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천재다 3 - Seed Novel
하람 지음, Nardack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그녀는 천재다 이번에 읽은 3번째 권으로 하여 작품 내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가 된다. 솔직히 이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일반적인 소설과 라이트노벨이란 경소설에서 라이트노벨 그 자체만으로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같은 허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란 공통성을 인지하여 평가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했다. 보통 라이트노벨의 경우 스토리텔링 경로가 환타지와 비일상적이라면 인간의 현실적 일탈이 강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현실성이란 부분에서 크게 결여된 라이트노벨은 현실과 괴리감을 주는 것으로 작가와 독자 모두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은 박탈감과 허무감으로 채울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부분은 문학소설에서 있으며, 문학의 기본이며 모든 서사의 최초인 신화조차도 그러하다. 인간이 신화에 매료되는 이유는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적어도 신화에는 현실의 인간이 될 수 없거나 혹은 대리적으로 되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편으로 신화의 인물이란 모든 것을 안고 책임을 져야 하는 하나의 상징 내지 희생양으로 보일 수 있다. 신화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어떤 과업과 시련을 통과해야 하는 필수적인 plo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을 라이트노벨이라고 없다고 할 수 없다. 차라리 현대사회의 인간들에게 보이는 현실에 대한 비현실의 만족이 라이트노벨이 독자에게 주는 하나의 쾌감일 것이다.

 

그런다고 모든 라이트노벨이 탈현실과 비현실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관계 설정만 그렇지 시간과 공간이 현실의 이야기를 상당히 반영하는 것도 있다. 라이트노벨이 현실적인 일탈과 도피로서 나타난 이야기가 있다면 오히려 현실적인 부분과 현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보인 일본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분명 현실과의 괴리감, 이질감, 도피감이 상대했다. 현실배경이 아니거나 현실적 인물이 아니거나 현실적인 공간이라 하여도 세계관 내지 인물들이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라이트노벨에서도 현실적인 상황을 제법 표현하는 것이 보인다. 그런 점들로 볼 때 이번에 내가 읽어본 그녀는 천재다는 기존 한국의 라이트노벨이 비현실적 내지 비일상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을 알게 한다.

 

이번 3번째 책을 읽다보면서 1번째, 2번째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이 작품에서 왜 윤시아란 인물이 그렇게도 강압적이면서 작은 반응에도 그렇게 하는지 말이다. 그것은 물론 단순히 주인공 평범이의 잠시 입원함에 따른 부재만이 아니었다. 단순히 보자면 평범이가 옆에 없어 라고 보기보단 인간 사회라는 집단적 무리에 대한 이질감 내지 동질감의 차이였다.

 

3번째 권을 읽다보면 평범이는 중학교2학년 때 맹장염이 걸린 일화에서 그동안 윤시아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다. 윤시아와 평범이는 분명 3번째 권에서는 15년이 아닌 16년 친구로 나온다. 그러나 왜 이토록 윤시아가 평범이에게 집착하는지 알 수 없다. 윤시아의 주변 사람들이 평범이와 만날 때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윤시아가 다루는 이야기는 평범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윤시아의 존재가 천재소녀라는 점에서 천재라는 것은 엄밀히 말해 보통, 일반적, 대체로 라는 단어를 지닌 인식과는 상당히 먼 언어이다. 특수하다는 것에서 오는 낯설음은 이미 1번째와 2번째 권에서 다루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나오는 것이 3권이었다. 사실 이 책에서 그녀는 천재든지 아니든지 평범이라는 남자주인공에게 윤시아는 언제가 연인으로 되어야 할 구조 즉 plot을 가지고 있다.

 

그런다고 하여 그 plot의 기본이 되는 하나의 극적 사건은 평범이가 걸린 맹장염이 아니라 그 맹장염으로 인해 학교 부재 시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들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기를 망설이는 것일까? 그녀는 천재다는 곧 그녀는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르기 때문에 보통 사람과 차이날 수밖에 없다. 천재들은 천재들 사이에서 인식하는 보편성이 있으나, 그 보편성은 현실 속의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성에 다가가지 못하는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저 머리 좋고 예쁜 여학생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너무 공부를 잘하게 되자 모든 사람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질투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질투의 대상은 여학생이 아니라 남학생들 사이까지 번진다. 남녀가 분리된 성이라고 할지어도 여학생이 학급의 반을 차지한 이상 그 반이 되는 존재들도 나머지 반에 같이 동류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군중심리로 나보다 우월한 존재를 인정하기 보다는 하나의 적개심으로 나타낸다.

