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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사상 지도 - 마르크스에서 지제크까지, 눈으로 그려 보는 현대 철학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 부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우선 나는 <20세기 사상지도>가 나온 점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다. 그 이유는 이때까지 국내에서 발간하는 사상철학 관련 도서 중에는 체계적인 구조로서 소개해주는 도서들이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철학의 역사 내지 개론 혹은 어느 철학자에 대한 연구나 그 철학자의 번역본은 꾸준히 나와도 어느 철학사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혹은 구성원에 대한 전반적인 맥을 잡아 정리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내가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혹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겠으나, 그나마 근현대 철학자 중심으로 철학, 미학, 사상으로 정리한 도서로는 진중권 교수의 현대미학 도서인 <숭고와 시뮬라크르>, 최근 한국 철학계에 급부상한 이택광 교수의 <인문좌파를 위한 가이드>, 연구모임 사회비판과 대안에서 공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이란 도서였다. 그 전이나 혹은 최근까지 우리는 외국에서 수입한 도서를 번역한 점에서 최근 국내에도 학파의 체계나 혹은 사상의 연결성으로 통해 계보적인 구조를 결집하여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도록 한 점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예전에 구조주의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한 서적인 우치다 타츠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 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나 사단 마럽의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기다 겐 외 여러 일본학자들이 만든 <현대사상지도> 등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시 이런 하나의 체계성을 가지고 집중적인 학자들에 대한 소개와 그 학자들에 대한 도서소개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졌다.
물론 작고하신 최성일 선생님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라는 서적도 있지만, 하나의 체계성을 지니기보다는 개인적 판단아래 선택했다는 점에서 학자들의 연계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사상지도>는 국내 여러 학자들이 모여 집필했다는 점이고, 최근 번역 말고도 해외 지식인이 올 때마다 자리에 참석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강의나 세미나를 열어 한국의 인문에 많은 공헌을 하시는 진태원 교수의 집필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었다. 예전에 자크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과 에티엔 발리바르의 <정치체에 대한 권리>를 읽으면서 진태원 교수의 존재를 알았고, 최근에 여러 철학 내지 인문사회도서를 꾸준히 번역하신 점에서 <21세기 사상지도>의 발간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열어보는 순간 대부분은 근현대철학이 그렇듯이 비록 지금 나나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21세기에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20세기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20세기에 명성을 날린 철학자 역시 19세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후설과 같은 현상학자들은 관념이나 인식이란 형이상학적인 영역에 크게 기여한 자로서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철학자는 임마누엘 칸트였다. 칸트는 19세기가 아니라 18세기 인물에 더 가깝다. 최근 근대철학조차도 칸트의 영향력이 막대한 점으로 본다면 칸트의 철학은 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니체는 칸트를 비웃었고, 마르크스는 칸트의 논리적 분별력을 수용한 점에서 조금 다른 식으로 나가고 있었으나, 그래도 칸트의 사상은 형이상학이란 관념철학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어째든 이런 20세기 사상에서 <20세기 사상지도>에서는 4명의 철학자를 거론한다. 그들은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페르디낭 드 소쉬르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 1장에서 4명의 사회학자, 철학자, 정신분석학자, 언어학자의 소개에서 (후기)구조주의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레비 스트로스, 자크 라캉, 미셀 푸코, 삐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비트겐슈타인이나, 후설, 배르그송 등과 같은 인식과 관념에서 메를로퐁티, 리오타르, 벤야민 등과 같이 문화적 영역에서 노동과 여가를 다룬 학자, 하이데거, 베버, 사르트르, 네그리 등과 같은 자아와 주체 그리고 사회를 다루는 학자까지 다루었다. 마지막은 욕망과 윤리의 이중적인 영역에서 라캉, 레비나스, 들뢰즈, 지젝 등과 같은 학자를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후기)구조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독일관념철학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국경과 학파보다는 그 학자들이 추구하는 사상적 영역으로 정리하여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어느 학문에서의 1가지 테마를 설정하여 거기에 해당되는 철학자들의 담론과 그 철학자의 생애와 추구하던 가치 그리고 그 철학자들의 서적을 소개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상가들의 도서들이다. 