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다른 사람에게 추천받은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보면서, 모두 이런 말을 했다. 결코 1번 보고 이해되지 않으며, 보는 순간 다시 되돌이표를 찍기 위해 한 번 더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확실하게 말하여 1번 보고 100% 이해하기란 어려운 내용이다. 여러 가지 숨은 작품 내의 설정도 그렇겠지만, 용어자체와 그리고 용어 중에서 지명이나 음식, 가게 등과 같은 문화적인 배경에서도 그렇다. 특히 펍(Pub)이란 Public House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 아예 이해할 수도 없었고, 단지 그곳에서 무얼 하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단순히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알기까지도 마지막 부분에 가서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광장이나 거리, 교량과 학교(그런다고 캠브리지대학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이 많으며, 전에 내가 읽어본 도서인 <극단의 시대>의 저자가 에릭 홉스봄이 캠브리지대학 출신이다)들도 그러하고, 음식문화에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하천이 지형학적, 기상학적, 달의 만유인력 등의 자연적 조건에 따라 갑자기 높은 파도가 일어나 서핑을 좋아하는 mania들이 타러 오는 것조차 말이다.

 

그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여기는 한국이고, 그곳은 분명히 영국이며, 영국 중에서 수도인 런던이라는 점이다. 영미문학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나, 이번 문학을 영미소설을 읽어본 것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었으나, 가장 현대적인 감각이 오지 않았다. 예전에 읽어본 <스노우 맨>이란 소설은 북유럽 소설이었으나, 그래도 북유럽 특유의 기상과 지형, 그리고 조건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읽는데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영국이란 나라가 한국에게 그렇게 낯선 국가인가?

 

영국이란 나라는 영어를 사용하고, 거리상으로 상당히 먼 곳에 있으나, 한국과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는 국가 중에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영국의 old pop song을 좋아하며, 유럽에서는 역사학이나 철학, 경제학에 대해서 매우 깊이 있는 학자들을 배출하기에 영국이란 나라가 반드시 동떨어진 국가라는 생각을 하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보면서 이렇게 영국의 영어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어렵게 느꼈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도중에 나온 대사는 너무 짧고, 1인칭 주인공이 토니 웹스터의 독백과 사유로 통해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서 시작하여 대학에 들어가고, 그리고 결혼하여 수지를 놓고, 수지를 놓은 마거릿과 이혼을 해도 가끔 종종 만나 식사와 대화를 나누고, 그런 동안에 수지는 결혼하여 토니의 손자를 놓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토니와 같은 인생을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딱히 생각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 poetics)에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다”라는 명제가 딱하고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런 명제가 등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상당하게 복잡하다. 상황적 서술이 친절하지 않고, 토니는 계속 의문을 갖고 혼자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예전의 여자 친구인 베로니카 포드에게 찾아간다.

 

베로니카를 찾는 것은 이 문학에서 가장 활발한 시절의 토니가 아니라 머리가 모두 빠져버려 흰색의 머리카락이 빠져 대신 흰색이라고는 침침한 눈 위의 눈썹이었을 토니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비해 베로니카는 예전의 헤어스타일이 많이 변함없는 흰색머리를 가진 노인이다. 서로 만난 노년의 2사람에게 그 어떤 달콤한 로맨스나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라는 것은 정말 어렵고도 힘든 기대감이다.

 

결론은 2사람이 서로 메일을 주고받고, 다시 40년 만에 만났던 점에서 이 문학은 결코 좋은 이야기로 끝맺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주인공 토니는 고등학교 친구인 에이드리언에 대한 회상과 더불어 에이드리언의 여자 친구이던 전 여자 친구 베로니카에 대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보면서 생각하지만, 작가가 옥스퍼드대학교 현대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토니카 처음 에이드리언을 만날 시점에서 친구 4인방이 즐겨 읽던 책에 대해 나는 생각해보았다.

