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3 - Seed Novel
맑은날오후 지음, 토브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3권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전에 나온 1권과 2권을 읽어보았다. 재차 읽으면서 그동안 론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 것과 동시에 마왕의 진실, 그리고 론의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의 시간조작이 보인다. 외전에서 린의 모험에서도 등장한 텐드 역시 론과 같이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소녀를 만난 것이 나온다. 결국 복선의 연장은 단순히 론에 의해서만 보여준 게 아니라 텐드도 역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전개 속에서 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는 단지 자신의 할아버지 48대 용사와 황제의 숨은 공작에 있을 것이다.


공작에는 노엘 인피니피 황비, 론의 동생인 시즈도 역시 끼여 있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그 숨은 계획이 세계를 파멸을 이끌어가는 것이고, 그 원인은 알 수 없겠지만, 이종족의 몰락과 매우 긴밀하다는 점이다. 왜 황제와 군대는 붉은여우귀 종족을 몰살하였을까? 그것은 론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을 사전에 배제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라면 공동의 적인 이종족을 몰살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인가? 인피니티 제국은 모든 대륙에서 최고 강한 제국이고, 용사도 그렇지만, 황제 그리고 황제의 수호대는 사실상 마왕군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렇다면 무슨 계획을 세웠기에 론에게 봉인이 붙어 있는가? 전에도 리뷰하면서 생각했지만, 황제와 용사는 바로 신이란 존재 그 자체를 없애고 새로운 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의 추론이기도 하나, 적어도 악령과 언데드들이 득실대는 던전에서 론은 이상한 석상을 발견한다. 신이 인간에게 검을 하사하는데, 그 검이 할아버지에게 받은 검과 매우 똑같은 모습이고, 할아버지는 신이 다룰 수 있는 검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존재다. 할아버지의 능력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능가할 수 없는 신의 영역까지 올라간 존재다. 그런 상태에서 론의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된 유물에서 발견한 여인을 론의 아버지와 결혼하게 한다.

유전부터 론은 다른 인간과 다르다는 것은 그가 노엘 인피니티가 봉인한 힘 일부를 해제할 때 악마가 말한 장면이 중요하다. 악마는 론에게 소멸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크크으...이 힘. 그 검은 머리와 눈.... 설마 네놈의 정체는... 웃기는 일이군, 나와 너 중 누가 더 악마란 거냐...” 결국 론의 비밀은 어머니 고대유물에서 발견된 불가사의한 존재란 점이고, 그녀는 유물에 발견된 것처럼 봉인되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흔히 우리가 부를 수 있는 명칭이라면 판도라의 상자라고 보면 될까?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힘을 가졌다는 것은 론이 이미 태생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고, 게다가 론은 인간의 마음조차 버리도록 키워진 것이다.


산적, 현상수배범, 역적과 같이 처벌대상자라도 해도 인간인 그들을 론은 6살부터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목을 베었다. 즉 같은 인간이라도 용서가 필요 없고, 인간을 죽이는 것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수라의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졌기에, 론은 할아버지로부터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가르침을 받은 것이다.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하는 것은 결국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론은 할아버지가 제시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론의 과거, 즉 예전 세계에서 그는 이종족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것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된 것이라 여긴 것이다.


신이 거의 소멸하지만, 마지막 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 결국 론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해서 안 될 행위를 한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작가가 복선과 숨은 시나리오로서 남겨 두었지만, 적어도 론의 행위는 인륜 내지 천륜을 어길 수 있는 것은 3권에서 은근히 내비추었다. 그것은 론의 동생인 시즈의 행동이 다소 지나친 점이다. 시즈는 린과의 전투에 기억을 잃은 론에게 충격요법이라 하여 키스하려고 한다. 제 아무리 오빠와 여동생이 친해도 볼이나 이마 정도 키스도 솔직히 부담스러울 것인데, 론의 입술을 향하여 돌진 한 것이다. 시즈는 린과 티나 그리고 루리를 보면 자신의 오빠는 오직 자신의 것이고, 그 누구도 다가갈 수 없다는 집착을 보인다.


게다가 자신은 할아버지가 말한 계획의 대의를 위해 충분히 그릇이 될 각오는 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추후의 일을 위해서 말이다. 할아버지가 말하는 어느 계획과 그리고 시즈가 보이는 과도한 브라더콤플렉스는 근친상간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여동생이 필요 이상으로 남자형제에게 스킨십과 그 형제의 주변 여자들에게 과도한 질투와 경고를 보내는 것을 본다면 결국 시즈의 근친상간의 욕망이 인피니티를 비롯한 세계를 멸망으로 도래하게 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근친상간의 욕망은 오이디푸스의 이야기처럼 그는 어머니와 부부가 되어 자신의 형제요 남매인 딸과 아들을 각각 2명씩 얻었다.


