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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2 - Seed Novel
온점 지음, 모밍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2권을 보면서 문득 최근에 김월희 작가가 저술한 <중2병 데이즈> 4권의 후기편이 생각난다. 김월희 작가는 <중2병 데이즈> 1권 발매당시 여주인공 흑련과 린의 대화에서 괴벨스의 부분으로 인해 엄청나게 큰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것이 정말 옳은 게 아니라 단지 작품 전개상 중2병이란 속성에 대한 강화를 맞추기 위한 하나의 모티프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러나 그의 고충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인지해야 했다. <세계제일의 여동생님> 종료 이후 계속 진행 중인 <중2병 데이즈>로 통해 자신이 내놓은 작품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보이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책임이 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쓰는 글이란 조심스러운 부분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타인의 의견이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은 개인적 감상과 혹은 비평적인 관점으로 통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2권에 대해 읽은 소감, 즉 라이트노벨을 직접 구매하고 읽으면서 서평까지 쓰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편은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비평이나 감상적인 요건은 개인의 입장에서 나온다. 그 개인의 입장이 되는 사고와 판단은 물론 모든 것이 그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지식적 조건 등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 논평에서 나오는 부분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1권에 비해 재미, 감동, 의미 등과 같은 요소들이 전혀 와 닿지 않은 느낌이었다. 라이트노벨이 경소설이라고 하여 재미 내지 즐거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라이트노벨 역시 일반 소설과 같은 서사구조를 지닌 문자서사이므로 소설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점은 없다.
개인적 비평적 관점에서 보자면,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2권은 내 기준으로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라이트노벨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라이트노벨이란 장르와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성향과 요건을 생각하면서 서평을 쓰지만, 그런다고 그것은 그 조건일 뿐이지 다른 소설과 비교하는 연장선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2권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편은 작품의 주인공인 에프 킬러의 주인공보다는 에프 킬러의 지역 점장에서 문제였다. 이야기 2편 전체의 주제는 에프 킬러 점장의 과거와 그녀를 찾으러 온 붉은 이리의 과장이 오면서다. 2사람은 자매이었고, 언니 쪽인 점장은 납치되어 10년 전에 에프 킬러 총장에게 구출 후에 계속 이 조직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때 쌍둥이 자매인 붉은 이리의 간부 시현은 이래저래 팔린 채 돌아다니다가 조직의 일원이 되어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악의 조직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2권은 너무 클리셰적인 요소가 강했다. 뭔가 안 봐도 알 것 같은 느낌, 게다가 점장의 아버지가 조직의 두목인 것까지는 좋으나, 자매의 어머니가 어떤 정식부인이 아니라 숨겨놓은 애인이란 설정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소녀?”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볼 것인가? 소녀라는 기준을 명사적 의미로 살펴보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여자 아이”다. 그렇다면 성숙이란 기준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해당되겠지만, 어린 여자 아이라면 어느 기준으로 맞추는 것이 올바른가?
차라리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이제 갓 아가씨의 향기가 풀풀 나는 그녀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어린 소녀의 티가 벗어나 있었는지 얼굴의 볼 살의 흔적이 보였고, 아직 마음이 어린지 눈가에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라는 표현이 조금 나아보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2권은 점장을 찾으러 온 시현이 쌍둥이자매의 상봉이란 명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언니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고, 그녀를 자신의 보호아래 두기 위해 에프 킬러를 자본력으로 와해하는 것에서 차라리 자본에 대한 부족을 우회적으로 돌리는 게 좋았겠지만, 속성이 빈곤 코미디이기 계속 그것을 고수했다.
물론 그런 점을 고수한 점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작가의 본래 설정한 의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설정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글을 쓰면서 생각해야할 조건이다. 어차피 서사에서 어느 문제가 나오고,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과업의 부여는 이미 정해진 틀이다. 그 틀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조합하고, 어떻게 이끌어가는 것이 작가 내지 스토리텔링의 숙제다. 조직의 살림을 궁핍하게 만들어 데려오는 것과 마지막에 점장을 두고 펼친 결투가 너무 클리셰인 점에서 신선한 맛은 없었다.
라이트노벨이 환상적 요건과 비일상적인 요소를 반영했으면, 그 자체로서 진행한다면 모르나, 적어도 현실적 요건인 등장한다면 그것에 대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나, 그 조건이 어울리지 않으면 당연히 이야기 흐름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연은 주인공과 하춘식이나, 하춘식의 등장은 그다지 나오지 않고, 마지막 부분 결투에서 사신처럼 보이는 모습, 그리고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방황할 때 자신의 집에서 재워준 것 말고는 큰 활약은 없다. 물론 그것도 이야기 속에서 작은 이야기에 해당되므로 나쁘다는 점은 아니다.
하지만 마법소녀 하춘식이 사는 집은 혼자서 자기에는 큰 집이란 점이 조금 어긋난 것이다. 하춘식이 밤이 되자 잠을 자야 하는데, 자기 방이 아니라 거실이나 남는 방에 주인공을 재우면 그만이다. 굳이 자신의 방에서 침대에서 잔다고 해도, 밑에 주인공을 재워줄 이유는 없다. 그래서 작가의 설정 자체가 너무 흐름 속에서 어긋난 것이 문제였다. 재미요소는 여전히 같은 방식이 계속 나오는 점에서 이 라이트노벨 이외에도 다른 라이트노벨도 비슷한 내용이 매권마다 다른 상황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권에서 계속 되풀이 되는 설정이라면 지겨운 것은 분명하다.
일단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의 모든 발단은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고, 그것을 아는 딥블루, 그리고 총장이란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2권을 전부를 먹어버린 시현의 등장과 주인공의 대립과 화해는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었다. 새로 등장한 인물이 1명인데, 그 등장으로 1권을 통째로 차지한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 예전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서 엔들리스 에이트가 방송에서 그 반복에 해당되는 편만큼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애초부터 설정부터 그렇다면 반복적인 요소와 그것에 대한 가십감은 작품 내의 주인공만 아니라 보는 관객들도 충분하다.
라이트노벨 원작에도 그런 반복이 있어서 지겨움을 느끼게 만든 것과 그렇지 않은데도 지겨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엄연하게 다르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은 초반에 빈곤을 소재로 한 코미디지만, 어느 순간 하렘구조가 성립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 자체가 생김새나 행동이 여자라고 하나 적어도 주변적 인식에서(모르는 사람 제외) 남자라는 것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진행된다. 3권은 조금 더 나은 이야기로 다가오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