는지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것이다. 합목적성을 가진 어느 대상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미적인 가치관이 바뀔 수 있다. 만약 장미가 몸이 편치 않거나 병이 든 사람에겐 아무 필요 없는 식물이나, 연애를 하려는 남성에겐 구애하고자 하는 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다.

 

하지만 아이돌은 TV세계와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가장 화려한 꽃이다. 장미처럼 활짝 펴고 시들어버리면 버리게 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활동하는 것이 아이돌이다. 그렇다면 아이돌에 대해 우리는 효용성만으로 보는 것이 정당할까 아닐까? 팬들의 입장에서 아이돌은 계속 데뷔하는 끝이 없는 콘텐츠의 샘물이다. 언제나 많은 소녀들이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꿈꾸며 무대를 향하여 달려가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등장하는 수많은 아이돌은 그저 선택되어야 할 대상에 불과한 것이다.

 

대중의 선택은 시장성과 연결되어 있기에 기업의 전략성에서 냉혹한 판단으로 이어지고, 대중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아이돌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런다고 대중의 눈에 그렇게 비출지언정 아이돌 안에서 그 팀 내부적으로는 다르다. 대중과 아이돌은 팬과 스타의 관계로 전환되어도 아이돌 내부 팀원끼리는 가상의 세계로 만나는 게 아니라 실제 같이 생활해야 하는 구성원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내 같지가 않고, 나 역시 남같이 될 수 없다. 모두 각자의 특성과 장단점이 있으므로 다변적인 요소를 지닐 수밖에 없다.

 

내가 글 초반에 데이트를 했던 그 여성에 대해 언급한 점에서 그 분(<아이돌 마스터>에서 아즈사의 인상이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아이돌 마스터>에서는 타카네가 좋다.)이 확실히 스타일이 좋았다는 점과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고 유능해서 데이트를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날 때 여기저기 구경하고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생각하거나 추구하는 성향은 조금은 달랐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관을 서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가서 자신에 대하여 말하라고 한다면, 분명 그 사람이나 혹은 나나, 또는 불특정 다사들은 자신은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도 하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남들과 비교하여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고 싶으나, 자신만을 특별히 알아주는 것에 대하여 타인과의 이질적인 요소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 점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모두가 추구하고 느끼는 보편적인 성향이 등장한다. 자신의 특별한 날에 특별한 것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특별한 날에 원하는 특별함의 기준선에서 멀어지면 특별한 게 아니라 특이한 것이 된다. 대중문화와 아이돌 관계에서 아이돌은 특별한 존재로 될 수 없다. 특이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특별하다고 여기고 보편적 성향에 따르면 다른 아이돌과 겹치는 경우가 분명 나타날 것이다.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부각해야 어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어필이 되는 개성과 특징을 과연 멤버 내부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냐는 점이다.

 

그것은 남들과 비교하여 우월한 요소도 있지만 분명 열등한 요소도 있다는 점이다. 개성적인 요소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 수반되는 이중의 칼날이다. 하루카의 활약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는 평범한 소녀라는 아이돌의 단점도 있지만, 그렇기에 모두의 리더로서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멤버들도 드러난 것도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많다. 하루카가 보는 빛의 너머에는 그 장단점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또한 자기가 이미 탑아이돌이 된 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 과정에 있었던 시간이 당연했을 뿐이다. 하루카가 자신을 알아주고 멤버를 알아주며, 댄스팀원까지 알아준 것은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 못하나, 나와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얼마나 잘 알아갈려고 노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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