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할라스의 <동물농장>과 러시아혁명

   

 

1. 서론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사용된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처음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제작된 OVA(Original Video Animations), 또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만화와 게임, 최근에 흥행하고 있는 라이트노벨 등과 같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필요한 시나리오를 만화, 게임, 라이트노벨 등과 같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만 아니라 신화 및 설화, 역사 및 소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특성상 실사영상과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이 없으며, 실사영상으로 보여줄 수 없는 부분까지도 보여줄 수 있으므로 다양한 콘텐츠, 신화 및 설화, 역사 및 소설 등을 이용하여 제작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효과적으로 제작한 작품이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이다.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특성상 주요등장인물들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농장의 돼지, , , 양과 같은 동물이란 점에서 마치 동물이 인간처럼 말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미학의 독특한 방식을 볼 수 있다.

1999년 미국감독 존 스티븐슨의 <동물농장>의 경우 영화로 제작하였으나, 이보다 45년 전 1954년에 제작된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이 표현력이 더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이 제작되던 시기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기 전에 제작된 작품이고, 존 스티븐슨의 <동물농장>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 후에 제작된 점에서 원작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본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러시아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의 공산주의 체계에 대한 모순과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면 만든 풍자적인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과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와 더불어 스탈린 체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3대 소설이다. 이중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다른 작품에 비해 분량이 적은 것과 풍자적으로 묘사하여 재미를 준 점이다.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의 소설을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과 동시에 서사의 전개와 결말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본 리뷰는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비교하면서 작품에서 보이는 러시아혁명에 대하여 고찰하려고 한다. 본 리뷰 본론에서 작품에 대해 다룰 목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물농장 혁명과 외양간전쟁

둘째,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대립

셋째, 풍차전쟁과 동물농장 혁명

 

2. 본론

2-1 동물농장 혁명과 외양간전쟁

매너농장의 농장주인 존스가 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매너농장의 동물들이 불만을 느낀다. 이때 매너농장의 최고 연장자인 메이저 영감이 농장 안의 모든 동물을 소집하여 자신이 죽기 전의 유언으로 매너농장에서 동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을 지적하고, 여기에 대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이저 영감이 죽은 후에 매너농장의 존스는 계속 동물들을 돌보지 않게 되자 매너농장의 동물들이 불만에 쌓여 결국 스노볼의 지휘아래 존스를 몰아낸다. 존스는 자신이 매너농장에 쫓겨난 이후 다른 농장주와 함께 다시 찾아오나 스노볼이 지휘하는 동물들에 의해 다시 쫓겨난다.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의 동물혁명과 외양간전쟁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러시아혁명과 내전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존스는 러시아 군주인 차르이고,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 스노볼은 트로츠키,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돼지들은 러시아 10월 혁명 시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던 볼셰비키들이고, 기타 동물들은 러시아 국민들이다. 등장인물들은 매너농장의 주인과 동물이지만 알레고리적 배치로 통해 우화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최초의 러시아혁명은 1904~1905년 러·일전쟁의 피해로 인해 국가재정이 어려워지고, 물가가 올라가자 190519일 일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노동자들이 생활안정을 요청하는 평화시위를 벌이고 이에 대해 군대가 발포를 하여 수 백 명이 죽고 수 천 명이 부상당하는 피의 일요일이 발생한다. 그 후 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러시아가 참전하였고, 참전한 러시아군인들은 보급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희생당해야 했다. 전쟁참전으로 러시아는 물가상승, 고용불안, 물자공급에 차질을 겪게 되었고, 이에 대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이 빵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이에 대해 군대가 시민들에게 발포하자 19172월 혁명이 발발하고 차르 체제는 마감한다.

