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서사철학>이라는 도서가 있다. 인간의 존재에서 철학은 인간에게 본연을 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방법이다. 그래도 철학이란 것은 있어도 살 수 있지만, 없으면 살아가는 게 조금 어려워진다. 인간의 세상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동물화되어 살아가게 될 경우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감이 하나의 타인으로 되어 버린다. 결국 인간은 자아라는 자신의 인격과 개념에서 탈피하여 자신이란 존재를 하나의 군중 내지 집단에 파묻혀서 더 이상 자신의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철학이란 것은 자신의 본질적 관계와 더불어 세상의 관계까지 사유하게 된다. 19세기 사회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철학은 세상에 대해 원리를 밝혀내질언정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철학이란 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법칙을 찾아내는 점에서 탁월한 학문이다. 그러나 철학 그 자체가 세상은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에 대한 법칙을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랑스혁명에서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사회계약론>, <인간불평등기원론>이 기본 베이스가 되었듯이, 그 책 자체가 하나의 혁명을 하자는 의미가 들어있기보다 혁명을 하는 원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답변서인 것이다. 물론 루소의 서적들은 18세기에 완성되었으나 아직까지 21세기에서 통용될만큼 매우 탁월한 도서이다. 그런 점에서 <용사가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의했습니다>는 장 자크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제시하는 불평등의 2가지가 모두 나타난다.

 

작품 자체에 큰 철학적 요소나 탐구에 대한 정신은 없다. 그저 그 작품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불평등 요소란 바로 마왕의 딸인 피노와 영웅지망생인 라울의 관계부터다. 마족의 정점인 마왕 후보생과 인간의 정점인 용사 후보생이란 이분법적인 요소에서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제시하는 태생적인 문제인 인종, 성, 나이 등과 같은 불평등이 발견된다. 그리고 2번째 불평등은 사회적인 위치에서이다. 마왕의 패배와 더불어 마족인 피노는 하나의 은신자가 되어 인간세계에 온다.

 

마족으로서 활동하기 보다는 인간세계에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활동하는 피노는 마왕의 패배와 더불어 모든 지위나 조건이 박탈된다. 결국 피노는 하나의 실직자 내지 사회부적응자로 된 것이다. 시작은 인종적 부분에서 시작된 것이나, 종착지는 업체에 소속된 직원으로 되었다. 물론 작품 중간에 마왕의 몰락으로 인해 실업자가 되어버린 용사 내지 용사에 대한 상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은 실직 내지 많은 이익을 잃게 된다. 그래도 피노와 라울의 입장에서 보면 매직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이란 점이고, 그들의 경쟁사는 아이리가 근무하는 아마다 상점과 경쟁구도로 가게 된다.

 

여기서부터 국부론과 자본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일 처음 나온 것은 자본론이다. 마법상점에 비해 아마다 상점의 상품은 생각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가격의 저렴함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생각하면 작품 중간에 아마다 상점의 상품을 공급하는 공장에서 알 수 있다. 마족과의 전투 이후 패배한 마족 중에 하위 몬스터들은 공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에서 제일 중요한 3가지 가격요소는 원자재, 생산설비, 그리고 노동력이다. 추가로 더하자면 운영경비(물, 전기, 세금 기타 경비 및 잡비) 및 운송수단이겠으나, 최초로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으로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원자재, 생산설비, 노동력이다.

 

아마다 상점에 공급하는 공장에서 터문 없는 가격으로 원제품을 생산하는 바람에서 아마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가격이 모두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가격의 요건을 다룰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가령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를 생각하면 유리, 플라스틱, 나무, 철, 구리, 알루미늄 등과 재료를 사용한다. 어떻게든 기술이 좋아지나 나쁘게 되더라도 기본적인 틀 안에서 같은 사양을 시판할 경우 재료의 선택차이점은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생산설비에서 공장에서 운영하는 제조시스템을 1번 교체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기간은 막대하다. 그러므로 1번 생산설비를 갖추게 되면 시스템의 물리적 내지 프로그램 수명이 유효할 경우 끝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에서 가장 높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토지, 그 토지 위에 올리는 건축구조물 및 설비, 그리고 공장 안의 제조시스템이다. 하지만 제조시스템의 경우 그 역시 하나의 생산품 이전에 사업자에게 큰 자본지출 사항이다.

 

그렇다면 원재료와 생산설비의 구비에서 더 이상 사업자의 주머니에서 지출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오로지 노동력이다. 아마다 상가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장에서 노동하는 존재를 보면 기존에 분명 사람이나 혹은 지능이 높은 마족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단순작업에 얼마든지 투입이 가능한 하급몬스터였다. 이들은 단순한 지능에서 반복적인 노동에서 임금지불이 아주 저가이거나 혹은 지불하지 않을 정도로 노동을 착취한다.

 

반복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하급몬스터들은 견디지 못하여 쓰러지는 모습이 나오는데, 전형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과로로 인한 생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급몬스터의 노동착취 모습에서 분명하게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밝히는 생산수단이 나온다. 가격의 조정이 가능한 것은 바로 노동력의 착취라는 점이다. 하급몬스터라는 정신수준 이하의 생물을 착취한 만큼 당시 19세기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많은 노동에 시달렸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은 기본이고, 심지어 새벽까지 넘을 때도 있다. 연속 20시간도 있었으며, 중간에 밥조차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다.

 

이와 반대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적인 요소는 피노가 월급을 타고 나서이다. 피노가 자신이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행복을 줄 수 있으므로 일을 하는 것, 즉 노동하는 게 좋은 일이라고 한다. 나는 분명 나의 이익을 위해 혹은 가게의 이익을 위해 일을 했으나, 그 결과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가는 것은 결국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나온 말이다. 내가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활동에 따라 빵을 사고 파는 자에게 이익이 가고, 국가적으로 상업적으로 활발하여 부가 축적되는 것을 설명한다.

 

문제는 자유경제주의자들의 원전인 <국부론>은 그 경제적활동이 서로간의 도덕적인 조건과 더불어 공정한 거래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가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조차 읽지 않은 자칭 시장자유경제주의자들의 비논리적인 상식이란 바로 공정한 거래와 도덕적 관계의 성립이란 점이다. 물론 <용사가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의했습니다>에서 그런 철학적 관계를 다루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라울이란 용사 옆에 마왕의 딸 피노 외 다수의 미소녀가 얽히는 하렘구조에서 그런 심도있는 내용은 깊이 전개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소재가 에피소드에 나온 만큼 "국부론이냐? 자본론이냐?"이란 담론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