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소년 2
임진주 지음, 임애주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서사라는 것에서 처음에는 사건이 발생할 수 없는 동기와 원인, 그리고 그것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나온다. 그런 후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간적, 공간적 배경들이 나열되는 것이다. 금지소년 1권에서는 신류아라는 학교 아이돌 숙녀(속은 시커먼 여왕님)에게 여장을 하는 나운이의 정체를 들키게 되면서부터다. 그 모든 것이 시발점이고, 그 모든 것이 이 서사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중심축만 존재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은 즉 <나운이의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여 카페에서 여장을 하면서 아르바이를 하는데, 도중에 신류아에게 여장한 모습을 들켜, 신류아에게 눈가림을 약속받기 위해서는 신류아에게 집착하는 남성들을 모두 자신에게 반해야 한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사라는 그 과정에서 그 동기의 부여에서 큰 서사와 더불어 작은 서사가 같이 돌아가야 한다. 1권의 경우 학교 최고의 스포츠맨인 도대남이라고 한다면, 이제 2권부터 다른 스타일의 남성을 공략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롤러코스트를 타고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경부선을 탄다고 볼 수 있다. 그 머나먼 여정에서 위기의 순간은 나운이를 즉 포푸리 소녀에게 운명의 장난을 부여한다.

 

운명의 장난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1권에서 도대남으로 시작하여 도대남으로 마무리 되는가 싶었으나, 오히려 도대남으로 인해 새로운 위기가 온 것이다. 그의 이름은 안승호, 안승호는 도대남에게 언제나 라이벌의식으로 불타 있었다. 도대남에게 있는 모든 것, 도대남이 추구하는 모든 것을 누르고 싶은 사나이다. 물론 사나이라고 하기에는 집념이 너무 강하고, 엘리트주의에 취하여 주변이 보이지 않은지라 심각한 소심남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집안이 부자라는 점에서 생활여건은 대범하게 보이나, 그 이면에 보이는 도대남에 대한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이란 것에서 타인과 차이를 만든다. 가령 안승호는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가정이었고, 도대남은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 능력이 우월했다. 모든 것을 집안의 재력으로 이룩한 실력이었던 최승호에게 1번의 시작으로 모든 스포츠를 이긴 도대남은 그야말로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자에 대한 질투였다.

 

도대남에 대한 질투가 도대남이 사모한 신류아에게 전이되면서 안승호의 신류아에 대한 접근은 집착과 굴욕이란 이중적 감정에서 금지소년 2권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이미 도대남은 신류아가 아니라 포푸리 소녀에게 마음이 갔으므로, 안승호는 한편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완벽한 외모에 똑똑한 지성 게다가 부유한 집의 딸인 신류아와 달리 귀엽게 생겼으나 충동적이고 빈약한 몸매에 동네 아줌마의 근성을 지닌 포푸리에게 안승호는 아무런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1권에서 안승호와 포푸리 소녀와 충돌하여 넘어졌을 때 안승호는 포푸리 소녀의 상의 소매를 이용하여 구두에 묻어있던 크림을 닦아내었다. 결국 안승호란 인물은 안하무인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그 안하무인적인 자기 성격마저 안하무인하게 만드는 도대남의 변화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극적플롯은 테니스경기다. 테니스경기라는 우리편과 상대편의 이분법적인 구도는 서사적으로 꽤 잘 사용되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 테니스 경기에서 도대남은 처음으로 하였고, 안승호는 테니스를 잘 하던 사람인 점이다. 그리고 팀페어에서 도대남은 포푸리 소녀와 안승호는 신류아와 팀을 맺는다. 게임의 법칙에서 인간은 승리를 목표로 하나, 이 경기의 목적은 안승호의 트라우마에 대한 처방이었다. 모든 운동에 발군의 실력을 가진 도대남에게 안승호는 피할 수 없는 질투와 분노로 이어졌다.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가려워진 무의식적인 본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는 안승호의 감정만이 아니었다.

