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1 - Novel Engine
정진교 지음, 라티세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에 대해 처음 제목을 보면 내가 아니면 누구를 지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가 아니면 누가 대신 그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서 다시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을만한 정보가 있다. 일러스트 표지에 긴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미소녀가 상당히 도발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자세로 한 남학생의 허리를 의자로 삼아 앉고 있다. 문제는 여학생을 받치고 있는 남학생의 표정은 매우 곤란하고, 게다가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는 점이다. 결국 일러스트 표지에 나오는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잡혀 사는 이른바 호구 인생을 증명하는 셈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주민수과 윤무예, 무예는 일본의 한 라이트노벨인 <인류는 쇠퇴했습니다>와 달리 오히려 <인류는 진화했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8대 신인류 중에 가장 힘이 세고 강력한 베히모스라는 자질을 부여받은 사람이었다. 일러스트로 봐서는 혹은 작품 내의 쓰리 사이즈로 봐서는 보통 아이돌스타와 맞먹을 정도의 외모와 스타일이나 몸무게는 보통 그 나이의 키에 3배 정도 무거웠다. 약 120㎏, 몸무게 무거운 경우 보통 신체적 능력에서 민첩함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나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스피드가 올라가고 운동 역시 보통 운동선수보다 월등했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주민수를 부려먹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이 배에 들어가거나 손등이 이마나 정수리에 꽂히고, 주로 등 쪽으로 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항상 주민수 옆에서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그녀에서 9년 지기 소꿉친구, 아니 문루고등학교에 가면서 10년 지기 소꿉친구는 여전히 주민수로 하여금 친구인지 아니면 노예인지 알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만든다. 모든 발단은 민수의 아버지 주경민, 그의 발 빠른 대응으로 아들이 집에 가니 집은 텅 비어있고, 아버지는 이미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것은 지나가는 차를 들어가 날려버리는 괴력의 소꿉친구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전학을 같이 가기보단 무예 혼자 가길 바란 민수이나, 그것은 비참하게도 깨져버린 희망이었고, 무예에 의해 전학가게 된다. 전학 첫날부터 신인류를 위한 학교라고 가보니 어느 평범한 학교에 최고층 5층 구석이고, 안에 들어다보니 학생은 3명만 있었다. 모든 감각이 발달한 키메라 채휘정, 인간의 감정을 읽고 조절할 수 있는 하메룬 이신아, 먹지도 않고 오로지 물과 햇빛으로 살 수 있는 위그드라실 소청연이 있었다. 담임은 이제 막 교사자격을 받은 강명훈이란 방임주의자이니 구인류인 민수로서는 사면초가가 따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인류는 구인류에 대한 반발심과 더불어 자신들의 우월심에 민수에게 좋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수란 이름을 무예가 부르면 민수는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저절로 서비스해준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문제가 민수를 하여금 신인류학급에 남게 해줄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연재를 할지 아니면 안 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단권으로 끝내기에는 에피소드가 아쉽게 끝이 나지만, 작품의 의도는 바로 구인류와 신인류의 벽이란 점이다.
인간에게 누구나 평범한 존재 이상으로 특별하다고 여긴다. 즉 인간이란 자신의 존재가 소중하고 특별하기에,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기에 보편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 보편성을 깨는 존재가 나타나면 인간들은 혼돈이 오게 마련이다. 신인류의 존재는 구인류에게 의문, 호기심, 두려움, 혐오라는 감정을 가진다고 작품에서 하메룬 이신아는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인간이라면 분명히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알 수 없는 것은 특별한 존재이기에 평범한 인간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를 망각과 동시에 보통사람이라는 것은 강조한다.
그렇기에 배타적인 표현 내지 호기심에 가득하여 마치 구경거리로 보거나,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만약 어느 계기가 불리한 쪽으로 진행되면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키메라 채휘정의 경우 그런 혐오의 대상이 되었기에 구인류인 민수에게 반발심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무예의 경우 민수가 10년 동안 옆에서 친구로 있었으므로 그녀가 일반 사람들에게 특별한 위협적 존재가 되지 않음을 증명하여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 많은 남자들이 고백을 해왔고, 그에 따라 딱지를 놓아 주었으니 무예의 소꿉친구인 민수에게 화풀이가 돌아가는 것은 인간의 심리현상 중에 하나이다.