19177월 사태 후 케렌스키는 임시정부의 수상이 되면서 코르닐로프 장군을 군 최고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코르닐로프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케렌스키는 볼셰비키에게 쿠데타 제지를 요청하였고,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는 저지된다. 그 후에 케렌스키는 볼셰비키 및 노동자, 농민에게 강압정치를 실행하고, 191710월 볼셰비키혁명이 발발한다.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의 혁명은 19172월 혁명과 10월 혁명을 하나로 일축한 것으로 2월 혁명에서 차르인 존스만 등장하고, 10월 혁명에서 케렌스키와 레닌을 상징하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레닌과 같이 주도하여 볼셰비키혁명을 이끈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 트로츠키가 <동물농장>에서 동물혁명을 이끈 스노볼로 등장한다. 동물혁명 성공 존스는 이웃 농장 주인을 데리고 습격하는 장면은 외양간전쟁으로 볼셰비키혁명 이후 차르정권 시절의 귀족, 장교 등으로 구성된 백위군이 다른 국가의 지원을 받아 소비에트연방을 위협한다. 트로츠키는 군사인민위원이 되어 내전을 승리로 이끌게 되고, <동물농장>에서는 스노볼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서 외양간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2-2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대립

농장혁명과 외양간전쟁에서 승리한 후 스노볼은 동물들을 이끌고 존스의 집안에 들어간 후에 존스의 집이 살기가 부적당하고 여기고 돌아간다. 그리고 스노볼 존스가 운영하던 매너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이라고 짓고, 스노볼은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에 따라 동물농장의 규칙을 만든다. 이에 반해 나폴레옹은 다른 동물들이 스노볼을 따르고 있을 때 사냥개의 새끼들을 몰래 거두어 기른다.

스노볼은 존스가 없는 동물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동물들을 이끌고 농장을 관리한다. 스노볼의 지휘 아래 농장은 잘 번창되어 가고 있었고, 나폴레옹은 스노볼과 다른 동물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스퀼러와 식량을 몰래 훔쳐 먹는다. 스노볼의 농장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스노볼은 동물농장 이외에도 다른 농장에도 동물혁명이 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둘기들을 다른 농장에 파견한다.

스노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물농장에 있는 동물들을 소집하여 공부를 가르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스노볼은 계속 동물농장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고, 동물농장의 미래를 위해 풍차계획을 준비한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풍차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동안 자신이 몰래 감추어 기른 사냥개를 이용하여 스노볼을 내쫓고 죽인다.

볼셰비키혁명과 러시아내전 이후 트로츠키는 열악한 후진국인 소비에트연방에 대한 경제적 진행을 위한 NEP(Novaya Ekonomicheskaya Politika)라는 신경제정책을 펼친다. 차르가 지배하던 러시아는 아직까지 농경사회가 중심이었던 점과 소비에트연방과 다른 국가 간의 군사 및 외교적 대비를 위해 공업화가 필요했다. 이때 공업화를 위해 사회주의 이념이던 소비에트연방은 자본주의적인 생산체계인 테일러주의1를 도입하고, 공업화 과정에서 기존 러시아의 부농인 쿨라크 등을 비롯한 농부의 수확물을 필요했다. 처음에 농부들에게 강제로 일정 양을 징발하였으나, 농부들의 반대로 식량을 자유롭게 팔 수 있으면서 쿨라크를 비롯한 많은 농부들이 이익을 보았다.

<동물농장>에서 스노볼이 동물들을 직접 지휘하며 농장을 꾸리는 과정은 실제 볼셰비키혁명 이후 소비에트연방에 큰 경제적 성과가 다가왔다. 그러나 당시 볼셰비키혁명을 반가워하지 않은 농민들은 트로츠키의 진영 반대편인 스탈린에게 지지를 보냈으며, 스탈린은 레닌이 병상에 누워있을 때 카메네프, 지노바예프와 삼두체제를 갖추었고, 트로츠키가 이들 삼두체제에 대해 비판할 때부터 정치적인 대립이 시작된다.

