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넋두리
동아기획 / 1990년 3월
평점 :
품절


김현식의 역대 앨범과 노래 중에서 가장 김현식의 자신에 대한 노래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5집 안의 넋두리다. 단조의 음색이 마치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이 곡은 김현식의 모든 것을 토하고 삼킨다. 처음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리는 이 노래는 시간이란 관념적인 영역을 나에게 준다. 마치 시간이 어울리지 않은 공간 속에서 헤쳐 나온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이 노래 가사는 매우 불길하고, 절망스럽다. 처음에 나레이션과 같은 가사에서 <쓸쓸한 거리에서 나홀로 앉아있어, 바람에 떨리는 소리를 들었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설레이는 이내 마음이여.>와 그리고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꺼질듯 타오는 거리의 네온을 내 품에 안고서 헤매고 있었지. 멀리로 떠나는 내님의 뒷모습 깨어진 꿈이었나.>은 허무함이 극대로 치밀어 올라간 그의 모습이었다.

 

노래 가사는 무척이나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의문과 정체에서 고뇌하는 부분이다.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노래가 이렇게도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희망을 바라면서 희망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은 운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라고 말이다.

 

이 노래는 사랑의 가객 김현식이 아니라 슬픔과 고뇌의 가객 김현식이었다. 恨(한)이 넘치다 못해 폭발해서 승화하였다는 그런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노래가 전부 슬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현식 노래 중에 유명한 곡으로 <비오는 날 수채화>가 있다. 영화 <비오는 날 수채화>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는데, 또 다른 삽입곡으로 <그 거리 그 벤취>가 있다. 이 노래도 발라드로서 좋고,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 역시 1980년대 포크시대의 느낌이 절절하다.

 

이미 그렇지만, 김현식은 대중가요에서 일개 가수가 아니라 세계에 어디 내놓아도 훌륭한 뮤지션이란 것을 충실히 보여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도 넋두리처럼 심장이 터질듯한 슬픔과 우울을 보여줄 수 없음에 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의 사진인데, 후면에 보면 운동화 신고 있는 그의 발이 보인다. 둘 다 낡았으나, 한쪽은 다 떨어져 발가락이 다 보일 정도다. 그의 인생이 너무나도 잘 보인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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