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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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가 얻은 별명 하나가 있다. 그것은 카나리아라는 새인 것이다. 카나리아라고 하면 귀엽게 생긴 작은 새로 울음소리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관상용(觀賞用)으로 자주 이용한다. 만약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위 별명에 대해 생각하면, 내가 귀엽게 생겼거나 혹은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카나리아로 된 동기는 그렇지 못하다. 카나리아 앞에 수식해 줄 단어가 붙어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탄광(炭鑛)이다. 옛날 사람들의 지혜는 바로 일상생활에서 비로소 알 수 있는데, 바로 카나리아를 탄광에 보내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탄광에는 대기 중의 산소가 21% 이하일 가능성이 높고, 만약 산소가 일정치가 낮고 일산화탄소 내지 이산화탄소가 높을 경우 인간은 질식사로 사망한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산소에 비해 인간의 헤모글로빈와 결합도가 300배 가깝다. 탄광에 카나리아가 들어가는 순간 죽게 되면 그 탄광은 매우 위험한 곳이란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탄광의 카나리아(목소리가 성인남자치고 굵지 않고 약간 가는 편이고 노래는 못하는 편도 아님에 불구하고)가 된 것은 바로 담배냄새에 무척 민감하다는 점이다. 집에서 잠을 자는데, 누가 대문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바로 감지하는 점, 전에 아는 분의 결혼식장에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몰라도 나는 담배냄새를 맡은 점이다.

 

 

결혼식장 전체가 일정구역을 제외하면 전부 금연구역인데, 누군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담배냄새로 인해 짜증나는 상태로 결혼식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혼식장을 보고 난 뒤 식사하러 갈 때 일행들에게 담배냄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후각이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담배에 대한 극단적인 이질감이 있어서는 모르나, 덕분에 탄광의 카나리아가 탄생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이상한 맛과 냄새를 느끼고, 만약 그냥 넘기면 장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장염에 걸린 일들은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고, 담배는 일상에서 언제나 마주치는 대상이다. 담배에 대한 부분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은 담배냄새는 매워 내 눈을 아프게 하고, 코를 찌르는 냄새는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게 만든다. 게다가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친구가 담배 피우면 뭔가 싶어 하나 물고 빨아보면 아무런 매력도 없고 그저 먹먹한 느낌만 난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던 잠깐 사귄 여자 친구와 키스에서는 뭔가 모를 불쾌감이 왔다. 물론 담배를 깊게 피던 사람도 아니고, 담배 자체도 순한 편인데도 말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담배 하나를 잡고 흡연실에 가는 회사직원, 길가에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물고 다니는 사람들, 담배는 이제 어디 가더라도 누군가의 두 손가락과 위아래의 입술을 연결해주는 교량이 되었다. 좌우와 상하 중심에 있는 담배, 그것은 인간관계도 그렇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로선 담배를 피우는 부류의 사람들과 그렇게 대화할 일이 없다. 흡연실에서 담배 한 가치는 모르는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조차도 친하게 만든다.

 

 

담배의 기발한 능력이란 바로 어색함의 무력화다. 담배의 기능 중에 사람의 마음을 진정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처럼 담배를 서로 피우면서 이야기하면 쉽게 친해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술자리에 특히 담배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술은 인간의 뇌를 자극하여 성격을 급하게 만들거나 혹은 아주 늘어지게 만든다. 이때 담배 하나를 피우면 잠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정신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이렇듯 담배는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깊숙이 자리 잡은 기호품이다. 단지 문제는 기호품이 되어도 세상 모든 사람의 기호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담배에 대한 이야기 그것은 현재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 역시 마주치는 물건이다. 그런데 이 담배가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오늘 어떻게 하여 이 모습으로 하게 되었는가?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담배라는 게 일상생활에 뿌리내린 것처럼 담배문화와 관련된 것들은 누구나 1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특히 왜 한국인들은 담배나 또는 담뱃불을 빌리는지, 왜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지, 담배의 맛을 도대체 무엇인지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문학동네 출판사에 나온 <담바고 문화사>는 우리 담배문화의 시작부터 근대까지 자세히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거나 또는 어려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한자로 남은 조선시대 기록은 잘 정리하여 해석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즐비하게 정리해놓았다. 우리가 누구나 알만한 역사인물이 나오고, 담배는 일상생활 속의 물건이라도 그것이 조선시대 후기 정치적 갈등까지 이어지는 것도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군 도암면 귤동마을 만덕산 자락에서 다산초당(茶山草堂)에 기거하며 유배생활을 하였다. 내가 그 다산초당 직접 방문할 때 주변에 야생차로 가득했으며, 높지 않으나 은근히 산세가 험한 곳이라 작은 절벽 아래로 차나무들이 이래저래 자리 잡았다.

 

 

여기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제자와 친구들이랑 차를 만들어 마셨다. 그래서 다산(茶山)이란 호처럼 차를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남다(南茶)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남쪽의 차, 즉 담바고 담배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위인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었던 만큼 그가 겪은 유배생활은 처음 포항 쪽에 위치한 장기현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기나긴 귀양, 낯선 공간과 외로움, 개혁을 꿈꾸던 조선의 지식인은 붕당정치에 의해 비참하게 먼 길을 가야 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담배라는 점이 신기했다.

