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 - Seed Novel
온점 지음, 모밍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마법소녀라는 관념을 생각하자면, 1999년에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에서 발간된 <일본애니메이션의 분석과 비판> 중 박인하(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학과 교수)의 ‘일본애니메이션 장르 연구 -마법소녀 물을 중심으로-’를 참고하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소녀들은 소구대상으로 한 마법소녀물은 현실세계에서 소녀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제약과 한계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년들이 로봇만화를 통해 권력과 힘에 대한 대리만족을 경험하는 것처럼 소녀들은 마법소녀들을 통해 변신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켰다. 학교나 가정에서 성적차별에 시달리는 소녀들은 꿈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되고 싶어 했다. 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평범한 현실의 소녀에게 ‘힘’을 소유하는 소녀가 되고 방식으로 마법소녀물은 ‘마법’과 ‘변신’을 제안했다. 소녀들은 그 유혹을 받아들였고, 마법소녀물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마법소녀라는 것을 정의하자면 현실에 있는 소녀들이 자신의 힘으로 현실을 타파할 수 없으므로 마법소녀라는 힘을 얻어 결국 변신과 마력으로서 해결한다. 마법소녀들은 일반 소년만화처럼 “공적인 영역”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적인 영역”으로 문제를 해결하므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착한 일”에 대해서만 가능했다. 결국 이런 부분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의 능력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환상은 아직 어린 소녀이기에 어른이 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란 착각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마법소녀물은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이나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의 경우 단순히 변신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전자는 실루엣 뒤편으로 보이는 누드가 남성에게 성적인 호기심과 환상을 제공하고, 밍키모모의 경우 어린소녀가 능력을 소유하기 위해 성장을 하는 것이다. 결국 마법이란 여성의 신체의 변화를 의미하고, 그 변화는 아직 어린 소녀가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고, 그것은 사회적인 능력을 스스로 가지기를 바란 게 아니라 우연의 행운을 바라는 점이다.

 

이번에 읽어본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은 기존에 등장한 상식을 깨고 나온 작품이었다. 이때까지 마법소녀물들이 제시한 담론과 규칙에 대해 완전히 해체하고, 대신 새로운 모습으로 나왔다. 물론 마법소녀에 대한 공식에 대해 해체적인 요소를 지닌 것은 사프트사의 신보 아키유키 감독이 제작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었다. 마법소녀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거나 혹은 선이 아닌 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진정한 악과 선의 차이는 결국 무엇이란 말인가?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의 작가인 온점의 글을 보고 난 후, 나는 작가가 그렇게 많은 철학적 지식이나 사유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아직 1993년이란 점과 책을 2014년에 구매한 점에서 그의 나이가 이제 스물이 될 정도에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이란 라이트노벨을 저술했을 것이다. 그런다고 하여 그의 서적에 담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저술한 내용에서 나는 분명 그가 깊은 철학이나 사유가 없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던 것이다.

 

철학자와 철학자가 저술한 철학적 사상을 이해해야 철학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존의 철학자란 세계의 단지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므로,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에 대해 철학적인 요소로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여기서 철학적 요소는 등장했다. 왜 마법소녀가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하춘식은 왜 변신을 꺼리는지, 악이란 정말 무엇인지 등등을 말이다. 작가 분에게 그렇게 깊은 인문학적 배경이 없다는 것은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의 히로인이 분명 하춘식이어야 하나, 막상 표지의 일러스트에서는 주인공이란 인물이 히로인처럼 나온다.

 

주인공이 하춘식이 다니는 학교에 잠입하기 위해 의상을 구하는데, 이때 교복이 제일 좋았다. 교복을 입을 때 그는 남자이나 남학생 교복이 아니라 여학생의 교복을 입었다. 여학생의 교복을 입을 때 그의 ‘가느다란 허벅지와 종아리가 하이라이트’란 부분이다. 인체해부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키와 몸무게 조건이 같다면 누구의 다리가 날씬하고 각선미가 좋은가에서 남성의 다리가 훨씬 좋다. 여성의 골격구조는 골반이 기본적으로 넓기에 가느다란 허벅지와 종아리가 나오기가 어렵다.

