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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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을 전쟁, 분쟁, 내전, 테러 등이 일어나는 절망의 세계와 혹은 작가인 조지 오웰, 도는 조지 오웰의 책을 읽는 나, 그리고 많은 사람들까지 이 문장은 한번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장은 조지 오웰이 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 영국으로 귀국하여 자신의 저택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남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산뜻한 풍경을 지닌 고장일 것이다. 그쪽을 지날 때, 특히 임항 열차의 편안한 쿠션 위에 앉아 평화롭게 배 멀미로부터 회복되고 있을 때는,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일본이 지진? 중국의 기근? 멕시코의 혁명? 걱정 말라. 내일 아침이면 현관에 우유가 놓여 있을 것이고, 금요일에는 <뉴 스테이츠먼>이 나올 것이다. 산업도시는 멀었다. 연기와 궁핍의 얼룩은 지구 표면의 완만한 곡선에 감추어져 있다. 이곳은 내가 어린 시절 알던 영국 그대로였다. 철로 때문에 파헤친 곳은 야생화로 덮여 있다. 외진 풀밭에서는 윤택한 빛을 발하는 준마들이 풀을 뜯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천천히 흐르는 냇가에는 버드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느릅나무의 녹색 감슴, 오두막 정원의 참제비고깔. 이윽고 런던 외곽의 드넓고 평화로운 광야, 진창, 같은 강물 위의 짐배, 낯잋은 거리, 크리켓 시합과 왕족의 결혼을 알리는 포스터, 크리켓 투수모자를 쓴 남자들, 트라팔가 광장의 비둘기, 빨간 버스. 파란 제복의 경찰.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이 말을 보면서 영국이 아주 편안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그 속에는 엄청난 위기가 오고 있는데도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에게 영국의 그런 모습조차 과거의 스페인의 일들을 잊을 수 없나 보다. 위 문장 뒤에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모든 위험과 위기가 없지만, 그런 것조차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지 오웰의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다. 카탈로니아의 전쟁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이며, 아픔이다. 아마 1937년은 여러 모로 위기였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극단적인 파시스트들이 창궐했으며, 스페인에도 프랑코라는 독보적인 독재자가 1975년까지 스페인을 좀 먹었다. 그런 주제에 자유라는 이름을 들먹였으나, 사실 그는 스페인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고 특히 무정부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들을 억압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과 같은 또는 가라타니 고진(일본 문화평론가 및 사상가)<근대문학의 종언>처럼 이씨 조선의 연장이라고 불리는 그런 공산주의가 아니라 노동문제를 넘어 왕이 지배하는 봉건사회에 도전하는 자를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일단 프랑스 혁명이든 러시아 혁명이든 모두 폭력적이고, 피를 뿌리지만, 기본적으로 봉건사회라는 기존 사회를 무너뜨리는 하나의 계기이다. 그들의 행동을 부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과거 봉건사회, 우리나라 같으면 조선시대 사대부 집권사회를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정치체계로서 지금 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전부 일반적으로 몰아넣으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 여기는 이상 그런 모순에 빠진다는 의미다.

 

당시 1937년의 역사적 상황을 보면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이 되어 스탈린이 모든 권력의 중심지고,,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처럼 1936~1938년 사이 스탈린의 폭력정치의 극단화를 보여준다. 파시스트에 대항하던 그들이 오히려 반파시스트에서 친파시스트로 돌아선 것이다. 인간의 모순은 그러하다. 조지 오웰 역시 초반에 스페인에 온 것은 독재자 프랑코에 대항하기 위해 그리고 파시스트에 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걸면서 영국에서 카탈로니아로 왔다. 처음 올 때는 체계도 없고 혼란스러워 보이나, 그 어디보다 자유스럽고, 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결국 피의 산물이다. 그가 전장에 갈 때 무기는 무척이나 노후 되어 총이 제대로 발사되어 적을 죽이기보단 총이 폭발하여 병사의 손과 얼굴을 다치게 했다. 총이 저절로 발사되어 사람의 폐를 맞추며, 물자는 부족하여 제일 중요한 문제는 땔감이었다. 추위는 아무리 겹겹이 옷을 입어도 방도가 없다. 부족한 것은 식량, 담배 등이고 늘 위기에 봉착한다. 조지 오웰은 이런 악조건에서 전투를 벌이고, 나중에 목에 총을 맞아 성대가 다치고, 경추신경이 손상되어 오른쪽 손가락이 마비되기 시작하였고, 검지 손가락은 감각이 사라졌다. 물론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하여 파시즘에 대항하였으나, 전장에서 돌아온 카탈로니아는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의 명작인 <동물농장>을 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분명 소비에트 연방을 우화화 시킨 풍자적 소설이다. 스탈린이란 인물은 나폴레옹이란 사나운 돼지로 묘사하여 착취를 벗어나려던 그들이 더욱 착취당하는 모순이 빠진 점에서 공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바로 그런 계기가 바로 카탈로니아를 찬가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점이다. 그는 무정부주의와 통일노동자당에서 활동했으나 이윽고 통일사회당과 경찰세력, 그리고 소비에트연방과 연줄이 보이던 공산당이라 곳은 오히려 파시스트에 대항하기보단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했다.