 

 

조선의 대표적인 담배애호가 정조와 정약용이 있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담배라는 것이 조선 임진왜란 후 새로 왜국과 교역하기 시작하면서 반입되다가 어느 순간 동아시아 최고 담배생산지가 되었다. 담배는 청국과의 교역에 매우 중요한 위치였고, 전쟁 중에 담배가 없었다면 물자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2차례의 호란은 피폐한 국가제정으로 몰고 갔으며, 청국과의 관계에서 담배는 여러모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조선의 담배가 최상의 상품이고 최고의 선물인 점에서 담배는 조선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던 시절 제일 중요한 물건이었다.

 

 

양반들이 피우던 담배는 장죽(長竹)을 이용했고, 서민이 주로 이용하던 것은 곰방대였다. 길고 긴 장죽으로 담배를 피우던 양반들은 시간에 대한 풍류를 즐겼을 것이고, 짧지만 편리한 곰방대를 물던 서민들은 고된 하루의 일과를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맛으로 피우기도 하지만, 왜 담배에 사람들을 끌릴 수밖에 없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은 단지 담배가 가진 성능이나 효과에 치중되어 있다. 물론 담배가 가진 독성이 인간의 폐와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담배를 횡죽(橫竹)하는 것은 못된 버릇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이유란 바로 인간이 시간이란 것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한가로운 자나 지겨운 자 모두 담배가 좋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조선시대에 놀이나 문화생활에 한계성이 있었다. 영화, TV, PC, 라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방도가 없었다. 시간은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같은 24시간을 주어진다고 해도 결국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난감한 부분이 생긴다. 선비들은 대부분 독서를 하며 학문을 수행하고, 과거를 보고 관료로 등용되며, 때에 따라서는 정치를 수행한다. 혹은 자연과 집안에서 풍류와 예술을 즐긴다.

 

 

하지만 이 모두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간은 지겨운 시간을 이기기 힘들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도 지겨운 일이다. 담배는 입에 빵 대신 장미를 물게 해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담배 한 번 물고 생각이 잠기면 마음이 다시 안정을 찾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그저 한숨만 내쉬는 것보다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밤하늘을 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점을 말이다. 한가함의 의미로 장죽은 선비의 무료하고 한가한 시간을 더욱 보배롭게 해줄 것이다. 이에 곰방대는 지겹고 힘든 일에 잠시 마음을 달래는 도구일 것이다.

 

 

담배란 그렇게 우리 민족 역사에서 등장한 것이다. 인간이라면 가만히 앉아 아무 것도 못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귀양길에 오르면서 잠시 앉아 자신의 입장에 서러워하고, 헤어진 형님을 그리워하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담배 장죽을 입에 물고 다시 길을 떠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진다. 유배생활 중에 길가 모퉁이에서 친구인 시보와 군보를 기다리며 장죽을 입에 무는 그의 모습은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물론 담배가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때는 낭만이란 것이 있었다. 일제 강탈기가 도래하면서 담배는 원래 장죽과 곰방대가 아니라 종이를 말아 넣은 지권연이 수입되고, 지권연은 지금 형태의 담배가 되었다. 지금 우리 담배형태는 약 100년이 넘은 셈이다. 장죽과 곰방대가 당시 유교사회의 관습이 남아있었고, 일제는 그런 유교관습이 제국주의 침략에 방해되고, 경제적 수탈을 위해 지권연을 조선인들에게 판매했다. 물론 담배를 사람들이 많이 피우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로 보이는 우리 일상과 전통 그리고 문화가 급속히 사라진 점은 확실히 아쉬운 것은 분명했다.

 

 

담배에 대한 일화를 민화, 시조, 교지, 상소 등 다양한 역사적 기록을 참조하면서 <담바고 문화사>는 우리 담배문화를 보여준다. 그 당시 혹은 지금이라도 담배에 대한 문화적 유사성은 있었다. 담배 한 가치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변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담배가 개별적인 소모품이 아니라 곰방대나 장죽의 도구였다. 그래서 누군가 빌려주는 것은 다소 성적인 문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고, 위생적으로 좋지 못했으며, 게다가 사농공사 계급사회에서 사대부가 하위계급에 머리를 숙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담배로 인해 재산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에서는 평등주의적인 요소가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유사한 문화현상을 많았다. 다소 우리 문화사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고지식하고 지루할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 책은 매우 재미있다. 시조내용도 재미있고, 해설내용도 재밌는 흥밋거리로 가득하다. 특히 김홍도와 신윤복의 민화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선사해준다. 고리타분한 지루함이 없는 <담바고 문화사>는 오늘 우리에게 다소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 관심을 주는 도서라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거나 때에 따라선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유물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지키는 것에서 우리 문화는 다양한 맛을 내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 맛은 애연가에게 달콤하고, 비애연가에겐 매울 수도 있지만, 아마 문화적 유산은 맵고 달콤한 맛을 가진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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