 

여성의 다리가 일자형이 되는 것은 남성성 안의 여성성이란 무의식적 조건 즉 아니마라는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서다. 그런 성적인 담론에서 이 라이트노벨의 재미요소를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처음 표지를 본다면 그것도 아무런 정보를 모른 채 단순히 출판사의 소개만 본다면, 하춘식이란 인물은 몽둥이리를 들고 드레스 복장으로 웃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그 뒤에 부끄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이가 악의 조직에서 활동하는 중간보스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이것은 단지 반전을 노린 것을 알게 된다.

 

마법소녀라는 여성이 오히려 남자 같고, 악의 조직의 중간보스인 남성이 오히려 여성 같이 보인다. 실제 말하는 투나 행동 역시 서로 간의 정체성에서 이탈했다. 생물학적인 성의 본성을 지니고 있으나, 외부로 보이는 이미지는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특히 주인공이 일하는 가게에서 많은 남자 손님들이 주인공의 외모를 보고 오고, 같이 일하는 선배도 주인공이 여자가 아닌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여긴다. 외적인 외모로도 남성성의 면모가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의상까지도 그렇다. 주인공의 의상은 체육복, 그러나 진짜 평상시의 의상은 여학생 교복이었다. 일하고, 살림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은 사회적인 여성적 모습까지 보인다.

 

이미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이란 제목부터 이 작품은 기존의 마법소녀물을 해체했다는 의미를 잘 알게 해준다. 마법소녀가 언매지컬이란 사실은 피지컬이란 의미다. 현실의 소녀가 환상으로 통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운에 의해 해결한다는 게 아니라 오로지 현실적 조건이란 점에서 새로운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면 마음속의 봉인을 스스로 푸는 장면에서 마법소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모습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법소녀보단 차라리 사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마법소녀란 무엇인가? 마법소녀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정의라는 것은 안타까운 것이 있다. 정의는 결국 어느 쪽의 관점과 입장, 그리고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언론이란 사실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공정성이다. 사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고,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정의라는 것은 결국 언론의 모습에서 보이는 조건이 따라 붙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이 악의 조직이면서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조직은 악이라도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그런 담론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그런다고 니체를 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니체의 사상이 지금에 와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철학에 대해 결국 세상의 법칙을 밝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악의 갈림에서 하춘식이 본 잔혹한 마법소녀의 정의라는 것은 과연 정의라는 것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의는 무엇의 조건에 따라 실행되어야 하는가? 마법소녀라는 이름은 거대한 힘과 권력을 가진 하나의 상징이다. 그 상징성에 의해 실행되는 모든 것은 옳고 합당한 것인가?

 

정의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주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 혹은 정의라는 것은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 그 사회가 가진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큰 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만약 그것이 진짜 정의라면 그 정의에 대한 의구심과 합당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가? 즉, 정의라는 것은 거대한 의지에 반하여 행동하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에 악이라고 부를 그 무엇에는 정말 순수하게 악으로 되어 있는가? 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비밀이 숨어있는 하춘식의 과거와 주인공이 겪은 10년 전의 큰 소동은 분명 이 작품에서 하나의 모티프를 제공한다.

