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19세기 서구사회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경제의 성장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 등 다양한 문명을 발전해왔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서구문명은 팽창하게 되면서 기존의 서양사회가 아닌 동양을 비롯한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서구사회의 문명은 합리주의를 토대로 정치적 이념과 사회경제적 요소들을 비서구권에 적용시키려 했다그 과정에서 서구는 기존 동양문화가 서구문명보다 우월하지 못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탄생하게 되었다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관점은 동양사회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인 요소가 부족하므로 서구의 지배를 받는 것이 옳은 것으로 여겼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이 서구에 비해 미개하고 열등하므로서구인들은 동양인들을 계몽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이것은 서구사회가 동양을 침략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서구의 침략은 기존 영토노동력자원뿐만 아니라 동양사회의 문화까지 침범했다동양문화에서 다양한 문화에서 가장 심하게 훼손당하는 것은 종교 내지 신앙이었다서구사회의 지배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동양권에 대하여 근대화가 진행되었고그 결과 기존 동양사회에서 전통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했다한국사회 역시 20세기에 도래하면서 전통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했으며, 21세기가 도래하면서 서구사회화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 세계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사상이 도래하면서 기존 서구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서 동양문화권 및 제3세계의 문화적 정체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世界化)라는 슬로건은 획일화된 국가의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공유하게 되었다한국사회는 근대문명 및 민주주의 도래로 서구화를 진행시켰으나세계화를 위한 문화적 정체성에서 그 한계성을 보여주고 있었다서구화 과정에서 많은 전통문화가 해체되었고그중에서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신앙이나 민속종교 등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쇠퇴했다.


신화(神話)는 어느 특정한 국가와 지역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가진 무의식적인 집단 심리이다신화를 알아가는 것은 자신의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고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성을 확립하는 것이다한국 신화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한국 신화를 어떤 매체로 통해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매체보단 만화애니메이션웹툰 등과 매체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따라서 본 논문은 한국 신화를 소재로 한 만화애니메이션 작품을 소개하고작품에 등장하는 한국 신화에 대해 연구하였다.

 

2. 한국 신화의 특성

한국의 대표적인 신화는 단군신화(檀君神話)이다. 단군신화는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이곳을 신시(神市)라는 정하고,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으로 다스리기 시작한다.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에게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을 맡기고, 인간 세상에 삼백 예순 가지 일을 주관하였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다가와 자신을 인간이 되길 바라자,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며 이것을 양식 삼아 동굴에서 100일 동안 견디라고 한다. 호랑이는 인내력이 부족하여 굴에서 뛰쳐나온다. 곰은 환웅과 약속을 지켜 인간의 여성이 되었으며, 그녀의 이름은 웅녀였고, 웅녀는 환웅과 혼인을 맺은 후 단군왕검을 출산한다. 단군왕검은 고조선(古朝鮮)을 설립하고 한국인의 국가 시조가 된다. 단군은 고조선을 1,500년 정도 다스린 후 1,908년 아사달에 숨어 산신(山神)이 되었다.


단군신화는 한국인의 국가 시조인 단군왕검이 홍익인간 정신으로 만든 고조선이란 국가를 설립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군신화의 특징은 신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점이고, 신이 인간으로 변신(출산)하여 지상에 살다가 다시 신으로 돌아가는 점이다. 단군신화 이후 한국의 고대국가 건국신화를 보면 신적인 존재가 하늘에서 강림하거나 또는 알에서 나와 최후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신으로 변신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도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단군신화는 단순히 신화로서가 아니라 전통종교로서 그 흐름이 이어져있다. 한국인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어진 것으로 본다. 단군신화는 한국 최초의 건국신화이기도하나 한편으로 무속신화(巫俗神話)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왕검(王儉)은 국가의 지배자인 군주를 의미하나, 단군(檀君)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을 의미한다.


한국인이 수명이 다하여 사망할 경우 넋이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귀천(歸天)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한국인의 시조인 단군은 신의 아들로 태어나 인간의 군주가 되어 다시 신으로 돌아간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죽음이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서양사상의 토대가 되는 플라톤의 사상에서는 신과 인간은 분리된 존재고, 인간이 죽으면 저승세계인 하데스의 궁으로 가게 된다. 플라톤의 사상에서 신은 완벽한 존재이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으며, 단지 신에 대한 경건함을 가짐으로서 신과 이어지려고 했다. 현재 서양의 문화적으로 자리 잡은 크리스트교 역시 신과 인간은 완벽하게 분리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신화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서양의 사상과 달리 한국 사상의 토대가 되는 한국 신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분리보단 일체형으로 보여준다.


