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4 - 아스카 오다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주인공을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메인 주인공과 서브 주인공으로 말이다. 메인 주인공으로 본다면 신지, 레이, 그리고 아스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4권은 메인 주인공이면서 히로인 중에 하나인 아스카가 등장하는 편이다. 만화책 1권당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 2편 분량과 맞먹는 것을 생각하면 아스카의 등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를 감상하면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 이후에 아스카가 등장한 점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등장할 모든 주역이 모인 셈이다.

 

 

먼저 메인 주인공인 아스카의 등장했다면 서브 주인공은 누구로 하는 것이 적당한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신지의 아버지인 이카리 사령관, 신지와 같이 동거하는 사회적 어머니인 미사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인 주인공 3명과 서브 주인공 3명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서브 주인공 3번째는 리츠코 쪽이 강하다면, 만화책에서는 카지 쪽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은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의 <애니메이션 서사 구조와 전략>을 참고하면 서브 주인공을 이카리 사령관, 미사토, 리츠코로 결정하였고, 나 역시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책에서는 카지 쪽이 훨씬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를 보면 카지의 역할은 기존의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비해 매우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사토가 제레의 정체와 더불어 에바의 정체와 네르프 이카리 사령관이 무엇을 꾸미는지 알아가는 것은 추적이란 플롯에 중요한 위치를 맡기 때문이다. 그런 미사토가 추적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카지와의 교류다. 카지는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이중 스파이노릇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스카의 등장은 곧 카지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미사토와 아스카의 갈등에서 중요한 입장인 것을 알 수 있다.

 

 

TVA나 만화책이나 비교해보면 아스카가 카지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온다. 남들보다 예쁘고, 키도 클 정도로 성숙하며, 머리까지 좋아 14세에 이미 대학교를 졸업하고, 네르프에서 대위라는 계급으로 통해 에바2호기를 조종하는 아스카에게 보통 남자들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카지에게 이끌리는 모습이 나온다. 카지는 본래 대학교 시절 미사토와 애인이었고, 어떤 이유로 2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네르프 본부에서 2사람은 만나고, 그 인연의 고리가 아스카에게 미사토에 대해 갈등관계를 일으키는 요소로 나온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그 갈등관계는 매우 강했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에서는 그런 관계는 아예 제외했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TVA보다 약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스카의 등장과 카지의 등장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인간관계 갈등과 내면적인 고통을 강조하는 하나의 계기로 볼 수 있다. 아스카라는 인물이 그런 우월주의적 인물로 나오나, 한편으로 억지로 무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부터 바다에서 나온 제6사도를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로 절단하여 격퇴하는 모습은 에바 조종을 신지나 레이보다 훨씬 잘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성격인 만큼 그녀의 첫 등장은 사고뭉치였다. 길거리에서 인형 잡는 기계를 하다가 잘 되지 않자 발로 차거나 신지 일행에게 막무가내로 돈을 내라고 하거나 옆 사람과 시비 붙어 싸움까지 한다.

 

 

게다가 신지와 다시 네르프에서 조우할 때 억지로 가면을 쓰고, 카지에게 마치 착한 미소녀인 것처럼 행동한다. 엄청난 내숭의 소유와 동시에 그 내숭 안에 가려진 난폭함은 신지로 하여금 질리도록 한다. 아스카는 다른 것은 모르나 자신에 대해 무시하는 것을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스카는 평소 신지가 인간관계가 어리숙하다 보니 자긱 기분에 내키는 대로 행동하나, 레이처럼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 없거나 왠지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면 매우 짜증을 낸다. 자기편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스카의 결점이다. 자기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이 결국 심리적 공허감에 의해 생긴다는 점이다.

 

 

아스카는 레이와 말다툼하던 중에 레이에게 뺨 한 대를 치려고 했으나, 신지가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아스카는 도망가듯이 그 자리에 벗어난다. 그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그 누구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하는 아스카이기에 제7사도가 등장할 때, 아스카가 먼저 공격하여 두 쪽으로 내지만, 그 사도는 코어가 2개라 그 코어를 분리하여 동시에 파괴하여야 격퇴가 가능했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일방적인 자신의 행동에 작전이 실패하자 신지에게 그 실패를 떠넘긴다. 아스카는 그 붉은색 에바2호기처럼 불타는 성격으로 타인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신지는 타인과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성향이기에 서로 지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도 사도에게 패한 것에 대한 분함과 그것을 만전하기 위해 특별훈련에서 아스카는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신지를 구박한다. 이와 다르게 신지의 연습하는 곳에 온 레이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신지와 바로 윤무를 잘 맞출 수 있었다. shell we dance?의 의미는 단순히 춤이라는 것이 테크닉이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한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상대방과 얼마나 잘 호흡이 맞는지 조율해 가는 과정이다. 아스카가 며칠이나 연습해도 제대로 되지 않던 신지였으나, 레이와 단 1번으로 성공하자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 화가 자신의 반성보단 타인에 대한 공격 내지 회피로 되는 것이다.

 

 

티격태격하면서 신지가 이카리 사령관의 아들이나 아버지와 잘 지내지 못한 것을 두고 파파보이라고 놀리나, 사실 같이 연습하며 잠들었을 때, 아스카는 엄마를 찾으면 왜 먼저 죽었냐고 혼자 울면서 잠꼬대를 한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무의식중에 화장실에 다녀온 아스카가 신지가 자고 있는 곳에 와서 잠이 든다. 신지는 아스카의 얼굴을 보며, 그 입술에 키스하려 하나, 아스카가 울면서 엄마라고 하자 “자기도 애인 주제에”라고 중얼거리며 잠이 든다. 아스카의 정신적 부담에는 어머니의 죽음이 각인되어 있기에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그런 도중에 아버지도 실제로 존재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정자은행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골라 어머니의 난자와 교배한 시험관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아스카에게 친아버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 와중에 카지를 만난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아이로서 육체적으로나 혹은 심리적으로나 카지에게 귀여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자기 자신도 애인 주제에 어른처럼 행동하는 소년이나 소녀들은 제법 있다. 그런 방법이 엄청나게 어른인 척하나, 어른은 아랫사람을 내려 보기보단 그들을 포용해주는 것이다.

 

 

아스카의 성인여성이기를 바라는 방법들은 그저 투정을 부리는 여자아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을 거부하는 대상에 대해 반발하는 행동 자체가 도리어 그 사람과 똑같이 되어버리는 점에서 신지가 애라고 생각하는 아스카야 말로 진짜 애였던 것이다. 어떻게 어른 같은 애는 신지에 가깝다. 회피하는 방법은 젊은 학생에게 있어서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런 아스카가 신지하고 같이 사도를 격퇴하는 것은 에바 조종사를 떠나 자신의 프라이드가 걸려 있었다. 출전 하루 전날에 감시카메라를 부수고, 신지와 아침까지 연습한 아스카는 결국 신지와 함께 사도를 격퇴한다.

 

 

어떻게 보면 평소 마음을 열지 않은 아스카에게 그나마 마음을 열어 보인 사람은 카지와 신지였을 것이다. 사도 격퇴 후에 마무리 착지가 엉성하여 아스카가 신지에게 구박을 주나, 신지가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하자 아스카가 “너 같이 아둔한 애가 이렇게까지... 정말 잘했어.”라고 한다. 신지도 “네 입에서 날 칭찬하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라고 대답한다. 사실 아스카가 진짜 인정받으려면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정답이나, 아스카는 인정해주는 것을 매우 꺼리는 타입이다. 하지만 아스카가 제일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본인이란 점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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