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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 2 -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난 그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계약이라든가 제약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그 사람은 붉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위풍당당하게 있어야만 해. 그게, 내가 동경하는 그 사람이니까. 그러니깐, 힘을 빌려줘, 붉은 용제여.”
위 대사는 애니메이션 하이스쿨 DXD 12화 마지막 부분에서 효도 잇세이가 악우들과 도망치며 구교사 앞의 담장 아래서 그레모리 리아스의 모습을 보며 독백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단지 “그러니깐, 힘을 빌려줘, 붉은 용제여.”는 빠져있다. 모든 어느 대상 한 작품이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으로 만들어질 때 같은 스토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 각본가 내지 감독, 시나리오 작가 손에서 변경되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런다고 하여 작품의 본질마저 그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이스쿨 DXD 라이트노벨 1권은 효도 잇세이가 악마가 된 것과 아시아가 악마가 된 것이 주요 서사적인 주제라면, 2권은 부장인 그레모리 리아스의 이야기다. 그녀가 왜 잇세이를 악마로 소생시켰는지, 그리고 왜 강화시키고 싶었는지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목숨을 건 투쟁에서 보통의 라이트노벨과 다른 부분을 보여준다. 효도 잇세이의 꿈은 하렘왕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란 혈기왕성한 청춘에 단 한 번도 봄은 오지 않았다. 레이나레가 유마로 둔갑할 때 잇세이는 죽음이란 비극을 맞이했고, 학교 최고의 미녀2인방인 리아스와 아케노는 그저 자신에겐 선배이고 상급악마이었다. 아시아는 자기를 감싸준 은인이고, 자신의 부주의로 악마로 재부활한 전직 수녀였다. 따라서 잇세이는 자신의 주변에 미소녀가 있다고 하여 그 미소녀가 자기의 하렘왕국에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효도 잇세이는 부장 리아스를 매우 좋아하고, 동경한다. 1권에서 읽다보면 죽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마저 리아스를 소환할 정도로 그가 가진 감정의 크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리아스의 큰 가슴도 좋아했지만, 그것보단 리아스의 붉은 머리를 더 동경했다. 혈기왕성한 청춘의 성적욕망이 리아스라는 대상에게 향하는 것 이상으로 여자 리아스가 아니라 선배 리아스란 존재가 더욱 확고한 것이다. 위 독백에서 잇세이는 리아스를 가리켜서 리아스라는 이름이나 혹은 그녀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그 사람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남녀의 구분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의 존재적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존재는 너무나 위대하고 강하고 아름답기에 잇세이는 항상 그 존재 아래서는 수줍고 어린 남자아이였다. 리아스가 그렇게 내 알몸이 보고 싶어라는 물음에 아무런 필터링 없이 원한다는 그의 진실과 막상 그 알몸이 보이면 아무것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는 그에게 리아스의 존재적 위치가 강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원한 하렘왕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리아스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의 존재가 너무 초라하기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것과 같다. 동경심이란 것에서 감히 내가 어떻게 대할 수 없는 고귀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악마로서 계약이 아닌 그 사람으로서 위풍당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다. 이에 반해 아시아는 분명 귀엽고 상냥하고 예쁜 미소녀지만, 잇세이에겐 아시아라는 존재는 자신의 윤리적 양심을 반성하게 하는 존재다.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아시아는 악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아는 악마가 되어 어떤 형태로이든지 잇세이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나, 그 말이야말로 잇세이에게 속죄의식으로 변모한 것이다. 동경하는 사람을 지키고, 속죄해야할 사람을 지키는 것이 삼각관계의 구도이다. 하지만 잇세이는 부장을 좋아하고,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피닉스와 결투에서 자신의 초라함에 잠들지 못한 잇세이는 우연히 산장 복도에서 리아스와 마주친다.
리아스가 왜 피닉스의 결혼을 반대하고, 패배할 확률이 높은 싸움인데도 받아들이는 이유를 듣게 되자 잇세이는 자신이 동경하는 리아스를 좋아하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 눈물을 흘린다. 주인공이 보통 불완전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대부분 환타지계열에서 흔한 설정이지만, 그 설정 아래 남자가 여자에게 의존성을 보이는 것은 흔하지 않은 장면이다. 언제나 리아스의 큰 가슴을 만지고 싶은 효도지만, 리아스가 불안 해 하는 효도를 자신의 가슴에 안아줄 때 효도는 바보처럼 운다.
보통 작품 내에서 남자주인공이 바보캐릭터나 변태캐릭터를 설정한 것들은 많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울보라는 설정은 많지가 않다. 오히려 눈물은 여자인 리아스 쪽이 적었다. 리아스가 눈물을 흘린 부분은 잇세이가 피닉스에게 무참하게 맞아 죽음 직전에 갔을 때와 또 하나는 리아스가 피닉스하고 약혼식을 거행하려고 할 때 잇세이가 리아스를 다시 찾으려고 오는 장면이다. 잇세이가 왜 이토록 리아스를 지키려고 했을까? 리아스가 이번 싸움에 대한 원인과 더불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평소 매우 다정하고, 엄격한 선배인 리아스 부장이라도 부장 자신의 고민과 걱정이 있었다. 그 걱정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분이다. 잇세이가 리아스가 루인 프린세스(멸살공주)에 뛰어난 분이라고 말하자 리아스의 대답은 의외의 진솔함이 숨어 있었다.
