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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 6 -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죽은 이후에 다시 돌아온 인간이란 어떤 느낌일까? 그것은 다시 나에게 하이스쿨 DXD 1권에서 잇세이가 타락천사 레이나레에게 죽어갈 때 그 마지막 순간의 독백이다. <그 사람의 머리카락 색이랑 똑같아. 선혈로 물든 손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붉은 스트로베리 블론드보다 더욱 선명하게 붉은 머리카락, 그래, 그 사람의 아름답고 붉은 머리카락은, 내 손을 물들인 피와 똑같은 색이다.>
리아스를 생각하면서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생각하고, 자신의 죽음의 세계를 받아들이려 한다. 죽음에 대한 원망과 동시에 그는 타나토스라는 죽음의 욕망보단 끝까지 에로스라는 삶의 욕망을 추구했다. 애니메이션 1화를 보면 조금 성적인 노골성을 더하여 잇세이의 망상을 보여준다. 상반신이 나체인 리아스가 커다란 가슴을 드러내고, 거기에 새끼손가락 하나를 입에 문다. 성적 에로티즘을 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엔 죽음이란 거대한 운명 앞에 촛불처럼 사라져갈 잇세이에게 리아스의 가슴은 자신이 죽어도 그냥 죽을 수 없는 마지막 에로스이다.
그런 잇세이에게 리아스는 폰이란 말 8개를 부여하여 전생시켜 그레모리가문의 악마로 만든다. 그런 잇세이의 과거이기에 하이스쿨 DXD 6권에서는 인간의 이성을 가진 잇세이와 인간의 영역을 떠나 이제 그로테스크한 괴물로 변한 잇세이의 2가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인간의 모습을 버리게 된 동기는 비숍인 아시아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소멸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생과 사의 중간계인 아스트랄의 공간에서 운 좋게 살아난다. 죽음 직전 공간에서 백룡제 일행에게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괴물로 변한 잇세이는 아시아의 무사함을 보고 인간으로서 육체로 돌아올망정 인간으로서의 이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잇세이가 육체를 잃어도 정신을 잃어도 오직 그것을 원상복구가 가능한 것은 King인 리아스의 모습이다. 강하고 아름답고 불과 같은 머리카락에 커다랗고 탄탄한 가슴은 잇세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작품상에 기본 속성이 하렘모드가 있고, 게다가 남자주인공은 다수의 여자와 살아가는데, 부모와 같이 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같이 살기에 작품은 특이하게 흘러간다.
하이스쿨 DXD 6권의 특징은 원래 사라져야할 인물이 다시 나타난 점이다. 타락천사 편에서 악마사냥에 미쳐버린 프리드 신부가 나온 점과 그가 상급마족과 사전에 모의한 점이다. 물론 사전 모의하기 전에 그는 분명 타락천사 우두머리인 아자젤에게 영원히 구속처리 되었으나 다시 음모를 위해 나온 것이다. 이번 6권의 음모를 만든 디오드라 아스타로트는 사실 하이스쿨 DXD 스토리에서 복선을 예고한 인물이다.
아시아가 1권에서 자신이 천주교회에서 추방된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악마를 치유해준 것이고, 그 악마가 바로 디오드라 아스타로트였다. 그는 수녀나 신앙심이 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혹하여 타락하게 만드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삶는다. 아시아사가 교회에서 추방된 것과 타락천사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어 악마로 전생된 이유는 바로 디오드라의 음모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약간 이야기가 돌아와서 원위치로 온 것처럼 아시아의 죽음은 우연한 불행이 아니라 사전에 예고된 비극이었다.
