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소년 6
임진주 지음, 임애주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금지소년>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나는 대략 10권 정도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등장인물 중에서 도대남을 비롯하여 안승호 같은 남자들이 등장한 만큼 더 등장할만한 독특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이번에 보인 <금지소년> 6권은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연재종료가 되었다. 만화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 작가의 후기에서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약 2년이란 시간동안 선보인 <금지소년>의 종료는 그저 임애주, 임진주 자매의 다음 작품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작품의 종료되었지만, 작품에 대한 그 자체적인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6권에서 전혀 끝나기가 전체적인 서사에서 어울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주말에 포푸리 카페에서 포푸리소녀로 활약하는 나운이의 모습이 그렇게 억지로 흘러가는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작가가 보인 개그요소는 상당히 기발한 위기모면과 엽기적인 상황 그리고 나운이의 동생인 나솔이의 음흉한 속내였다. 그런 조건들이 붙어있었기에 <금지소년>의 재미는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금지소년> 6권에서 그런 무리한 종료라는 무리수는 이야기 흐름이 억지스럽게 만든 만큼 마무리가 다소 어설프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화라는 작화구조에서 본다면 <금지소년>은 기존 한국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부여한 것 같았다. 아니 일본 만화책에서도 그렇게까지 표현하지 못한 요소도 보였다. 작품을 보면 만화 칸과 칸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보이는 클로즈업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만화 1칸에 들어가는 얼굴의 표정이 아주 풍부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부자연스러운 인물은 마은성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나운이와 신류아의 표정이 가장 두드러진 것 같았다. 이야기의 전개로 풀어나가는 것이 어려운 만큼 작화에서 많은 노력이 보인 것이다. 수영장에 입수하는 비키니의 신류아가 물에서 나온 후의 머리모양이 바뀌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은성의 만남에서 옛날 생각을 하면서 나운이와 대화하는 신류아의 표정은 매우 풍부했다는 점이다.

 

1권부터 생각해본다면 전형적인 포커페이스로서 겉은 요조숙녀인 인기만점 여학생이나 속은 매우 오만하고 냉정하다. 그런 신류아가 나운이의 만남과 더불어 점점 사람이 바뀌어가는 것이 이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다. 신류아의 회상과 신류아 자신에 대한 고백에서 그녀는 본인을 자각한다. 옆에 아무도 없는 화려한 자신의 모습에서 진정한 친구들을 찾았다는 점이다. 진짜 친구는 도저히 비켜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공주와 기사에 대한 관계에서 <금지소년>은 공주(신류아)와 공주(포푸리 소녀), 혹은 로미오(신류아)와 줄리엣(포푸리 소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남녀의 신체적인 성적인 구분이 되어 있으나 사회적인 위치에서 보이는 행동에서는 남녀의 자리는 서로 뒤바뀌기도 하나 원래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푸리 소녀는 계속 포푸리 소녀로 남아있어야 했다. 포푸리 소녀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신류아의 선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은 포푸리 소녀가 마은성의 싸움에서 쉽게 들킨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변태로 몰린 나운이를 위해 신류아는 은성에게 “남들이 뭐라 하든 저 녀석은 제가 본 남자들 중에서 가장 멋진 남자예요.”라고 한다. 남자 중에 남자, 가장 멋진 남자라면 남자의 가치는 도대체 어떤 것에 의해 매겨질 수 있을까? 부유한 영애인 신류아와 가난한 고학생인 나운이의 관계에서 작품은 처음에 온달 콤플렉스(신데렐라 콤플렉스의 반대어로 여자가 신분이 낮지만 남자가 여자에 의해 성공하는 남성의 욕망)로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결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운이는 그 어떤 경제적인 조력을 신류아에게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통해 받은 티켓이나 쿠폰으로 신류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류아가 부유한 집안의 영애일뿐, 신류아라는 인간 그대로 봐준 것이다. 물론 신류아가 긴 검은머리와 날씬한 키와 멋진 몸매를 가진 아이돌 같은 소녀다. 과거의 가족에게 있던 비극이나 혹은 남에게 미움을 산 것을 생각하면 신류아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무의식 속에 뿌리박힌 공격적인 태도, 항상 신류아는 나운이에게 강압적으로 행동했다.

 

사디스트적인 신류아, 마조히스트적인 나운, 하지만 두 사람이 깊은 공감이 이루어진 이유는 서로만이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들러붙은 남자를 벗어나기 위해 포푸리 소녀가 필요한 신류아, 어느 순간 나운이에게 의존하는 순간, 신류아는 처음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친절을 베풀게 된 것이다. 스스로의 벽에 가두어 외톨이이던 신류아가 세상과 이어지는 교량은 포푸리 소녀인 점에서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고, 인간은 서로 위로해주는 것으로 삶의 기쁨을 얻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상 웃거나 놀 때만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 드러낼 수 없는 깊은 좌절과 허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람을 말이다. 물론 신류아만이 그런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다.언제나 학업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동생을 돌본다고 자신의 삶에 아무 것도 없던 나운이는 신류아라는 검은 태양을 만나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작품은 전형적인 서사적인 패턴이 정해져 있기에 다서 진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책을 보면서 작가가 패러디(풍자적 모방)나 페스티쉬(유희적 모방)를 잘 넣은 것이 보인다. 가령 포푸리 소녀의 월급이 없어진 것에서 <명탐정 코난>이란 만화를 인용하고, 포푸리 소녀가 항상 두 손에 음식을 들고 가는 것은 <란마 1/2>에서 샴푸라는 소녀가 음식을 들고 가는 모습이 생각난다. 생활형 개그에서 도대남의 집에 가서 누가 더 구두쇠인지 겨루는 장면도 많이 나올 것 같은 설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작화를 보면, 포푸리 소녀가 분명 여장남자이라도, 완벽한 여자의 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1권부터 시작하여 6권까지 지켜본다면 포푸리 소녀의 골반은 남성의 형태가 아니라 여성의 형태로 계속 작화되어 왔다. 작가의 작화에서 포푸리 소녀 이외에 정상적인 수영복을 입은 남성들은 일반적인 남성들처럼 다리형태가 일자형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용인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은성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서 힘겨워하던 나운이 앞에 신류아가 나타날 때, 2사람은 옆에 있지도 않은 포푸리 소녀의 모습을 본다.

 

포푸리 소녀는 나운과 신류아의 손을 서로 잡고 둘의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자로서 나운이는 또 다른 자아인 포푸리 소녀의 존재를 받아들인 점에서 남성성 안의 여성성은 존재해야만 했다. 그런 성적인 위치에서 포푸리 소녀가 마은성을 비롯한 옆에 있던 남성들에게 강한 유혹을 왜 펼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분들이 특이하게 여겨진 것은 신류아가 로미오 복장을 할 때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기개를 보여준 것처럼 포푸리 소녀는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유혹으로 다른 남자들을 유혹한다.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란, 바로 남자가 바라는 여자이기 때문에 포푸리 소녀는 충분히 남자가 좋아할만한 행동으로 남자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설정에서 작가가 바로 자매라는 점에서 다소 과감한 표현을 했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작가의 과감한 표현력은 6권 맨 뒤의 후기 2번째 편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운이의 꿈에서 나운이는 여자가 되고, 신류아는 남자가 되어 행복한 커플 모습으로 나온다. 악몽에서 깬 나운이는 안심하나, 꿈에서 등장한 커플은 “후후후 꿈이 아니지롱” 하며, 반전을 이어간다. 작가는 내심 남녀의 입장이 바뀌거나 혹은 백합 또는 BL장르가 은근히 내비추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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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6-12 23:09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