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만화를 비평하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학생들 / 팬덤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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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에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같이 있는지 생각했으나, 막상 책을 열어보는 순간 만화학과로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만화를 비평하다>라는 제목처럼, 만화만 비평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이 책이 네이버에서 지원하는 E-Book 시스템이므로 어느 정도 목차와 차례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었다. 알아본 결과 단순히 만화만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차라리 만화애니메이션으로 묶어 봤다면 더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만화에 대해 비평함에서 상명대학교에서 출간된 <만화비평> 창간호를 읽어본 적이 있었고, 이후에 발간된 <만화비평 2>도 조만간 구입하여 읽어볼 예정이다. 같은 대학교에서 담당교수 내지 대학원 과정 혹은 실제 현직에 계시는 분들의 저술한 <만화비평>과 학부생이 모여 만든 <만화를 비평하다>는 분명히 그 전문성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대학생들이 도전하여 만든 점이고, 그것을 착안하여 과도한 비판의 날카로움은 자제하는 것이 바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만화를 비평하기보단 말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게 더 좋았지 않나 싶었다.

 

왜냐하면 비평이라는 것은 비판적으로 평론한다는 의미이기에 비평적 가치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이 서평을 적는 본인도 국내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일어일문학과, 영상미디어학과 등 각종 만화애니메이션 내지 코스튬 플레이 문화를 다루는 논문 등을 읽어봤으며, 심지어 교재로 사용되는 도서도 직접 구매하여 보았다. 전공자도 아닌 비전공자의 입장으로서 꾸준히 만화와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까지 리뷰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 들어간 내용을 그대로 발췌하여 그것을 정리하고 나열한 정도까지가 아쉬웠다. 특히 모에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본 인문학자 겸 서브컬쳐 전문가인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 대해 읽어봤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모에라는 속성이 이 서적 다른 챕터에 등장하는 <오디션>이란 작품을 두고 연장선상으로 판단하자면, 분명 연관성이 존재한다.

 

대중문화에서 주로 나이가 젊은 청소년들이 가진 팬텀현상에서 아이돌에 대한 환상적인 끌림과 애니메이션 내지 만화에서 나오는 아이돌스타에 대한 작품은 유사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일본에서 완결된 <아이돌마스터>라는 작품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성될 뿐이지 실제를 생각해보면 리얼TV로 방영되는 실사판 아이돌 특집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돌이란 대상이라 파생실재이냐? 혹은 현실부재라는 시뮬라크르(simulacre) 요소에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보면 만화로 보는 대중문화 및 매체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석사학위 논문 참고에서 통계표나 그림을 인용하는 것은 좋으나 결국 대부분 자료로서 만들고 비평적인 견해는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고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다른 챕터에서는 이와 달린 좋은 고찰이 있었다. 최근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통해 웹툰이 갤툰이라고 하여 스마트폰으로 통해 만화를 보는 것이다. 이미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에서는 그런 웹툰에 대한 부분과 스마트폰으로 통해 게임을 하는 요소까지 연구한 사례와 발표도 있었기에 스마트폰으로 이용한 만화영역에 대한 확장은 좋은 연구라고 생각했다.

 

그런 웹툰과 갤툰으로 통해 기존 만화책과 달리 새로운 시도 내지 패러디까지 연구함에서 만화라는 장르를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거나 한국만화에 대해 낯선 인상을 가진 대중에게 좋은 기회로 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방향이다. 단지 인터넷이란 매체는 무료라는 결재시스템을 대중들이 선호하기에 웹툰작가에 대한 경제적 조건이 불리한 점과 또한 웹툰을 그저 웹툰으로 끝내기 보다는 강풀작가의 웹툰처럼 영화 및 연극과 같은 콘텐츠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배우 송강호 씨가 출현한 <설국열차>도 유럽 만화의 원래 스토리고, 예전에 흥행에 성공한 <올드 보이> 역시 일본 만화책이 원작이다.

 

스토리텔링적인 요소에서 웹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영화도 컴퓨터그래픽으로 통해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기에 웹툰에서 주제만 좋으면 대중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문화콘텐츠 사업은 이런 부가적 효과를 노린다. 이번 도서에도 일본 유명만화인 <원피스>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왜 불가능한지 다루고 있었는데, 예전에 필자가 술집가게에 가보니 <원피스> 관련 작은 프라모델 내지 피규어가 있었다.

 

만화로 처음 나온 <원피스>가 애니메이션화로 나오고, 게임으로 나왔으며, 기타 음반이나 코스튬 상품 등으로 제작되어 수많은 콘텐츠상품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도 다가왔다. 그런 상품적인 요소에서 국내 만화콘텐츠의 차용에 대한 부분이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으나, <원피스>라는 작품이 가진 장단점에서 단점을 어느 정도 인지한 부분에서 조금 좋아 보였다. <원피스>라는 작품은 <블리치>와 더불어 주인공 중심인 소수와 더불어 그 소수에 대적되는 다수의 적으로 구성되어, 주인공 편이 정의라는 가치관과 우정, 명예, 의리를 내세운다.

 

문제는 그런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만화에 몰입하게 되면 다른 관점이나 부분에 대해 맹신적인 부정을 하게 되는 점이다. 만화라는 서사에서 이분법적인 선악 내지 자타적인 관계는 그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원피스>는 비판적으로 대하는 것이 문제인가? 라는 질문조차 나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국내 만화에 대한 비판적인 수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 개인적 비평에서 색채로 통해보는 <염소의 맛>이 괜찮아 보였으며, 최근 화제가 된 <진격의 거인>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진격의 거인>에 대해 필자는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적인 요소로 통해 문화유물론적인 관점으로 고찰해본 적이 있었다. 이때 청강문화산업대학의 박인하 교수님과 약간 유사한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일본이란 나라의 군국주의적인 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인과 인간의 대립이 결국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란 내적 갈등에서 시작했을 것이란 점이다.

 

생각해보면 <진격의 거인>에서 계급화 된 사회구조와 그 구조로 통해 쉽게 거인에게 잡혀 먹히는 최하계급의 주거지 사람들을 생각해도 그런 맥락으로 연결 지을 수 있으며, 식량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그런 부분을 강조한다. 자본주의구조에서 자본이라면 <진격의 거인>에서는 자본보단 식량에 중요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식량으로 통해 인구통제를 할 수밖에 없는 점에서 <진격의 거인>은 자원이 한정된 사회에서 인구통제가 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붕괴될 수 있을 것이란 불안심리가 보이며, 한편으로 성벽으로 확장하려는 피지배계층의 의지를 지배계층이 원하지 않거나 부정하는 점에서 <진격의 거인>을 보면 정작 주인공이 속한 조사병단의 적이 성벽 밖의 거인인지 혹은 성벽 안의 인간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어째든 평소 취미생활로 만화애니메이션을 리뷰하거나 비평하고, 만화애니메이션 및 코스튬플레이 문화를 적어보면서 실제로 이런 내용이 비록 E-Book으로 발매되어도 대학교에서 발간되었다는 점이 매우 놀랐다. 대부분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가르치는 과정이 주로 만화창작과 그리기 내지 애니메이션 동화작업 위주인 것으로 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만들기보단 만들어진 것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전경이다. 우연히 만화애니메이션 비평이란 검색으로 들어간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상이 가득한 것을 보면 참 유감이 아닐 수가 없다. 만화에 대한 비평은 단순히 만화를 넘어 그 사회에 대한 하나의 담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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