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소년 4
임진주 지음, 임애주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금지소년 4권을 받아보는 순간 나는 다시 내 눈에 비추어진 일러스트를 보면서 환호했다. 그것은 포푸리 소녀를 리본 끈으로 묶는 신류아의 모습이었다. 검은 긴 흑발을 가란이 늘어뜨린 것에서 왼쪽 머리에 왕관을 쓰고, 하얀색 속옷을 입으며 마치 포루리 소녀를 가지고 노는 여왕의 모습이었다. 딱히 나는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나, 다소의 페티시즘의 경향이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여자의 특정 신체 내지 혹은 의상, 또는 특정 부위나 행동에 집착하게 되는 마련이다.

 

하얀 장갑과 하얀 스타킹, 그리고 코르셋 세트는 매우 매혹적인 일러스트였다. 게다가 여성작가이기에 해부학적 구조에서 골반이 매우 넓게 그려 넣은 것이다. 다행히 이번 일러스트에서 포루리 소녀의 허벅지 위쪽은 신류아처럼 굵지 않고 약간 가늘게 그려졌다. 남자는 다리가 일자형이라 골반이 넓지 않기에 그렇다. 신류아의 골반은 스타킹이 허벅지 아래쪽까지 올라가서 그 허벅지의 맨살이 코르셋의 아래에서 허리와 히프의 라인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매혹적인 여성을 일러스트에 남겨놓은 것이다. 작품 일러스트 표지에서 보인 것처럼 항상 신류아가 포푸리 소녀 즉 나운이에 대해 리드하는 것에 반해 내용은 조금 반대로 되어 간다. 단순히 가지고 장난치면서 즐기기 위한 포박보단, 진짜 상대방을 원하는 점에서 리본을 포푸리 소녀에게 돌린 것이다. 물론 포푸리 소녀의 의상도 주목해야 한다. 전형적인 하얀 앞치마에 메이드의상이 중요하며, 신류아가 묶은 리본 끝이 포푸리 소녀의 이마에 장식처럼 되어 있는 셈이다.

 

상대방을 붙잡는 리본이 상대방을 괴롭히는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귀엽고 소중하다는 의미가 여실히 잘 보인다. 포루리 소녀의 디자인에서 가장 잘 봐야하는 점은 마법의 봉이다. 지금 포푸리 소녀 즉 나운이가 아닌 여자의 모습으로 변형된 점에서 신류아는 나운이란 남성적 요소보단 나운이의 여성적 요소에서 많이 이끌린다는 점이다. 그것은 4권에서 잘 나온다. 나운이가 운 좋게 받은 놀이공원 티켓을 들고 신류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신류아가 허락하자는 모습이 나온다.

 

보통 사람과 달리 나운이는 솔이야, 오빠가 해냈어!”라고 외친다. 이를 들은 신류아는 나 참, 데이트 신청해 놓고 바로 동생을 찾다니.. 멋없긴..”이라고 생각한다. 나운이가 옥상에서 환호의 외침을 옥상 문 뒤편에서 모두 듣고 있었다. 오로지 동생만 바라보는 나운이기에 이때까지 신류아의 무서운 숙제를 모두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양날의 검처럼 데이트 신청을 받는 여성이라면 그 신청하는 남자에 대해 시스터콤플렉스라고 여길 것이나, 처음부터 생계의 부담으로 시작된 일인 만큼 나운이의 약점을 알기에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금지소년 4권의 전반적 내용은 3권에서 지수와의 수영경기에서 지수의 수영복이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되려고 했으나, 포푸리 소녀가 지수의 몸을 가려준 채 수영장 골인까지 같이 인도해준다. 나름 3권에서 보이던 긴장되는 요소를 더 이끌어가기보단 포푸리 소녀의 상대방 끌어안아주는 방법으로 조용히 승리를 거둔다. 이때 지수의 동생은 포푸리 소녀의 헌신적 모습을 보고, 또한 예전에 자신에게 매우 헌신적인 누나를 생각하며 성장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단지 나운이는 여자이면서 여자를 사귀는 지수에게 키스를 당해 생애 첫 키스를 빼앗기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진다. 결국 남자인 나운이라는 소년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변장한 포루리 소녀의 모습으로 해결한다. 포푸리 소녀의 모습은 3권처럼 마치 엄마와 같은 마음이다. 그런 포푸리 소녀의 입술을 지수가 빼앗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보면서 놀라고, 특히 옆에 있던 신류아도 매우 놀라는 표정이다.

