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Q (30p 화보집) - 디지팩 + 화보집 + 아웃박스 + 띠지
안노 히데아키 감독, 하야시바라 메구미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다. 위대한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만들고 그것을 비극 시로 만든 것은 소포클레스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의 비극을 보면 마치 이번 이카리 신지의 앞에서 나타나게 된다. 독일 사회경제학자 마르크스가 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에 대하여 “역사적 사건은 반복되는데,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말을 남긴다. 그 의미는 바로 신지가 저지른 그 비극의 씨앗이 이미 한 번은 비극으로 나타났는데, 한 번은 희극으로 끝이 난다로 갈 수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를 보면서 내가 판단한 내용은 ‘You Can (not) Advance’라는 명제에서 신지가 과연 성장했는가? 혹은 하지 않았는가? 라는 변증법적인 질문이다. 이와 반대로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You are (not) alone’에서 결국 신지의 결말은 alone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Advance로 보였으나 그것이 결국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에서는 ‘You Can not Advance’라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것은 바로 신지에 의한 서드 임펙트의 시행이다.

  

 

미사토는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에서 레이가 사도에게 잡혀먹어 중간에서 고민하던 신지에게 자신의 길을 가라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에서는 신지에 대한 경멸의 눈빛을 감추지 못해 증오가 표출된 정도이다. 그것은 미사토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까지 신지와 레이, 그리고 초호기의 비밀을 몰랐기 때문이다. 신지에게 초호기를 비롯하여 에바에 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에바 자체가 신지의 어머니인 유이의 몸과 영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에바와 달리 유일하게 초호기만 조종석이 LCL 용액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에바 시리즈는 LCL용액이 아니라 뇌파와 에바하고 연결하여 신경조직을 연결한다. 즉 <신세기 에반게리온>부터 시작하여 <신극장판 에반게리온>까지 사이버펑크 장르 유효성은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신지가 서드 임팩트의 원인과 결과이다. 신지와 초호기의 비밀을 아는 자는 이카리 사령관, 후유츠키 부사령관 그리고 리츠코 박사일 것이다. 그러나 서드 임팩트가 일어난 후 14년이 지나자 리츠코는 이카리 사령관을 떠나 Wille의 미사토와 합류한다. 즉, 리츠코 박사는 초호기와 신지의 비밀을 알았다고 해도 이카리 사령관이 무엇을 꾸미는지 알 수 없었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에서도 나오는 장면이고, 먼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나온 장면 중에서 레이가 영호기 테스트 중에 폭주를 일으키는 소동에서 리츠코 박사는 이카리 사령관이 레이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질투감을 느끼는 부분이 나온다. 심지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자기 어머니인 레이코에 대한 질투심과 그것에 대한 모방심리 내지 보복심리로서 이카리 사령관과 리츠코는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런 리츠코가 미사토의 Wille에 갔다는 사실은 기존의 에반게리온에 대한 관념을 모두 흔드는 것과 같다. 

 

신지가 우선 에바 초호기를 타고 레이를 구하는 순간 서드 임팩트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고, 그것을 알고 있던 사람은 이카리 사령관과 후유츠키 부사령관이었다. 신지가 신으로 가는 것에서 레이라는 존재가 왜 나타나는가? 라는 의문에서 바로 고대 그리스 위대인 시인인 호메로스와 그리고 위대한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의 신화를 되돌릴 수밖에 없다. 먼저 오이디푸스왕은 자신의 아버지인 라이오스에게 버림받고, 추후 다른 나라의 왕의 양자로 들어가 신탁에서 아버지를 죽인다고 듣기에 자신을 양자로 받아주던 나라에서 떠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어느 남자들과 시비가 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남자들의 일행 모두 때려죽인다. 그런 후에 테베이란 나라에서 심한 재앙에 걸렸는데, 몸은 사자 머리는 인간인 스핑크스가 인간을 괴롭혀서 만약 스핑크스의 재앙을 막는 자에게 테베의 왕과 더불어 이오카스테라는 미모의 여왕과 결혼해준다는 엄청난 조건이 따랐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 스핑크스를 처단하고,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2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놓는다. 게다가 지혜롭고 용감한 오이디푸스는 덕까지 겸비하여 정치적으로 매우 우수한 왕이었다.

