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의 애니메이션 or 애니메이션의 고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처음 보던 것은 언제인가? 예전에 분명 본 기억은 있으나, 너무 어린 시절에 보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아이돌 가수 린 민메이라는 소녀다. 그리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애니메이션보다는 팩을 게임기에 꽂고 실행하던 시절, <마크로스>라는 게임이 있었다. 단 1기의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는 전투기 1대가 나와 일직선으로 날아가면서 적들과 싸운다. 그 당시 들었던 노래제목은 몰랐으나 알고 보니 노래제목이 소백룡(小白龍)이었다. 작은 백룡을 의미하는 이 노래제목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에서 린 민메이와 그녀의 사촌 오빠인 린 카이훈이 등장한 영화 OST이다. 게임에 몰두할 때 머리에 춘권 모양을 한 소녀가 나온 것은 기억이 난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나 한편으로 추억의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고전이기도 하다.

 

2. 오타쿠의 용어 탄생

오타쿠란 용어가 있다. 일본에서는 오타쿠라는 의미는 한자로 御宅로서 발음으로 보면 おたく(otaku)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이른바 오덕후로서 간단히 줄여 말하여 오덕 내지 덕후로서 불린다. 그러나 원래의 의미는 주인공 파일럿인 이치죠 히카루가 하야사 미사라는 상관에게 중위 내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보단 오타쿠라고 처음 말한다. 즉 상대방의 칭호를 부를 때 그 사람의 댁이라는 의미를 높이 부르는 오타쿠가 이제는 만화, 애니메이션, 코스튬 플레이, 밀리터리를 비롯한 수많은 하위문화에 집착하는 매니아들에게 적용되었다. 현재는오타쿠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조금 맞지 않은 부류로 만화, 애니메이션, 코스튬플레이, 게임 등에 흥미가 많은 사람으로 이어졌다. 본래의 오타쿠는 소비만이 아니라 생산의 영역에 직접 뛰어든 사람들에게 적용된 말이었다. 그러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등장한 오타쿠란 말은 이제 한국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이런 단어를 파생하게 만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란 작품은 과연 어떤 작품인가?

 

3. 시대적 흐름과 탈(脫)자국주의적인 작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나오던 시절은 1982년이다. 당시 세계는 미소 냉전시대였으며, 중공에는 모택동 사후 등소평이란 인물이 등장하여 개방화 정책을 펼치려던 시대다. 얼어붙은 냉전의 시기가 조금씩 풀리던 시절이다. 그런 점에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시대적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이른바 자유주의 시장국가에서 적대시 여기던 공산국가와 무역과 교류가 일어나던 시기다. 먼저 히로인이면서 여자주인공인 린 민메이는 일본인으로 나오지만, 본래 자신의 집과 그녀가 일을 도와주던 삼촌댁 모두 중화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린 민메이는 차이나스타일의 의상을 입었으며, 가게 일을 돕고 있을 때는 차이나 스커트에 헤어스타일 역시 춘권으로 만들었다. 중국과 일본의 과거 태평양전쟁의 앙금은 남아있었지만, 서로간의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던 것이다.

 

또한 당시 1980년대 일본만화의 흐름을 보면 중국이 배경이 되거나 또는 중국무술이 상당히 차용된 시기가 있었다. 제일 유명한 작품으로 <란마 1/2>이 있으며, <쿵후 소년 친미> 등과 같은 작품을 보면 그 모습을 알 수 있다. 특히 <란마 1/2>에서 란마와 그의 아버지는 중국에 무술수행을 떠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란마의 의상은 일본의상보다는 중국 무술인들이 입는 복장이었고, 란마의 집에 찾아오는 불청객들 대부분 중국인들이란 점이었다. 미국 일본문화 전문가인 수전 J. 네피어 교수의 <아니메, 인문학으로 읽는 저패니메이션>에서 <란마 1/2>에서 작품배경이나 소재가 중국이 많은 이유가 과거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만행(난징대학살, 731부대 마루타실험, 만주국 괴뢰정부 등등)에 대한 죄의식이 깔려 있다는 내용이 있다.

