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3 - Seed Novel
온점 지음, 모밍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3권을 읽으면서 전에 읽은 1권과 2권을 생각했다. 최근 들어 일본이나 한국에 마법소녀를 중심으로 만든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라이트노벨이 활발히 발행되고 있다. 게다가 용사와 마왕장르까지 나오면서 기존의 마왕용사와 마법소녀의 일반적인 형태를 해체하고 있다. 문제는 해체라는 것이 기존의 틀에서 해체된다고 하여 그 해체주의적인 작품 역시 또 다른 틀이 된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틀과 흐름의 물길을 돌린다면 그 물길 역시 다른 틀과 흐름에 잡힌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전개는 틀린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계속 유지되어 일종의 패턴주의적인 형태로 간다는 사실은 그렇게 좋게만 볼 수 없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에서 가장 맨 처음 다른 해체적 시도는 마법소녀가 다소 폭력적이란 점과 동시에 여고생보단 오히려 남학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1권부터 심지어 2권 그리고 최후의 3권에서는 남자의 의상을 입고 있다. 그것도 나비넥타이를 목에 걸고, 옆에 악당조직 중간보스인 주인공은 차이나드레스로 요염하게 포즈를 하고 있다. 여자와 남자라는 생물학적 관계는 역시 일러스트로 하여금 의미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라이트노벨의 작가와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는 서로 다른 인간이기에 각자의 인식과 방식으로 적거나 그림을 그린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3권에서 주인공은 남자인데도 아주 가늘고 마른 남성이나, 제 아무리 남성이 몸이 가늘고 야위어도 대퇴부 근육과 골격이 그렇게 형성되지 않는다. 라이트노벨 작가는 마르고 성격이 유약한 주인공으로 표현했다면, 일러스트 작가는 주인공을 여장남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자로서 그린 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처음과 끝까지 마법소녀의 모습과 악당 중간보스의 모습 계속 반대로 한 것이다. 설정을 본다면 그것은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의 일종일 뿐이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3권은 주인공의 요염한 자태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점을 암시했고, 주인공 역시 선머슴이란 사실을 각인했다. 남자교복 상의를 계속 입어야 했던 마법소녀의 아이러니에서 마법소녀가 마법소녀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가본인의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전에 2권을 지적한 것처럼 점장의 여동생이 붉은 이리집단에 속했던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이 작품은 현실에서 물가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고기뷔페 중에 가격이 저렴한 곳은 1인당 10,000원 정도하는 것은 현실성이 있고, 돼지두루치기를 12,000원에 파는 것도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그런 리얼리티에서 점정과 붉은 이리의 삽을 든 악당이야기는 아쉽게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3권도 역시 아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2권은 너무 쓸데없이 늘리고 늘렸다면, 3권은 너무 줄이고 줄여 결말이 다소 명확히 끝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작가가 3권이 발매될 무렵에 국방의 의무로 군입대를 해야 하는 점이다. 군입대를 하고 제대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2년이다. 그동안 라이트노벨을 집필하지 못하는 점에서 3권은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3권은 2권보다 설정이나 전개가 좋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갈등, 그리고 비밀과 그 비밀 속에 가려진 마법소녀의 정체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1권부터 마법소녀 같이 안 보이는 하춘식이 악의 조직 중간보스인 주인공과 Lovely 하게 흘러가는 것은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단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보면 주요인물이 처음 등장하여 모험을 떠나면 그 모험을 마치고 결국은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가는 것이 전형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라면 마지막은 결국 연애적인 요소다. 마법소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흔히 말하여 마법소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라고 한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을 읽는다면 하춘식 사랑과 우정까지 그렇지만 마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것만은 분명하다. 단지 보통 마법소녀처럼 마법(魔法)보단 마력(馬力)적인 힘으로 F-Killer의 주인공을 아주 쉽게 무찌를 뿐이다. 3권 역시 전혀 마법소녀에 상대되지 않은 주인공이 계속 하춘식에게 쩔쩔 매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도 조금 실마리가 풀리는 것만은 좋은 전개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 전개과정이 3권으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통해 최소 5~6권 이상 되는 게 좋지 않았나 싶으나, 국방의 의무를 생각하면 아쉬울 뿐이다.