트로츠키가 스탈린과 최초로 엇갈린 사건은 러시아내전에서 트로츠키가 백위군과 싸우기 위해 차르 시대의 장교들을 적위군 지휘관으로 임명과 동시에 강고한 그의 태도다. 그의 권위주의적인 방식은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이 때문에 19193월에 열린 제8차 당 대회에서 붉은 군대의 가차 없는 중앙 집권화에 반대하는 군사반대파가 형성되었다. 스탈린은 이 군사반대파의 지지자였다.2

이후 1924년 레닌이 사망하자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직책에서 쫓겨내고, 1927년 소비에트 당위원회에서 강제 출당시켰으며, 1929년 강제로 해외로 추방한다.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이 사냥개를 이용하여 스노볼을 강제로 내쫓는 것은 공권력과 소비에트 당위원회를 장악하여 트로츠키를 내쫓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농장>에서 스노볼은 사냥개에게 쫓겨나 바로 죽는 것처럼 나오나, 실제 트로츠키가 사망한 것은 19408월 멕시코에서 라몬 메르카데르에 의해 암살당한다.

<동물농장>에서 스노볼은 동물농장의 식량과 경제 그리고 현실을 고려하여 일에만 몰두하지만, 결국 나폴레옹이 뒤에서 몰래 키운 사냥개에게 암살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조지 오웰의 원작에서는 스노볼은 암살되지 않고 추방당했으며, 나폴레옹은 동물농장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스노볼과 스노볼의 첩자들이 꾸민 계략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2-3 풍차전쟁과 동물농장 혁명

동물농장의 주인이 된 나폴레옹과 나폴레옹의 추종자이자 심복이 된 스퀄러는 스노볼이 존스를 데리고 오려는 배신자라고 말하며, 스노볼이 준비한 풍차계획이 자신이 만든 것처럼 동물들에게 말한다. 동물들은 풍차계획을 위해 언덕 위에 풍차건축공사에 동원되었으며, 돼지들은 동물들을 감시하면서 새벽부터 늦을 밤까지 감시한다. 동물들의 식사는 예전보다 양과 질이 줄어들었으나 이에 반해 돼지들의 식사의 질과 양은 좋아졌으며, 게다가 존스의 침대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동물들이 힘들게 일을 해도 농장의 물자는 부족하고, 이것을 알게 된 윔퍼는 나폴레옹과 돼지가 좋아할만한 물건을 들고 온 후에 계란을 가지고 간다. 나폴레옹은 외부와 물자교환을 시작했으며, 물물교환이 되는 물자는 암탉의 계란이어서 암탉들은 불만을 품는다. 불만을 품은 암탉과 몇몇 동물들이 나폴레옹에게 반항하자 나폴레옹은 이들을 재판에 회부하여 반역자로 몰아 처형시킨다.

동물혁명이 일어난 뒤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축사에서 메이저 영감이 알려준 노래를 부르자 나폴레옹은 혁명이 끝이라며 그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였고, 만약 부르면 사형에 처한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독재 아래 동물농장은 외부와 교역이 활발해졌으며, 윔퍼가 계속 동물 벌자 다른 농장의 주인들은 모두 질투한다. 다른 농장주는 동물농장에 다시 공격하러 왔으며, 동물들은 이에 반격을 가한다. 그 와주에 존스는 언덕 위에 풍차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여 파괴시킨다.

풍자전쟁 이후 풍차재건축을 위해 다시 동물들은 일을 시작했으나, 많은 동물들이 죽고 다쳤으며, 이 중 힘이 센 말 복서가 풍차전쟁의 후유증으로 쓰러지자 나폴레옹은 박스를 윔퍼에게 팔아넘기고 술을 받는다. 몇 년 후에 나폴레옹이 운영하는 농장은 꾸준히 다른 동물들은 착취당하고 있었고, 돼지들은 계속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다른 농장의 돼지들은 나폴레옹이 운영하던 동물농장에 방문하여 연회를 즐기고 있으며, 이 모습을 바라본 당나귀 벤자민은 돼지들이 모두 매너농장의 주인이었던 존스처럼 보였다. 벤자민이 이 사실을 다른 동물들에게 알리자 동물들은 모두 돼지들이 모여 있는 저택으로 들어가 혁명을 일으키면서 막은 내린다.