 

중공과의 관계에서 어떻게든 그 당시 일본 만화 내지 애니메이션에서 중공은 적대적 관계보단 하나의 모티브 내지 설정이 되기도 했다. 중국무술의 경우 이소룡의 <용쟁호토>를 비롯하여 성룡의 <취권>이 흥행하면서 중국이란 국가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보이는 중국의 모습이란 린 민메이라는 아이돌가수가 도와주는 가게이고, 그녀가 중국식 의상을 입고 있는 점을 본다면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상당히 자국주의 요소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인 린 민메이와 하야세 미사, 그리고 남자주인공인 이치죠 히카루는 일본인이지만, 주변의 주요인물들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크로스 함장이 브루노 J. 글로벌이란 장군처럼 지구에서 떠나 우주공간에 머무는 마크로스함이지만, 그 함의 선장이 흑인이고, 히카루의 상관과 더불어 조종선배인 포커 역시 동양인이 아니란 점이다.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일본인 특유의 문화적 요소가 많이 배제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사쿠라라는 이름은 많이 등장하는 법이다. 물론 등장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사쿠라라고 하는 벚꽃을 최대한 강조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마크로스함의 함장 이름이 처음부터 글로벌이고, 글로벌은 세계이다. 하지만 그 글로벌의 함장의 이름처럼 세계화라는 것은 지구 전부가 아니라 일부의 통합이란 점이 아쉬울 뿐이다.

 

4. 환영받지 못한 공동체 마크로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가장 처음 전투는 젠트라디인들이 지구 마크로스함을 공격하면서부터다. 젠트라디인들은 지구인들이 고대 프로토 컬처라는 문화를 가진 존재로 각인하고, 지구를 침범하지 않는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우주감시관의 배였던 마크로스였고, 그 마크로스를 파괴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하고, 마크로스함은 우주로 향하여 워프하게 되고, 그 뒤에 젠트라디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전투를 벌이게 되면 전쟁영웅이 등장하고, 영웅의 활약은 전쟁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포커의 후배였던 이치죠 히카루는 전쟁에서 큰 전환점을 바꾸고, 젠트라디와 전투를 계속 유지하면서 지구에 다시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마크로스함은 환영받지 못하게 된다. 마크로스함이 젠트라디의 목표물이고, 그들이 외부로 나가준다면 지구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젠트라디들은 프로토 컬처에 대한 공포로 지구를 함부로 침공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지구에 오게 되면서 마크로스함에 붙어있던 거주민들은 모두 사망 내지 실종자로 처리되어야 했으며, 그들의 생존이 알려지면 지구연합조직의 주요 권력자들에게 좋은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조금 양보하여 같이 젠트라디와 동맹을 맺기보단 위험인자를 추방하거나 은폐함으로서 안위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지구로 침공한 젠트라디군에 의해 그 목표는 사라지고, 오히려 마크로스함과 젠트라디군의 전투로 인해 지구가 큰 타격을 받고 만다. 지구인인데도 지구에서 환영받지 못한 마크로스함, 그들은 환영받지 못한 공동체였던 것이다. 물론 지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함 불시착으로 대규모 전쟁 후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하나, 그 기나긴 전쟁의 구심점이던 마크로스함이 계속 머물 수 있는 것은 편하지 않은 일이었다.

 

전쟁의 원인이 마크로스함이었고, 그 전쟁의 종료 이후 마크로스 재건은 전쟁의 고통을 넘어 새롭게 시작하려 하던 상징이나, 젠트라디의 공격으로 무산된 것이다. 게다가 우주로 혼자 떠나버린 마크로스함은 지구방위사령부의 그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없었으며, 지구로부터 돌아온 연락은 혼자서 알아서 돌파하라는 것이다. 결국 지구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었다. 그들이 공동체로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공동체로부터 외면 받은 점이고, 마크로스라는 공간은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지구가 되어야 했다.

