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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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라는 도서에 대해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습지생태라는 점으로 환경적으로 습지환경에 대한 환경생태학적인 연구보고서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을 집어 들고 저자를 보면서 순간 생각이 달리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은 최규석이었다. 최규석이란 작가는 예전에 조금 익혀 들은 바가 있었다. 그것은 연상호 감독이라는 애니메이터의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그리고 그 작품의 감독과 관객이 직접 대화하는 GV에 참석하면서 그들의 관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에 대해 알게된 동기는 남산타워 인근에 위치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방문하여 <셀마와 단백질과 커피>라는 인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면서다. 이 작품은 3가지 다룬 주제로 정한 옴니버스형태의 작품으로 그중에 <사랑은 단백질>이란 코믹한 애니메이션이 2명의 친구가 만든 작품이었다.

 

물론 <돼지의 왕>과 연상호 감독과의 GV를 하기 전에 먼저 <사랑은 단백질>에서 그 작품 내의 씁쓸하고 웃기기도 하나 한편으로 뭔가 마음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돼지가 직접 자기 몸을 잘라내어 가게 이름도 내 다리 족발이라고 하지 않은가? 아니면 닭이 자신의 병아리를 치킨 후라이드로 만들어 오면서 자기의 몸과 자기의 자식을 희생하여야 하는 서민들의 비극을 코믹하게 아이러니화한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을 바라보면 거리에 앉은 부랑자와 걸인, 좌판에 걸터앉은 가난한 상인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던 이웃이었다.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낙담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사랑은 단백질>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이 작품을 잘 보면 어느 작업실 같은 장소에 3명의 남자가 머물고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 깊은 남자는 후라이드된 치킨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는 안경남자였다.

 

사실 그 안경남자는 실존하는 인물의 모습을 캐리커처하여 하나의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생각 없이 살아가는 마음 편한 사람으로 말이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습지생태보고서>에도 여전히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여 최규석 작가의 일상을 습지생태라고 한 것이고, 그 보고서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아주 리얼하게(물론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반-리얼리티 미학이나)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가진 것도 없는 청춘들, 담배를 입에 물고 오늘 하루 기어 다니는 그들의 모습에서 왠지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똑같은 모습과 행동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겪는 대학생활의 현실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왜곡과 모순으로 에워 쌓여 마침내는 코믹으로 승화한다. 주인공 최규석은 내가 알기로도 분명히 상명대학교 출신이고, 연상호 감독 역시 상명대학교 출신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만화학도와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을 보면 201111월 청주시 청주대학교와 같은 해 5월 천안시 남서울대학교에서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대회가 기억난다. 만화가들이 좁은 시장, 인력수급의 비정규직화, 관심 없는 사회로 만화가들이 술로서 버틸 수밖에 없는 한 그림은 왠지 마음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전공도 아니고, 그 쪽 분야에 업무종사자도 아니나, 적어도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습지생태보고서는 만화학도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자들의 비참함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한 웃음은 왠지 모르게 내게 알 수 없는 미소만 짓게 한다. 다소 적나라하고 다소 직설적이고 다소 능란한 모습을 보여줘도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이야기다. 공간은 비록 습지라는 작은 방이나 그 방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에선 우리 현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확대할 수 없는 것이나, 적어도 어느 정도 공감대는 충분하다는 점이다.

 

예전에 최규석 작가의 아기공룡둘리 오마주에서 원작가 김수정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둘리의 인물들이 세월이 지나고 현재로 보여주던 장면이 있었다. 매우 슬프고도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었다. 둘리는 무척이나 구박하던 길동이의 무덤아래 소주를 가지고 간 둘리는 길동이를 그리워하며 그대로 죽는다. 다른 친구들은 각자만의 현실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소 최규석 작품에는 현실에 대한 냉소함이 강렬하다.

 

냉소하기에 습지생태보고서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우울하고 비참한 청춘에 대해 그렇게도 냉소적이면서도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 재능이 말이다. 습지생태연구소에 보면 작가의 교수가 등장하는데, 혹시 학회에서 봤을지 모를 인물이다.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출신들이 사무실을 개업하여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결국 그 사무실이 외로운 공간으로 되었다고 한다.

 

습지생태보고서에 나오는 수많은 만화학도와 애니메이터들의 꼬인 현실은 작품이 나오던 배경은 작가가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그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다. 올해 KBS방송국에서 88만원 세대에 대한 습지생태보고서란 드라마가 나온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단순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찾고 싶으나, 보이는 것은 냉소적인 상황인 것이 핵심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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