스탈린은 트로츠키 축출 이후 기존의 볼셰비키와 프라우다 신문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처음에 신경제정책인 NEP를 실시할 때 농민의 입장을 지지하던 그가 1930년대부터는 오히려 쿨라크를 비롯한 농민들의 재산을 몰수하기 시작한다. 스탈린은 소베이트연방에서 최고 권력을 지게 되면서 처음에 러시아혁명을 주도하던 볼셰비키에게 우호적이었으나 뒤로 가면서 그들을 정치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숙청을 시도한다.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이 동물에게 고된 노동과 착취를 시작하자 이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듯이 스탈린도 그런 불만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1936년부터 1938년까지 모스크바재판이라고 공포정치로 통해 정치적 대숙청을 시작했다.

이때 재판에서 스탈린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두고 트로츠키주의자라고 하였으며,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도 자신에게 반항하던 동물에게 존스와 스노볼 같은 존재라며 처형시킨다. 동물에게 가혹한 노동을 시키고, 나폴레옹과 주변 돼지들이 계속 특권을 누리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윔퍼라는 외부 상인과 교역을 시작한다. 본래 조지 오웰의 원작에서는 물물교환은 프레데릭이란 농장주고, 그는 독일나치였다. 트로츠키는 영구혁명론을 코민테른3에 제시했다면,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제시했다.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위해 1939년 독일 소비에트연방 불가침 비밀조약을 맺었으나, 2년 뒤인 1941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나치는 소비에트연방을 침공하여 소비에트연방에 큰 피해를 준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는 동물들이 프레데릭과 그의 수하들에게 승리를 거두었으나, 많은 동물들이 죽고 다치는 피해를 보았으며, 풍차도 프레데릭에 의해 파괴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에서는 다른 농장주에게 동물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풍차는 프레데릭 대신 존스에 의해 파괴되었다. 존스로 묘사된 차르 니콜라이 2세는 19172월 혁명 이후 왕에서 쫓겨나서 19187월 러시아내전에서 암살당한다.

러시아혁명사와 더불어 본래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상이한 내용으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전개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은 계속 특권을 누리고 있었고, 많은 동물들은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동물농장> 결말에서 동물혁명이 다시 발발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원인은 박스가 풍차전쟁에서 부상당한 후 힘든 노동을 하는 도중 쓰러지는 것을 벤자민이 목격하면서부터다.

나폴레옹이 박스를 동물병원에 치료해주는 게 아니라 윔퍼에게 팔아넘겼고, 몇 년이 지나도 힘든 노동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다른 농장의 돼지들이 동물농장에 모여 연회를 베푼 것을 벤자민이 보고 동물농장과 다른 농장의 동물에게 알리고, 모두 돼지가 있는 존스의 저택에 공격하는 것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다른 전개방식이다.

본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42월 탈고를 마쳤고,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스탈린이 지배하던 소비에트연방은 독일과 계속 전쟁 중이었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과 다른 농장주들이 서로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에서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1954년에 상영된 점을 고려하면 19537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의 모델이 된 스탈린은 19533월에 사망한 점에서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미소 냉전시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존스의 농장에 모인 돼지들은 나폴레옹처럼 독재로 통해 국민을 괴롭히는 공산권 국가의 지도자로 묘사한다. 결국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냉전시기에 스탈린과 스탈린주의자들이 지배자로 있던 소비에트연방뿐만 아니라, 소비에트연방 연합국도 독재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독재정치로 인해 대다수의 죄 없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다시 혁명을 일으켜서 돼지들을 타도해야 하는 점에서 소비에트연방을 비롯한 당시 공산국가의 체계 전복을 원하고 있었다.