 

약소한 통일노동자당은 초반에 파시스트에 대항하여 그 누구와 비교하여 가장 용감하고, 열의가 넘친 자들이었으나, 어느 순간 프랑코와 내연을 가지고 파시스트 5열이라는 오명과 특히 트로츠키주의라는 올가미도 씌워졌다. 물론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참전했으나, 트로츠키는 스탈린과 달리 일국사회주의가 아닌 연속혁명론을 주창했고, 식민지나 과다한 억압에 시달리던 민중을 해방하려 했으나, 도리어 그것이 스탈린에 의해 공격당한다. <동물농장> 소설에서처럼 스노볼이란 작은 돼지는 힘도 없고 죽을 위기에 처해지고, 대항할 능력도 없어도 지상최고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문제는 트로츠키는 러시아에서 최고의 정적,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독일주재 프랑스 대사관이 히틀러에게 찾아가서 트로츠키가 만약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가정을 듣자 히틀러는 큰 소리를 치며 두려워했다. 분명 그는 1927년 러시아에서 추방되기 전에 그것은 1924년 레닌이 죽기 전에 볼셰비키의 영웅이었다. 조지 오웰은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트로츠키를 인정했지, 스탈린을 부정했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언제나 목숨이 위기에 처해있고, 1938년 인터내셔널을 만들 때에는 스탈린에게 가장 큰 골치였다.

 

그러다보니 러시아 소비에트연방의 명령을 듣는 공산당과 코민테른의 조직으로서 트로츠키는 사실과 무관한 파시스트로 낙인이 찍혔고, 그는 1940년에 죽음을 당한다. 그런 과정에서 스탈린과 그의 일파들에게 동조하지 않은 자들은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모두 파시스트 내부 간첩으로 몰았다. 그렇게 오명을 받은 조지 오웰의 동료들은 스페인 내전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감옥에서 병들고 혹독한 환경 아래 총살로서 생을 마감한다. 그래도 조지 오웰은 스페인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정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며, 아가씨들은 머리가 검고 아름다우며 생기가 가득했다.

 

세상의 모든 밝고 아름답고 멋진 미녀들이 모여 있을 것만 같은 카탈로니아는 때로는 최악의 이데올로기의 희생지로 되었다. 본래라면 많은 미녀들이 꽃밭에서 꽃으로 머리띠나 목걸이를 만들며, 올리브향이 가득한 기름으로 맛있는 요리들을 연인과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 진정 목표일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자연 속에 너나 할 것이 모두 인간다움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닌 악몽으로 다가와 모든 것을 망쳤다. 생각해보면 1939년 독일의 히틀러와 소비에트연방의 스탈린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소불가침조약을 체결한다.

 

파시스트의 최강 나치가 존재하는 군대를 가장 타도해야할 볼셰비키 이였지만, 그들과 조약을 하고 권력을 삼키고, 파시스트의 살인과 폭력을 용인한 아이러니에 빠진다. 그래도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를 찬가를 부르며, 그곳의 스페인과 같이 참전한 외국인들, 심지어 파시스트군에 속해있는 병사까지 생각해준다. 그들이 원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억지로 되었으니 말이다. 인상 깊은 조지 오웰이 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하여 담배가 없어서 누구에게 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의 담배를 모두 주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당시 담배는 매우 귀했고, 밀수품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그 두 명은 배급받은 일주일 분의 담배 전부를 조지 오웰에게 주었다. 정이 많은 그들에게 조지 오웰은 잊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 기쁨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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