 

5. 화합의 공간 <마크로스>

마크로스는 처음에는 젠트라디와 전투를 위해 존재하던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버림을 받고 나서 젠트라디와 계속 교전을 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마크로스에 젠트라디 요원들이 침투하기도 하고, 그 이전에는 젠트라디에 의해 이치죠 히카루와 아야세 미사가 강제로 끌려오기도 하였다. 거대한 몸체를 가진 젠트라디는 우수한 전투력과 강한 육체를 가진 종족으로서 매우 호전적인 종족이었다. 젠트라디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투가 아니라 프로토 컬처라는 것이었다. 과거 아주 우수한 문화였으나, 그 문화로 인해 과거 인류가 망했다는 전설이 유래되어 모든 젠트라디들은 프로토 컬처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그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오직 몇몇 중요참모들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프로토 컬처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이치죠 히카루와 하야세 미사 일행이 엑세돌이 탑승한 전투함에 오게 되면서다. 포로로 잡힌 이치죠 일행들에 대해 심문하려던 젠트라디 참모들인 여자와 남자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으며, 게다가 프로토 컬처가 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란 점을 알게 된 이치죠와 아야세는 서로 내키지 않았으나 키스를 나눈다.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면서 젠트라디인들을 혼란에 빠지고, 프로토 문화라는 것은 남녀 간의 연애가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마크로스에 마이크론화하여 침투한 거인들은 처음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점 마크로스 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특히 린 민메이의 노래에 빠지자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린 민메이의 노래에 의해 병사들은 마크로스에 투항하게 되고, 심지어 젠트라디 내에서 여자거인이 밀리아는 그녀가 이길 수 없는 발키리 조종사를 찾기 위해 침투할 정도였다. 발키리에 침투한 밀리아는 젠트라디 내에서 아주 우수한 전투요원으로 그 어떤 전투에서 패배한 적도 없을 정도로 용감무쌍한 전사였으나, 오직 맥시밀리언 지너스에게 이길 수 없었다. 맥시밀리언을 찾아 자신의 원수를 갚으려던 밀리아 이었으나, 맥시밀리언을 직접 만나 칼을 휘둘러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맥시밀리언에게 패배를 시인하고 전사다운 죽음을 원했지만, 맥시밀리언이 밀리아에게 보여준 행동은 폭력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품에 안고 키스를 나누게 된다.

 

마이크론화 된 밀리아, 그리도 엘리트 파일럿 맥시밀리언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최초로 인간과 젠트라디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기존의 지구에게서 추방당한 마크로스였으나, 새로운 상대방을 만나면 처음에 다투더라도 결국은 서로 화합의 길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크로스가 새로운 가치라고 본다면, 기존 지구방위사령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구시대적 발상이라 볼 수 있다. 그 구시대적 발상을 가진 지구방위사령부는 젠트라디에 의해 파괴되고,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 마크로스는 단 1척의 우주선과 발키리 부대로 거대한 젠트라디를 맞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6. 승리의 여신 린 민메이의 노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것은 이치죠 히카루의 활약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단순히 무력투쟁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가 존재하였다. 그것은 바로 린 민메이의 노래였다. 1982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애니메이션 안의 히로인으로서 상당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린 민메이라는 이름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이어 <마크로스 7>과 <마크로스 프론티어>까지 세계관을 구축하게 된다. 모든 가수의 동경대상은 린 민메이라는 점이고, 마크로스 선단이 존재성은 린 민메이의 노래덕분이었다. 왜 노래라는 것은 그토록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것일까?

 

20세기에 들어와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투쟁의 역사였다. 20세기의 끔찍한 전쟁으로 1차 내지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란전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지금도 중국에서 일어나는 티베트 분쟁 등이다. 전쟁과 분쟁의 현장에서 인간은 서로 정의라는 이름 아래 상대방을 무차별 살해한다. 죽음의 폭력을 가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자신들의 정의 아래 실천하는 행동이고, 하나의 절대적 가치이인 반면, 그들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는 자들은 고통과 증오의 씨앗이다. 서로 간의 적대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까?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보여준 린 민메이의 노래가 바로 그 순간에 등장한다고 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인간과 인간이 가진 갈등과 마음의 벽에서 노래로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이른바 히피문화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카운터 컬처라는 반문화 역시 기존의 권위적인 문화에 대해 저항하게 된다. 가령 국가 내의 분쟁에서 아직까지 미국은 인종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백인의 행위는 아주 끔찍하고 잔인했으며, 20세기 킹 목사와 말콤 엑스의 살해는 20세기 미국이 보여준 아주 폭력적인 사건이었다.