신과 인간이 일체적 요소라는 점은 단군신화만 아니라 다른 한국 신화에서 보여준다. 한국의 신화는 크게 2가지로 나눈다. 1가지는 단군신화와 같이 건국영웅들이 출현하여 국가를 세우는 건국신화이고, 다른 1가지는 건국신화처럼 기록으로 전승되는 게 아니라 민간에서 구비 전승되는 무속신화이다. 무속신화는 간의 생활에서 민중들을 보살피는 민간신앙의 신들에 다룬 이야기다. 그래서 무속신화는 민중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며,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보여준다. 건국신화는 신적인 존재가 인간세계의 왕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라면, 무속신화는 인간적 존재가 신격으로 화하게 되어 인간사를 관장하는 주요 신들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무속신화의 신은 역사 내지 기록으로 전승되는 건국신화처럼 고정되는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같이 변화한다.


단군신화가 가진 샤머니즘(shamanism) 요소와 더불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도교(道敎), 불교(佛敎), 성리학(性理學) 유교(儒敎) 등이 민간신앙에 흡수되어 계속 반복적으로 변천되었다. 무속신화에서 다루는 신은 같으나 이야기의 구조나 인물, 배경 등이 지역에 따라 다르며, 시기적으로 또한 변한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변화하는 무속신화의 특징은 인간들의 상상력으로 재생산되므로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산되므로, 스토리텔링으로 그 가치를 지녔다. 근대문물이 유래되고 서구화의 도입은 한국 무속신화를 해체시켰으나, 최근 전통문화의 문화적 가치와 보전을 위해 무속인을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전통문화는 단순히 문화재로서 관리하기보단 스토리텔링의 기능을 발휘하여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3. 한국 만화애니메이션에서의 한국 신화

일반 대중들이 한국 신화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방법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 등과 같은 대중매체로 접할 수 있지만, 이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과 같은 서브컬처 콘텐츠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그리고 상황들은 카메라 내지 실사영상으로 재현하기보다 그림 위에 그려놓는 만화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이 더 재현성이 좋다. 게다가 애니메이션(Animation)은 생명이 없는 존재에 대해 혼을 불어넣어 생명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드는 Animate란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따라 신화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것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예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웃집 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 1988, 스튜디오 지브리),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 1997, 스튜디오 지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尋神隠, 2001, 스튜디오 지브리) 등이 있다. <이웃집 토토로>는 나무에 사는 정령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모노노케 히메>는 재앙의 신과 신의 숲이 등장하는 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일본의 다양한 신과 요괴들이 등장한다. 생명이 없는 존재에 대해 영적인 존재를 불어넣는 애니미즘(Animism)적 요소에 일본의 전통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일본 신화와 전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존재를 작품 내 등장인물로 내세운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일본 내에서만 아니라 한국과 전 세계의 나라에서 흥행하여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았다.


신화의 상상력을 작품에 반영하여 일본 특유의 문화를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기한 장면을 다른 문화권에서도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 내 존재하는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화애니메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신화는 단군신화이고, 그 신화에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환웅이다. 환웅이 웅녀를 선택한 모티브를 활용하여 만든 만화로 주간만화집지 소년챔프에서 연재 완료된 <사신전>이란 작품이 있었다. <사신전>의 시놉시스는 인간 세상에 내려온 환웅은 웅녀와 힘을 합하여 성품이 난폭한 호랑이족을 사해로 추방한다. 시간이 흘러 현대에 이르자 호랑이족이 다시 인간계를 침범하고, 평범한 고교생으로 환생한 환웅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는 미소녀 사신(四神)을 만나 각성하는 것에서 작품은 종결난다. <사신전>은 단군신화가 샤머니즘과 토테미즘 요소에서 사신이란 영물(靈物)적인 존재를 등장시켜 도교적 요소를 작품 내 반영하였다.