 

윤시아는 분명 중학교를 좋은 중학교로 갈 수 있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평범이를 따라 일반 중학교로 왔다. 그녀는 이미 중학교 2학년 평범이 없는 그 시기까지 이미 질투와 미움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아무도 대해주지 않은 그녀에게 평범이만이 여전히 평범하게 대해주었다. 덕분에 중학교 2학년 시기에 평범이의 부재는 그녀에게 심한 따돌림을 넘어 집단적인 학교폭행까지 이어졌다.

 

아무도 말도 안 걸어주고 무시하는 것까지는 정말 양호한 편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시아의 신발 안에 압정을 넣고, 선생님이 안보면 때렸으며, 가방을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게다가 여자 아이들은 화장실로 끌고 가서 강제로 교복까지 찢어 버리는 행동도 하였다>. 그들의 행동에는 일절 양심이나 윤리적 판단의식은 없다. 인간의 집단적인 심리는 자신의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따돌림을 넘어 집단 괴롭힘은 윤시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이며 트라우마다. 1권에서도 왜 윤시아가 일탈행위를 시도 했는가에서 오직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던 최후의 방패가 평범이었다.

 

평범이는 너무 평범하고, 그런 평범함으로 윤시아에게 대해주었기 때문에 윤시아는 평범이를 평범하지만 특별한 존재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으로 자기를 대해주는 평범이도 지치기 마련이다. 윤시아와 평범이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데, 윤시아는 평범이가 그저 옆에만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평범이는 그것이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윤시아가 들고 오는 책은 모두 평범이에게 어려운 책이었다. 평범이만이 아니라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난해한 도서였기 때문이다.

 

물론 윤시아에겐 그 책들은 하나의 간단하고 쉬운 것들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간단함은 자신에게 통용될 뿐이지 평범이에겐 낯설은 벽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윤시아는 평범이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자기 옆에 있어주길 바랐다. 그렇지만 그런 윤시아를 바라보는 평범이는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나약함에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런 평범이에게 다른 위기가 온다. 온몸이 몸살로 앓아 누울 지경에 있을 때 그가 교장에게 호출 받아 가서 윤시아가 얼마든지 좋은 대학교 심지어 세계 명문대학교에서 오라고 할 정도인데, 평범이 때문에 평범한 대학교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평범이에게 더욱 더 시련으로 오는 것은 윤시아가 자기를 따라오는 것만이 아니라 그 따라오는 문제로 윤시아가 많이 힘들어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교장은 사실 윤시아가 좋은 명문대학에 가지 않으면 오히려 다른 학교로 가주길 바란 것이다. 자신의 학교에 수재가 있는데, 그 수재가 평범한 대학에 가는 이상 자신들의 입지가 죽는다는 이유다. 이 역시 평범이가 느껴야 했던 자신 주변의 학교라는 공간이며, 그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인 만큼 오로지 이권과 명예만 탐내는 야만스런 어른들의 세계였다.

 

그런 고민의 기로 사이에 다른 천재로 통해 평범이는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윤시아를 승화시키기로 한다. 이때까지 윤시아는 평범이에게 따라붙고 평범이만을 보고 살아왔다. 이제는 반대로 평범이가 윤시아를 따라가는 것을 결심했다. 평범이의 반의 반장 서유미, 그녀의 집에서 반장 동생 현석이와 꼬마천재 이유리의 대화모습을 보았다. 외우기와 연산능력만으로 세계 최고인 현석이나 그것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그에게 이유리는 현석이의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윤시아 때문에 고민하던 평범이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천재들은, 발전하지 못한 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금방 죽어버리니까요.>, 사실 천재를 다룬 소설이나 역대 내가 알던 천재적인 인간들의 삶을 보면 그런 것 같다. 가령 독일의 문학과 철학, 예술비평에 큰 업적을 남긴 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은 2차 세계 대전 독일 나치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강박관념으로 권총자살을 한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도 억압된 민족현실 속에 좌절한 이상(李箱, 1910.8.20.~1937.4.17.)이라는 문학가도 있다.

 

이상의 소설 “날개”를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박제가 되버린 천재를 아시오?>라고 말이다. 그는 일제총독부 치하 아래 불온사상자란 이유로 탄압을 받아 체포되다가 병보석으로 풀린 후에 병원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의 인생에서 천재적인 예술성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죽어갔다. 그런 것은 현석이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이유리와 윤시아, 최수정은 현실 속에서 보통 사람과 다른 두뇌를 가질망정 신체구조나 외양은 모두 비슷했다.