 

논리적인 사고와 차가운 말을 할 수 있었던 앨릭스는 버트런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존재감이 떨어지는 콜린은 보들레르와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작품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찾아가던 토니는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 마지막으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에이드리언은 알베르 카뮈와 프리드리히 니체를 읽었다. 문제는 이들이 읽은 서적 중에서 대부분 대학전공자들도 처음에 어렵게 생각하는 책들이 많다. 이미 고등학교부터 기라성과 같은 근현대 철학자를 읽은 시점에서 작가가 많이 어려운 생각을 하는 점을 느꼈다.

 

그나마 토니의 조지 오웰은 나은 편이었다. 조지 오웰의 <1984>나 <동물농장>은 많은 유명한 도서고, <동물농장>은 중학생에게 추천하는 책일 정도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조지 오웰은 본래 마르크스주의자였다. 토니가 읽은 도서 중에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있다는 점을 간주해보면, 토니는 확실히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당시 1960년대 영국에서 자신이 하던 행동 중에는 베로니카와 헤어진 이후 미국에 가서 애니라는 여자와 만나 여행 동료와 더불어 침대 위에서 같이 땀을 흘리던 사이인 점을 보면 말이다.

 

그런 작가와 토니의 입장에서 1960년대 말에는 이른바 월남전이 발발했으나, 소설에서는 월남전 이야기는 없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귀국할 때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말만 나온다. 그가 캠브리지대학의 우수한 학생이고, 게다가 전공이 윤리학이란 점을 말이다. 에이드리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토니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았고, 왜 죽었으며, 그 원인은 찾아보면 결국 자신의 여자 친구였으나, 마지막의 에이드리언의 여자 친구인 베로니카가 원인이었을 것이라 여겼다. 고등학교 시절 우수한 모범생과 뒤틀린 없는 심보 없는 에이드리언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살은 에이드리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었다. 손목을 가로가 아닌 대각선으로 베어 과다출혈사로 사망하고, 목욕실 문에 친구들이 들어오지 말고, 경찰을 불러오기를 바랐으며, 혹시나 자신의 자살로 다른 이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유언장 같은 것도 만들었다.

 

빈틈없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한 것이 토니에게 엄청난 충격이고, 그 원인은 누구에게 있냐는 점이다. 이래저래 시간이 흘러가면서 토니의 모습을 보면, 그가 단순한 성격은 아니나 그렇게 감이 좋은 인물이 아닌 자를 알 수 있다. 대학시절 베로니카의 집에 가서 베로니카가 야한 꿈을 꾸라는 말을 듣고 1분도 안 되어 손님용 방에 있는 세면대에 자위하여 사정하던 토니가 노년에는 그런 혈기왕성하기보단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봉사활동을 한다. 인생살이 새옹지마라고 하던가? 인간은 자기의 과거와 다르게 살아갈 선택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현재는 나는 과거의 나로 인해 형성된 시간적 축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니의 그런 과거의 모습에 대한 성찰과 분석, 현재는 그런 과거에 의해 축척된 주변 사람들과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여 베로니카를 만난다. 왜 에이드리언은 자살을 했었는가? 처음에는 잭이란 베로니카 오빠에게 메일을 보내고, 다음에 운 좋게 베로니카와 만나게 된다. 그 원인은 500파운드라는 유산이 베로니카의 어머니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죽고 나서 자신에게 유산이 왔다. 그런데 그 유산 중에는 에이드리언이 일기가 있을 터인데, 일기는 베로니카가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러니 토니는 베로니카에 대한 과거 자신의 감정과 더불어, 친구이던 에이드리언의 죽음을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유일한 증거이고, 재산인 일기장이 없어진다는 것은 시간을 기록한 매체가 사라지고, 에이드리언의 죽음은 영원히 자신의 의문 속에서 끝내 자신의 소멸과 더불어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과거를 찾는 것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깊은 아픔과 고통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베로니카는 계속 포드라는 성을 따라했는지? 그리고 에이드리언의 죽음을 무엇을 말하는지 말이다.

