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 신세기 에반게리온 03 신세기 에반게리온 3
GAINAX / 대원씨아이 / 201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인상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뽑으라고 한다면 그 중에 하나가 나는 야시마 작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인상이 남는 이유는 그만큼 슬프고 기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뷰 하는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은 바로 그 야시마 작전이 나온 단행본이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5화와 6화, 그리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 역시 야시마 작전이다. 그 정도로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야시마 작전은 백미 중에 백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저 1990년대 일본 도쿄에 아키하바라 하는 장소가 있다.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번화가로서 이른바 오타쿠 문화에서 아키바계가 탄생할 정도로 소비주의 아키바계 현상은 기존의 오타쿠 문화가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customer였다면, 아키바계 유형의 인간은 오로지 소비지향의 물신주의적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긍정적 요소로 본다면 서브컬쳐의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나, 반대로 말하자면 서브컬처에서 새로운 문화적 토대로 생기는 것이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해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 감독인 안노 하데아키나 만화작가인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기본적으로 오타쿠 문화에서 소비를 지나 생산자적인 요소를 지녔다.

 

특히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애니메이터에서 지나 실사영화를 제작하고 실제로 나올 정도로 그의 역량은 이미 단순한 애니메이션업계의 인물을 지나 대중문화를 지나 (실사)영화예술까지 넘보게 되었다. 그런 오타쿠에서 아키바 위주의 문화로 넘어갈 무렵, 아키하바라에서는 3대 여신이 있었다. 그 인물은 바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의 나디아, <기동전함 나데시코>에 등장하는 호시노 루리,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였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히로인으로 레이 이외에 아스카나 미사토도 존재하나 왜 레이였는가? 라는 의문에서 바로 이 야시마 작전이 큰 변수라는 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중에서 역대 사도 중에 강력한 사도를 뽑으라면 바로 제5사도도 포함 될 것이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며, 주변에 포착하는 방해물에 대해 강력한 레이저로 융해시키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보더라도 신지가 탑승한 초호기가 지하기지에서 나와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제5사도는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한다. TVA에서 신지가 적의 공격에 괴로워하며 절규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항상 내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 도와줘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그 비명은 너무 처량하고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에서도 역시 신지의 괴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제5사도의 공격을 받고, 의식을 잃은 신지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꿈의 세계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추억한다. 아버지는 자신을 내버리고, 어머니가 없었던 그 시절, 신지는 자신에게 자전거가 있었으면 하지만, 경찰이 오해로 신지를 자전거 도둑으로 착각하고 파출서로 데려간다. 이때 친척들이 와서 돈이 충분히 보내오니 왜 사달란 말을 하지 않았냐고 하나, 사실 신지는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고 관심이 필요했다. 그에게 항상 꼬리 붙어 달린 외로움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고뇌였다. 그 아픈 기억을 꿈에서 보던 신지가 병원에서 깨어나니 옆에 레이가 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신지만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사실 신지는 이때 레이가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우연히 레이의 신분증 카드 유효기간 완료되어 갱신시키기 위해 레이의 집에 갔을 때, 레이의 방에 놓인 이카리 사령관의 안경을 신지가 만지고 만 것이다. 그 안경은 레이가 0호기 테스트 중에 폭주를 일으켜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카리 사령관이 맨손으로 레이를 구하려다가 손에 화상을 입어 안경이 떨어진 것을 레이가 주은 것이다. 이카리 사령관의 그 모든 것은 레이의 모든 것이었고, 그런 레이에 대해 신지는 항상 레이가 궁금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야기나 친절을 베풀지 않은 절대적으로 작전만 우선하는 아버지가 레이의 목숨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에 의아한 것이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신지는 아버지의 사랑도 받고 싶었으나, 레이가 왜 아버지에게 사랑받는지 궁금했다. 안경을 집은 이유도 자신도 안경을 착용함으로서 아버지와 동일시하려고 하는 욕망이었다. 단지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에서는 신지가 직접 안경을 끼는 모습이 나오나 만화책에서는 끼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권위를 자신에게 부여하려는 욕망이 만화책에서 약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다모토 요시유키 작가가 느끼는 신지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애니메이션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에게는 다른 입장이었다. 레이는 오로지 이카리 사령관이 전부였다. 이카리 사령관만이 레이에게 믿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이었다. 야시마 작전에서 왜 레이가 히로인으로 등급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에 레이가 믿는 사람이 이카리 사령관만이 아니라 이카리 신지군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제5사도를 격퇴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2사람은 생사를 넘나들고, 그 결과 제5사도를 격퇴하나, 0호기로 방패막이를 하던 레이는 부상을 입게 된다.

 

이때 신지가 0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꺼내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엔트리 플러그의 문을 열고 레이를 구출한다. 이때 레이는 의식이 흐릿하였으나, 순간 신지의 모습을 이카리 사령관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엔트리 플러그를 개봉한 사람이 신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신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출동 전에 병원에서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 눈물 흘린 신지가 또 눈물을 흘리자 레이는 순간 당황했다. 그 눈물의 의미는 슬픈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고 신지가 말해준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너무 슬픈 것이라는 아픔과 동시에 너무 기쁘다는 행복에서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그 누구에게 미소를 보여준 적이 없는 레이, 레이가 신지의 눈물을 보며 당황하자 이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때 신지는 레이에게 그저 웃으면 된다고 했다. 이때 보여준 레이의 미소는 살짝 빙긋 웃는 모습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강한 충격이 되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그렇게 서로 상대방과의 교감으로 통해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 그 레이의 미소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아키하바라 3대 여신으로 올라간 이유도 그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연출에서 시작하여 사다모토 요시유키 작가 역시 깊이 생각한 점이다. 단지 차이점은 레이가 신지에게 “사요나라(안녕).”이란 슬픈 인사를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에서 병실에 신지가 누워있을 때와 야시마 작전 전에 했다면, 만화책에서는 야시마 작전 전에 했다는 점이다. 신지가 레이의 생존을 기뻐한 이유는 마치 죽을 것을 대비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레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확인이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아무 것도 없다고 여긴 신지였으나, 자신보다 더 없다고 생각하는 레이에 대한 강한 연대의식일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살아있길 잘했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이라는 말하는 신지에서 평소 부정적인 말과 행동만 보이던 신지가 긍정적인 말을 한 것은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아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길이라도 둘이서 가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두운 하늘에 뜨는 달처럼..”이란 독백은 자신의 비관적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신지의 의지가 보인 점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을 다 본 후에 조금 생각이 남는 부분은 이번 단행본은 신지와 레이의 중심으로 많이 전개된 점이다. 사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를 보면 신지의 역할과 레이의 히로인적인 요소도 중요하나, 미사토가 보여준 작전 전략 역시 잊을 수 없는 묘미다. 일본의 전 지역의 전기를 모아 쓴 것과 어렵게 양전자포를 발사하는 총을 입수하는 과정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쓸데없이 무기를 소비해야 만족하는 군사조직이란 점에서 오타쿠 문화 중에도 밀리터리 오타쿠가 있듯이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전쟁 및 폭발장면을 잘 연출해도 막상 작품을 보면 전쟁이란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야시마 작전을 이끌어내는 미사토의 역할이 조금 아쉬운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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