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여동생님 - Seed Novel
김월희 지음, nyanya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을 처음 소개받을 무렵, 나는 단순히 근친상간 문제를 단순히 재미로 풀어가는 작품일 것이라 여겼다. 왜냐하면 제목 그대로 세계 제일의 여동생이라면 그 여동생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며 화자가 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김월희, 일러스트는 nyanya로 구성된 이 라이트노벨을 처음 바탕표지를 보았을 때 검은색 드레스에 검은 장갑, 그리고 검정색 스타킹에 가터벨트로 연결되어 다소 페티시즘을 요구하여 이 작품의 주인공의 동공은 하나는 푸른색 하나는 노란색 계열이었다.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느낄 수 있으나 작품 내만의 리얼리즘에서 생각해보면 라이트노벨 장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즘>을 통해 작품 세계만의 리얼리즘, 즉 보는 사람의 독자로 하여금 그 독자의 리얼리즘에 맞춘 게 아니라 작품 내의 리얼리즘으로 본다면 설정 상 여자주인공인 여동생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블랙헤이젤이란 아주 거대하고 무서운 무기전문판매의 당주를 여자 주인공 마리아가 맡은 점에서 <세계 제일의 여동생>은 세계적으로 부와 권력으로 어느 국가를 좌우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여동새을 가진 남자주인공 시영의 이야기다.

 

화자는 시영이고, 주로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를 진행하나, 가끔 시점이 변경(도로시)되는 구조도 보았다. 작품 시작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 시영이 어느 날 교실에 난입한 외국인 미소녀에게 오빠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루마니아로 가면서부터다. 시영은 본래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과 피가 섞인 혼혈이고, 그의 아버지는 마리아의 아버지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 키워지다 입양되었고, 추후 그 입양가정의 가장불화로 가출한 채 혼자 힘들게 살아왔다.

 

과연 작가가 시대적인 흐름과 어려운 경기를 잘 파악했는지 88만 원 세대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르바이트로 통해 일하여 세금과 공제를 제외하면 약 88만 원정도 받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며, 그는 평소 어려운 가정상황으로 아르바이트 하면서 학업을 수행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월세를 들어갔는데, 집주인에게 월세를 돌려받지 못한 채 뺏기는 수난에서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약자로 표현된다. 그런 그에게 혈연도 모르고, 어렵게 잡초처럼 컸기에 그의 수난은 여전히 마리아의 집에서도 진행된다.

 

마리아와 시영의 첫 만남, 그리고 마리아로 통해 보는 시영의 눈에는 분명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재미로 만들면서도 재미를 느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작품 초반부터 독일 관념철학자 칸트를 이은 헤겔의 문구가 나오고, 선생님과 마리아의 대화에서 전형적인 마르크스주의적 내용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대혁명 이전의 앙시엥 레짐(구체제)에 대해 살펴보면 계급구조가 왕족과 귀족, 성직자, 기사, 상인과 농민(공인 및 그 외 하위 계급 포함)으로 나누어져 있는 봉건사회였다. 하지만 17897월 혁명과 동시에 3년 후 루이16세의 목이 단두대에 잘라나간 덕분에 계급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란 것으로 분리되었다. 물론 1830년과 1848년의 혁명으로 부르봉왕가, 오를레앙파, 보나파르트파의 연합에서 모든 것이 부르주아로 넘어간 게 아니나, 적어도 기존의 왕가는 금전소유 부르주아와 토지소유 부르주아로 넘어가면서 프랑스 사회에 여전히 건재한 시절이 있었다(카를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

 

그런 점에서 마리아는 순수혈통을 지향하는 귀족집안에 엄청난 부자라는 점이다.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는 가문에 더구나 순수혈통을 위해서는 4촌 이하의 근친상간으로 종족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보통 순수혈통을 중요한 집안에서는 부모 내지 조부모의 피가 100%가 아니면 배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의 조선시대나 이전시대 역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천한 가문에 태어날 경우 자녀들은 바로 천한 신분으로 낙하된다. 그런 점에서 시영의 존재는 블랙헤이젤 가문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며, 모든 사건의 발단과 투쟁은 시영에 의해 시작된다.

 

시영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란 그저 부조리였다. 그런 부조리에서 루마니아에 옮겨온 그로서 부조리는 또 시작이었다. 한국사회에는 이른바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서 부의 척도로서 인간적 대우 및 생활여건이 결정되었다면, 이제 루마니아에 온 시영은 가문의 일원에서 순수 혈통적으로 부조리를 겪는 셈이다. 거기다가 마리아의 여동생인 도로시는 시영에 대해 적대적이고, 시영의 경호원인 리리 역시 시영에 대해 호의적보다는 악의적으로 학교에서 변태로 몰아넣는다.

 