그 죄목으로 테베는 신의 노여움으로 질병이 휩쓸고 사람들은 고통에 빠졌다. 인륜을 져버린 인간의 비극적 종말은 모든 것을 파멸에 이르게 만들었다. 론이 할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인륜을 져버린 행동을 했으니 그의 마지막은 후회와 원한만 남을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리셋이 되어 황제의 용사가 아니라 마왕의 간부가 되었다. 이전 세계에서 린과는 용사일행이지만 이제는 린이 용사가 되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은 시간적 문제일 것이다. 그런 시간적 문제에서 작가는 어떻게 하면 론의 정체가 드러나고, 루리가 마왕이란 사실을 용사일행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에 대해 디오니소스적인 방법을 택했다.


디오니소스라는 신은 제우스와 인간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이다. 포도주의 신으로서 인간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난폭해져서 인간 그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한다. 물론 론이 난폭해진 게 아니지만, 술로 인해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되었으며, 결국에 린에 의해 밝혀진다. 술을 마시면 강한 인간이라도 불가항력적으로 자신의 통제성을 잃게 되므로 론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왜 시즈가 린에 대해 경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가이다. 용사 린은 가슴의 압박에 의해 단추가 날아가고, 단추총알에 맞았던 스팅은 기절을 하고 만다.


린의 가슴이 엄청 큰 것과 미녀, 그리고 좋은 가문이란 점에서 시즈에게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다. 용사라는 직책에서 사회적 지위와 더불어 강력한 힘까지 겸비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론이 술에 취해 방 안에서 정신이 없을 때, 린의 품에 안기게 된다. 그때 론은 린에게 어머니라고 한다. 린이 자신이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론은 어머니 알겠어요. 라고 한다. 단순히 린이 몸매만이 아니라 뭔가 론에게 조금 그리운 느낌을 들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를 닮은 점에서 론은 린에게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단지 루리의 등장으로 론의 제일 우선하게 되는 것은 루리였으므로 린은 루리의 뒷전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 시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충분히 마음 편하게 론을 대할 수 있겠지만, 시즈의 등장은 가시 돋친 날카로운 장미가시처럼 론 주변에 날카로운 가시가 둘러싸인 장미나무 숲처럼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린은 론이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알게 되면서 시즈를 같이 모험에 동행하게 된 셈이다. 시즈의 등장은 린과의 충돌으로 계속 이어지고, 처음에는 무력충돌이 나중에 여자들의 싸움으로 변했다. 어떻게 보면 시즈의 등장은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모험적인 요소로서 몬스터와 싸움, 악령과 싸움, 추후에 있을지 모르는 황제와 왕국 혹은 신과의 대결이란 거대한 서사에서 론 일행 사이에 항상 끊이지 않을 티격태격한 요소를 부여한 셈이다.


작품 내에서 개그요소를 부여하더라도 결국 모험물이고, 용사와 마왕이 등장하기에 진부한 개그를 넣기에는 한계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론 주변에 시즈가 등장하는 것은 질투의 화신이 강림하기에 충분히 개그를 넘어 왠지 생동감 넘치는 개그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독한 브라더콤플렉스 여동생과 지독한 프라이드를 가진 부잣집 딸의 만남은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신경전이 펼쳐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루리와 스팅, 티나의 모습은 또 다른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이번 편에서 조금 인상적인 모습은 무력으로 제압된 세계라면 그 이상의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결국 그 진실의 결과는 귀여움이었다. 용사는 자신이 좋아하던 팀의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역시 그 언니처럼 귀여움에 대한 열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린을 무척이나 귀여워해주던 쉐어, 그리고 루리의 볼이 닳을 정도로 비벼대는 린, 심지어 린이 루리에게 천사 고리와 날개를 달아주자 루리는 이에 신나 엉성한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본 용사인 린은 자신이 마왕의 최고의 적이면서도 어린 마왕에게 무릎을 꿇는다.


인간에게 먹고 살아가는 것, 즉 의식주를 해결하는 순간 문화생활을 추구하게 된다. 문화라는 것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린이 선택한 귀여움에 대한 열의는 루리로서 그 성과를 맺은 셈이다. 게다가 장수족은 인간의 수명에 비해 거의 10배에 가깝다. 용사가 나이가 들어 수명이 다 되어 죽을 때도 루리는 아직 그 모습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8세 소녀가 대략 12세 소녀로 될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황제는 매우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루리가 용사와 더불어 황제의 성으로 가서 황제를 알현한 기회가 있었는데, 황제는 루리가 처음 보자말자 마왕군에 가담한 장수족의 아이라는 것을 알아본 점이다. 그런데도 황제는 마왕군 무리 중에 하나인 루리를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나 행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마왕군이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혹은 루리가 아주 어린 소녀이기에 그런 작은 아이에게 억지로 신경쓸 것도 없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황제는 론의 할아버지 48대 용사와 더불어 공모한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루리가 이종족이란 사실보다 루리가 론의 기억상실에 무슨 짓을 했는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4권부터는 론의 기억상실과 더불어 원래 목적을 가진 황제와 48대 용사의 계획에 대한 수정조치 내지 손길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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