대신 아시아는 잇세이의 도움을 잊지 않았다. 친구도 새로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무엇보다 가족이 생긴 것이다. 고아로 태어나 천주교회 앞에 버려진 소녀에게 외로움이란 두려운 존재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두려움이고, 그 두려움에서 외로움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둘 곳 없어 방황하거나 혹은 억지로 참아야 하는 심정이란 매우 괴롭다. 아시아에게 잇세이라는 친구가 생기고, 키류와 바보 변태 친구도 친구가 되었다. 게다가 제노비아는 같이 신을 모시던 사람으로서 같은 공감대가 있었고, 잇세이 부모는 마치 아시아의 친부모처럼 대해주었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더 나아가 연인이란 것을 보여준다. 그런 것처럼 잇세이는 그런 것을 위해 싸우고 다치고 바보처럼 앞을 나간다. 물론 드레이크라는 전설적 용이 깃들어 있지만, 그 힘은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 먹는다. 저거노트 드라이브라는 금단의 기술은 아마 인간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가학이다. 그 가학적 그로테스크에 마음에 새겨진 빈 공간은 오로지 인간의 정이 답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미리 잇세이가 마계에서 녹화하던 노래와 춤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소 음란하고 도발적이 가사나, 그것이 자아를 돌아오게 하니 말이다. 본래 신이나 신과 필적한 존재들은 춤과 노래로서 달랠 수 있다 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종교적으로 무속신앙이 있고 그 신앙의 매개자는 무당이다. 무당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그리고 지치 쓰러지면 어느새 다른 인격이 나오는 경우를 본다. 한을 풀어가기 위해서 제의적 행위로서는 춤과 노래가 필수적이다. 그것은 춤과 노래가 인간들 무의식적 내면에 존재하는 심층적 공간을 표층으로 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저주받은 드레곤의 힘에서 잇세이는 이미 인간이 아닌 극단적 상황이므로 신과 필적한 힘을 가졌다. 그래서 신을 달래는 주술적 행위는 춤과 노래다. 이미 녹화된 영상에서는 밸런스 브레이커의 모습을 한 잇세이가 어린아이들과 같이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문제는 노래 제목과 가사가 특이했다. 제목은 “찌찌 드레곤의 노래”이고, 작사는 타락천사 총수인 아자젤, 작곡은 리아스의 오빠인 서젝스 루시퍼, 춤은 회장의 언니인 세라포르 레비아땅이 했다.
아자젤부터 장난기가 강한 능구렁이라는 점과 루시퍼는 겉으로 근엄하나 속은 장난꾸러기에 동생 리아스를 놀려먹기 좋아하는 오빠에, 세라포르는 이미 마법소녀 코스프레를 하면서 귀여운 말투를 늘어놓은 여마왕이다. 장난으로 뭉친 이들의 작품은 리아스의 가슴이라면 환장하는 잇세이의 그대로 모습을 보여준다. 리아스의 가슴을 생각나게 만드는 가사인지 이성을 잃은 잇세이가 무의식적으로 “찌찌”라고 한다. 5권째에서 위기의 순간에 잇세이는 리아스의 가슴을 보고 유두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리아스의 입에서 약간의 신음소리가 나오고, 그것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아마 리아스의 가슴에 대해 무척이나 집착하는 잇세이에게 찌찌드레곤의 노래에서는 잇세이가 다시 올 수 있는 해법이 있었다. 과연 그렇듯이 부장이 이성잃은 잇세이에게 다가가서 교복단추를 풀고, 브래지어를 벗고 자신을 손을 잇세이의 손으로 가져가 자기 가슴에 잇세이의 손을 대게 한다. 그리고는 잇세이는 갑주의 저주에서 풀린다. 왜만한 마왕조차도 이기기 힘든 잇세이가 리아스의 가슴에 무너지니 주변에 있는 백황제 발리는 얼굴을 찌푸린다. 자신의 라이벌인 붉은 녀석이 하얀 녀석보다 다른 것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 내면의 폭력성보다 성적인 무의식적 욕망이 승화하여 삶의 이유를 부여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 하랴? 하렘 작품 공통에서 남자주인공이 상당히 둔탱이 아니면 바보속성에서 잇세이의 방황은 언제까지일까?
참고적으로 레이팅 게임에서 폰인 잇세이는 적진에 가면 퀸으로 승격하는 체스게임을 이용하는데, 이런 방법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습과 비슷하다. 가상과 현실에서 게임이란 공간이 주체와 대상이 분리가 아니라 동일한 점에서 다소 pata-physics의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pata-physics라고 하여 별로 어려운 것이 없다.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없어져서 그저 여기가 가상이고 현실일 뿐이다. 재미를 보려면 거기에 푹 빠지는 것도 거기서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