 

나운이가 남성, 즉 이성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신류아도 은근히 신경쓰게 되는 것이고, 데이트 신청 때의 그 아쉬움 역시 나운이를 어느 정도 남성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데이트가 신류아는 기대되었다. 도도한 재벌의 아가씨, 모든 외모와 지식을 넘어 공주이던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즐기지 못한 과거에 있기에 비뚤어진 인격을 가진 장면이 나온다. 또한 그녀는 어린 시절 유원지에 갔다가 납치당한 적이 있어서 이때가지 제대로 외출하지를 못했으며, 여러 가지 신분적 상황과 가족의 내력에 의해 상당히 압박을 받는 생활을 한다.

 

인간이 가해자로서 되는 이유는 그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쌓여 있는 불만과 억압 그리고 그것을 내색하지 못하는 자신의 가면 속에서 본인의 감정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나운이었다. 남자로서 사랑스럽지는 못하나 후배로서는 매우 편하면서 즐거운 존재, 그렇기에 놀이공원의 데이트는 신류아가 기존에 보통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등장하는 법이다. 도대남과 우연히 만남 포푸리 소녀는 그동안 도대담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같이 데이트를 하자고 하여 처음에 주말 중 토요일은 도대남, 일요일은 신류아로 계획했으나, 알고 보니 일자 모두 같은 날이었다. 본래 이 만화책의 장르가 학원러브코믹이란 점에서 더블데이트는 하나의 플롯에 가깝다. 나운이에서는 신류아, 포푸리 소녀에서는 도대남, 아슬아슬한 더블데이트만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나, 작품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작품을 보면 새로운 캐릭터인 신수라가 나오는데, 신류아에 대한 강력한 불만과 증오가 살아있는 점에서 그는 아마 신류아와 더불어 신성그룹 후계자 문제가 걸려있을 확률이 높다. 4권에서는 배경적 요소가 학교와 가게를 지나 신류아의 본가와 놀이공원 범주가 확대되었다. 학교에서의 학생과 가게에서 점원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 더 넓은 사건과 배경을 열어주는 셈이다. 만약 포푸리 소녀가 계속 신류아에 의해 휘둘리게 된다면, 그 최종적인 보스는 신류아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그 열쇠는 신수라에게 잡혀있는 신류아의 구출이다.

 

신수라는 분명 신성그룹의 후계자 관계에서 신류아에게 큰 원한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납치의 이유는 후계자로 통해 현금을 바라는 것과 또는 권력다툼의 원인이 크다. 위험에 빠진 신류아를 위해 나운이는 이때까지 포푸리 소녀로 더블데이트를 하던 도대남에게 찾아가 신류아를 구해달라고 한다. 아직 포푸리 소녀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가장 포푸리 소녀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도대남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혀지면 엄청나게 곤란한 나운이지만 신류아를 위해 달려간다.

 

평소 성격 좋고 시원한 스타일인 도대남은 만능 운동가이나 평소와 달리 이번만은 달랐다. 그의 속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포푸리 소녀의 변신은 나운이의 여장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안경이란 점이다. 안경의 매개로 나운이와 포푸리 소녀의 모습이 달라지고, 일러스트 표지에서도 나운이와 포푸리 소녀가 두 손을 마주잡는 포즈 역시 안경의 착용에 있다. 도대남의 그런 속성적 변신요소는 머리스타일이었다. 앞머리를 항상 뒤로 넘기던 그의 헤어스타일이 납치범에 의해 앞으로 넘어오자 그의 두 눈에서는 매우 강한 분노를 보인다.

 

아마 5권을 보게 된다면 도대남이 날뛰는 모습과 신류아를 납치한 신수라의 음모가 밝혀질 것이다. 단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여자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매우 소중한 것인데, 나운이의 얼굴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는 것이다. 얼굴에 상처 입은 포푸리 소녀에게 가게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렇게 완독 후에 스토리작가가 그린 CROSS WORLD에서 여전히 신류아의 대담한 여왕근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남체화된 신류아가 원래 신류아에게 맞게 되자 나운이를 평소 때리고 괴롭히고 울리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자 원래의 신류아는 갑자기 각성하면서 나운이를 혼내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해 한다. 물론 나운이는 조금 걱정되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항상 이 후기에 나오는 만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작가 분도 금기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것을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블로그에서 아오이 계통인 <리미티드-다섯번의 금기>를 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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