 

그들은 처음과 다른 것이라 단지 내면의 차이로 인해 다름으로 차별을 받았다. 거기에 비해 현석이는 모든 것이 달랐다. 그래서 그는 살아도 죽어버린 박제처럼 살아오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이유리와 윤시아의 덕분으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보이는 것만큼 평범이에겐 하나의 고문이었다. 왜냐하면 누군가 박제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박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면 평범이는 윤시아를 위한 이별연습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길은 최수정의 사촌에게 전화하여 그녀의 유학준비 부탁과 윤시아의 부모에게 찾아가 그녀의 유학을 설득한다. 평범이의 존재는 이미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의 방문에 윤시아의 부모님은 내딸을 주려면 5년, 즉 윤시아가 대학교 졸업 후에 준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이후 먹고 살기 어려워서 딸이 일할 수 있는 나이까지 기다려 달란 윤시아의 아버지 말에 평범이가 얼마나 윤시아에게 큰 기둥인지 다시금 확인했다.

 

떠나고 보내고 싶지 않아도 자유로운 학은 날개를 크게 벌려 나는 것이 아름다운 법이니, 닭장 속에 작은 날개를 보고 혼자 우는 평범이나, 그의 결단은 이제 자신만 바라보는 윤시아가 아니라 자신도 윤시아를 바라본다는 것을 결심하는 것이다. 그의 노력에서 가장 큰 역할은 윤시아가 자신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때까지 평범이가 윤시아의 그늘이라 생각했으나, 사실 윤시아의 그늘이 너무 깊고도 커서 그것마저 그늘인지 몰랐던 것을 말이다.

 

그는 중학교 친구 준석에게 부탁하여 윤시아를 괴롭힌 동기를 찾아내어 윤시아에게 사과하도록 했다. 중학교 시절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도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서인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윤시아의 가슴에 새겨진 가시를 하나 둘씩 빼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는 윤시아가 가고 싶은 곳을 향했다. 그곳은 바다. 거친 파도와 모래가 펼쳐진 넓고도 시원한 공간을 말이다.

 

이 작품에서 본 것은 생각보단 리얼리즘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는 점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심지어 TV 안의 드라마에서 경제적인 관념에 대한 부재가 많은 반면 여기에 나온 평범이는 몇 개월 동안 겨우 모우고 모은 용돈을 지갑에 넣어 윤시아를 위한 데이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저녁 해변가에서 그는 드디어 윤시아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중학교 때 괴롭게 만든 사람들에게 용서받기, 고3 수능이 앞인데도 방학 때 매일매일 그녀와 보낸 시간들, 오늘 여기 바다에 데리고 와서 그녀를 위한 마지막 이별여행을 말이다.

 

평범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아버린 윤시아에겐 평범이의 이별통지는 잔인하고도 슬펐다. 눈물 한번 제대로 그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은 윤시아가 평범이 때문에 계속 흘린다. 유학가란 그 말에 눈물로 절규하며 평범이에게 내가 싫어지냐 말에 평범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윤시아를 보며 평범이의 키스는 그의 마음속 깊이 윤시아를 사랑한다는 진심을 보였다. 그런 이별의 첫사랑 친구들은 그렇게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 윤시아를 비행기로 보낸다.

 

아무리 윤시아가 평범이에게 기대된 것은 맞으나 여전히 주도권은 윤시아다. 출국 전 여자친구에게 키스 한번 해주지 않는다고 평범이를 다그치는 윤시아의 슬픈 눈에 평범이는 나중에 빚으로 받는다고 한다. 그런 평범이에게 꼭 날아오라는 윤시아, 그녀도 사실 알고 있다. 평범이는 평범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오기 너무 힘들 것이란 사실을, 그래도 그녀는 기다림을 안고 미국으로 간다.

 

보통 이런 장면이라면 보통 서사적으로 엔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엔딩이 엔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엔딩 너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건 2번째 권에서 평범이가 윤시아에게 실없이 고백한 장면부터 시작해서 미국으로 가는 장면까지 말이다. 윤시아는 미국으로 가도 평범이는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결단에 옳다고 하나 너무 괴로워한다. 그는 대학진로에 많은 고비를 겪는다. 심지어 담임마저 포기하라 한다. 게다가 미국 명문대학교에 간 그녀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의 마음은 아프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빨리 사라지기도 하나 그만큼 그의 가슴은 허전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평범이의 사투는 괴롭고도 먼 길이다. 그는 자신도 윤시아를 따라갈 것이라고 발버둥 친다. 매일 3시간도 못 잔채 9월 모의고사에 당당하게 자신도 윤시아를 따라 갈 것이라고 쓴 고배를 마신 채 말이다. 하지만 그가 9월 모의고사 당일 그는 쓰러지고 좌절을 한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윤시아의 이름만 외쳐댄다. 그의 절규는 한편으로 다른 여자의 마음을 울린다.

