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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 4 -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인가? 힘인가? 이번 하이스쿨 dxd 4권에서는 그것이 최고의 질문이었다. 효도 잇세이와 함께 하는 적룡은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에 이끌리고, 반대로 백룡의 발리는 힘을 추구하는 사람에 이끌린다. 붉은 용과 하얀 용은 서로 다른 길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효도는 분명히 강력한 힘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바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시작도 끝이 없는 어느 누군가가 지탱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하렘의 왕으로서 살고자 하나, 막상 하렘의 왕이 되어도 자신은 항상 리아스 그레모리의 “폰”이란 사실을 인정한다. 킹이 인정한 부하가 새로운 이불피스를 받은 후에 그 부하가 킹이 되어도 원래의 킹에게 영원한 폰이란 사실을 잇세이는 인지한다. 결국 모든 것을 여자로서 만족하려는 번뇌에너지를 펼치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에는 오로지 리아스에게만 향한다. 이번 편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아마 학교수업에서 학부모의 참관수업일 것이다.
영어교사가 점토를 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물체를 만들어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잇세이만은 오로지 리아스 그레모리의 형상을 만든다. 아무런 의도도 없이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순수한 자신의 마음에 우러나온다. 그가 가진 리아스에 대한 마음은 매우 음흉하고 야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순수하고도 깨끗하다. 그가 가진 적룡제의 손에서 강력한 힘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리아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다. 사랑이라 하여 아가페적인 인간의 욕심을 떠난 이성적 사랑이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이나, 그 육체적 사랑에 정신적 존경과 심리적 신뢰라는 바탕을 잇세이는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으로 리아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의 사랑에는 존경이란 단어가 강력하기에 리아스의 귀여움을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잇세이가 전형적인 하렘의 주인공이라 보기 어려운 점은 하렘의 주인공은 어느 히로인이든 메인이 정해져 있더라도 결론에서는 항상 우유부단하나, 그는 우유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본능에 충실하다. 단지 그 본능은 리비도라는 성적무의식 에너지보다는 에로스라는 강한 삶의 영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권에서 효도는 억울하게 죽어가면서 리아스의 붉은 머리를 강하게 생각했고, 다시 태어나면 그 후의 침묵은 리아스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결국 그 의지로서 리아스의 권속들이 소환된 것이 아니라 군주인 리아스가 직접 다다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켜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때로는 야한 짓도 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효도 잇세이의 사는 방법이고, 그 삶은 에로스라는 삶에 대한 욕망이다. 효도는 그것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건다.
세계의 정복은 관심은 없고, 오로지 하렘 왕을 추구하나, 결국에 리아스 앞에서 멈추는 남자다. 그렇기에 그는 아무런 욕심이 없으며, 순수하고도 악랄했다. 본래 순수하다는 점은 그만큼 감정의 기복에 휘둘리기 쉬운 점이다. 그는 이때까지 심각한 적의를 레이나레와 피닉스에게 내세웠지만, 기존의 적의와 이번 4권의 적의는 매우 심각했다. 백룡이 적룡의 힘이 약한 숙주에게 붙은 점에서 적룡의 힘을 억지로 깨우려 한 것이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잇세이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는 방법이란 점이다.
백룡의 발리는 잇세이가 보통 인간의 자식이고, 아직 초짜배기 악마라서 힘이 약해 실망한다. 그는 오로지 힘을 추구하고, 힘으로서 모든 것을 찾으려는 파괴주의자다. 타나토스라는 죽음의 욕망은 그에게 존재했다. 이 세상 모든 강자와 붙어보고 만약 그 강자마저 없다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보다 강한 자가 있다면 그는 죽음을 달갑게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잇세이에게 순수한 분노를 안겨준 그가 오히려 잇세이의 강해짐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잇세이는 강해졌다. 비단 아자젤이란 타락천사의 도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보라는 속성을 가진 잇세이의 특징이었다. 바보 같은 그이기에 욕심은 없었고, 단지 자기 일상과 망상을 소중하게 여길 뿐이다. 그리고 그를 더욱 분노의 악마로 만든 것은 백룡의 절반효과이다. 그 절반효과가 그레모리 리아스에게 닿게 되면 혹은 다른 부원에게 닿게 되면 분명 가슴이 절반으로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4권에서 천사 미카엘, 악마 루시파와 레비아탄, 타락천사 아자젤이 모여 회의하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잇세이는 회의 내용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로지 리아스의 가슴만 보고만 있었다. 회의 내용 중에 90%는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가 나쁜 바보지만, 오로지 리아스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 회의 중에 두려움에 힘겨워한 리아스를 위해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는 것이다. 그의 다정한 3권에서 키바의 눈에 비친다. 부스터의 힘을 리아스로 전이하는 순간, 키바의 눈에 2사람은 신뢰로서 대하며, 애정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잇세이가 가진 리아스에 대한 절실함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10초마다 1번 증폭되던 에너지는 백룡의 행동에 격분하여 순식간에 부스터를 수십 번 넘게 외친다.