 

3. 결론

<동물농장>의 서사적인 구분으로 나누면 발단과 전개는 동물혁명과 외양간전쟁, 위기는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대립, 절정과 결말은 풍차전쟁과 동물혁명이다. <동물농장>의 서사에 맞추어 실제 러시아혁명사로 따지자면 발단과 전개는 볼셰비키혁명과 러시아내전, 위기는 트로츠키와 스탈린의 정치적 대립, 절정과 결말은 1936년부터 1938까지 이루어진 대숙청과 2차 세계대전의 독일과 소비에트연방의 전쟁이다. 물론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원작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실제 러시아혁명사와 차이점이 존재한다.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체계에 대해 우화적으로 묘사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스탈린의 소비에트연방과 공산권 체계에 대해 우화적으로 묘사한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은 모두 풍자적인 작품이란 점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풍자는 무엇보다 당대성의 서사 장르이다. 풍자가 물어뜯고 비꼬고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것은 그 풍자가 생산되어 나온 당대 사회의 실존인물, 사회 환경과 제도, 이데올로기, 사건, 편견, 같은 것들이다. 당대의 것들에 대한 비판, 공격, 회화화가 아니라면 풍자는 사실상 무의하다. 풍자는 동시에 약자의 서사이다. 이 약자는 권력보다는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기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약자다. 약자의 이야기이므로 풍자가 두들기는 대상은 권력을 쥔 부당한 강자, 지배 세력과 이데올로기, 지배적 제도와 관행이다.4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에서 약자란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물들이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의 약자는 동물을 비롯하여 스노볼의 모델인 된 트로츠키도 포함한다. 결말이 상이하더라도 차리즘에 의해 억압당하던 러시아 국민이 결국 스탈린주의에 의해 새로운 억압이 대체되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동물과 인물을 알레고리적인 배치에서 비단 그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나폴레옹이 존재할 수 있다.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이란 이름은 프랑스대혁명에서 테르미도르 반동 이후 1799년 브뤼메르 18일에 쿠데타를 일으킨 나폴레옹 1세보단 그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인 루이 보나파르트에 더 가까워 보인다. 독재자 1인이 행정부를 통제하여 국가를 지배하는 보나파르티즘(Bonapartism)<동물농장>에서 보이는 나폴레옹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존 할라스의 <동물농장>에서 등장하는 나폴레옹과 돼지들은 존 할라스만의 <동물농장>이 아니라 새로운 알레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4. 참고문헌

존 할라스, 한창완 역, 존 할라스 유럽 애니메이션 이야기, 한울, 1999.
조지 오웰, 도정일 역, 동물농장, 민음사, 1998

조지 오웰, 정희성 역, 1984, 민음사, 2003

조지 오웰, 오증자 역,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2000

아이작 도이처, 김종철 역, 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필맥, 2005

아이작 도이처, 한지영 역, 비무장의 예언자 트로츠키, 필맥, 2007

아이작 도이처, 이주명 역, 추방된 예언자 트로츠키, 필맥, 2007

루이 알튀세르, 서관모 역, 철학에 대하여, 동문선, 1997

레온 트로츠키, 김성훈 역, 배반당한 혁명, 갈무리, 1995

레온 트로츠키, 정민규 역, 레닌 이후 제3 인터내셔널, 풀무질, 2009

스티브 스미스, 류한수 역, 러시아혁명-1917년에서 네프까지, 박종철출판사, 2007

카를 마르크스, 최형익 역,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 비르투, 2012

그레고리 엘리어트, 이경숙 역, 알튀세르, 이론의 우회, 새길, 2012

<동물농장>(Animal Farm, 1954, 존 할라스)

<동물농장>(Animal Farm, 1999, 존 스티븐슨)

<트로츠키 암살사건>(The Assassination Of Trotsky, 1972)

 


 

  1. 테일러의 경영체계는 일관작업 배치 매뉴팩쳐와 대량생산의 초기 발전에 조응하는 것이고, 노동에 대한 감독과 극단적 노동자 훈련과 기계와 같은(규칙적인) 반복 작용(공정)으로 노동의 전화, 노동 분업의 극단적 정교함이 특징이고, 상품의 생산 시간 단위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다.
  2. 스티브 스미스, 류한수 역, 『러시아혁명』 1917년에서 네프까지, 박종철출판사, 2007, p66
  3. Communist International의 약어인 comintern으로서 제3 인터내셔널로 국제 노동자연합이 아닌 공산주의 국제연합으로 1917년 10월 혁명을 주도한 레닌과 볼셰비키들이 창건했다.
  4. 조지 오웰, 도정일 역,『동물농장』, 민음사, 1998,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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