 

킹 목사나 말콤 엑스가 활동하던 20세기 경우 19세기 남북전쟁 이후로도 계속 인종차별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런 시대에도 흑인과 백인 또는 많은 유색인종이 서로 화합하려고 했다. 그 중심에 바로 음악이 있었고, 특히 재즈음악이 있었다. 재즈음악은 본래 흑인들의 음악이며, 재즈는 스탠다드 재즈부터 시작하여 퓨전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져 있으며, 음악스타일이 아주 격조 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매우 자유롭다. 재즈음악이 연주되면 젊은 남녀들이 서로 어울려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아무 상관없이 같이 그 자리를 즐겼다. 미국의 유명한 우드스톡 락페스티벌은 베트남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에 인종차별, 남녀차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거론될 때 젊은 사람들끼리 그 문제를 뛰어넘고자 만든 하나의 문화다.

 

카운터 컬처의 형태는 결국 기존 세대의 반항과 더불어 상대방과의 교감을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장이었다. 우리가 만약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자막과 영상을 의존하여 감상하여도, 그 작품 속에 나오는 노래의 멜로디와 반주만큼은 쉽게 익히고 따라할 수 있다. 노래의 흥얼거림, 그리고 노래로서 전달되는 감정은 민족과 국가가 달라도 서로 공유하고 느낄 수 있던 것이다. 린 민메이의 노래는 바로 그런 인간이 가진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노래로 통한 화합을 이룩할 수 있던 것이다. 모두가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여 폭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서로 같이 연대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할 것이다.

 

그 결과가 젠트라디에 대한 전략을 단순히 폭력보다는 노래로서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서로간의 친목은 서로 다툴 필요가 없기에 희생을 줄일 수 있으며, 희생을 줄이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폭력적으로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간 스스로 동물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자연적 존재로서 자연 그 자체로 살아가는 동물이라면 그 자체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으나, 문명화된 사회에 감정이 메마르고, 삶의 목적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의 의지아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명령 내지 혹은 타의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자신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에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중심이 아니라 조직사회에 모든 것을 충성하게 되면 인간은 인간성을 가진 존재가 아닌 그저 부품에 불과한 소모품이 되고 만다. 특히 전쟁에서 인간의 개인성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가 얼마나 더 많이 적을 제거할 수 있는지가 평가될 뿐이다. 그래서 린 민메이의 노래는 전쟁에 참전하여 오로지 적을 더 죽일 수 있는 것만 생각하던 젠트라디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 취미생활을 가질 수 있었으며, 맛있는 요리를 서로 나누어 먹게 되며, 더 나아가 타인과 교류하면서 우정과 사랑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수성을 가져야 하며, 인간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노래라는 것이다. 인간은 눈으로 보는 시각적 매체보단 귀로 듣는 청각적 매체에 더 많은 감정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노래를 귀로 들음으로서 인간의 감정을 활발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감정을 느껴야 즐거움도 알고 슬픔도 알고, 무엇이 자신에게 좋은지 혹은 싫은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면 인간은 인간이기보단 단지 유기물질로 구성된 살아있는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린 민메이는 바로 그런 기계 같은 삶을 살던 젠트라디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7. 새로운 갈등을 보여주는 마크로스 남녀관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는 단순히 인류의 내부적 갈등, 인류와 젠트라디의 갈등을 거대한 서사 안에서 보여주고 있으나, 한편으로 개인과 개인적 사이에서도 보여준다. 이치죠 히카루가 가장 많이 오타쿠라고 부른 하야세 미사의 관계는 남녀관계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선 이치죠는 하야세를 처음 무선으로 통신할 때 아줌마라고 불렀으며, 하야세는 자신을 아줌마 취급하는 이치죠에게 상당히 불쾌감을 느낀다. 게다가 하야세와 그 주변 동료들은 이치죠를 단순히 에이스 파일럿보단 어린아이로 취급했다. 이치죠는 나이가 하야세보다 어리며, 계급조차 낮았다. 하야세는 사관학교 출신인 장교고, 이치죠는 민간비행조종사에서 전투기조종사로 넘어온 사람이었다.

