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상 - 완역본
투키디데스 지음, 박광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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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전쟁이다. 전쟁으로 인해 어떤 민족과 국가가 역사로부터 사라지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자들이 역사의 큰 물결을 일으킨다. 역사란 그런 물결을 기록하고 바라본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역사에서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해 당연한 일들로 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물로서 정리하여 다시 재조립하여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살아온 인간에 대한 마음을 우리가 알아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시대와 당시의 시대는 분명히 큰 차이점이 존재하고, 우리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 시대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란, 전쟁이 새겨진 역사란 바로 지금의 시대에도 큰 유산이 된다는 점이다. 인류의 문명은 당시에는 그 시대 삶의 양식이라면, 지금의 문화재고 기록의 결정체다. 우리가 그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존재한 기록과 유물들로서 우리의 현재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 

그 중에서 전쟁은 우리 인간에게 큰 가치를 가지는데, 전쟁은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물거품으로 변하게 된다. 전쟁을 연구한다는 것은 지금의 시대와 다른 양태라 해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인간을 가장 연구하기 좋을 시기가 바로 전쟁이다.


전쟁이란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고 빼앗는 것을 합당하게 만들고, 게다가 자신에게만 그 피해가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주변사람마저 비참하게 만든다. 전쟁에 패배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성까지 사라진다. 그리고 전쟁에 닥치는 위기란 평소 알 수 없었던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게 해준다. 이런 전쟁에 보이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시대의 상황을 정리한 서적이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펠로폰네소스는 그리스 아테네가 번창하던 시기, 전쟁의 중심지역이 되던 도시이름이다.


아테네가 헬라스 지역의 지배권을 잡고, 주변 폴리스로부터 공물을 받아 그 국가적 위엄을 세울 때, 다른 동맹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갈등이 시작하면서 전쟁의 소용돌이로 이어진다. 헬라스 폴리스들을 알아보면 절대적 강국 아테네, 그리고 아테네의 라이벌인 라케다이몬인이 살던 스파르타가 있었다. 우연히 동맹국들의 갈등이 공물을 받고 헬라스 중심국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작은 전투와 시가전이 결국 큰 전쟁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해상전과 육상전이 생기면서 헬라스 일원은 전쟁의 도가니로 빠진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히 보자면, 강한 국가의 동맹국에 대한 침입이다. 그런데 왜 동맹국이 그렇게 나서서 전쟁을 나서는가? 사실 펠로폰네소스전쟁에 대한 근본을 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인으로 전쟁에 참가한 장수이나, 전투 중의 희비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전쟁에서 물러난 그는 모든 정보를 사서 전쟁을 기록한다.


그의 기록을 보자면 전쟁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 대해 매우 객관적으로 차가운 시선으로 적는다. 다소 아테네의 위대한 정치가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문제는 그 인물은 안타깝게 역사의 이슬로 사라진다. 아테네인으로서 느낀 아테네란 국가의 문제점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는 순간 확실히 느낀다. 그가 자신의 국가인 아테네에 대해 매우 객관적인 역사적 전후관계를 서술하면서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는 순간 아테네의 문제를 알아갈 수 있다.

 

그가 전쟁사를 기록한 이유는 바로 이 전쟁에 대한 문제를 후세에 남겨 앞으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역사를 우리가 배우고 생각해야할 점은 역사에 등장하는 인간은 시간과 공간적 상황과 사건이 다르게 발생해도, 그 근본에는 같은 문제점이 숨어있다. 바로 인간이 가진 딜레마란 점이다. 왜 인간은 이런 실수를 하는가? 반드시 실수란 어느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란 점이다. 전쟁의 시작은 반드시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을 만들게 하는 원인이 숨어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보면 그 시작은 명분이었다. 동맹국의 침입과 보복, 동맹국에 대한 의리와 맹약 등에서 말이다. 그러나 전쟁은 명분과 실리하고 다르게 언제나 다른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전혀 파악하지 못할 기습, 생각하지도 못한 지진과 폭풍, 그러면서도 전쟁에 임하는 헬라스의 전사들까지, 그리고 폴리스에 남겨진 주민까지도 말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이 가진 우월감과 욕망 그리고 공포다. 남들보다 다른 국가보다 자신과 자신들을 위에 있고자 하는 우월심리는 타인과 타국을 의심과 근심거리로 변한다. 이런 심리들은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 여기는 교만심과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적들의 반격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 하는 순간 더 큰 비극을 도래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게 되면 전쟁의 구조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일단 기본적으로 그리스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투쟁도 존재하지만, 그 시작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의 입장과 시점 그리고 판단력이 작용하나, 나는 문화인류학적인 견해로 보고자 했다. 당시 헬라스 사회는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진행되던 사회이며, 여기서 스파르타는 특이하게 자신의 국가 외의 모든 사람은 모두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

 

이것을 본다면 스파르타는 국가 자체가 내부적으로 계급이 엄연히 존재했고, 왕은 위대한 전사들의 장수였다. 그리고 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도록 키운다. 이에 반해 아테네는 부유하고 무장할 수 있는 부류는 오로지 시민들만 가능하고, 자신의 무장장비는 스스로가 구매한다. 결국 이런 구조는 그 국가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기인된다고 본다. 아테네는 해상무역과 조공으로 통해 국력을 강조했고, 그에 대한 공물론 금이나 은 이외에도 나무나 자원도 있다. 전쟁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과 전술, 그리고 전투력이겠지만, 전쟁하기 위해서는 전쟁물자와 인원이다.


전쟁을 위해 아테네는 해군력을 증가한 게 아니라 해상무역의 이권을 가지기 위해 해군력을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른 비동맹국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불안요소고, 아테네의 독주는 여러 헬라스 국가들의 안위에 큰 문제가 되었다. 아테네는 수많은 인구와 물자가 있었고, 넘쳐나는 에너지는 결국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이어진다. 아테네는 겉으로 동맹국의 우호를 위해 전쟁을 참전하나, 그 이면에 사회 내부적으로 그들은 과대한 사회구조를 이룬 셈이었다. 전체 인구 10% 정도만 시민이었고, 그들에게 정치적 발언권과 참전전권이 부여되었다. 나머지는 노예, 어린이, 여자, 외국인 등 피지배계층이었고, 지배계층 10%의 시민권자들만 자신들의 이권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의 이권을 늘어가는 과정은 단순히 전쟁만이 아니라 전쟁 이전의 정치적 행위다. 이들은 어느 폴리스에 이주가거나 혹은 과거 빼앗은 폴리스에 많은 아테네인들을 이주하여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해갔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국을 삼아 그들에게 공물을 요구했고, 이들의 행위는 주변 헬라스국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력을 넓히는 이유는 새로운 생산양식을 확장하기 위한 방도이며, 그 확장을 위해 군수물품의 소비가 일어난다. 전쟁에 소비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약탈이 이루어지고, 다시 또 세력을 확장해간다. 아테네가 일으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시작은 바로 그들이 확장하고자 하는 내부적 욕망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점으로 극단적인 감정과 행동이다. 아테네인들은 민주주의국가로서 시민들의 입장과 표결로서 운명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시민들이란 사람들은 작은 사건에 크게 동요하고, 어느 작전과 임무에 임명되는 자들을 꾸준히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만약 전투나 임무에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해임하는 것도 모자라 아테네에서 추방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민주주의 정치제의 한계성이 드러난 점이었다. 정치적 안건에 공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 내지 명예욕으로 물들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시작하게 되고, 헬라스는 전쟁으로 비극의 시대, 그리고 영웅의 시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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