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Fly Daddy Fly>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로서 좀비들의 이야기 <Revolution No.3>에서 파생된 작품이다작품 세계관은 <Revolution No.3> 토대로 좀비 친구들이 2학년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들을 스즈키라는 40대 후반의 남성의 하루일과로서 진행되는 이야기다소설의 분량은 불과 200페이지 정도이나그 안에 담고 있는 재미와 감동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사회에 대한 작가의 분노와 일침이 숨어 있다. <Revolution No.3>에서도 좀비들은 공부를 못하는 것도 모자라 아무런 인맥이나 힘도 가진 것 없는 청춘이다.

 

가진 것이라곤 잔 머리를 굴리거나 바보 같은 일만 저지르는 친구뿐이다가진 것이 아무 없기에 오히려 더 부자인지도 모른다오히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의해 쇠사슬에 의해 속박 당하기도 한다물론 가진 것이 너무 없으면 비참할지도 모른다그런다고 그런 비참한 삶에서도 몸부림치는 좀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이번에 좀비들은 재미있는 아주 흥미로운 아저씨를 발견했다세이와여자학원 축제에서 자신들의 유전자를 품어줄 애인을 만들려는 좀비들은 안타깝게도 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어떻게든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세이와여자학원 축제에 들어가서 어느 여학생에게 연락처를 받아 연애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그런 점에서 스즈키와 좀비들의 만남은 우연 아닌 절대적 숙명이었다사회적 멸시받는 좀비들사회적으로 가진 것도 없이 언제나 떠밀려 살아온 스즈키사실 알고 보면 좀비나 스즈키나 우리 일상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회사에서 일만 하고 집에서 충실한 가장하지만 그 시계 같은 인생이라도 스즈키는 아내를 사랑했고특히 외동딸 하루카에게 언제나 좋은 아버지로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인생목표가 틀어졌다딸에게 폭행한 남학생이 유명한 명문학교의 화려한 운동선수라는 점이다권투시합에서 champion 3연패를 거머쥔 남학생에게 스즈키의 딸은 가혹하게 얻어맞았다그런 후 그 학교 지도교사와 교감은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대하고마치 스즈키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대했다그런 비굴함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스즈키는 새로운 인생을 목표로 한다이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스즈키의 열망과 즐거운 장면그리고 어이없는 해프닝이 아니다.

 

살아있는 인간이나 언제나 기계처럼 일만 하고상자 안의 꼭두각시로 살아온 중년남성들이 새로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힘이 없고 나약한 삶에서 오직 피하고 숙이는 것에서 일상을 지키는 그들을 말이다비굴할지 모르나 남자가 머리를 숙이며 비굴하게 웃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어깨에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가족이 있기에 용감해지고 비굴해질 수 있는 것이 남자다그러나 하루카의 모습에서 용감해질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비굴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스즈키의 삶에 심각한 간극이 생긴다.

 

스즈키의 반란은 그렇게 시작한다반란 아니 혁명의 주체는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힘든 훈련을 순신에게 받은 스즈키고등학생에게 맞고 욕먹고 존대조차 받지 못한 그 1달 반을 견디고마침내 원수를 외나무에서 만났다링은 좀비들이 준비하고 그는 그동안의 고생을 토해낸다하지만 단순히 이 유쾌한 반란을 하는 아저씨엉뚱한 짓만 벌이는 좀비들의 모습만 우리는 생각해선 안 된다이 좀비들이 아저씨를 응원하고 도와주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좀비들은 말 그대로 좀비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을 것 같은 존재다좀비 중심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이방인과 같은 존재다일본은 메이지시대로 올라가면 대동아공영정신즉 통일과 화합이란 미명아래 북해도의 아이누족을 무참하게 학살하고그들의 땅을 빼앗아 버렸고전통왕족이 있었던 오키나와마저 침공해 그들의 문화를 파괴해버렸다그리고 조선을 빼앗아 스즈키의 싸움스승인 박순신은 재일교포로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는다대부분 이민족이거나 혹은 섞이지도 못할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사실 어째보면 아무런 힘도 없이 오늘 하루 열심히 시계태엽처럼 돌아가는 스즈키 같은 일본국민 역시 그들 스스로 이방인이었을 것이다강자와 권력 앞에 아무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등을 숙여야 하는 것에 말이다그런 스즈키에게 자신은 살아있음을 알리는 방법은 오로지 자신의 딸을 폭행한 녀석에게 찾아가 한 방 날려주는 것이다비록 권투선수에게 날리는 한 방이나 그 속에는 세상의 부조리와 부당한 도덕까지 날려주는 것이다세상에 나와 특히 남자는 그 누구에게 영웅이 될 필요가 없다남자가 세상에 나와 그를 영웅으로 봐야할 사람은 오직 그 남자의 자녀들일 것이다.

 

그래서 <Fly Daddy Fly>인 것이다아빠 날아라평범한 아버지는 늘 현실의 막다른 길에 부딪히지 않게 계속 힘든 삶을 살아간다물론 모든 사람들이 힘겨워 하나가족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정신적 상실감은 그 어떤 것보다 참을 수 없을 것이다이 소설에서 가장 가슴이 뭉클한 장면은 스즈키가 집에 가는 버스를 탈 때정해진 시간 타는 손님 그리고 버스기사스즈키는 자신이 강해질 때마다 버스와 달리기 경주를 한다언제나 지는 그였지만당연한 약속처럼 싸움 전날에 버스를 달리기로서 이긴다.

 

버스기사는 스즈키를 바라보고 있었다버스기사는 모자 대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눈물을 흘리며 스즈키에 손짓을 한다어째보면 그들 모두 오늘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다스즈키의 모습에 자신들이 직접 행동하지 않더라도적어도 지금 우리는 살아있다는 표정을 보여주었다죽어있는 자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단지 무표정한 얼굴이 공허한 눈빛으로 보이기도 혹은 보이지도 않은 것을 보고 있다. <Fly Daddy Fly> 언젠가 나도 아버지가 될지 모른다그때 나는 스즈키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글쎄아마 그것은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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