그의 순수하고도 번뇌로 넘친 에너지는 결국 에로스라는 점이다. 삶의 근원이며, 자신의 모든 것이며, 자기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리아스에게로 말이다. 하지만 3권부터 나오나, 적룡은 잇세이가 리아스를 안아주길 바란다. 역대의 적룡제의 숙주들은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았으나, 그 강력한 힘에 의해 빨리 죽었다는 사실이다. 잇세이가 오래 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적룡제는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잇세이는 그런 기회가 있어도 그러지 못한다. 아마 4권에서 등장한 레이나레에 대한 트라우마일 것이다. 여자 친구인 유마가 사실 타락천사라는 점에서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것은 분명 바꿀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그렇기에 잇세이는 리아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더욱 지키려 한다. 하지만 리아스의 탄식처럼 가까이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던 잇세이였다. 잇세이에게 여전히 리아스는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저 먼 곳의 언덕이었다. 사실 그 언덕은 손앞에 있었으나, 잇세이는 여전히 멀게만 느꼈다. 단지 리아스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느끼고 싶다고 말이다. 물론 리아스는 잇세이에게 단순한 키스보단 깊은 키스를 해준다. 잇세이는 그런 리아스의 사랑을 단순히 그레모리 가문은 권속들은 매우 아끼며, 특히 리아스는 그 중에서 상냥하고 다정한 군주라는 사실로만 생각한다.
덕분에 아시아와 아케노의 공세에도 여전히 바보 같은 행동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아케노가 리아스에 대해 묻자, 효도는 직설로서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잇세이이기에 하이스쿨 dxd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바보라는 점에서 자신이 손해 보더라도 친구를 위해 동료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프 뱀파이어인 개스퍼의 등장에서 잇세이는 인간도 뱀파이어도 아닌 개스퍼를 위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사실 하이스쿨 dxd를 보면 조금 특이한 사항이 리아스의 권속들이 중간적인 인물이다.
먼저 아케노를 보면 타락천사의 딸이나 어머니는 인간이고, 키바는 악마가 되어도 성마검을 휘두르며, 성검을 휘두르는 제노비아, 성모 마리아의 치유력을 가진 아시아, 그리고 적룡제와 하나인 잇세이에서 어느 누구도 완전한 신체를 가지지 못했다. 그들은 완전하지 못한 불안정한 존재였다. 그래서 소외라는 그림자를 받아 들이야 했다. 특히 기구한 운명은 개스퍼, 키바, 아시아, 잇세이처럼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죽음이 비합리와 부정의 그리고 부당함이 겹쳤기에 그 불안정은 힘으로 바뀌었다.
겉으로는 번뇌와 야한 글과 일러스트로 보이는 하이스쿨 dxd이나 그 내면에는 인간사회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이분법에 대한 윤리적 회의감을 여실히 보인다. 어느 한 곳에 속하지 못하기에 절망에 빠진 존재, 오직 하나를 보고 왔으나 무참하게 버림받은 존재, 자신이 믿은 신념에 배반당한 존재에서 리아스의 권속들은 우리 일상에서 보이는 타자의 격리를 보여준다. 아케노가 악마의 날개와 타락천사의 날개를 각각 가지고 있어서 잇세이에게 보여준 고백에서 잇세이는 자신을 살해한 타락천사는 미워도, 아케노가 타락천사의 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케노는 아케노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 아케노에 대해 선배로서 좋아한다고 말해준다. 우리 인간들은 자기와 다르거나 자기와 일부 섞인 존재에 대해 상당한 배척을 한다. 특히 반반 정도 섞인 존재에 대해서는 어느 한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비참함을 안겨준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은 자신의 주변을 사랑하기보단 그 주변의 이외의 존재를 사랑하라고 한다. 여전히 생각하나 하이스쿨 dxd는 니체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이 많이 느껴진다.
내가 하이스쿨 dxd를 읽을 때 가장 먼저 목차 뒤에 나온 대사를 주목한다. 이번에는 타락천사 총수인 아자젤이 말한다. “신이 없는 세계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나? 신이 없는 세계는 쇠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 너도 나도, 이렇게 기운차게 살고 있지 않은가? -신이 없다 하여도, 세상은 돌아간다고”, 한 때 신을 사랑했던 아자젤이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옳다. 신이 없었기에 키바는 독가스 아래 죽어갔고, 성녀로 추대된 아시아는 마녀로서 타락천사에게 살해되고, 잇세이는 영문도 모르게 살해되었다. 신이 진정 존재했다면, 이들의 죽음은 부당함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다고 하여 신은 그 쪽 신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4권에서는 악마, 타락천사, 천사는 모두 2분법적인 대립각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서로 싸우지 말자는 것이다. 결국 악마, 타락천사, 천사는 모두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 나온 것처럼 ‘악은 처벌이나 종말이 아니라 거짓과의 결합일 따름이다’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이번 4권에서 리아스의 가족들이 나온다. 서젝스는 장난꾸러기 오빠이고, 그의 퀸은 서젝스에게 딴죽을 걸 정도로 센스가 있다. 리아스의 아버지는 딸 바보인 신사적인 아버지다.
결론은 도덕이란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지닌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권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윤리라는 영역에서 악마인 잇세이의 모습에서 그가 나쁜 존재인가? 착한 존재인가? 라는 의문에서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아시아의 죽음과 키바의 죽음에서 그들의 악마부활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갈라지게 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여기서 미카엘의 모습을 보자. 그는 분명 천사의 수장이고, 강력한 힘을 지닌 대천사다. 그러나 악마졸개인 잇세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심지어 그에게 무기조차 선사한다.
잇세이가 억울하게 죽은 아시아와 키바, 그리고 신앙심을 유지하는 아시아와 제노비아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에서 미카엘은 분노하기보단 오히려 키바의 감정을 안아준다. 시스템의 오류와 신이 준 인간에 준 선물인 세이크리드 기어조차 사과한다. 악마가 되어도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리는 아시아와 제노비아, 그녀들은 악마지만 신과 천사를 존경하고 여전히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선악의 경계도 없이 악마와 천사를 떠나, 진정 이 장면에서 무엇을 추구하는 내용인가? 여전히 잇세이의 번뇌를 유도하는 코믹함은 좋으나, 그 코믹함에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는 환상이란 공간 속에 인간의 숨은 합리적이지도 않은 이성에 대한 도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