 

 

어느 날 테베이란 국가가 자꾸 재앙이 걸리고, 흉년까지 겹치어 백성들이 몹시 고통을 받았는데, 이때 신탁을 받은 결과 어느 누군가가 천륜을 어기어 신이 노여움을 샀다고 한다. 만약 그 천륜을 어긴 자로 하여금 죗값을 받지 않으면 그 저주는 영원히 이어지게 되어 추후 테베이란 왕국은 멸망한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오이디푸스 왕은 그 저주의 원인을 찾다가 그 원흉이 바로 자신이란 사실을 안다.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난 일행은 아버지 라이오스와 호위병이고, 여왕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였다.

 

 

이것이 탄로 나자 여왕 이오카스테는 자살을 하고, 오이디푸스는 두 눈을 칼로 찔러 맹인이 되다가 영웅 테세우스의 인도 아래 숨을 거둔다. 하지만 저주는 남아 오이디푸스의 아들 2명은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죽고, 그 여동생인 안티고네 역시 오빠의 시체를 장을 치르려다 죽게 된다. 신지의 죄는 바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윤리인 근친상간이란 죄를 시도하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문명에는 자연적인 흐름을 거슬려 그것을 파괴하는 것에서 문화는 시작된다. 자연의 존재를 문화로 바꾸는 것은 인간의 노동이다. 인간의 노동이야 말로 진정한 우리 문명을 만든 주체적 에너지다.

 

 

그런데 그 노동이란 것은 현재 국가경제체계처럼 자본주의체계가 아니라 그 이전에 농경사회라도 존재했다. 농경사회는 중앙집권화를 이룬 왕권을 중시한 구체제적인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임금과 아버지는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임금과 아버지의 옆에 있는 어머니 내지 여왕을 노리는 것은 무서운 죄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신지가 저지른 죄가 바로 근친상간의 시도라는 점이다. 아야나미 레이가 어머니의 분신조차 몰랐으나, 그래도 2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이끌린다. 신지의 초호기 탑승도 그러하나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이카리 사령관이 다른 인간들은 에바초호기에 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LCL이란 용액이 어머니의 양수라는 점에서 신지는 에바 초호기가 곧 어머니의 자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에바의 에너지원은 물론 코어의 핵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무한대로 이끌어내는 것은 에바와 조종사와의 싱크로 율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에바 초호기 S2기관을 가진 이유는 에바초호기와의 싱크로가 400%이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에서도 필요 이상의 싱크로를 보여준다. 그것은 자궁 속에 있는 태아가 생존본능 내지 투쟁본능과 같은 무의식적인 기질이 결국 에바초호기에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지가 에바초호기와 높은 싱크로를 보여주어도 그것은 자궁 안에 있는 아들일 뿐이지 레이처럼 물리적인 육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에서 신지가 레이에게 손을 뻗어 직접적인 성적 행위가 없더라도 여성의 육체를 지닌 어머니의 클론인 레이를 원했다는 것이다. 레이와 신지가 비로소 손을 잡아 하나가 되려는 순간 카오루가 보낸 롱기누스의 창에 의해 서드 임팩트가 불완전하게 끝이 난다.하지만 적어도 중요한 점은 신지가 하던 것은 인간이 문명사회에 의해 진행되어온 근친상간 발상을 무의식적으로 시도한 것과 인간의 욕망이 신화로서 구전되어도 그 신화적인 욕망을 하나의 사실로 만드는 순간, 신화는 현실의 터부에서 벗어나는 계율을 파괴한 것이다.

 

 

그래서 신지는 꿈의 세계에서 인정되는 신화를 현실에서 실재로 반영하려는 것이 곧 신화의 파괴, 질서의 파괴로 이어진 것이다. 그 질서의 파괴로 인해 기존 세계관은 파괴된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오이디푸스왕과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관계가 결국 테베의 붕괴로 이어지려 했다. 신지의 그런 행위가 결국 14년 후에 깨어날 때 미사토를 비롯한 전 NERV 요원들에게 증오와 분노를 산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미사토가 신지에 대해 증오를 하더라도 그 증오가 반드시 신지를 세상에서 말살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애증이 담긴 눈빛이었다. 신지의 목에 폭탄을 달아 얼마든지 죽일 수도 있었는데, 미사토는 새로운 복제 레이가 조종하는 “아담스의 그릇”에게 구출당한 신지를 그대로 보낸다.

 

 

일부러 멀리까지 가는 것을 보고 스위치를 눌러 굳이 신지를 죽일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신지에게 에바에 타지 말라고 권고한다. 미사토가 신지와 대립적인 관계인 NERV로 간다고 해서 미사토 자체가 신지에 대한 절대적 적대감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들은 아스카로 통해 알 수 있다. 아스카는 신지를 처음 우주에서 만날 때 “빠가 신지!”라고 한다. 정말 적이라고 여겼다면 그런 호칭을 아스카가 사용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가 말한 역사적 사건에서 서드 임팩트는 비극으로 끝났으나 포스 임팩트는 희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변증법적인 논리다.

