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만화의 세계 살림지식총서 120
박인하 지음 / 살림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내가 논문을 정식 논문을 적어본 일을 생각하면 3번인 것 같았다. 첫 번째는 대학교 학부시절 학위논문으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학과 자체적으로 실시한 세미나 발표를 위한 논문이었고, 두 번째 논문은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이었다. 출신대학과 전공이 공과대학인 점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논문의 주제가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성향과 맥락은 서로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부터는 다른 논문으로 되었다. 그 논문은 공학석사와 전혀 무관한 논문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작업한 이 논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점으로 연구하고, 국내 각종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행사가 있을 경우 주관하고 운영하는 학회에 제출했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아마 학회 중에서 사람들에게 상당히 낯설고 신기한 학회가 아닌가 싶다. 가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로 통해 보면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있는 대학이나 고등학교가 있는 것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는 반면, 학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는다. 물론 그 대부분 사람들이란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코스프레 등 한국에서 하위문화를 즐기는 부류다. 사실 이런 하위문화에 대한 연구가 1990년대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국내 대학에서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과가 있다는 점에서 대중은 물론, 하위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낯설어 한다.

 

그나마 최근에 TV에도 문화콘텐츠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인터넷에서도 마케팅전략으로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사용되기도 한다. 아마 그런 시대적 성향에서 가장 많이 개선한 것은 웹툰이 아닌가 싶다. 만화책이란 하나의 도서보단 인터넷으로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편리성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아니라면 웹툰이 일정기간에 작가가 인터넷 매체업체와 계약을 하여 작품을 올린 경우 수익을 얻는 점에서, 웹툰을 보는 독자나 인터넷 이용자들은 무료로 본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웹툰의 그런 특성 때문에 만화의 친화성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것은 웹툰의 성향을 고려하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주제를 만들 수 있어도 우리나라 문화적 여건을 고려하면 다양한 작품이 나오더라도 다양한 장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작품흐름 즉 Cliche적 요소가 매우 강한 점이다. 물론 문학과 영화 심지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Cliche 요소를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Cliche 요소만 강조하는 것도 작품을 다양성을 떨어지게 만든다.

 

다양한 장르와 작품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필요한 점이다. 같은 연애물이라도 판타지나 전쟁, 정치, 사회적 문제 접근을 동시에 노릴 수도 있고, 학원물이라도 연애나 판타지 같은 것에 같이 만들어가기 보단 조금 더 순수하게 학원물로서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작품 내에 보이는 성향이 결국 대중의 입맛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나, 작품이 대중의 입맛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경우 기존 작품과 다른 세계와 가치관으로 통해 제3세대 애니메이션 세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장르의 분류에서 내가 맨 처음에 제기한 논문 세 번째가 조금 생각난다. 당시 내가 제출한 논문은 최근 2010년 이후에 발매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국내 애니메이션 수용자가 선호하는 특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인터넷 카페에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몇 가지를 올려놓고 투표를 하여 어느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작품은 특성은 무엇이고, 작품의 장르도 조사하는 내용이었다. 이때 선호도에 대한 연구이기에 장르의 분류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사이트 내지 네이버 지식인에서 장르의 분류를 결정한 점에서 논문심사결과는 만족하지 못했다.

 

4명의 심사위원 중에서 3명이 부동의이고, 1명은 부분 동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장르만화의 세계>를 읽어본 후에 조금 인용하여 작성했다면 약간 결과는 다르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013년 BICOF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컴퍼런스 주제로서 장르 만화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발표하던 교수님의 파워포인트 강연과 그 주제에 대한 안내책자를 읽어보면서 박인하 교수님의 <장르만화의 세계>가 상당히 많이 인용된 것을 최근에 알았다. 만화의 장르를 나누고 결정하는 점에서 하나의 세분화를 만드는 것은 작가로서는 조금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으나, 만화의 장르를 조금 세분화 하는 점은 만화라는 것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란 점이다.

 

가령 일본 만화책에서 닥터 노구치의 경우 일본 의사 노구치의 일생을 다룬 전기물이면서도 한편 의사라는 직업으로 통해 살아가는 노구치를 의학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는 초밥을 다루거나 음식을 다룬 작품이나, 보통 일반 대중들이 알 수 없는 전문분야를 작가가 작품 내의 주인공으로서 부드럽게 풀어가면서 이야기의 재미와 주제를 알리는 방법도 있다. 장르 만화의 효과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우리가 알기 어려운 부분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만화나 애니메이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전에 내가 영화비평문으로 적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이브의 시간>에서 이브라는 가게에 들어오는 로봇이 마치 인간처럼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 로봇에게는 인간과 같은 생명이 없으나, 그래도 로봇이기에 국가적으로 법률을 적용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로봇 법률”, 이 법의 조항에서 제1조는 “로봇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 13조는 “로봇은 인간을 죽이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이다.

 

사실 <이브의 시간>에서도 로봇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로봇이 억지로 프로그램이 작성되어 실행하는 것보단 로봇 자체적인 판단과 감정으로서 실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주변에 존재하는 제도나 사물, 문화적인 조건도 장르만화에 차용될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작품의 진행에서 큰 전환점으로 될 수도 있다. 장르만화의 창작은 이야기 흥미를 유발시키면 무궁무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영화에서도 콘티가 필요하여 만화를 그릴 때가 있는데, 만화로 나온 그 작품 자체가 콘티가 될 수 있다.

 

장르만화는 단순히 만화로 머무는 게 아니라 허영만 화백의 <아스팔트 사나이> 내지 <식객>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 <아스팔트 사나이>는 레이스를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일반대중을 생각했을 때 조금 낯선 세계이고, <식객>의 경우 요리 자체가 인간 식생활과 연결되어 있으나, 요리 그 자체에 대한 다양한 소재거리는 우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특히 <타짜>와 같은 도박의 경우, 우리 일상생활에서 노출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 점에서 흥미와 재미를 유발한다.

 

만화가 만화 안에서가 아니라 만화와 다른 매체나 문화의 접목은 만화가 가진 허구적 성향에 리얼리즘적인 요소를 부여할 수 있다. 가령 <노다메 칸타빌레>과 같은 경우 클래식을 소재로, <신의 물방울>은 포도주를 소재로 했기에 작품의 이야기와 전개는 허구일지 몰라도 그 클래식 음악이나 포도주 자체는 실존하는 것을 차용했기에 키치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또한 mania 세계에서 본다면 만화가 낯선 사람이라도 흥미를 유발하기가 좋다. 이전에 방영된 <이니셜 D>라는 만화책에서 나온 하치로쿠(86)라는 차량이 다시 자동차 회사에서 재생산되어 발매되는 점을 보면 장르만화가 판타지뿐만 아니라 현실적 요소를 잘 적용하여 일반 대중과의 교류나 정보제공에 큰 도움이 되는 점이다.

 

국내 만화책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중고등학생 위주의 청소년 내지 젊은 계층이 많이 찾는 점에서 학원물이 절대적으로 많이 나온다. 게다가 만화를 넘어 라이트노벨 시장이 일본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라이트노벨 작가들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장르만화는 만화책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라이트노벨 시장까지 넘어보며, 만화와 라이트노벨을 각색하여 만든 애니메이션까지 염두를 두어야 한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의 박기수 교수님의 <애니메이션 서사구조와 전략>에서 강하게 지적한 것처럼 국내 만화애니메이션의 흥행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서사다. 서사의 탄탄한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으로서 가져야할 소재와 이야기 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장르만화는 국내에서 불황인 만화시장에서 조금 고려해야할 사항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