 

하야세는 중위부터 시작할 때 이치죠는 하사부터 시작했다. 물론 이치죠는 계속 전투에서 활약을 했기 때문에 하사관직위에서 정식장교로 임명되고, 추후에는 비행편대를 이끄는 영관급 장교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이치죠가 진급하여도 여전히 하야세는 상관이었고, 마크로스가 최후의 젠트라디의 내전을 지구에서 마친 후, 글로벌 함장이 미래에도 외계인들이 지구에 침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민선단을 꾸릴 때 그 이민선단의 최고지휘관으로서 하야세로 지목한다. 결국 기존 사회적 지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아래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게 된다는 점이고, 특히 이치죠와 연인을 맺은 하야세의 경우 이치죠보다 나이나 계급이 높은 점에서 남녀의 성적인 영역이 생물학적으로 달라도, 사회적인 영역에서는 별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낸다.

 

특히 발키리 조종사가 기존에 남성이었으나. 맥시밀리언과 결혼한 밀리아 역시 발키리 조종사로 출전하여 전투는 남자만의 세계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일본사회에서 본다면 기존에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영역을 남성이 주도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점차 그 자리에 여성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남성도 직급이나 상황에 따라 여성 아래 놓이게 되었다. 현재 21세기에서 본다면 여성CEO 내지 정치인 그리고 많은 사회 인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20세기에서는 지금보다 여의치 않았다. 점점 남성들의 세계가 여성들이 들어오면서 남성은 이치죠처럼 갈등을 가지게 되었다.

 

전장의 파일럿과 전투함의 작전장교라는 상하체계가 연상인 여자와 연하의 남자의 관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우위에 있어도 그 여성은 그 남성에 대해 받아줄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 하야세는 이치죠에 대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문제 파일럿에 버릇 없는 아이로 취급했으나, 몇 번이나 자신을 구해주었으며, 마크로스가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해결해 주었다. 아무리 직급이 낮고 어려도 이치죠가 보여준 활약은 상관으로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치죠가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은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8.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가와이이에 대한 미학

가와이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귀엽다는 말이다. 하지만 귀엽다는 말은 단순히 귀여운 대상을 보면서 우리가 귀엽다고 해주는 것과 다르다. 즉 가와이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말하자면 cute, pretty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가와이이는 귀여워도 왜 귀여운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와이이에 대한 미학에서 이치죠 히카루가 삼각관계에 놓인 린 민메이와 하야세 미사의 모습으로 생각해야 한다. 린 민메이는 아주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기분에 맞추어 행동하는 소녀다. 때에 따라서는 이치죠 히카루에게 매우 매력적인 여자아이로 보여주기도 하나, 때에 따라서는 이치죠 히카루가 잡히지 않는 존재와 같았다.

 

린 민메이는 평소 애교를 잘 보여주며, 이치죠 히카루가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고도 자신의 사촌인 린 카이훈과 사이좋게 지낸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노래하는 린 민메이는 화려한 아이돌가수다. 이에 반해 하야세 미사는 사관학교 출신의 장교로 군인집안의 영애(아버지가 지구방위사령부의 고위참모)로서 항상 규칙과 약속을 중시하며, 평소 행동을 조심히 하는 어른스러운 여성이다. 그래서 하야세 미사는 린 민메이와 달리 남자에게 귀여워 보이지 않은 존재로 나온다. 즉 가와이이 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와이이에 대한 미학적 정의에서 린 민메이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손에 넣고 싶은 존재라면, 하야세 미사는 역으로 잡히지 않고 싶은 존재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가와이이 미학은 여자가 남자에게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에게 애교 내지 변덕으로 보여준다. 처음 린 민메이가 히카루를 만날 때 2사람은 조난을 당한 상태이며, 린 민메이는 마크로스 낯선 방에 갇히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기 전에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며, 이치죠에게 눈물을 보인다. 이때 이치죠의 마음에는 린 민메이에 대한 애정이 극에 달했으며, 언제나 이치죠는 린 민메이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난에서 구출되고, 미스 마크로스에 당선되며, 가수로서 활동할 때 린 민메이는 생명의 은인인 이치죠에 대해 성심껏 대하기보단 그저 친구로서 대한다.