 

 

카오루의 역할에서 만약 그가 희생이란 극적플롯이 없었다면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의 개별적 역사적 사건에서 비극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만약 되풀이 된다면 그것은 마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End of Eva>에서의 나오코 박사와 리츠코 박사의 최후처럼 될 뿐이다. 나오코 박사는 어린 레이를 교살한 죄책감에 자살하고, 리츠코는 레이에게 질투심을 느껴 이카리 사령관 앞에서 NERV 본부를 자폭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이카리 사령관에게 살해당한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에서는 리츠코는 미사토와 같이 있음으로서 어머니와 같은 비극으로 피한다.

 

 

말 그대로 한 번의 비극이 두 번의 비극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 조금 특이한 점에서 인류보완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조금 나중에 다룰 부분이나, 인류가 리린이 된 것과 그렇지 못한 게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선 유이는 인간이 진화하여 새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점에서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의 예고편에 나오는 수많은 에바들은 결국 서드 임팩트로 통해 인류가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진화하지 않은 것이 바로 리린이 아닐까 한다. 본래의 릴리스의 주변을 보면 수많은 에바의 유해가 있다. 그것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진화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서 리린의 왕은 이카리 사령관으로 나온다. 그가 한 것은 신의 죽음이다. 본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기존 관념의 틀을 깨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해체주의 미학으로서 당초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신지의 어머니와 초호기에 대한 비밀을 풀어간 것은 미사토가 추적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알게 했다면, 이번에는 후유츠키 사령관이 직접 신지에게 설명하여 그 비밀을 폭로한 것이다. 곧 작품의 진행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알게 만들어 작품 내에서 주인공에게 비밀이어야 하는 것이 이미 비밀이 아니게 만든 점이다.

 

 

그런 역할을 후유츠키가 맡고, 그것을 하게 한 것은 이카리 사령관의 인격의 불안정이다. 이카리 사령관은 신지가 NERV에 오고 난 뒤로 모든 시나리오를 관여하고 유도한다. 심지어 신지의 탈출과 더불어 카오루의 죽음까지 말이다. 카오루를 죽이게 금 유도하고, 그 카오루의 동일한 존재인 사도까지 죽이게 유도한다. 네메시스의 등장과 분더의 출동, 롱기누스 창과 더불어 한 짝의 창을 같이 뽑아야 하나, 알고 보니 롱기누스의 창만 2개만 있었다. 덕분에 신지는 그것이 어느 창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임을 부정하기 위해 혼자 뽑는 순간 카오루는 제1사도에서 제13사도 되어버린다.

  

이때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TVA에서는 인류보완계획에 대해 죽음의 욕망이 아닌 삶의 욕망인 에로스적인 요소를 조금 가미하여 신지가 지금의 세상이 다소 힘들어도 그래도 살만하다고 여기고, <End of Eva>에서는 모든 진화의 최종단계는 타나토스, 즉 죽음의 욕망으로 본다. 제레의 욕망은 바로 타나토스적인 죽음의 욕망이다. 하지만 이카리 사령관은 제레와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기보단 유이가 가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후유츠키와 같이 행동을 한다.

 

 

이미 죽은 유이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자연의 모든 섭리, 혹은 그 섭리가 신이란 관념적 존재로 만들었다면 이카리 사령관은 신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도구가 바로 에바 시리즈다. 에바로 통해 인간을 진화하고 신을 넘어볼 수 있는 위협성에서 이카리 사령관은 신을 죽이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신을 죽인 남자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신을 정말 죽인 것이 아니라 신이란 존재를 인간의 신화적 욕망에 의해 탄생했기에 그 인간이 가진 관념을 바꾸는 것이다. 리린의 왕이란 것에서 모든 권력적 힘이 이카리 사령관에게 있고, 그의 책략을 모두를 기만하고 속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른바 프로파간다라고 하여 군중심리나 유도로서 이카리 사령관은 자신만의 신화를 위해 모든 인물을 하나의 도구로 삼아 버리는 것이다. 희생되는 제물은 당연히 자신의 아들인 신지이다. 서드 임팩트와 더불어 포스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인간은 신지만 가능했다. 신화적 욕망에 의해 제물로 바치면 제의적 구조에 의해 신화는 은폐로서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신의 모습을 따라한 에바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은 별도의 세계관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제는 ‘You Can (Not) Redo’이다. 이미 한 번의 비극을 겪은 신지가 다시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 결론은 다음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 제시될 뿐이다. 작품을 감사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신지의 손에 들린 워크맨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선 단지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기에 귀를 닫아주는 도구에 불과한 워크맨이 계속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에서 주요한 아이템으로 나온다. 그것은 아버지 이카리 사령관과 아들인 신지를 유일하게 이어주는 도구다.