 

포푸리 소녀 아니 포푸리 소녀 안의 나운이의 트라우마는 안승호보다 비교할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 포푸리 소녀는 천애고아인 소년인 나운이었고, 나운은 동생인 솔이를 위해 갖은 수모와 고생을 겪었다.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오면서 겪은 고생, 수모, 울분들과 가난한 살림에 악착같이 살아가야한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생각하면 안승호보다 더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트라우마의 원인과 동기부여가 서로 다르더라도 분명 포푸리 소녀의 트라우마가 심하나, 포푸리 소녀는 그 트라우마를 간단히 넘기자고 했다.

 

도대남과 포푸리 소녀에게 패배하여 다시 트라우마의 늪에 빠진 안승호에게 포푸리 소녀는 시합에 진 것 가지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전에도 애기했죠?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승호 씨는 도대남보다 훨씬 멋진 것 많이 가지고 있다고”, 물론 안승호가 여기에 납득할 리가 없다. 그러나 마지막 포푸리 소녀의 말에 안승호는 맥이 풀리고 만다. 그것은 결국 통 큰 남자가 진정한 승리자, 남자는 통!”에서였다. 안승호가 지더라도 진 것에 대해 마음 편히 생각하고 멋지게 인정하면 그것 역시 남자로서 상대방의 승리와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그릇이 커지기에 진정한 승리자로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도대남은 승리를 하는 것은 경기에 이겨서 뭔가를 가지기보단 경기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맥없이 물러간 안승호가 이번에는 값비싼 악세사리를 포푸리에게 얼굴에 던진다. 이성적 사고로는 도대남에게 스포츠가 아닌 다른 점으로 포푸리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후에 다시 도대남에게 보란 듯이 주겠다고 하나, 이성적 사고가 아닌 감성적 사고에서는 솔직하지 못한 자신을 보여준다. 포푸리에게 정리 좀 하라면서 악세사리를 던지지만, 그것은 자신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대한 솔직함이었다.

 

그리고 2권 째에서 또 다른 정보로는 신류아는 자신의 학교만이 아니라 안승호의 학교, 그리고 성당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3권 째에서 홍지우라는 중학교 2년생에 대한 이야기의 진행에서 신류아와 지우와의 관계는 친한 성당 누나와 동생이란 점이다. 신류아는 동급생과 선배만이 아니라 연하의 남성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따라서 3권에 등장하는 포푸리의 벽은 고등학교 내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영역까지 퍼지는 것이다. 그런 포푸리 소녀에 대한 위기상황은 이미 2권 마지막에 나온다.

 

카페 내에서 하렘의 왕국으로 만드는 미남이 알고 보니 홍지우의 누나인 지수였던 것이다. 그녀는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홍지우가 자신의 친누나를 따르기보단 신류아에게 더 따르고 있는 이유는 아마 지수가 여성적인 모습, 지우에게 항상 다정한 누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다. 그것이 아마 포푸리 소녀가 해결해야할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제는 어렵다. 지수는 포푸리 소녀를 끌어안은 채 포푸리 소녀의 허벅지를 만지면서 만족해한다.

 

허벅지가 탄탄하군, 아주 예쁜데?”라는 대사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생각해볼 상황은 지우가 여성이고, 포푸리 소녀는 본래 남성이다. 여성이 그동안 여성의 허벅지를 만져서 그 감촉이 좋다고 했다면, 여장하고 있는 포푸리 소녀의 허벅지가 마음에 들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포푸리 소녀가 여장남자라고 하여도 작가의 입장에서 그 여장남자에서의 남자의 상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 다른 분석으로는 마지막 스토리 작가가 직접 그리고 CROSS WORLD에서 신류아의 모습이다. 신류아는 자신의 교복에 검정 스타킹을 착용하여 한 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며 핥고 싶어? 예쁜 짓하면 맛보게 해주지.”라고 그려져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여자의 다리에 집착하는 남자를 페티시즘 즉 물신주의이라고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남성보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신분이 높다는 의미고, 거기에 남성은 여성이 자신보다 위에 있다는 정신적 압박 아래 여자의 발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작품 내에서 신류아를 짝사랑하는 나운이와 자신의 아르바이트를 위해 신류아에게 움켜 살아가는 포푸리 소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절묘한 포즈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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