 

출격하더라도 린 민메이를 생각하던 이치죠가 린 민메이의 미스 마크로스 콘테스트 우승은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린 민메이에 대한 히카루의 미련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으며, 린 민메이에 대해 미련을 남길수록 히카루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가와이이에 대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미학을 린 민메이에게 적용한다면 가와이이한 존재란 가질 수 없는 존재를 가지고 싶은 것이다. 현재의 가와이이에 대한 요소는 자신이 지켜주고 싶거나 혹은 뭔가 자신보다 능력이 상황이 낮은 대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감정이다. 즉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싶어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의 카와이이 요소가 반영된 애니메이션과 린 민메이에 대한 요소가 다른 점은 린 민메이는 히카루와 친구라는 점이고, 지금 애니메이션에선 가와이이 대상이 되는 여성캐릭터가 대부분 어리거나 또는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존재인 점이다. 즉 동경하고 싶은 상대보단 동정하고 싶은 상대로 바뀌어버린 모에 요소라고 보면 된다. 린 민메이와 달리 하야세 미사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현대적 여성이며, 직장인 마크로스함대 내에서도 매우 우수한 작전장교다. 하아세 미사를 보면 확실히 히로인은 맞으나, 그녀에 대해 뭔가 소유하여 지켜주고 싶다는 감정보단 뭔가 같이 서로 의지하면 살아가고 싶다는 감정이 앞선다.

 

두 여자의 차이는 린 민메이는 기존 남성이 생각하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라면 하야세 미사는 기존 남성이 원하지 않은 여성상인 셈이다. 그러나 히카루는 린 민메이 대신 하야세 미사와 같이 길을 걷기로 한다. 처음에 어리라고 놀림 받던 히카루가 성장하면서 한 사람의 몫을 수행하면서 남성에게 필요한 여성은 처음에는 귀엽고 애교가 넘치는 가와이이 속성을 가진 여성이었다면, 최후에 필요한 여성은 본인 자신에게 충실하고 타인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인 점이다. 글로벌 장군이나 이치죠의 선택한 사람이 하야세 미사라는 점은 일본사회가 점차 여성에 대하여 그 여성이 가진 능력과 책임감으로 볼 수 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가와이이 요소를 가진 린 민메이는 모두의 아이돌로서 팬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변덕은 결국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사랑받는 여자는 가와이이 요소를 지닌 여자가 아니라 가와이이 요소가 부족해도 자신의 위치에서 충실한 여자인 셈이었다.

 

9. 엔딩 이후의 세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서사의 시작은 평화로운 세계에 어떤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그 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원래로 복귀하는지 혹은 다른 방향으로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서 서사의 시작은 서사의 종료로 이어지고, 그 종료는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이기도 하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보여준 서사적 특성은 바로 서사완료 후의 서사의 연결이다. 극장판인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라는 작품을 보면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TVA의 축소판이기도 하나 조금 다른 서사적 방향을 보여준다.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에서 이야기의 종료는 린 민메이가 프로토 컬처의 노래를 복원하여 그 노래를 우주로 보내 젠트라디와 멘트라디, 그리고 마크로스의 전쟁을 평화적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런 서사적 패턴은 최근에 만든 TVA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본래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는 인류가 젠트라디와 전쟁에서 승리하여 서로 동맹을 맺고 같이 공존하나, 젠트라디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그 내전으로 계속 고민하는 모습이 나온다. 젠트라디인들이 마이크론화하지 못하면 많은 음식과 생활재료가 필요하고, 그것을 나누어줄 형편이 마땅하지 못했다. 전쟁 이후 지구가 황폐화되었기 때문에 물자가 부족했으며, 인류가 젠트라디와 화합을 하려고 해도 모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일부 젠트라디인 중에서 호전적인 자는 반란을 도모하고, 테러를 일으킨다.