한국에서 가난이란 부조리에서 계급상향은 자본주의경제구조 속에서 막대한 금전이 오면 수직으로 신분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시영은 작가의 농담조로 말하는 프롤레타리아에서 부르주아로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부르주아 내에서도 역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부르주아도 대부르주아와 더불어 쁘디부르주아라는 단어가 있다. 시영이 다니게 된 학교 역시 부르주아 학생만 다니지만, 그 속에도 엄연한 계급과 위치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시영이 동양인에 신입생, 그리고 불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자 일부 남학생들이 시비를 건다. 이때 도로시가 그가 블랙헤이젤의 하프이기 때문에 시영을 건들게 하는 것은 결국 하프라도 블랙헤이젤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블랙헤이젤이란 가문의 위압에서 두 손과 두 팔을 모두 바닥에 올리며 개처럼 짖어야 했다. 그 정도로 블랙헤이젤이란 무서운 이름이고, 부르주아 내부에서 최상급이었다. 그런 가문일수록 내부적으로 보수를 지나 수구적일 수밖에 없다. 위에서 거론하듯이 근친혼으로 통해 계속 세습해온 가문의 내력처럼 가문의 일원이 매우 적다는 점과 서로 친하게 지내기보단 살인위협으로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박에서 테러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블랙헤이젤 내부 권력다툼이란 무서운 내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노리는 것은 마리아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 그 원인은 시영이었다. 뒤에서 사주한 이유는 마리아가 근친혼에서 사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시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친척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경호원인 리리는 헬기선착장의 수상한 남자를 모두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잔혹한 가정사는 큰 바다의 하이재킹처럼 리리가 총으로 테러범의 머리를 쏘아 테러범의 머리에서 피와 뇌수가 나오고, 어느 테러범의 목에 나이프를 꽂아 그의 경추를 지나 경추 안의 척수신경을 끊어버릴 정도로 잔인함을 보여준다.

 

시영의 복무를 때린 범인에 대해서는 15가량 바늘을 손가락 10군데에 심어 넣어 두 팔을 불구로 만든 후에 바다에 넣어 수장시키는 행위에서 인간에게 권력이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큰 도구이나, 한편으로 권력을 가진 것만큼 자신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증오와 광기를 넘치게 한다는 점이다. 피가 튀고 살이 잘라내도 무표정하고 냉정한 얼굴을 가진 마리아에서 인간의 잔혹함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게 되는 것인가? 블랙헤이젤 총수이면서도 그녀는 세계 모든 전쟁에서 무기를 팔아먹는 무기상이다. 마피아적인 시장경제 방법 속에서 막대한 권력과 더불어 사설경비 아니 군부대를 지닌 것만으로 비정상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내에서는 그런 비정상적 현실에 대해 그게 마치 당연함을 부여하는 것보다 시영이 화자로 되어 그녀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 비정상적인 광기는 마리아의 개인적 영역보다는 그녀가 블랙헤이젤 그룹의 총수와 더불어 부모 없이 혼자서 그 난국을 헤쳐나간 것, 그리고 세계 자체의 불균형으로 인해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여준다.

 

작품 내에서 사상적 양립으로 인한 내전이나 혹은 에너지를 탈취하기 위한 전쟁에서 아무 이유 없이 죽는 어린아이보다 차라리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으로 착취당하며 사는 아이들이 행복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런 비정상적인 윤리의식 발언에서 마리아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기에 시영의 관점에서 그것인 합리적인 논리일지라도 그것이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나온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는 논리는 논리로서 제시될 때 논리적으로 작용되기보단 그 논리가 윤리적인 토대에서 논리로 될 때 논리적으로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마리아가 윤리적 의식을 찾게 된 동기는 도로시의 실종과 더불어 시영의 행동이다. 그녀는 이때까지 블랙헤이젤의 양식에 따라 삶을 살아왔다면, 시영과의 만남과 바다 위의 하이재킹, 그리고 시영이 도로시가 없어진 상황에서 가장 저돌적으로 나간 것을 말이다. 기존의 마리아는 나는 블랙헤이젤의 가족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을 블랙헤이젤 가문이기에 같이 산다.”에서 시영은 마리아의 오빠이고 도로시는 마리아의 여동생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족이기에 같이 산다.”로 바뀐 것이다. 삶의 가치 변동에서 결국 도로시는 찾아오고 도로시를 감금한 일족은 제거된다.

 

그의 제거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헤이젤 당주의 오빠를 총으로 쏴서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오빠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관여하지 않은 광기어린 사랑이 처음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과 사고에서 후반에는 상식을 지나친 행동이나 제법 보편적인 인간관계 즉 가족애라는 것이 성립된다. 거기에 다소 하렘구조가 성립되기에 초반에 시영에게 마리아만 달라붙다가 시영이 작품 중반에 리리의 부상을 보살펴준 이유로 리리는 시영의 침대에서 옆에서 달라붙는다. 물론 12살 어린 소녀라고 하나 리리는 살인기계와 같은 무서운 존재다. 그런 살인기계가 어렵게 살아 품위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남자아이 옆에 달라붙는 것을 본다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동시에 가장 약점이 되고, 또한 제일 강하게 만들면서 가장 약하게 만드는 정이라는 마음인 듯하다.

 

작품 전반적으로 보고, 작가가 본인이 소개하는 글에서 이 작품은 글쟁이라는 직업적인 작가가 재밌게 적기 위해서라고 내가 언급했다. 하지만 막상 내용전개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내용 전개상 보여주는 배경적 지식은 어렵고도 난해했다. 가령 초반부터 헤겔과 마르크스주의적 내용도 모자라, 마리아의 졸업논문이 소비에트 연방의 독재정부를 만들게 한 스탈린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작가는 충분히 사상체계에 숙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탈린이란 인물은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을 원조 및 지휘하던 중요인물이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에서 헬기 타고 등교하는 학교가 계몽주의적 성향을 가진 점에서 루소, 볼테르, 디드로와 같은 18세기 사상가들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언어학자로서 비트겐슈타인이나 노암 촘스키의 언급은 그냥 스토리 진행에서 주인공이 자신은 전혀 이해되지 않으나, 옆에 학교 학생들이 모두 다 수업을 받는 점에서 작가가 그런 사람들을 모르고선 그런 내용을 적을 가능성이란 없다. 단지 마리아의 성적인 윤리의식 결여에 대한 에피소드와 도로시, 리리의 시영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혹은 사건이나 위기만 보면 작가가 그저 망상적인 라이트노벨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