“긍지로 여겨. 하지만 나 개인을 죽이고 있는 것도 분명해, 누구나 날 그레모니의 리아스로 봐. 리아스 개인으로는 인식해주지 않아. 그러니깐 인간계에서의 생활은 정말로 충실했단다. 누구도 악마 그레모리에 대해선 모르는걸. 다들 날 나로 봐줘. 그게 정말로 좋았어, 악마사회에서는 느낄 기회도 없었고, 앞으로도 느낄 수 없겠지. 내가 나로서 충실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 이 인간계에 있을 때뿐”
리아스에게 현실은 악마의 세계이고, 환상의 세계는 인간사회인 학교이다. 잇세이로 따지면 잇세이의 현실은 가정과 학교, 환상세계는 악마의 세계이다. 본래부터 귀족악마로 악마로 환생한 인간의 거리는 저기서 부터다. 잇세이는 언제나 변태와 바보로 취급당하나 자기 자신의 존재는 항상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아스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녀는 그레모리 가문의 영애로 취급당하지 리아스란 존재적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런 부분은 피닉스의 결혼담에서 은근히 비추고 있다. 퀀인 아케노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키바 역시 크게 관여하지 않으며, 코네코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간식만 즐길 뿐이다. 리아스의 결혼에 반응하는 자는 오로지 잇세이였다. 그러나 그 반응을 하는 만큼 잇세이는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함에 좌절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다시 리아스의 대사를 보자.
“난 그레모리를 제쳐두고 날, 리아스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그게 내 작름 꿈이야. ······ 유감이지만 라이저는 날 그레모리의 리아스로밖에 보지 않아. 그리고 그레모리의 리아스로서 사랑해주지. 그게 싫어. 하지만 그래도 그레모리의 긍지는 소중해. 모순된 마음이지만, 그래도 난 이 작은 꿈을 지키고 싶어”
리아스의 소원은 그레모리 가문에 태어난 귀족으로서 마치 봉건사회의 권력가들이 맺는 흔한 정략결혼보다는 여자로서 사랑하는 사랑과 만나고 싶었다. 어떻게 보자면 가장 어른스럽고 당당한 리아스 역시 소녀로서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망은 라이트노벨 하이스쿨 DXD 2번째에서 잇세이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 중에 하나였다. 물론 잇세이는 리아스가 자신과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원했는지 꿈에서도 리아스와 결혼하는 장면도 나온다.
하렘왕국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항상 목소리 높여 말하는 잇세이지만, 실제로는 하렘보다는 리아스의 옆에 영원히 있고 싶은 사람이다. 따라서 2권의 표지를 보면 잇세이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리아스를 업힌 모습에서 2권이 말하고 싶은 잇세이의 욕망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점은 일러스트 표지 상에서 리아스의 모습이 특징이다. 리아스의 모습을 보면 발과 발바닥을 잘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따지자면 여성의 발은 상징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발 페티시즘 즉 발에 대한 물적인 욕망으로 여성의 발이 등장하는 이유는 기존에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으나,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일부 여성들도 남성보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상위에 놓일 경우 남성은 여성의 발에 집착한다고 한다. 사실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1화를 감상하면 나체의 리아스가 잇세이 앞에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리아스는 매우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표정인 반면 잇세이는 평소 동경하는 리아스가 있다는 점과 거기에 나체의 모습은 행복하기보단 오히려 당황하고 난처한 모습을 보여준다.
잇세이가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매고 있는 영상에서 리아스의 발이 효도 얼굴 앞으로 나오는 점에서 이미 리아스가 잇세이보다 훨씬 상위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이 부분만 아니다. 책에는 세세한 모습은 없으나, 9화에서 별장 정원에서 대화를 나눌 때 리아스는 난간 위에서 이야기하고 잇세이는 난간 아래 바닥에서 이야기한다. 또한 무릎 위의 medium-shot으로 대화할 때 화면 좌우에 남은 여백에서 잇세이보다 리아스의 여백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하이스쿨 DXD 3권 이후로는 국내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아직 읽지 않았으나, 적어도 라이트노벨에서 남자주인공보다 여자주인공쪽이 더 확고한 지위와 위치를 높인 것은 그래 흔하지 않은 점이다. 특히나 2권 check-mate 장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말하는 서술자가 잇세이에서 리아스로 교체되는 점이다. 주변 인물과 상황을 관찰하는 사람이 잇세이에서 리아스로 바뀐 점에서 조금 특이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편집자와 독자를 위해 야한 장면과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후기에 적어놓았으나, 일반적으로 라이트노벨에서 나타나는 클리셰의 공식을 다소 깨어주는 잇세이의 모습은 조금 신선하다. 보통 라이트노벨 남자주인공처럼 색마기질은 있으나, 알몸의 리아스와 아시아를 보는 순간 잇세이는 위축되는 모습과 오히려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은 분명 잘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