 

그때는 안타깝게도 린 민메이의 노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으며, 린 민메이 역시 자신의 노래에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어 방황한다. 린 카이훈이란 사람은 평화주의자라고 하나, 평화를 위해서 무조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은 중요하나, 그 신념을 일방적으로 따르게 된다면 인류는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린 카이훈이 린 민메이를 이용하여 돈벌이에 고민하고, 린 민메이에 대해 심하게 간섭하고, 결국 2사람은 갈 길을 달리하게 된다. 린 민메이는 린 카이훈과 활동하면서 예전에 자신을 좋아해주던 이치죠를 생각하게 되고, 이치죠에게 찾아가나, 결국 이치죠는 하야세 미사와 같이 길을 걷는다.

 

어떻게 보자면 전쟁이 끝난 후의 마크로스와 지구의 모습은 보통 애니메이션에 보여주지 않은 에피소드다. 그저 절정의 위기상황을 넘게 되면 그것으로 결말이라는 해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와 젠트라디의 연합을 만든 것과 동시에 뒤에 일어나는 내전에서 평화는 쉽게 가지지 못했으며, 평화라는 관념조차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서로 공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회가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체계가 정비 되어야 하는 점도 알 수 있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처음에 손에 들어오지 않게 되어 다른 것을 대체되어도 결국에는 다시 본래 원하는 바를 찾기 마련이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엑시돌 참모가 마크로스 내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인류는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아니라면 인간은 평화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원하지 않은지 말이다. 답은 둘 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었다. 본래 젠트라디인들은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프로토 컬처 사람들이 서로 싸우기 위해 만들어낸 인조인간들이었다. 그리고 프로토 컬처 인류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다가 멸망했다. 그런 인류간의 전쟁과 투쟁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마크로스함이 건재되기 전에 10년 동안 인류는 전쟁을 벌였고, 그 전쟁이 끝난 후에 젠트라디군과 전투를 했고, 그 후에는 인류와 연합하려는 젠트라디인이 연합을 반대하는 젠트라디인과 싸우게 되었다. 인간은 계속 전쟁과 투쟁에 의해 살아오던 존재이고, 그런 만큼 평화를 찾기를 바란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결국은 인간은 스스로에게 정의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점이다. 물론 그 소통과 공감은 단순히 인간의 이성만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서도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왜 글로벌 장군이 하야세 미사에게 우주이민선단을 만들어 지구를 떠나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이 결국 서로 싸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사는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이 지구에 사는 존재인데도,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인류는 전쟁을 계속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계속하기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떠나는 것은 다르게 보면 평화를 위해서다. 인간이 결국 전쟁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평화를 위해 인간이 사는 곳을 포기한다는 점은 다르게 해석하자면 지구 현실에서는 평화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면 지구를 떠나지도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평화는 결국 나 혼자 혹은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하며, 그것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며, 누구는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워 폭력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런 정의와 합리화가 정당한 세상이라면 마크로스함대는 계속 우주를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과 같은 지구인류로부터 버림받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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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17 15:54   좋아요 0 | URL
으아~! 곰발님이 이토록 밀다니...요새 일에 찌들려 책을 많이 읽지 못함이 부끄럽군요

Mephistopheles 2014-09-2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판 마크로스 마지막 전투에서 발키라가 쏟아붓는 미사일을 슬로우모션로 보며 박장대소 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9-26 08:30   좋아요 0 | URL
아니 전투를 보고 박장대소라니~!!!

Mephistopheles 2014-09-26 15:01   좋아요 0 | URL
그게 말이죠.....회심의 소나기 미사일을 퍼부을 때...슬로우 모션으로 보면..미사일이 아닌 오만가지 별 잡다한 물건들이 튀어나간답니다.(예를 들면 맥주캔이라던지..) 이타노 서커스로 검색해보시면 내용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