 

이때까지 등장인물 중에 있어도 그만 혹은 없어도 그만이던 조나단의 위치가 이번 편에는 확고했다. 철제 양동이를 머리에 쓰고 눈앞에 있는 대상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도 잘만 보고 심지어 대화까지 유능하게 하는 주인공의 참모, 그 참모의 정체가 의외로 쉽게 드러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F-Killer가 있다면 그 만든 총장이 있었을 터이다. 아무리 봐도 총장의 정체는 양동이를 쓰고 장난 같은 헛소리만 늘어놓는 조나단이란 사실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마법소녀가 순결을 잃으면 그 자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과거 최고의 마법소녀이던 딥 블루가 10년 전의 전쟁을 종식시켜주던 이야기에서 그 중심에 조나단이란 사실을 조금 의외였다.

 

아니라면 작가는 복선을 깔아두고 싶었지만, 군입대로 인해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3권이 2권보다 내용적으로 조금 더 발전한 사유는 악의 조직과 마법소녀의 대립관계에서 과연 악이 무엇인가이다. 혹은 F-Killer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다. F-Killer는 남들이 가지진 행복을 가지지 못한 존재다. 어떻게 보면 흔히 불쌍하다거나 또는 무시당하는 존재다.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남에게 폭력과 강제적인 힘으로 이권을 찾는 악당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여 행복하지 않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여기는 소시민적인 가치관이다.

 

덕분에 대놓고 범죄조직 같이 활동하는 악당보다 이런 어중간하고 목표자체가 의미 있는 악당이 더 위험하다고 마법소녀 관리부에서 판단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에 의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기존에 활동했던 마법소녀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존재고, 주인공은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했다. 이미 사회적인 불평등 내지 또는 자기희생에 의해 구축된 일상에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흔히 인간들은 전쟁 당시의 참혹함만을 기억하나, 막상 전쟁은 끝난 후에 더 잔혹할 수 있다. 누군가 죽는다면 누군가는 살아야 하고, 그 산자들은 기존에 같이 있던 망자들의 몫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라그나로크의 방문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생각할 수 있다. 라그나로크는 딥 블루의 동기로서 강력하지 못하나 그나마 죽지 않을 정도로 마법소녀 세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이다. 라그나로크는 마법소녀가 10대에서 끝내야 하나 계속 20대까지 활동하고 있었으며, 악의 조직에 대해 일체의 자비나 용서가 없던 마법소녀다. 이와 다르게 딥 블루의 모습은 술에 빠지고, F-Killer 총수 만나 헤어진 뒤부터 계속 처녀라는 말을 한 것처럼 중간에 일탈적 행위가 있었다. 마법소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 소녀의 순결이란 말도 있다.

 

딥 블루는 그것을 버리고 총장과 단합하여 전쟁을 종결한 대신 라그나로크는 10년 넘게 변신을 풀지 않고, 계속 마법소녀 모습을 활동했다. 자기가 이때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새로운 계기를 찾지 못하고, 옆에 있던 동료들의 죽음과 희생으로 인해 분노가 증오로 바뀌고, 증오가 다시 정의라는 이름 앞에 폭력이 합리화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으나 정작 자신은 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영희라는 소녀로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찾아갔다고 볼 수 있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3권을 보면 결국 이 작품의 목적은 성별역할을 전환한 점에서 기존의 마법소녀의 틀을 깨려고 한 부분만큼, 악당이란 불리는 조직은 단순히 악의 조직이 아니라 세상에 악(보기가 좋지 못하거나 왠지 가까이 가기 싫은 존재)적인 존재로 되어야 한 사람들이다.

 

편의점에서 힘들게 일하는 주인공이나, 맨날 게임이나 하는 점장과 승희를 보면서 악당의 정체성보단 그저 소시민적인 자들이 몸부림치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쁜 짓이라곤 처음 주인공이 하춘식을 유혹하여 마법소녀의 힘을 잃게 만들려는 수작이었으나, 처음부터 주인공이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아무튼 작가의 후기만큼 등장인물의 가족이나 과거사들이 제대로 엮어가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제대하면 작가는 다른 소설을 쓴다고 했으니 그때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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