 

자세한 내막은 없어도 거대한 힘을 가진 자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밀어붙여 이룩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고, 또한 딥 블루라는 은퇴한 마법소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인공이 속한 에프 킬러의 우두머리인 총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이다. 아직 1권만 보았기에 그와의 지난 일은 모르나, 총장에 대한 딥 블루의 표정은 살기나 적의 대신 오 히려 잘 지내고 있었냐는 눈빛이다. 1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나, 마법소녀와 악의 조직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큰 파장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악의 조직인 에프 킬러는 과연 나쁜 악의 조직으로 볼 수 있는가? 상당한 미모와 몸매를 자랑하는 점장은 게임만 하는 은둔형 폐인이고, 게다가 낯선 사람만 보면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한다. 조나단은 머리에 양동이를 쓰는 단순한 변태에 길거리 포장마차 장사꾼이며, 중간보스인 주인공은 일만 열심히 하는 소년가장이다. 그런 자들이 악의 조직이라 하여 과연 악인인가? 처음부터 악의 조직이라고 불리는 에프 킬러에 들어온 주인공의 동기가 이상했다. 그가 본 사진에서 무엇을 위해 강화인간이 되어 고생을 하는가?

 

그의 나름대로 정의라는 이름이 있지 않은가? 정의에 대해 생각하면 단순히 힘의 논리나 또는 소수를 배제한 최대다수 최대행복이란 공리주의적인 요건을 볼 수 없다. 정의라는 것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을 위해 선의를 베푸는 것으로 그것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합당한 것으로서 사회적 규율인 법과 제도를 지키는 것을 떠나 그 이상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즉, 남에게 베풀지 않아도 되는 선의를 베푸는 것으로 하나의 정의가 성립되는 것이다.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에서 정의의 기준은 아주 모호하게 만들었다.

 

악의 조직에서 매일 근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무자비하게 패는 하춘식이 정의의 사도인 마법소녀라기에는 애매하고, 그런다고 악의 조직인 ‘늪’을 보면 악의 조직이 에프 킬러만큼 약해 빠진 존재가 아닌 것을 안다. 정의라는 것은 위에서 내가 언급한 것처럼 사실성보다는 공정성이고, 공정성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한 조건과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라면 이 작품에서 진정한 악을 하춘식이 말하고 있다. “진정한 악의 조직은 은행이라니까. 은행.”

 

또한 다르게 생각하면 악의 조직이라고 하지만 동호회 수준에 불과한 에프 킬러 역시 제일 큰 적은 하춘식이란 마법소녀보다 생계조건이 더 큰 적이었다. 주인공은 하춘식에게 심하게 맞아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일을 한 후에 나오는 급여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에서 보이는 세견의 적이란 돈이 없이 그저 밑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지나가다 누군가에게 언제 사기당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점장은 게임만 하여 세상물정을 모르며, 양동이를 쓰고 있는 조나단은 이미 자신의 얼굴을 가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은 존재와 드러낼 수 없는 존재, 드러내어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악의 조직인 에프 킬러의 현실이다. 악이라 불리는 자들은 과연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악인지 아니면 악으로서 규정될 수 없는 현실적 조건에 의해서 규정되는지가 바로 이 작품에서 보인 세계관에 대한 내 판단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에서 가장 동의하는 부분은 마법소녀가 언제 마법소녀로 되지 않는가이다. 그것은 바로 소녀가 소녀로서 있을 수 없을 때, 결국 마법소녀이란 작품의 최종적인 목적은 소녀가 어른으로 되는 것이다.

 

딥 블루의 모습이 바로 마법소녀가 최종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이고, 그것은 성인여성이 누리는 행위에서였다. 마법소녀가 마법소녀로서 있는 이유가 최종적으로 사랑이란 것은 많은 작품에서 보이는 요소다. 자기가 품은 환상이 결국 환상이 아닌 현실일 때, 그들의 환상은 이미 깨져버린다. 대리만족으로 느끼는 것들이 결국 현실화로 되었다는 자체로 마법소녀의 임무는 완수다. 그때까지 마법소녀는 그 자신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딥 블루는 완벽한 마법소녀였고(현역시절 변신할 때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볼륨이 넘치는 몸매를 생각하면), 하춘식은 딥 블루와 다른 사신의 모습에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간적인 모습이다. 불안정한 마법소녀 하춘식에서 <언매지컬 마법소녀 하춘식>은 작가가 어떻게 기존의 마법소녀의 이미지를 어떻게 해체하여 재미를 유도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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