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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3집 - 기억상실
부활 노래 / 지니(genie)뮤직 / 1993년 1월
평점 :
품절
부활 3집이 다시 나온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나온 부활3집이 말이다. 김태원의 부활에서 1집과 2집의 사운드는 다소 강렬한 느낌이라면 3집은 매우 서정적이다. 그리고 매우 슬픈 기타소리다. 부활이 만약 3집의 사랑할수록이란 곡이 없었다면 다시 부활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다른 부활 앨범과 달리 3집을 들으면 마음이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떠나간 김재기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사랑할수록이란 곡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들리는 곡이나 막상 불러보면 어려운 노래이다.
그게 아마 보컬리스트 김재기의 타고난 능력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몇 곡 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앨범, 그리고 한국의 가요계와 락음악에서 큰 획을 긋은 노래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할수록만 알 것이나, 소나기를 비롯한 다른 노래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소나기가 아주 강렬하게 느낀 것은 보컬리스트 김재기와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강한 공유의식이다. 두 사람 모두 가난하고 불우한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배고픈 두 사람이 결합하여 이제 녹음하던 찰나 김재기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이때 김태원은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라고 한다. 정말 바람처럼 떠나고, 그의 노래만 남아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살아있다. 1993년에 발매되어 20년이 지난 지금도 3집을 들을 때면 그저 가슴이 담담할 뿐이다. 아직 노래를 많이 더 부를 수 있는데 말이다. 부활3집은 김재기의 음악이 반이고, 김재기를 추모하는 음악이 반이다. 8‧1‧1이란 곡은 8월 11일 김재기가 죽는 그날이었고, 게다가 8‧1‧1은 한 번만 나온 게 아니다. 다른 앨범에도 계속 김재기의 죽음을 기억하는 음악이 있었다.
김재기의 목소리가 아니지만 김태원이 김재기의 죽음을 계속 기리는 것은 계속 부활 앨범에서 나온다. 부활베스트 이솝의 붓에서 박완규로 시작하여 7집에도 그 후에도 계속 소나기는 나온다. 그래도 뭔가 모르게 소나기를 들으면 김재기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처음에는 박완규의 폭발적이고 강렬한 보컬이 좋았다. 김재기와 비교하여 힘이 있었고, 허스키한 스타일이 가슴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보니 김재기의 목소리에 이끌리는 것은 김태원의 섬세한 감정을 김재기가 잘 소화한 것이다.
그래서 3집은 너무 아까운 앨범이다. 앨범에 주요 기타연주곡인 Lost of memory나 별은 김재기의 목소리를 대신할 수밖에 없는 김태원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활 2집에서는 김태원의 고집으로 곡 자체에 보컬이 들어있는 것보다 기타연주가 들어있는 것을 더욱 추구했다. 하지만 3집은 아예 반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슬픔은 김태원만 아니었다. 당시 다른 부활 멤버도 김재기의 죽음을 많이 아쉬워하고 아파했다.
당시 100만장이란 밀리언셀러인 앨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알고 듣고 불러주는 것은 좋은 것은 분명하나, 그 앨범에 담긴 깊은 목소리를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앞선다. 확실히 알아줄 것은 김재기는 힘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힘을 불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