 

마지막에 가면 토니는 과거 에이드리언과 유사하게 생긴 남자를 발견한다. 키가 크고, 눈 밑에 뭔가 생기가 없는 남자를 말이다. 나이는 대략 에이드리언과 죽은 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남자를 말이다. 그는 정상인이 아니라 약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다가간 토니는 그의 어머니와 친구라고 한다. 그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한다면 토니는 포드 성을 가진 베로니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그 남자의 이름은 상세하게 나오지 않아도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것이 유럽의 이름 짓기이니 말이다.

 

그러나 생각은 다르게 되었다. 아니 제목과 더불어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와 다르게 예감은 오히려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 남자의 어머니가 베로니카가 아니라 베로니카의 어머니라는 점이다. 에이드리언의 죽음은 결국 베로니카가 원인이 되었지만, 그 직접적 원인은 베로니카의 어머니에 의해서다. 젊은 여자가 아이를 임신한 게 아니라 젊지 않고 중년의 여성이 아이를 임신했다면, 아이의 건강상태는 매우 위험했을 것이고, 또 생각하면 에이드리언 죽음 이후 베로니카의 아버지 역시 술을 지나치게 마셔 몸에 문제가 일어나 사망한 점을 보면, 계산은 맞아 떨어진다.

 

윤리학을 전공한 에이드리언이 왜 그런 자살을 선택했는지 말이다. 그는 전형적인 윤리학을 전공한 모범적 인간이다. 하지만 그가 왜 자살을 하도록 만든 그런 행위를 했을까? 에이드리언에게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았다는 과거경력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와 같이 사는 에이드리언에게 어머니와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 에이드리언이 있기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토니가 베로니카의 집에 가면서 그에게 제대로 맞이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베로니카의 어머니라고 여겼다. 그런 에이드리언에게 따뜻하게 해준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작품의 요지와 작가의 의지가 나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친구가 수학과 물리학을 잘 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과 물리학의 정답은 오로지 1개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국어 중에서 문학과 과학 중에서 비전형적인 사회과학의 경우에는 답이 하나가 아니다. 문학소설에서는 관점을 다르게 볼 수 있고, 사회과학은 관점과 사회적 조건까지 달라붙으면 답은 그 이상으로 복잡해진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의 죽음에서 보이는 것은 그가 느낀 죄책감이고, 그는 자살로서 마감한다. 문제는 그의 도덕군자 요소에서 그의 자살은 비겁한 도망이었다. 에이드리언의 아들은 장애를 안고 태어나, 계속 어른이 될 때까지 타인의 보호와 요양을 필요로 하나, 예산이 부족하여 봉사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가 묻은 돈”에서 만약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이 사귀지 않았다면? 그런 전제를 형성하려면 베로니카에 대해 토니가 에이드리언과 만나지 않게 했다면? 아주 미묘하고 단순한 일들이 하나의 거대한 풍파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오이디푸스도 길거리를 가다가 시비로 라이오스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그는 두 눈을 찌르고 방랑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와 그의 어머니에서 태어난 4남매도 비참한 운명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겉으로 윤리, 도덕, 규칙, 정의 등과 같은 깨끗하고 좋은 말을 외치나, 오히려 우리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고, 심지어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경우가 참 많다.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는 토니가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이 서로 사귄다는 편지를 받고, 이에 대한 질투와 배신감에 의한 증오가 하나의 글이 되어 편지로서 그들에게 갔다. 온갖 멸시와 증오, 그리고 다시는 친구들과 재회하지 못할 것 같은 악의로서 말이다. 하지만 그 편지의 악의가 담긴 내용은 이미 현실에서 더 심한 비극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악의가 담긴 편지가 오히려 토니에게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행한 악의도 결국 그 순간만큼은 자신에겐 정의로 가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조차 인지하여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예감을 틀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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