보통 외국에서 번역한 도서를 보면 국내에서 찾기가 어렵거나 혹은 번역상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프로이트로 다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도 다시 새롭게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과 같은 경우를 보면 그의 도서인 에크리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라캉의 에크리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이해하기가 난해해지며, 에크리라는 도서는 읽히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란 점이다. 물론 국내에서 불어에 대한 번역이 난제로 겪는 것은 사실이나, 라캉은 불어권조차도 어려운 도서였다. 대신 라캉과 헤겔을 오가는 슬라보에 지젝에 의해 란 도서가 나올 정도이니 라캉의 도서는 정말 어려운 도서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자크 라캉 세미나 11번째 :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을 처음 접할 때는 읽기는 포기했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입문>을 읽은 후에야 겨우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물론 다 읽어본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략적인 무엇을 의미하는지 약간의 이해만 가능했다. 그런 문제가 보인만큼 이 책에선 라캉에 대한 연구서적을 소개하는데, 해외 누가 저술하여 국내 어느 번역자에 의해 번역되고 출판사는 어디까지인지 소개한 점이다. 다른 사상가들까지 소개한 점에서 국내 인문학도나 혹은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도서라는 점이다. 그 철학자 아무리 유명한들 우리는 그 철학자의 서적이 무엇이 나오고, 어떤 번역이 좋은지가 제대로 알 수 없다.
대부분 원전의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도서를 읽게 되면 그 의미를 전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추천할만한 페이지는 1장부터 5장까지 각 장에 해당되는 사상가들이 등장하면 그 사상가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가 소개되어 있다. 19세기 사상가들로부터 대부분 시작하는 점에서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가 있는 것은 당연하나, 중간에 러셀, 프레게가 있으며, 자신도 4명의 사상가에게 받으면서 다른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레비 스트로스, 하이데거, 베리그송, 후설 등과 같은 인물이 있었다.
사상은 단절되기보단 후세들에 의해 새롭게 발전하거나 정립 혹은 다르게 해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20세기 사상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는 아마 마르크스인 것 같았다. <20세기 사상지도>라고 표지에 적으면서 부제로 -마르크스에서 지제크까지, 눈으로 그려보는 현대철학-이란 점에서 마르크스는 2장~5장까지 모두 등장한 유일한 사상가다. 사실 니체와 베르그송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질 들뢰즈도 그의 말년 마르크스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나도 평소 생각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철학에서 마르크스의 영향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점이다. 물론 니체와 프로이트 그리고 소쉬르도 마찬가지이나 마르크스는 21세기 세계경제위기에서 새롭게 대안 중에 하나라고 세계지식인들 여길 정도로 강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때까지 플라톤주의에 의해 관념이 현실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현실이 관념을 만들어가는 반플라톤적인 요소를 마르크스가 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의 죽음을 선포한 니체나 인간의 이성보다 무의식의 장을 열어놓은 프로이트의 기존 서구사회의 반론적인 행위는 20세기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것이 옳음이란 점을 부여하는 것은 세계 1차, 2차 대전으로 충분히 보았다.
생각해보면 대부분 <20세기 사상지도>에 등장한 사상가들은 2차 세계대전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하이데거와 같은 나치와 협력한 점과 들뢰즈는 2차 대전으로 가족을 잃은 점, 메를로퐁티와 사르트르는 프랑스가 나치에 의해 점령당할 때 레지스탕스에서 활약하고, 튜링이란 과학자는 2차 대전에 암호해독으로 영국에 큰 도움을 준 점으로 보면 2차 대전은 피할 수 없는 20세기의 지난 얼굴이다. 얼마 전 작고한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에릭 홉스봄이란 역사학자는 20세기를 <극단의 시대>이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폭력의 시대>이라고 한다.
지난 세계 대전으로 피로 물들은 20세기는 그야말로 폭력과 살인으로 무장한 시기였다면 21세기는 새롭게 밝은 미래로 갈 수 있을까 하나, 토크빌이 지적한데로 전체주의적 민주주의에 주인 없는 노예들이 주인이 되어버린 시기에 우리 사회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의 향기는 선택의 갈래보다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그런 담론조차도 부족한 우리사회에서 그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물결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