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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사진집, 2단 접이 특수양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학고재 / 2009년 10월
평점 :
세상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보기 싫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언제나 내 곁이나 혹은 우리 곁에 또는 다른 사람의 곁이든, 그저 있어 주기만 한다면 그저 건강하게 지내기만 한다면 좋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귀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정말 좋은가 안 좋은가를 알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라면 19C 독일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한 번 다투어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지 그 사람이 정말 친해질 수 있는지 아니면 친해질 수 없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사람이 다른 사람과 계속 친해질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계속 다툴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옆에서 혹은 멀리서 그가 다투는 모습만 봐도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안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는 노무현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노무현은 다양한 이름으로 담겨있다. 정치인, 사상가, 변호사, (좋거나 혹은 나쁜) 대통령 등등이다. 그래도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게 노무현은 좋은 사람이다.
실제로 볼 수 없었으나, 그저 TV의 뉴스와 신문, 잡지 속의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를 좋아한 이유는 그가 나를 위한 인간이 아니라 남을 위한 인간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길은 순탄치 못한 가시밭길과 같은 고난이었다.
가난은 물론이오, 갖은 협박과 음모, 그리고 조작들 그 속에서 그의 인생은 신화와 같은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노무현의 신화는 화려한 이야기보다는 절망적이고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그의 신화는 영광과 성공보다는 좌절과 패배의 맛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좌절과 패배 뒤에서는 고통 받고 있는 약자들이 있었다.
그가 비극적인 신화의 주인공이도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가 자신보다 더 어렵고 가난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던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배운 게 없어서 백이 없어서 고통 받아본 사람은 그도 마찬가지이나, 그래도 노무현보다 더 가난하고 무식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공장에서 월급도 못 받고, 다쳐도 보상도 못 받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했는데 억지로 잡혀 들어가고, 그것도 부족해서 갖은 폭력과 성희롱, 협박과 공갈 이 모든 것이 노무현이 넘어가야할 신화 속의 고난이고 모험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화의 주인공처럼 그들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조롱당하고 모욕당하고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로 보면서 눈물도 흘러야 했다. 하지만 그런 모욕과 조롱을 받고 일어섬으로 그는 어느 누구도 다르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모든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그가 탄핵당해도 그가 언론에 공격당해도 심지어 영혼이 신체에서 벗어나 한줌의 재로 변해도 말이다.
그의 죽음은 노무현의 이야기가 끝나고 노무현의 신화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죽음 앞에 있던 피눈물은 다시 신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육체적 존재인 노무현은 1명일 줄은 모르나, 정신적 존재인 노무현은 1명이 아니라 끝없이 태어날 것이다.
그가 원하던 사람 사는 세상, 그것은 배운 것이 없고, 가난하여 생계에 시달리고, 아는 것이 없어서 무시당하고 냉대당하고, 힘이 없어서 부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꿈도 가진 채 희망을 품기를 원한 세상을 만들어갈 새로운 노무현을 말이다. 흔히들 인간이란 영혼을 가졌다는 관념 아래 정신적인 이성세계를 가졌다고 하여도 인간은 역시 마음을 가진 감정적인 동물인 것 같다. 한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그의 얼굴이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떠오려도 그래도 역시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느 사람들은 웃기도 하고 어느 사람들은 울기도 할 것이다.