 

내가 보기엔 반장 서유미는 이성적으로 평범이가 싫어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저돌적으로 몸을 날리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보기 전에 쓰러진 그를 찾아온 반장에게 평범이는 반장을 윤시아와 혼동을 한다. 꿈과 현실을 이미 구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범이의 뺨에 차갑고 왠지 낯설지 않은 손바닥은 윤시아의 손이 아니라 반장의 손이었다. 현석이 동생을 돌보다가 반장에게 뺨을 맞은 평범이의 몸이 서유미의 손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분간했지 못했다. 단지 마지막에 들린 <미안, 남자와 키스하는 취미는 없어>라는 반장의 아쉬움과 안도심의 말에 평범이는 잠이 든다.

 

2번째 권을 보면 반장은 평범이에게 자신을 좋아하냐 말에 평범이는 물론 반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나 정확하게 답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윤시아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고 혼자 이야기하는 평범이에게 반장은 더 이상 평범이에게 미련을 둘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비오는 날에 우산이 없던 평범이에게 교실 구석에 있는 낡은 우산을 주면서 같이 가자는 평범이의 제안에 <미안, 나는 남자애랑 같이 하교하는 취미는 없어>라고 했다. 하지만 평범이가 받은 우산은 너무 낡아 제대로 쓰지를 못하는 우산이었다. 아마 이 우산을 가지고 교실로 다시 반장에게 찾아갔다면 같이 하교했을 것이다.

 

평범이의 특징은 역시 평범함도 있지만, 보통 많은 남자처럼 둔한 점도 있었다. 우연히 마중 나온 이유리의 대화 속에 이유리의 안도감과 더불어 한심스럽다는 느낌이 같이 묻어져 나온 것이다. 그런 평범이기에 앞도 뒤도 볼 것도 없이 계속 윤시아에게 달려간다. 비록 모의고사에서 쓴 잔을 마셨지만, 수능당일 그는 자신을 향한 외로움을 향해 뛰어갔고, 수능 후 시험결과 평범이의 성적은 평범하지 못했다.

 

이젠 고등학교가 끝이고, 그의 수능성적은 자신을 말린 주변까지 말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겨우 닭이 닭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닭의 날개는 날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바쁜 청춘을 보내고, 그의 얼굴에 수염이 나고 군대까지 전역한 아저씨로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이니, 윤시아와 헤어진 6년이 되었다. 그는 6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하고 결국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마지막 장면에서 늦었다고 토라진 것처럼 보이는 윤시아와 키스를 나눈다. 역시 아메리카에 있던 그녀일까? 6년 전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평범이는 망설이고, 윤시아는 망설이는 평범이에게 빚을 졌다고 한다. 이제 그 빚을 갚는 장면에서 닭장 속에 있는 닭은 날개짓을 한다. 비록 그 기간은 매우 길고, 자신은 괴롭고 먼 길을 달렸어도 말이다. 마지막에 평범이는 평범이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주영재라는 이름으로 윤시아에게 불린다.

 

윤시아에게 그저 평범이는 평범이라고 불렸을 때는 자신이 평범이에게 다가간 것이나, 이제 주영재는 자신에게 평범이가 돌아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나는 이 둘의 관계를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과정을 무슨 일들로 통해 가는 것인가이다. 그 길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지만, 한편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녀는 천재다라는 라이트노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서 인물 설정은 평범이 주변에 천재가 윤시아, 최수정, 서현석, 이유리 라는 4명이 있어서 어느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천재 4명이 모인다는 사실은 사실 어렵다.

 

단지 4명이 모였다는 가정 아래 시작되는 서사에서 현실 속의 대한민국의 사회 통념과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로 리얼리즘 적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최근에 읽어본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근대이후로 현재 문학이 죽었다는 일본 문학비평가 및 철학자의 말에서 현대문학이 너무 영화처럼 혹은 영화를 위한 이야기로 변질되었다는 내용을 보았다.

 

어떻게 보자면 그녀는 천재다를 읽으면서 사실 개인적으로 이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소재보다는 실제 영화적인 속성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 그것은 너무 현실적이기에 비현실 속에 빠지도록 하는 하나의 장치다. 물론 라이트노벨이라고 하여 영화나 문학소설과 다른 것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사적인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강한 라이트노벨이었기에 조금 식상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과 그런 식상한 면이 있기에 충분히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