 

 

신지가 벌을 받은 이유와 죄를 지은 이유는 단순히 그가 오이디푸스왕이 저지른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오이디푸스콤플렉스만이 아니라, 레이에 대한 욕망이 아버지와 다름없다는 점과 같다. 신지가 왜 초호기와 싱크로가 0.00%인 이유는 바로 신지는 어머니를 따른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권위에 따른 것이다. 마음속 깊이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실생활에선 서로 꺼리는 모습이 나오나, 그 워크맨은 바로 이카리 사령관이 젊은 시절에 자주 사용한 물건이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신지에게 전해준 아버지의 물건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오로지 워크맨으로 이어지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아야나미 레이가 워크맨을 잡고 신지와 결합하려한 점에서 신지가 아버지와 비슷한 인간이 되어 감을 보여주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에서도 역시 워크맨은 나온다. 워크맨을 잡던 신지는 수리 이후 계속 이용하나 에바13호기 파괴 이후 그 워크맨을 버리고 가는 장면이 나오고, 그 모습을 복제 레이가 본다. 아마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나 레이가 그 워크맨을 줍는 것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의 레이는 완벽한 인형으로 나오나, 마지막에는 그 인형적 모습에서 탈피한다.

 

 

NERV 본부와 교신이 되지 않아 명령체계를 따르지 못하고, 그런다고 생존적인 조건에서 아스카와 신지하고 같이 활동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전개에서 가장 활약상이 뛰어난 인물은 미사토와 아스카다. 초반에 신지는 주인공의 역할보단 그저 보조에 불과하고, 전체 1/3에선 미사토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런 후에 신지가 탈출하여 2/3은 카오루와 관계, 최후 1/3은 NERV와 Wille의 전투로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기존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와 파>는 신지가 주인공으로 되어 신지를 바라보는 작품인물이 미사토였다면, 이번에는 미사토가 신지에게 바라보고 있음으로 나온다. 

 

그 외적으로 캐릭터를 보면 아스카의 설정이 돋보인다. 고양이귀를 상징하는 빵모자와 모자 앞면에 2개의 버튼이 달려있다. 하나는 해골무늬에 한쪽 눈을 가리는데, 그것은 자신의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 가지의 색이다. Blue, Red, White 이것은 분명 프랑스 국기를 의미한다. 실제로 그런 비슷한 문양을 프랑스에서 사용하고, 특히 1789년 7월에 일어난 프랑스대혁명에서 프랑스시민이 모두 달고 다닌 마크와 유사하다. 딱히 프랑스대혁명과 아스카에게 프랑스 국기의 의미인 자유-Blue, 평등-White, 박애-Red의 요소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나, 캐릭터에 대한 아이템은 기호학적으로 의미가 있음은 분명하다.

 

 

영상연출에서 돋보이는 것은 우선 초반의 우주에서의 신지와 초호기의 수거이다. 로켓엔진이 분사하는 모습은 여전히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처럼 매우 세심한 작업이 보인다는 점과 마치 실제 우주에서 물체가 유영하는 듯한 연출을 보이려 했다는 점이다. 기억이 또 남는 장면은 신지가 심리적 불안에 의해 괴로워하는 점에서 신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어지럽게 화상이 떨리는 부분과 신지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회전으로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walking-outside라고 하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그남자와 그여자의 사정>에서 사용한 방법이다.

 

 

또 다른 기법으로 서로 다른 화면이 겹치고 겹치게 보이는 프로몽타주 기법이다. 이것 역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나오고, TVA 25~26회에서 신지의 얼굴에서 다른 영상이 계속 이래저래 바뀌는 모습이 나오는 점에서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통해 이미지의 연출효과는 좋아졌으나 그 근본적 연출이나 혹은 시나리오에서 보이는 작품세계관은 기존 가이낙스로부터 크게 탈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생명의 진화는 멸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은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와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생명이 존재하려면 기존의 모든 생명은 멸망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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