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 - J Novel
다나카 로미오 지음, 김경훈 옮김, 토베 스나호 그림 / 서울문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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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위트와 재미로 넘치는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권을 읽어보면서 생각하지만, 역시 이 라이트노벨은 대단하다고 여긴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라이트노벨 시리즈가 1~6권을 보고 난 후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발간된 7권을 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주인공 나(私)는 녹나무마을에 얼마 되지 않는 학사(學舍) 출신자다. 학사라는 곳은 우리에게 흔히 학교라는 곳이다. 정식교육 절차를 밟아 졸업한 나(私)는 녹나무마을에서 어린아이에게 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식인 계열이었다.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가르칠 대상 학생이 있어야 하고,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먼저 교사 스스로가 그 지식을 이해해야지 가능하다. 지식의 전달은 언어로서 가능하며, 언어는 말과 문자로 가능하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런 최소한의 지능이 구비되지 않으면 제대로 지식을 쌓을 수 없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면 쌓을 수 없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배우기 위해 먼저 교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 교실에서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누락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무리 머리가 좋은 B군이나 활달한 성격 A군, 그리고 조용한 C양이라도 교실에서 서로 간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고, 선생마저 무시한다면 교실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교실을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학생의 말썽인지 아니면 교사의 무능력인지 혹은 그 무엇인가 존재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7권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 책에서 말하는 학생의 문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곧 모든 학생의 문제는 학생 본인에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가족의 문제로부터 시작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학생 한 개인은 그 가족의 얼굴이기도 하다. 나(私)는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장난에 계속 시달리고, 수업 도중에 파이가 날라 온다. 게다가 이들은 무시무시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A군은 리모콘, B군은 안경, C양은 인형이 이상한 아이템이다. 물론 그 아이템의 출처를 찾아보면 어디인지 금방 이해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신인류인 요정의 등장에서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구(舊)인류인 보통 인간은 이미 쇠퇴하고, 신(新)인류 요정은 마술(첨단과학기술은 때에 따라서 마술이라고 말한다)로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들의 지겨움에 대한 탈출과 재미에 대한 추구는 항상 나(私)에게 골치 아픈 사건만 준다. 이번에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그 말썽의 도구가 각자의 아이템으로 주어진 것이다. 수업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려면 오히려 부모가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본다면 과연 누가 먼저 고치는 게 바른 것인지 보여준다.


마지막 해결대안으로 학생 3명에게 기존의 생활방식이 아니라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것을 권유하는 모습에서 교육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옛날 중세유럽에서 아이들은 어린아이로 취급받지 않았고, 단지 작은 어른들이었다. 그들은 집안일들 도와주고, 때에 따라서 생계에 중요한 기여도 했다. 그러나 점차 아동들이 작은아이가 아니라 아직 한 사람의 인간으로 등장하지 못하자 소외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학교가 없는 녹나무 마을에 아이들을 항상 부모로부터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그래서 나(私)와 말썽꾸러기 3인방의 대결이 보여주고, 그들은 최악의 상황인 도피를 선택한다. 아이들에게 도피라는 선택은 자신의 이성과 자율적 사고에 의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이다. 그 관심은 억지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선생에게 찾아가 큰 소리로 윽박지른 것도 아니다. 그 학생의 입장에서 어떻게 고립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 교육에 대한 부분에서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혹은 악한 존재인가?


작품을 읽으면 착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 인간이 태어난 환경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만약 제대로 된 사랑만 있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차라리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하나, 단지 상황적 모순, 비정상적인 사회로 병들어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비뚤어지고, 나(私) 역시 그렇게 비뚤어진 자신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인간은 비뚤어지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존재성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7권 전반부가 학생과 교사의 영역이라면, 후반부는 인간의 지성에 대한 부분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과 지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고등 포유류인 침팬지의 경우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상황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 있다. 하지만 언어를 습득하여 사고하여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형상에 대해 인지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관념적인 영역을 동물은 사고할 수 없다. 죽음에서 인간은 상상할 수 있지만, 동물은 죽음을 위기의 순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이성과 지성으로 통해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기능을 인간이 아닌 기계가 가진다면? 아직 읽지 않았으나 얼마 전 아는 분에게 책 한권을 선물을 받았다. 제목은 <왜 로봇의 도덕인가>, Moral Machines 원문인 이 책은 외국에서 로봇에도 지성이 있고 인권이 있다는 판결로서 인간만이 지성과 이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단지 인간은 생물이고, 로봇은 무생물이다. 인간은 생물화학적인 에너지로 세포로서 움직이나, 무생물은 로봇은 연료에 의해 동력으로 움직인다.


로봇이 지성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여 풀어가는 내용이 아니라 철학적인 내용도 하나의 코미디로 만드는 유쾌함이 있다. 나(私)는 과거 유산인 컴퓨터 분석 작업 중 컴퓨터 언어에 대해 연구하다 다시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컴퓨터 지능에 나(私)의 인격이 이식된다. 그러면서 로봇이 폭주하고, 마을을 엉망으로 만든다. 나(私)는 인간인 것도 있지만, 로봇에 이식된 나(私)의 이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 나(私)와 로봇 나(私)는 모두 나(私)가 아닌가? 


작품을 읽으면 사로 인식하지 못하는 나(私)지만, 그래도 그 나(私) 역시 나(私)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뇌가 아닌 컴퓨터로 작동하나, 그건 과연 인간과 동일하지 않은 지성적 존재라고 볼 수 있는가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모호해진다. 물론 이런 사건 배경에 요정들이 숨어있겠지만, 요정은 단지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이다. 단지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엉뚱한 사건으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로서 진행되나 말이다. 이 모든 게 엉뚱하고 환상적인 일이나 하나, 그 작품 내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은 상당힌 현실적이다. 오히려 엉뚱한 비현실로 보여주기에 우리에게 그 내용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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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0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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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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