또한 단군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라이트노벨 및 만화로 출간된 <나와 호랑이님>이 있다. 환웅이 웅녀와 결혼했는데, 그럼 남은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모티브를 부여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와 호랑이님>의 시놉시스는 주인공 소년이 호랑이와 웅녀의 후예 사이에서 연애를 다루고 있는 러브코미디 장르로 전개되며, 작품 내 추가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신보다는 민담과 전설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등장한다. <사신전>은 기존 세계가 붕괴되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건국신화의 요소를 반영하였고, <나와 호랑이님>은 단군신화를 이야기가 시작되는 설정으로 삼아 민담과 전설의 요소를 반영하였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의 주제와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을 전개되나. 기본적으로 단군신화를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인 점에서 한국인에게 익숙한 점과 더불어 작품의 독특한 설정과 개성을 보여준다.


무속신화를 소재로 만든 대표적인 작품으로 만화 및 웹툰 작가 주호민의 <신과 함께> 신화편이 있다. <신화 함께> 신화편은 인간세상에서 저승이 만들어진 계기와 저승에서 죽은 인간을 관장하는 무속의 신들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는 대별소별전으로 하늘의 신 옥황상제가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에게 저승과 이승의 왕을 누구로 할 것인지 시험한다. 인품과 성격으로 형인 대별왕이 뛰어났지만, 지식과 계략은 동생 소별왕이 뛰어났다. 동생 소별왕은 속임수로 이승의 왕이 되었고, 형인 대별왕은 저승을 주관하는 왕이 된다. 이 점에서 무속신화에 등장한 인간사는 이승은 부조리한 반면 저승은 공정하다고 여기는 부분에서 무속신앙은 당시 살아가는 민중의 억압된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대별왕이 저승의 왕이 되어 죄를 지은 인간을 벌을 내리는 염라대왕 및 저승 시왕(十王)을 임명하고, 염라대왕은 죽은 인간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차사를 임명하기 위해 차사전강림전이 나온다.


그리고 서천 꽃밭을 관리하는 사라도령과 그의 아들 할락궁이를 이야기인 할락궁이전과 집터와 집을 수호하는 신의 이야기인 성주전녹두생이전이 있다. 작가가 창작으로 만든 지장보살전칠융전도 있지만, <신과 함께> 신화편에 등장하는 신들은 본래 신이 아니라 인간에서 시작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인간이던 시절,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내어 신이 된 점에서 제의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무속신화를 소재로 개봉된 작품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 <고스트메신저>가 있다. <고스트메신저>21세기에 도래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죽은 자를 관리하는 저승이 디지털화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저승세계를 묘사하였다. 무속신화가 고정된 이야기로 전승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하여 변화하는 것처럼, 한국 신화는 한국 만화애니메이션에서 계속 모티브를 제공해주는 스토리텔링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4. 마무리하면서

세계화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상으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확립하고 있다. 다양한 부류의 국가와 민족이 모여 공감대 이상으로 상대방의 개성과 특징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세계화의 정신은 다양성과 상호공존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한국과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로 향하여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화적 특수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떤 특수한 매체가 필요하고 그 매체는 영상매체가 탁월하다. 그동안 한국은 서구화로 인해 자국의 전통문화를 크게 훼손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이것을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영상매체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사라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한국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으로 제작하고, 더 나아가 영화, 드라마, 소설, 뮤지컬 등과 같은 대중문화로 제작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신화는 그 민족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며, 그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구조이다. 만화애니메이션은 상상력으로 가득한 매체이며,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매체다. 신화가 만화애니메이션에게 전해주는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무속신화가 종교적으로 무속신앙으로서는 쇠퇴했지만, 무속문화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성묘나 제사를 지낼 경우 산신제를 올리고, 집과 자동차를 새로 구매할 때 고사(告祀)를 지낸다. 어촌지역의 어민들은 선원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뜻에서 무속인을 불러 용왕제(龍王祭)라는 굿판을 벌인다. 무속문화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야기의 모티브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특정지역과 상징물을 아는 것보다 한국인의 삶에 대해 알아야 한다. 신화는 그 문화집단의 보편성을 잘 보여주는 점에서 한국인의 삶을 잘 보여줄 수 있다. 따라서 신화를 이용한 만화애니메이션은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그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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