그런 것을 두고 보상심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신이 특별함에서 그 특별함은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기에 그 특별함을 부정하는 것은 평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해체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신인류는 매우 난처한 존재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인류를 위해 만든 학급에 민수를 보낸 점은 물론 민수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업무의 연장선에 민수가 있었다는 점과 동시에 무예의 부탁이었다. 무예의 입장에서 자신의 친구는 민수만 있었다. 대부분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에서 여자주인공이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남자는 대개 평범한 학생으로 많이 나온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그 여자 주인공에게 항상 휘두름을 당하고, 그 여자 주인공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란 그 남자 주인공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이런 것을 두고 cliche적 요소로 볼 수 있겠으나,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그러하다. 의지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역시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구인류는 대다수이고, 신인류는 극히 소수이다. 게다가 신인류 학생은 10~18세 안이고, 그나마 작품 설정에서 2명이 빠져 4명만 학급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존재란 정말 특별하기에 특별대우보다는 그저 구별하는 설정이 더욱 가깝다. 보통 학교에 낡은 교실 한편에 학급기자재를 보면 그들이 특별한 것보다 그저 구별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신 기숙사는 그들만 생활할 수 있도록 방이 4개인 기숙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교 안의 공간은 차별적이고, 학교 밖의 공간은 특별한 점에서 학교와 사회의 분리된 처우를 볼 수 있다. 물론 학교 내의 수영장이 신인류를 위해 만들어져도 4인의 소녀가 수영장은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일반학생에게도 더 많은 시간이 부여된다. 체육시간도 5명에서 운동장을 사용할 때 다른 일반학생과의 격리는 오히려 특별한 대우보단 구별을 넘은 차별적 대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작품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으나 이런 설정이 있기에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도 단지 노비로 지정된 민수를 두고 무예와 신아가 대결하기 위해 사용한 것부터 시작하여 학교 인근 수목원 역시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도 그렇다. 단지 수목원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의 통제권 대신 공공기관에 속하므로 다른 방문자들과 마주칠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예쁜 꽃잎을 뜯어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으려는 어린아이에게 분노하여 달려드는 청연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그들은 일상적으로 노출된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다고 하여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고, 그 특별하다고 여긴 것을 지나 특이한 존재라고 하여도 결국 인간이란 범주에 들어간다. 구인류에서 민수의 역할은 바로 특이한 존재인 그들에게 생물학적으로 인간보단 사회적 교우관계에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이 작품의 결론이다. 처음 무예를 만날 적에 민수는 무예에게 베히모스가 괴물같이 세다는 말을 하여 전치4주의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런 부상을 뒤로 한 채 오히려 무예를 안심시키려 했고, 아버지 경민을 설득하게 하여 무예의 마음을 열어 주게 한다.
인간은 타인과 정말 친해지기 위해서는 한 번 싸워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싸움보단 일방적인 폭력이었으나, 무예에겐 그것은 육체적 폭력을 넘어 정신적, 심리적 싸움이었다. 무예의 표정이 항상 굳어있고 표현력이 부족한 여자아이가 되어버린 이유는 자신의 힘이 세진 것에 대해 주변이 두려워하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자신 역시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특이한 인간이란 이유로 고립되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란 사실이다. 민수의 전학을 억지로 가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계략보단 무예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어린 시절 무예가 1주일 동안 연구소에 가고 없을 때, 처음에는 좋아한 민수나 점점 불안해지고 걱정하는 무예의 친구였다. 단지 특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작품에서도 신아는 인간의 감정을 모두 조절이 가능하나 유독 민수만이 감정이 이성으로서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다. 단지 무예의 손과 발이 날라올 정도로 신아가 귀엽거나 예쁘다는 말을 하지만 말이다. 또한 소청연을 생각하면, 그녀는 위그드라실이라고 하여 자연환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학생이다.
지구가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환경오염으로 인해 점점 사막화되어가는 지표면과 대기권의 탄소증가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공장과 자동차에서 뿜어나오는 매연은 산성비나 스모그현상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보면 위그드라실과 같이 머리카락으로 광합성을 하는 존재로서는 구인류나 신인류 모두 적대적인 관계다. 하지만 그들도 언제나 혼자일 수만은 없다. 민수는 난초와 작은 선인장을 키우는 것은 취미로 하고, 식물원에 갈 때 청연의 돌발행위를 슬기롭게 막을 수 있었다.
특이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그들도 특이한 것은 자신의 고유성이지 인간적 관계에서 특이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에 가면 4명의 신인류가 구인류인 민수를 두고 얼마나 마음이 맞는지 퀴즈쇼가 열린다. 그 퀴즈쇼에서 키메라, 위그드라실, 하메룬은 자신의 특이함에 대해 구인류인 민수가 맞춰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 10문제에서 9문제는 맞춘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맞추지 못하는데, 그것은 서로 입장을 맞추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민수가 무예와 퀴즈문제를 풀어나갈 때 9문제 모두 엇갈리고, 마지막 문제만 맞춘 이유는 한 쪽만 일방적으로 맞추기를 바란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신인류에 비해 오랜 유대감이 존재한다고 했으나,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보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다. 물론 신인류 쪽에 대해 맞춰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대다수가 아니라 극소수이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억지로 맞춰가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정의 손을 건네준다면 물론 특이한 사람들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의 퀴즈는 그렇다. 그것은 자신과 상대방이 어떤 존재라고 인식하고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